변두리 (이상원 시집)

변두리 (이상원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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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인은 「갈매기와 바다」에서 외로움, 쓸쓸함, 슬픔 등의 감정을 적확하게 구체화한다. 「겨울비」의 “아무도 내다보지 않자 이내 조용해졌다.”와 “아무도 거기까지 데려다주지 못한다.” 등의 진술은 인간을 배제함으로써 개성적이면서도 빛나는 ‘aura’를 발산한다. 이는 「풍경-바탕화면」에 이르러 ‘자연’과 ‘인공’ 사이의 새로운 풍경을 형성하면서 ‘현대성’ 또는 ‘모더니티’를 구현한다. 「변두리-만남」과 「겨울 산책」은 ‘시간’과 ‘기억’의 관계를, ‘시간’의 흐름과 ‘기억’의 힘을 형상화하고 「현장現場」은 독자들에게 감동과 여운을 경험할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카프카의 성을 연상시키는 「성내리城內里」는 오늘날의 한국사회에도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치밀한 알레고리이다.
괴테에 의하면 “삶에서 중요한 것은 삶의 결과가 아닌 삶 자체이다What is important in life is life, and not the result of life.” 어쩌면 우리는 괴테의 말에 공감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어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시에서 중요한 것은 시의 결과가 아닌 시 자체이다.’ 삶은 그 자체로 너무나 소중한 대상이고 시 역시 그러할 테다. 이상원의 시를 읽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독자들은 소중한 경험을 나눈 셈이다. 우리들의 삶이 더욱 뜨거워질 시간이 다가온다. 이상원의 시 세계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저자

이상원

시인은1953년경남고성에서태어나1990년경남신문신춘문예와『문학과의식』신인상으로등단하여제6회남명문학상(신인부문)을받았다.2007문화예술위원회창작지원금을받았고,시집으로『地上의한점풀잎』『樂土를꿈꾸며』『지겨운집』『내그림자밟지마라』등이있고,산문집『釣行雜記』가있다.

목차

1부

어두운저녁·12
입춘기立春記·13
하느님의시계·14
새가날아간밤·16
한여름날의대화·18
봄날재채기·20
아름다운배신·22
풍경-바탕화면·25
주소住所·26
꿈에서도시詩를썼다·28
우리들의광장·30
별을낚는어부漁夫·32
갈매기와바다·34
파행跛行·35
풍경風磬·36

2부

고가古家·38
여우를만났다·40
조난기遭難記·42
겨울들판·45
능사일지·46
다시바다에서·48
위기십결圍棋十結·50
늦은산책·52
겨울비·53
변두리·54
변두리-장마비·56
변두리-만남·57
변두리-그마을·58
변두리-봄밤·60
변두리-새야·61

3부

위성시대衛星時代·64
까마귀혹은오류·66
새들에게·68
한랭전선·69
봄,축제·70
꿈에서화타華陀를·72
멸치·73
벽·74
머나먼나라·76
머나먼나라-천년송千年松·79
머나먼나라-할미꽃·80
머나먼나라-기마전도騎馬戰圖·82
머나먼나라-종손宗孫·84
머나먼나라-미명未明·86
머나먼나라-새벽·88

4부

겨울의온도·92
실명기失明記·94
여백餘白·95
그나무의그늘·96
성내리城內里·98
바다로가는길·100
소리도所里島·102
철새·103
현장現場·104
역류逆流·105
바둑이나두자·106
세월歲月·108
산책散策·109
그봄의역설逆說·111
겨울산책·113

해설|권온
절제된따스함과감동으로서의모더니티·115

출판사 서평

시인은첫시집을펴내는마음으로,어쩌면처음시인의이름을얻은그순간을기억하면서이번시집을독자들에게전달하고있을게다.그의시에는감정과분위기가있고,기억과시간이있으며,현대성과알레고리가있다.우리는여기에서「풍경-바탕화면」,「갈매기와바다」,「겨울비」,「변두리-만남」,「성내리城內里」,「현장現場」,「겨울산책」등의시편을살피면서절제된따스함의세계를확인하고자한다.
융(CarlGustavJung)에의하면다른이들보다많은것을아는사람은외로워질수있다(Ifamanknowsmorethanothers,hebecomeslonely).융의말에동의할수있다면일반인이보기힘든것을보고느끼기힘든점을느끼며이를포착하여언어로형상화하는시인역시외로운사람일수있겠다.시인은외로움이라는상처를견딘후시라는이름의빛나는산물을스스로에게또독자들에게선물하는것인지도모른다.이상원의시집?변두리?는위로와치유가어느때보다필요한2021년의우리사회에주어진축복이다.

한사람을만났다.아득한세월의저편이
물음표를던지듯문득꽃하나내밀었다.
이미어두워져알수가없는내가
오래된그빛깔에흔들리고있었다.슬픔이일었다.

마를대로마른기억의골짜기어디에서느닷없이
꽃은생겨난것일까,해맑은목소리를흔들어
변두리빈터에널린적막을들춰내는것일까.

너무멀리떠나와다시갈수없는고향마냥
한줌씩의상처를안고술병들이사라진다.
-「변두리-만남」부분

이번시집의중추를담당하는연작‘변두리’에주목해야겠다.이상원은「변두리」,「변두리-장마비」,「변두리-만남」,「변두리-그마을」,「변두리-봄밤」,「변두리-새야」등여섯편으로구성된‘변두리’연작을제시하는데여기에서는「변두리-만남」을살피기로한다.시적화자‘나’는“한사람을만났다.”어떤이와의‘만남’,모든사건은바로그지점에서출발한다.누군가와의만남은“아득한세월”이밀물지는일과다르지않다.“이미어두워져알수가없는”,‘나’에게“꽃하나”가“오래된그빛깔”이다가온다.수십년의시간을건너서‘나’의“마를대로마른기억의골짜기”에갑작스레나타난‘꽃’은,또“해맑은목소리”는단순한‘한사람’을넘어선다.그것은모든삶이고온세상이다.
한사람을만났기에‘나’는“너무멀리떠나와다시갈수없는고향”을생각한다.한사람을만났기에‘나’는“골목길”을향해“낡은집을더듬어돌아”간다.“만남은슬픔”이고“밤은이제막시작하는중”이지만‘나’에게는“기억”이라는이름의“꿈”이남아있다.‘나’는“한사람을만났”고,“한사람이가”는모습을지켜보았지만,앞으로도‘기억’또는‘꿈’의힘으로계속걸어갈테다.그것이“변두리”라는이름의세상에서‘나’가또우리가삶을지속할수있는방법이다.이상원의‘변두리’연작은2020년이후,포스트코로나시대에노출된많은이들에게엄청난힘을북돋을수있는시편임이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