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간힘 (유병록 산문집)

안간힘 (유병록 산문집)

$13.50
Description
더 소중한 것을 잃어서는 안 된다.
소중한 것을 더 잃어서는 안 된다.
“나는 이제 위로를 찾아서 한 발을 내딛는다.”
김준성문학상, 내일의 한국작가상을 수상한 시인 유병록의 첫 산문집 『안간힘』이 미디어창비에서 출간되었다.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등단 당시 “시선의 깊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미지, 서둘지 않고 차분하게 진행되는 묘사력이 탁월”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 책은 그가 어린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감당하기 어려운 큰 슬픔 속에서 한 글자, 한 글자 안간힘을 내어 써 내려간 치유의 기록이다. 참척의 고통을 겪은 젊은 시인이 “죽음의 힘”으로 살아가겠다는 다짐이 못내 눈물겹다.
저자

유병록

1982년충북옥천의시골마을에서태어났다.농사짓고소키우는집에서여러동물과어울려서자랐다.읍내로이사해서중고등학교를다니고서울에서대학을다니며고향과소에게서조금씩멀어졌다.2010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당선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지금은경기도일산에서글을쓰고책만드는일을하며살고있다.그동안시집『목숨이두근거릴때마다』『아무다짐도하지않기로해요』,산문집『안...

목차

1부_위로를찾아서

치욕의힘으로
불행이라는전염병
제가아버지입니다
침묵의온도
위로를찾아서
오늘은울어야지
누군가이미겪은고통
슬픔과함께
그리나쁘지않다

2부_서운함은나를잠못들게하고

안쓰럽고대견한시작
아내의얼굴
크리스마스에눈은내리지않고
서운함은나를잠못들게하고
아름다운풍경을간직하는마음
여전히따뜻하다
당신의떨림
쑥스러워도괜찮아
안녕
슬하

3부_마음우물

정곡을찔리다
정말괜찮을까
오래된반말
말랑말랑한짜증
미워하는일은힘들어
마음저울
늘솔직할수있을까
갈매나무를닮은사람
3초
아끼는말
한걸음물러서기
마음우물
더나은사람

에필로그_높고어질게

출판사 서평

안간힘을내어말했다.
“저희아버지가돌아가신게아니고,제아들입니다.
제가아버지입니다.”

슬픔은아무런예고없이찾아왔다.아들을잃고,시인은누구도대신할수없는고통을마주한다.그는자신의아픔이주위에옮아가지는않을까염려하고,사람들이곧자신에게닥친크나큰불행을잊으리라마음을걸어잠근다.누구보다자신의울음에공감해주리라믿었던가까운이에게조차때로는온전히속내를내보일수없어서운하다.
그럴때무너지지않도록지켜준것은아들과보낸시간들이다.사망신고를하는자리에서망자의재산과학력을묻는질문에아연하지만,그는사망신고서에는기록될수없는아들이남긴무수한기억을되새긴다.아들의흔적을잊을수있도록이사를권하는주위의선의에도,그는아들과함께잠들던방과함께거닐던길을떠날수없다.떠나고싶지않다.애써슬픔을외면하지않고,기꺼이끌어안고살아가리라결심하는그마음을어떻게헤아릴수있을까.

슬픔속에서도삶은계속된다

그런데자코메티의「걸어가는사람」을보며,어쩌면위로는다가오는것이아니라찾아가는것일지도모른다는생각이들었다.내가위로에게다가가고내가위로에게말을걸어야한다는생각이들었다.그동안주변사람들은내가슬픈이야기를꺼낼수있을만큼괜찮아지기를,그래서준비해둔위로를건넬수있기를기다리고있었다는생각이들었다.눈물이났다._42면

이책이더욱사무치는것은,그가내내자신의아픔에만골몰하지않기때문이다.아내와가족에대한속깊은애정을드러내는가하면,삶속에서발견한크고작은성찰을담담히나눈다.젊은문인으로는흔치않게시골에서자란그는2부에서부모님과할아버지의성실한한평생을존경의마음을담아회고한다.아내와의연애담이나아내의풋풋했던첫사랑을질투하는장면에서는살며시웃음짓게된다.3부에담긴,비난을견디기버거울땐‘마음저울’에칭찬과비난의무게를견주어보라는조언이나,상처주지않고솔직해지는비결,짜증내는사람에게대처하는법등에는귀가솔깃해진다.아끼는동료의퇴사를지켜보며회사생활을돌이켜보고,어린사람에게쉽게말을놓는문화나일상에서습관적으로쓰는말버릇을섬세하게분별하는대목에서는그가얼마나진지한태도로삶을귀하게대하는지가늠할수있다.

소중한이를잊지않기위해내딛는한걸음

그리고나는아들을잃었다.슬픔에빠져허우적거렸다.이제행복한날은더이상남아있지않다고확신했다.그렇다고모든걸포기할수는없었다.그래서행복대신보람이있는삶을살기로했다.더나은사람이되기로,약속했다._201-202면

누군가를애도하는데에는여러가지방식이있을것이다.유병록은세상을떠난아들을그리워하며슬픔에만잠겨있기보다는“더나은사람”이되는길을택했다.가혹한이별에영영주저앉지않고,다시한번용기를낸다.이책은그가모진비극에지지않고,더나은사람이되겠다는다짐이다.아들을잊지않기위한간절한약속이기도하다.그가겪은형언할수없는고통앞에대신아파한다는말은가당치않지만,함께아파할수는있다.그가안간힘을다해내민새끼손가락을마주거는것은이책을읽은독자가건넬수있는묵묵한위로일것이다.

이제그이름을가졌던아들은이세상에없습니다.높고어질게살아가라는,그이름의무게를질사람이없어졌습니다.그러나그이름을그대로잊혀지도록둘수는없겠습니다.그이름을가만히제어깨위에올려놓기로합니다.높고어질게,아들의이름으로살아가겠습니다._2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