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을 믿는 순간 (양아정 시집)

하이힐을 믿는 순간 (양아정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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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인의 포스트모더니즘식의 시쓰기에서 ‘예술적 형상화’의 여러 장치와 함께 작품의 포스트모던 특징들, 즉 ‘자기 반영성’ ‘‘탈중심’과 ‘탈경계’ ‘상호텍스트성’ 등을 합당한 분석 틀로 살펴보면, 나름의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
물론 양아정의 글은 클릭 한 방이면, 어디에도 접속되어 자유롭고 유동적인 가지 뻗기가 가능한 ‘하이퍼hyper시’ 이론으로도 설명될 수 있다. 또한 뿌리, 줄기, 가지 순으로 질서정연한 ‘수목樹木’에 대비되는 ‘땅속줄기식물’, 즉 ‘감자’와 같이 ‘땅속에서 땅속을’ 향하는 ‘리좀rhizome’적 사유로도 설명될 수 있다. 둘 다 체계적이고 위계적인 구조가 아니다. 비선형성의 새로운 맥락을 제공하는 포스트모던의 또 다른 이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

양아정

양아정시인은1966년부산에서태어나2005년『시와사상』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푸줏간집여자』『하이힐을믿는순간』이있고,부산작가회의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1부

나는컵,라면·12
새벽세시·14
계란찜·16
a는어느지점에있는가·18
항생제A·20
봉지커피·22
하수구·24
투견장·26
집착·28
좀·29
즙·30
티눈이자란다·32
족족·34

2부

외투에게·36
아킬레스·37
악몽·1·38
악몽·2·40
살갗아래저울이산다·42
그날,구름은맨발로뛰었어·44
사물Y씨·46
플라토닉플라스틱·48
Mr토르소·50
하악질·52
부항뜨는시간·1·54
부항뜨는시간·2·56
부항뜨는시간·3·58
시스루·59

3부

부메랑·62
벚꽃청구서·64
무게들·66
신발끈·A·68
득음·70
나를,날을죽여라·72
구름다리·74
휘모리·75
공모·76
일당·78
거리두기2.5·80
뿐·82
붕어빵·84
주님을냉장고에넣는법·86
제스쳐·88

4부

실어증·90
숙취·91
부스,부스·92
비보호·94
버터플라이·96
리포트·97
미스터팡·98
복면의왕·100
미끼·102
김씨·104
과속방지턱·106
불고기·107
궁극의스테이크·108
허구·110
골목·112
스카치테이프의유언·114
염장이·116

해설|호병탁_‘반가사유미륵보살’과‘컵라면’이동격으로연결되는놀라운상상력·117

출판사 서평

‘현대후기’로번역되는‘포스트모던’이란말은상당히도전적으로들린다.‘현대modern’와의‘단절’혹은‘이탈’이라는의미로다가오기때문이다.그러나‘포스트’라는말에는‘벗어난’,즉‘이탈·결별’의뜻외에도‘이후’,즉시간적연속또는계승의뜻또한포함된다.따라서‘모던’과‘포스트모던’이란말에는결별이나대립적요소도있지만,오히려‘상호성’속에서진정한의미를가질수있음이밝혀지고있다.이점은모든철학적입장에서도거의일치되고있다.포스트모던은‘모던’적사고를더욱첨예화시키고활성화한것이라할수있다.따라서양자는시대적구분이나‘계승’혹은‘단절’이라는관점에서연결지을것이아니라이말이지적하는창조적측면에초점을맞춰야할것이다.
한마디로양아정의시편들은전형적인‘포스트모던’적사유에의해쓰인것으로보인다.이에대해서는독서를진행하며논의를계속하기로하자.

바다와강이만나는그어느지점에앉아있으면
파도가시멘트바닥을간보듯올라온다.
금그어진세상밖을기웃거리며
돌아선발걸음은잽싸게미끄러져간다.
컵속에웅크리고있는파도
적당량의물을만나풀어지고부드러워지는
즉석바다,허벅지까지차오르는
수위를넘어선파도
발없는말이
매립지를떠돌아다닌다.
파도가거세되는뚜껑을닫고
비로소되살아나는액체의감정들,면발들
애초에갱년기를겪어야만하는종족인지모른다.
포장된하늘과잘분쇄된구름이첨가된
수프는문패처럼걸려있고
선을지키는자만이
면발뼛속까지다가서는풍만한저녁
주둔지가없어도
적셔줄물기만끓일수있음
양식같지않은양식이
반가사유하는
컵속
미륵보살
-「나는컵,라면」전문

시집에첫번째로등장하는작품이다.작품에연가름은없다.그러나동일한종지형‘-하다’가마침표와함께끝나는문장을한단락으로본다면이작품은다섯단락으로구성되어있다고볼수있다.
첫단락은“바다와강이만나는그어느지점에”파도가“간보듯올라온다.”고노래한다.강과바다가만나는곳은가끔볼수있다.아니,모든강은결국바다로빠져나가기때문에이런곳은일반인이접근하기가힘들뿐얼마든지있을수있다.우리생각으로는이런곳은넓은‘개펄’이거나‘모래톱’이거나갈대숲이우거졌을것으로예상한다.그런데화자는그지점이“시멘트바닥”이라고의외의발화를하고있다.시멘트바닥?”우리는고개를갸웃하며왜그러한지다음단락으로시선을옮긴다.
둘째단락에서“금그어진세상밖을기웃거리며/돌아선발걸음은잽싸게미끄러져간다.”이다.기웃거리고미끄러지는행위의주체는누구인가.문맥으로보아바다와강이만나는곳에올라온‘파도’가될것이다.‘파도’는물과땅의경계,즉자기관점에서볼때는“세상밖”이되는땅을기웃거리다가다시바다로밀려갈것이아닌가.그러나아직그곳이왜“시멘트바닥”인지에대해서는아무런언급이없다.셋째단락으로시선을옮긴다.
느닷없이“컵속에웅크리고있는파도”가등장한다.게다가그파도는“적당량의물을만나풀어지고부드러워지는”,“허벅지까지차오르는/수위를넘어선파도”다.우리는갑자기작품독해를가로막는높은벽에부딪힌다.왜파도는‘컵속’에들어있고,파도자체가물인데‘물을만나’풀어지고부드러워진다는것인가.우리는논리성과객관성이결여된작품진행을보며해석의난관에봉착했음을절감한다.독서를계속하기위해서는이제작품을보는‘자세’와‘관점’을바꿔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