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정우석의시집어디를펼쳐읽어도금방알수있듯이,그의시는대체로자기고백적이며감성적색채가농후한편이다.말하자면그의작품을지배하는정서는여리고부드러우며다소애상적이다.앞서서정시는세계의자아화,혹은일인칭화자의자기표현,혹은자기고백적표현양식임을이야기했다.이를생각한다면정우석시의이러한특징은그만의독특한특성이라할만한것이아니다.그의시는전통적서정시의지배적성향을크게벗어나지않는다.그의시는기본적으로서정시의자기고백적어법이라는범주에서시적파장을불러일으킨다.이말은곧그의시의내용이나형식이시적주체의내면성에의해규제되며,이점은그의시가서정양식의근본적원리를충실하게따르고있음을뜻한다.
-김홍진(문학평론가,한남대교수)
책속에서
햇빛을걷는새들이말하네
이제곧저내리쬐는태양아래로
홀로건너가야한다고
미쳐가는시간들이
견딜수없이아파올때
깨어난해가두서없이적힌오후를
뜨겁게읽어내곤해
널브러진네얼굴이
신기루처럼자취를감추고
울퉁불퉁한하늘아래
부러진나뭇가지박혀있구나
보이지않는곳에서
더잘보이는네가있어
나는오늘또캄캄한하루를삼키네
---「하루를삼키다」중에서
저녁종소리뛰쳐나와눈밭을뒹군다
바람은느티나무여린살갗휘어감는다
별없는밤쓸어담는빗질소리그치고
뻗은길로정적이왈칵,쏟아져내린다
---「병아리발자국찍힌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