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습기가 차기 쉬운 심경은 곰팡이가 잘 슬지요.
마음 가루가 덩이로 굳어져 환기가 잘 되지 않을 땐
응도당凝道堂 마루에 벌렁 누워
조선의 여인이 되어보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왜 하필 조선의 여인이냐고요?
글쎄요?
당신을 만나 도끼를 들어서 자작나무 밑동을 팼지요.
그러는 동안 불쑥, 오른팔은 ‘ㄱ’자 닮은 낫 한 자루 되어갑니다.
수많은 당신이 망라된 기호 같습니다.
외딴 골 대장간에서 당신 자신만의 고유한 숫자를 맡아 한 며칠 조용히 앓다
숫돌에다 소수점 아래 자릿값을 대고 서걱서걱 갈고 있지는 않나
하곤, 부끄럼으로
이 가을은 점점 문턱이 바래지고
햇살은 숙성되어 별스레 산사 고요마저 애연합니다.
바람이 일어나 소슬합니다.
당신을 마주하는 동안
사랑은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라고 새삼 깨달았습니다.
무게의 결들은 아름다운 고독이 되어갑니다.
----- ‘시인의 말’
마음 가루가 덩이로 굳어져 환기가 잘 되지 않을 땐
응도당凝道堂 마루에 벌렁 누워
조선의 여인이 되어보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왜 하필 조선의 여인이냐고요?
글쎄요?
당신을 만나 도끼를 들어서 자작나무 밑동을 팼지요.
그러는 동안 불쑥, 오른팔은 ‘ㄱ’자 닮은 낫 한 자루 되어갑니다.
수많은 당신이 망라된 기호 같습니다.
외딴 골 대장간에서 당신 자신만의 고유한 숫자를 맡아 한 며칠 조용히 앓다
숫돌에다 소수점 아래 자릿값을 대고 서걱서걱 갈고 있지는 않나
하곤, 부끄럼으로
이 가을은 점점 문턱이 바래지고
햇살은 숙성되어 별스레 산사 고요마저 애연합니다.
바람이 일어나 소슬합니다.
당신을 마주하는 동안
사랑은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라고 새삼 깨달았습니다.
무게의 결들은 아름다운 고독이 되어갑니다.
----- ‘시인의 말’
안녕, 나의 창세 편의점 (구지혜 시집)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