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 가는 길 - 시와정신시인선 44

문의 가는 길 - 시와정신시인선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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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동안 써온 시를 모아 한 권의 시집으로 엮었다.
내 새로운 시작점이다.

아주 작은 것들과
깨지고 부러지기 쉬운 것들을 잘 볼 수 있는
내게 혜안이 왔으면 좋겠다.

평온하게 시들과 마주할 수 있기를…….
----- ‘시인의 말’

엄태지의 시편들은 모든 일상의 체험 속에서 시의 소재를 찾고 있다. 그러므로 그의 시에는 체험의 진정성이 살아 숨 쉬고 있다. 그의 시가 결코 어렵게 여겨지지 않는 이유이다. 그만큼 그의 시는 모든 독자들에게 절실하면서도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는 시에 주제의 깊이를 확보하는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시적 발상이 좋고 시를 끝까지 밀고 나아가는 강한 힘도 있다. 그의 시는 상상력과 언어의 뒷심이 좋다. 무엇보다도 그에게는 앞으로 꾸준히 시를 쓸 수 있는 가능성을 믿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 김완하 | 시인, 한남대 교수
저자

엄태지

저자:엄태지

충북충주출생.2018년『시와정신』등단.

목차


005시인의말

____제1부

013목련꽃아래서
015주름의귀퉁이
017봄,촛불
018민들레골목
020스며드는자전거들
022유모차들
024물의각주
026햇살자전거
028봄공양
030막걸리한병놓고
031장미
032장암동연꽃방죽에서
034기우는집
036겨울강
038목련공원가는길
040어느봄날
042댁들위는건강하신지
044꽃분홍주름론
046탑을쌓는남자
047목재소앞을지나다가

____제2부

051홈너머에서
053잔디의방식
054꽃의경계
055의자들
057조의귀뚜라미제문
059폐가
061문의가는길
062자작나무도마반가사유상
064꽃
066말하자면
068벽
069윙바디
071고드름
073목공소에서
075주름,주련
077산벚나무이야기
079꽃의행방
081개뼉다구
083못에대하여
084모과

____제3부

087기우는고물들
089도축장가는길
090새집불사
091봄날이간다
092주택난
094월령리바다슈퍼
096창세론
098물집
100우리의제사
102가구의용도처럼
104저쪽
105능금경
107내일의소사
108밤눈
109그녀의수선집

111해설|생을건너가는힘,그역동적서정성의아름다움|박진희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민들레골목>

보도블록사이에서민들레가일가를이뤘다
틈사이로늘어선가구들
골목을따라세상가장낮은마을을만들었다

꽃기둥하나올리는일도여기서는
수없이부러지고허물어지는일이겠지만
바람벽도없는집들의마을

집값은오른다는데저가난한꽃들은내려앉기만하네

어디꽃자리별이있어
그래도나여기살아있다고전송하는건지
안테나처럼뽑아올리고
노란불하나씩깜빡거리고있다

어떻게든살아내자는이가파른골목

골목은꽃들에게도골목
바람은왜막다른곳으로만밀어붙이는지
틈에서틈으로만옮겨가는
꽃들의분가

어떻게저기서
갈라진축대밑깨진다라이밑버려진드럼통밑기운담밑
밑에서그래도새파랗게살아붙어

몇개씩노란꽃창문을열고있다
-----18~19쪽

<창세론>

메론바는실온에오래둘것
흘러내리는것이지상을풍성하게하므로

잘큰나무를보면군침이도는이유
땅에서난것은땅으로흘러내릴지니
지상의비옥함을위하여
익어가는모든주름은녹아풍요로울지어다

군침도는가입들이여
잘녹아합일할지니
서로의식탁에서너는
나에게로스미는지상의섞임

모든뿌리의근원은돌아감에있으므로
무덤에서무덤으로건너가는꽃들이있다고치자
그대들에게서어느별의치자꽃향기가난다면어떨까
이지상의끈적함이여

창세로부터흘러내리는저녁
메론바는멜론으로건너가는허공이있을지니

귀있는자들을지어다
-----96~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