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란 듯이 걸었다 (김애란 시집)

보란 듯이 걸었다 (김애란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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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더 씩씩하게 걷는다.
이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나만의 방식이라는 듯이”

아주 조용히 때로는 보란 듯이, 차별에 항거하는 청소년들의 몸짓
청소년시집 『난 학교 밖 아이』로 관심의 사각지대에서 고군분투하는 ‘학교 밖 청소년’의 생생한 삶을 울림 있게 전한 김애란 시인이 이번에는 시야를 넓혀 소외되고 차별받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시집으로 담았다. 『보란 듯이 걸었다』는 편협한 사회의 울타리에서 튕겨 나간 십 대 여성, 노동자 청소년, 이른바 ‘정상 가족’ 밖에 있는 청소년들을 화자로 내세운다. 시인은 이들이 겪는 세상의 차가운 외면을 담담하게 그리면서도, 이들이 주눅 들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차별에 항거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함께 보여 준다. 시에 녹여진 이들의 생생한 현재와 항거의 몸짓은 우리 사회가 그동안 얼마나 이들에게 무관심했는지 반성하게 한다. 이 시집은 ‘창비청소년시선’ 스물여섯 번째 권이다.
저자

김애란

대학에서국문학을,대학원에서교육학을공부했다.대학원때쓴산문을출판사에보냈는데덜컥책이되어나왔다.신기했다.그뒤로글을많이썼다.시,동화,동시,청소년시,청소년소설.더러는책이되고,더러는무덤이되었다.책이되면부끄러웠고,무덤이되면아팠다.언젠가부끄럽지도아프지도않은글을쓰고싶다.지금은용인의어느산자락에서시쓰기멘토링을하며청소년들을만나고있다.
1993년『시문학』으로등단했고,2001년『진주신문』가을문예에시가,2005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동시가당선되었다.제2회황금펜아동문학상을받았고,제19회창비‘좋은어린이책’원고공모에서대상을받았다.시집『내일익다만풋사과하나』,동시집『아빠와숨바꼭질』,동화『일어나』,『사랑예보흐린후차차맑음』,『엄마를돌려줘』,『멧돼지가쿵쿵,호박이둥둥』,청소년시집『난학교밖아이』등을냈다.

목차

제1부미안하다그날
여자답게걸어라
양성불평등
승애이마
그날
시험전야
캡숑
이상한벌점
밥많이주세요
선화언니
신발
패밀리
베이비박스100미터전
싱글대디맘
있을곳이없다
가출팸
좋으실대로

제2부첫눈
앵두술
별밤
붕어빵
첫눈
잊을수없는이름
진짜아빠

열아홉살엄마
그여자가홍시를좋아할것같다
두고봐라
다시생각해볼게
고백
허공에걸린집
고치고싶지않은버릇
미안해

제3부나는열일곱살택배기사
나는열일곱살택배기사
눈발
두번째알바
기억나지않습니다모릅니다
우리들의인사법

휙휙쓩쓩뿅뿅
짜장뷔페
언제쯤
짜장면배달
컵라면과삼각김밥그리고초콜릿
알바후유증
두루마리휴지
스파이더맨
월급날

제4부급식먹으러
급식먹으러
사이다
로또를샀다
걸어간다
방문을연다
우리동네사람들
그림자
참다행이죠
아이러니
우리누나
서운한생각
미안하데이
그럴수도있다는거
그럼얼마나좋아

해설_김고연주,「십대들의현실에천착하는시」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우리가잘몰랐던청소년들의이야기
제도권학교바깥에서살아가는‘학교밖청소년’에대한남다른관심을따뜻한시로표현했던김애란시인이그들의두번째이야기를전한다.『보란듯이걸었다』는사회의제대로된보호를받지못한채스스로무거운짐을짊어지고힘겹게살아내는청소년을향한시인의미안함과위로,응원을담은시집이다.
우리사회는어른들이만들어놓은청소년상에부합하지않는청소년들에게무관심과외면으로일관해왔다.시집은그렇게소외와아픔을겪는청소년들의‘현재’에주목하여차별받는십대여성,노동하는청소년,편부모·조부모가정의청소년,가출청소년,비혼모·비혼부청소년등을화자로내세운다.

울타리밖청소년,그들을향한‘차별’의민낯
시집에는다양한이유로소외되고,동시에차별의고통까지이중으로받는청소년들의생생한삶을그린다.
먼저차별받는십대여성의이야기가눈에띈다.십대여성들은여성이라는이유로,어리다는이유로더많은억압과규제를받고있다.이들은“여자애걸음걸이가/그게뭐냐”(「여자답게걸어라」,10쪽)며지적받고,신발도옷도마음대로착용하지못하는(「두고봐라」,58쪽)등몸의자유를누리지못한다.또한“여자가하기엔안좋다”(「캡숑」,18쪽)며장래희망을제한받고,하고싶은운동도마음대로할수없다(「양성불평등」,12쪽).하지만십대여성들은‘여성다움’을강요하는현실에주눅들지않는다.이들은세상이정한‘여성다움’을그대로수용하고수행하는것이아니라,의문을던지고문제를제기하며자신만의방식대로살겠다고다짐한다.

샘은딸없어요?
우리도축구하겠다는말대신
뜬금없는질문이튀어나왔다
아들없냐고물어야지인마
샘말에웃겨죽겠다는아이들
전교생이양성평등글짓기한게엊그젠데
우리학교체육시간엔양성불평등쩐다
?「양성불평등」부분

조리사아주머니들이재경이급식판가득
밥을퍼주신다반찬도수북하다
내게는재경이의반만주신다
더달라고하니조금더주신다
조금만더주세요하니
쬐끄만여자애가많이도먹네하신다
제가쟤팔씨름이겨요
축구도더잘해요
수북이쌓인급식판을
보란듯이들고걸었다
?「밥많이주세요」부분


또한시인은일하는청소년들의고단한삶을표현하였다.우리는‘청소년=학생’이라고쉽게생각한다.하지만관심의사각지대에는생계를위해생활전선에뛰어든‘노동자’청소년들이있다.
이들은돈을벌어“아버지병원비보태야”(「컵라면과삼각김밥그리고초콜릿」,86쪽)하고,가족을먹여살려야한다(「열아홉살엄마」,54쪽).학업에매진할수없기에공부할시간이없어안절부절못하고(「언제쯤」,83쪽),결국은학교에못나가거나아예학교를떠나기도한다.시인은그렇게학교밖으로밀려날수밖에없었던청소년들이느끼는상실감과외로움을고스란히전한다.

자전거옆으로스쳐지나치는교복입은학생들
허드레옷입고자전거탄내가이방인같다
새벽부터엄마랑물건떼오고
시장까지손수레끌고가고끌고오고
이것저것엄마일돕다
무단결석일주이주삼주……
미련다버린줄알았는데
교복만보면가슴이두근거린다
차가운눈발이얼굴에달라붙는다
담주엔학교로돌아갈까어쩔까
어지럽게달라붙는눈발
?「눈발」부분

다음으로이른바‘정상가족’이라불리는가족형태에속하지못한청소년을살핀다.편부모·조부모가정의청소년,가출팸을만들어생활하는청소년(「패밀리」,28쪽),주변의차가운외면속에서혼자아이를낳아키워야하는청소년(「신발」,26쪽)등이화자로등장한다.
대부분의사람들은청소년이여전히‘미성숙’하기때문에,어른들이관리,훈육해야한다고생각하지만아이러니하게도이청소년들은관리와훈육에서마저논외이다.이들은가족과사회로부터제대로된안식처를제공받지못한채외롭게고군분투하며살아가고있다,시에그려진이들의생생한현재는우리가그동안얼마나이들을사회에서배제하고살아왔는지반성하게한다.

날이갈수록
가진돈다떨어져갈때
은영이랑미정이랑
저녁마다나갔다오는이유
알면서모른척
진수가도둑질해온라면
알면서모른척
며칠만에나도도둑질에가담하며
양심이우는소리듣고도모른척
?「가출팸」부분

소외와아픔을넘어,차별에항거하는그들의몸짓

시인은이청소년들이어떤이유로든차별받지않기를바라며이들이현재우리와함께살아가고있다는것,외롭고힘겹지만씩씩하고지혜롭게하루하루를살아가고있다는것을환기시킨다.이렇게세상의억압과차별에도불구하고주눅들지않고자신만의방식대로세상의차별에항거하며살아가고있는청소년들의몸짓은우리에게깊은울림을준다.『보란듯이걸었다』는우리가잘몰랐던소외된청소년들에게한손을내밀고,우리들에게다른손을내밀어그들과우리를연결해주는매개자역할을할것이다.

햇살속으로가면돈벌레는금방죽을지도모른다
아는지모르는지창밖으로툭뛰어내리는돈벌레
그래반지하는갑갑해
나는힘껏방문을연다
?「방문을연다」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