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쓰는 일기 (허은실 산문집)

내일 쓰는 일기 (허은실 산문집)

$15.50
Description
“우리는, 아름다움 앞에서 울 수밖에 없습니다.”
배우 문소리를 눈물짓게 한 소소한 행복, 수수한 평화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를 펴내고, 인기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 작가로도 널리 사랑받은 시인 허은실의 신작 산문집 『내일 쓰는 일기』가 미디어창비에서 출간되었다. 『내일 쓰는 일기』는 시인이 어린 딸과 함께 제주에서 보낸 1년의 기록이다. 그간 시집뿐 아니라 두 권의 산문집으로도 독자들과 만나온 그가 내밀한 속내를 털어놓는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계절의 흐름 따라 성장해가는 시인의 일곱 살 딸 ‘나린’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 또한 이 책을 읽는 기쁨이다. 여전히 “바람이 오는 쪽으로” 달려가기를 주저하지 않는 시인에게서 우리는 ‘성장’이 비단 유년의 몫만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내일 쓰는 일기』는 아직 아름다운 오늘에 감사하는 기도이자, 내일의 행복을 기다리며 건네는 안부이기도 하다.
저자

허은실

1975년강원도홍천에서태어나서울시립대학교국문과를졸업했다.다수의라디오프로그램과팟캐스트‘이동진의빨간책방’의작가로활동했고,2010년실천문학신인상에당선했다.시집『나는잠깐설웁다』,산문집『나는,당신에게만열리는책』『그날당신이내게말을걸어서』등을펴냈다.

목차

1부모살이

봄,바람이오는쪽으로달려갔다
여름,영원히덧없고끝없이아름다운

2부참살이

가을,내일은가장기쁜날이될거야
겨울,우리여기서는새를만나러가자

에필로그1년―V
작가의말아직아름다운이곳에서조금은다른

출판사 서평

시인허은실이제주에서발견한귤빛환대

3월5일:바람이오는쪽으로
바람을타고,바람에실려야사는일도수월하지만때로는바람을마주하고,바람에맞서야할때도있단다.
바람이없을때는네가달려가렴.
기다리고만있을게아니라네가바람을일으킬때바람개비는아름다운원을그리며멋지게돌아갈수있을거야._24면

설렘으로가득한여행과달리,이주(移住)의절반은두려움의차지다.시인에겐청춘을보낸곳,딸에겐태어나고자란고향인도시를떠나는저물녘의비행을앞두고,시인의마음속에는“아직기분이라부를수도없는”희미한감정들이솜털처럼일어선다.고단한서울살이를뒤로하고떠나온제주지만,제주역시막연히상상하듯낭만의섬이아니다.그럼에도새이웃에게기꺼이앉을자리를내어주는제주사람들의“귤빛환대”는그곳의자연이간직한묵묵한아름다움을닮았다.

3월10일:귤빛환대
아이야,환대하는사람이되자.
편견없이맞이하는사람이되자.
이리와요,앉을자리를만들어주는사람이되자._35면

전등처럼둥글고따뜻한“귤빛환대”에시인은제주의아픔을외면하지않고마주하며섬의일부로스며든다.제주출신작가와함께「제주4.3,진실에서평화로」프로젝트에참여하는가하면,비자림로확장소식엔숲으로달려간다.영등굿에서세월호희생자들의해원왕생을기원하고,4.3희생자의이름을가슴깊이새겨애달픈넋을기린다.제주의아름다움뿐아니라상처까지도오롯이감당하며자기만의방식으로애도를표한다.시인이모살이에서참살이로거듭나는과정은그렇기에더욱뭉클하다.

4월7일:4월의이름
마음에감싸인소리를그저마음으로'따라가'보는것이'추억(追憶)'이라면,'기억(記憶)'은마음으로감싸안은소리를마음에다다시'쓰는'일이라고요.기억이란그런행동성,능동성이요구되는행위라고요.(…)한사람의이름을가슴에지니는일.아무연고없는이의이름을죽을때까지생각하기로하는일.그것이제겐망각에저항하는방법입니다._51-52면

그런가하면이번산문집에서시인은여성예술인들을향한남다른애정과연대감을전한다.제주창조설화의주인공설문대할망을비롯해생명의신삼승할망,바람과풍요의신영등할망,농경신백주또까지,제주의신들은유난히여성성이강하다.시인은‘여성스러운’객체가아니라강인하고아름다운주체로서‘여성적’인제주의신들에게서제주여성들의원형을발견하기도한다.일제의어업수탈에맞선해녀항쟁도빼놓을수없다.여성의주도로대규모항일운동이가능했던저력의근간은해녀공동체의강력한결속이었다.

“내일은인생에서가장기쁜날이될거야!”

5월17일:죽은개가보고싶어지는시간
너는이제저물다,라는단어를사용할줄아는나이가되었다.단지저녁이된다,라는의미뿐아니라‘저물다’라는말이품고있는무수한저무는감정들을알아가게되겠지.그렇게저물어갈것이다.저물고그믈어가는것.슬프고아름다운일._83면

제주에서는유채와동백이피고지는것으로,가을단풍대신귤림추색(橘林秋色)으로,밥상에민어가오르고,한치가오르는것으로계절의오고감을알수있다.『내일쓰는일기』에담긴제주의고즈넉한사계는시인의딸‘나린’의성장과어우러져한결풍성해진다.나린은엉뚱한질문과사랑스러운호기심으로독자를살며시웃음짓게하는가하면,마음을“함박눈처럼펑펑”쓰는모습으로뜻밖의감동을준다.때로는‘나로산다는것’,‘죽는다는것’에대한치열한고민으로어린이가느끼는삶의무게역시어른의그것보다결코가볍지않음을일깨우기도한다.자연과사람,과거와현재,슬픔과아름다움이교차하는일기는삶이빚은무늬를사려깊게비춘다.시인에게쓴다는것은산다는것의다름아닐지도모른다.시인의손으로써내려간이작은역사가각별한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