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창세 편의점 (구지혜 시집)

안녕, 나의 창세 편의점 (구지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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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습기가 차기 쉬운 심경은 곰팡이가 잘 슬지요.
마음 가루가 덩이로 굳어져 환기가 잘 되지 않을 땐
응도당凝道堂 마루에 벌렁 누워
조선의 여인이 되어보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왜 하필 조선의 여인이냐고요?
글쎄요?

당신을 만나 도끼를 들어서 자작나무 밑동을 팼지요.
그러는 동안 불쑥, 오른팔은 ‘ㄱ’자 닮은 낫 한 자루 되어갑니다.
수많은 당신이 망라된 기호 같습니다.

외딴 골 대장간에서 당신 자신만의 고유한 숫자를 맡아 한 며칠 조용히 앓다
숫돌에다 소수점 아래 자릿값을 대고 서걱서걱 갈고 있지는 않나
하곤, 부끄럼으로

이 가을은 점점 문턱이 바래지고
햇살은 숙성되어 별스레 산사 고요마저 애연합니다.
바람이 일어나 소슬합니다.

당신을 마주하는 동안
사랑은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라고 새삼 깨달았습니다.

무게의 결들은 아름다운 고독이 되어갑니다.

----- ‘시인의 말’
저자

구지혜

본명:구명숙.경북영양출생.한남대학교대학원문예창작학과박사과정수료.2011년『시와정신』가을호신인상.2017년대전문학관시뿌리기확산선정작가.2018년제5회전국계간문예지우수작품상수상.2019,2022년대전문화재단창작기금수혜.시집『그늘을꽃피우는시간』출간.

목차

005시인의말

____제1부당신이되는계절을넘기지못해죄를앓는다

013물멍
015주름
017장승
019죽은구름
020카멜레온
022황홀한재앙
025겨울과여름사이
027바닥의감정
029늑골하나
0300
031변명
032경건한잠
034모래의모레
035검푸른하늘하나로…
037심장의색으로

____제2부바람의끝에닻을내려아스라한곳을좇아

041무기수
042흰플라스틱우두커니찬,
044몰려오는여름
045도깨비바늘
047다리없는구름아,안녕
049반지하
051거머리
053다리밑에움막을…
055터널
057백야
060떠발이
062꽃잎
064염이
066처음과끝페이지
068바람의바람

____제3부나는가끔방아쇠의손가락을건다

073여자의동굴
074애쑥별곡
076하회탈
077프랑켄슈타인증후군
079비어있는비율엔바람이잦다
080범종의저녁
082달의씨받이
084여자의여름
088송화
089꽃뱀
091흰상사화
093향수의여왕
096우화
098몸
099이어서는

____제4부절름발이그아이

103정자
105이새
107붉은살조각
109쌘-비구름
112앉은뱅이
114스물두째별자리
117동천아
119쇠갈고리
121소수점아래셋째자리
122유리알거울
123호소문한장
124절름발이그아이
127마당을나간집
129정자마을에서띄우는…
131노숙
132해설|존재론적분열상과일상에서걸러진영원|송기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