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밑 아이들

굴뚝 밑 아이들

$14.02
저자

창신강

1957년중국톈진에서태어났다.풍자와우화를통해인간사회를날카롭게비판하는작가로정평이나있으며,작가특유의해학과유머로엮인작품들은많은독자에게꾸준한사랑을받고있다.중국작가협회전국우수아동문학상을세차례나수상하고좡중원문학상과쑹칭링아동문학상을휩쓰는등탁월한문학성을두루인정받았다.대표작으로『열혈수탉분투기』,『탁구왕룽산』,『청춘의황무지』,『나는개입니까』,『파란...

목차

굴뚝의높이
꽃돼지
돼지콜레라
검은책과귀신머리
채찍허리띠
돈강말과집회
황야를향하여
학교방송실아나운서
내겐아버지가소중해!
돼지기름
절름발이탁상시계
대신써준작문숙제
멍선생님과의진지한대화
가짜와진짜
숨겨놓은검은책

출판사 서평

1960-70년대‘문화대혁명’이라불리던시기,옥수수가사는중국은정치적변화의소용돌이속에휩싸여있었다.중국도시의젊은이와지식인들은정부당국의명령에따라농촌지역으로이주하여농민들과함께농사를지으며집단생활을경험해야했다.
학교선생님이었던옥수수의아버지는검은책(금서)을썼다는이유로갑자기들이닥친사람들에게강제로머리가깎인채가두행진에끌려다녀야했다.그리고집에서떨어진먼곳의노역장에서힘든노동에종사해야했다.
어느날학교방송반면접시험에친구를따라갔던옥수수는장난삼아동네확성기안내방송흉내를냈다가면접관들에게학교아나운서제안을받는다.하지만옥수수의아버지가누구인지알게된면접관들은난감한표정을짓는다.방송실을뛰쳐나온옥수수에게며칠뒤같은반여학생천양양이찾아와아버지를멀리하겠다는각서를쓰면방송반에들어올수있다며설득한다.그러나천양양의아버지는자신의집으로들이닥쳐책을빼앗고아버지를끌고갔던선전대대장이었다…….
보일러실에서일하는꽈배기아재는매일석탄을퍼나르느라씻지도못하고꾀죄죄하여장가도못간노총각이다.옥수수는꽈배기아재의배려로뜨거운물에목욕을하는혜택을누리면서아저씨와우정을나눈다.어느날꽈배기아재는색시를얻어주겠다는마을단장의꾐에확성기를고쳐달러굴뚝을오르다가떨어져죽고만다.신문들은꽈배기아재를‘열사’라고부르며그의죽음을국가를위한희생으로미화하려한다.옥수수는작문시간에꽈배기아재에관한솔직한글을써서진실을밝히려하지만국어선생님은옥수수가다시상처를입게될까봐만류한다…….
리즈엄마는세상에서제일예쁜놈들은기르는돼지들이고자식들은그다음이라고입버릇처럼말한다.어느날애지중지하던귀염둥이새끼돼지가돼지콜레라에걸리자리즈엄마는시름에잠긴다.병든돼지를땅에묻어야한다는말에하늘이무너지지만아줌마는결국몰래식구들에게병든돼지를몰래끓여먹이고,리즈네아홉식구는모두온몸에수포가돋는감염병에걸려집안에숨어있어야하는신세가된다…….
중국의가장추운지방중하나인헤이룽장성(흑룡강성).높은굴뚝이솟아있고그위에큰확성기들이‘보석처럼’잔뜩달려있는마을.열두살소년옥수수라가겨울동안겪었던일들을통해성장하는모습을담은창신강작가의자전적소설이다.

책속에서

높고높은굴뚝은위대해보였다.나는언젠가그꼭대기에기어올라가높은곳에서남쪽을바라보면베이징이보일거라고생각했다.고개를조금만더치켜들면아프리카도볼수있을것같았다.굴뚝은단연최고로높았을뿐아니라,굴뚝을얼굴이라고치면뺨과얼굴에해당하는부분에보석처럼큰스피커들을잔뜩달아놓았다.그소리는여름의빗소리처럼,겨울의눈보라휘몰아치는소리처럼사람들의귓가에울려퍼졌다.

장난기가발동한좐터우가스피커속의낭랑한여자말투를흉내내며말했다.“리즈씨는주목하세요.리즈씨는주목하세요.이방송을듣는즉시개처럼꼬리내리고집으로돌아가시기바랍니다!댁의아궁이에불이났습니다!댁의집아궁이에불이났습니다!지금댁의집아궁이에서불이나서이불도타고있고돼지우리도불타고있습니다!지금빨리돌아가불을끄지않으면댁은알거지가될것입니다.댁은곧알거지가될것입니다!”

수레위에는아줌마가일년이나먹이고키운돼지한마리가누워있었다.아줌마는걷는내내눈물을훔쳤다.눈물을닦는아줌마귀에돼지가살이포동포동하게쪄서예쁘다는찬사가들렸다.“세상에,돼지를어쩜저렇게포동포동잘키웠을까.족히이백팔십근은나갈거같아보이네.”
아줌마는그소리에바로눈물을멈추고소리쳤다.“아니이백팔십근이라니!삼백근도넘는다고요!”
아줌마는거만한얼굴로말했다.“못믿겠으면따라와서무게잴때확인해봐요!”
몇몇사람들은정말수레뒤를따라돼지무게재는곳까지들어왔다.몇사람이힘을합해돼지무게를달아보니삼백근이넘자리즈엄마는득의양양했다.“나는매일이녀석이살찌는소리를들었다니까요!”

어느날,그검은책을비롯해우리집에있는책이란책은모두빼앗겼다.농장광장에책들이산더미처럼쌓여있었는데,누군가거기에불을붙였다.아버지의검은책이타고있을때아버지는현장에계셨는데,누군가아버지를잡아다머리를밀어버렸다.아버지는안간힘을쓰며그들에게말했다.“책만태우면될것이지왜남의머리까지밀어요!”
머리미는사람이말했다.“이런검은책은귀신이나쓰는거니까.귀신이한밤중에몰래와서쓰는거잖소.그러니이렇게머리를밀지않으면당신이저검은책을쓴귀신이라는걸알수가없지.”

좐터우는자기아버지가겨울에마차를몰고하얀눈덮인농장을지날때마차위에앉아서도먹이를찾아다니는쥐새끼들을채찍으로때려죽일수있다고말했다.
나와리즈는좐터우가하는말을듣기만했을뿐직접보지는못했다.사실좐터우도직접본적이없는데본것처럼허풍을떨었다.녀석은또여름이면자기아버지가채찍으로얼굴주변에서윙윙거리는모기를잽싸게때려잡아손에올려놓고,‘숫놈이군!’이라고말한다고했다.

뤼단장은무너진무대바닥사이로떨어졌다.몇초가지나우리가눈앞에펼쳐진상황을실감했을때돈강말은이미무너진단상위에서뛰어내렸고,사람들은길한쪽으로비켜서서돈강말이눈덮인담장을뚫고집회장밖머나먼곳을향해질주하는모습을넋놓고바라보고만있었다.
얼굴을심하게긁힌다뤼의아버지는총은든군인들에게빨리지프차를타고가서돈강말을찾아오라고명령했다.생포가안되면총으로쏴죽여도된다고도했다.

그애아버지는사람들을시켜아버지의책들을모두묶어마차에실을것을명령했고,마지막으로아버지에게물었었다.“마차위에있는책이당신이갖고있는전부요?”아버지가고개를끄덕였다.
천양양의아버지가으름장을놨다.“만약또어디숨겨둔금서가발견되면당신그땐끝장인줄알아!”
나는그때아버지의고통스러워하는눈빛을잊을수없었다.아버지는자신이소장했던모든책과자신이쓴책이마차에실려가는광경을보고절망하며바닥에털썩주저앉았다.

나는작은방으로들어가탁상시계옆에초를놓고불을붙였다.그리고는탁상시계에게말했다.“난이제남들에게진실을알려줄거야.”
절름발이탁상시계는나를향해있었는데,그때처음으로탁상시계도생명이있고,심장이뛰고있다고느꼈다.탁상시계의눈은촛불에비추어져밝게깜빡이고있었다.
나는장젠서,아니꽈배기아재를어떻게알게되었는지부터차근차근아재이야기를쓰기시작했다.처음만난그해마지막날아재가나를위해작은목욕탕에뜨거운물을부어주고색시를얻고싶은꿈을꾸고있었다는얘기도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