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의 드레 - 시와정신 해외시인선 10

왼손의 드레 - 시와정신 해외시인선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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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훌륭한 조각가는 대리석 안에서 어떤 상을 미리 보고 그것이 원하는 대로 손을 움직여 작품을 탄생시키고, 유능한 정원사는 나무 앞에 서면 실제로 나무가“여기 좀 다듬어 주세요.”하는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이런 경지에 이르도록 끝없이 노력하는 사람만이 진정한 시인일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은 너무 아득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고, 보일 듯 보이지 않지만 따라가야 하는 길. 어떤 절대나 절정의 세계에 이른다는 것이 쉬운 일이겠는가. 그래도 시인은 그런 절대의 언어를 향해 나아가는 자가 아닐까.
저자

유봉희

저자:유봉희

수원에서출생하여이화여자대학교사회학과를졸업하고1970년에도미하였다.2002년『문학과창작』신인상으로등단하여시집『소금화석』(2003),『몇만년의걸음』(2006),『잠깐시간의발을보았다』(2012),『세상이맨발로지나간다』(2017),『왼손의드레』(2023)를냈다.그동안버클리문학편집위원과미주문학이사를역임했으며,2014년시인들이뽑는시인상과제1회시와정신해외문학상을수상하였다.

목차

차례

005시인의말

____제1부

013신종직업이필요하다
014안녕
016이끼바위
018부력
019한목숨의긴내력
020여치시인
021확인
022동거자의거부
024할머니와의약속
026마디
027우리란말을
028목련꽃피고지고

____제2부

031돌배나무일기
032따로따로함께
034풍차
036늦봄비
037풀꽃성자
039부엉이의노래
041그리움의중심
043시인의꿈
044왼손의드레
046저만큼안에이만큼
048사슴의울음을보다
050저높이레드우드나무앞에서

____제3부

055마주서서웃다
056뽕나무앞에서
058춤추는그림자
060몸으로끝자음미하기
062오늘의기도
064그대여,함께
066사람의향기
067상자속에그샘물
069언제라도
070기도하는풀벌레에게
072간이역
073나무친구자카란다에게

____제4부

079CarveAwaytheShade
081Thedignityofmylefthand
085CanYouHeartheTreeRings?
089GoingtoMyStar
093Companion
096TheFoxIMetonMountDiablo
100AReplySeveralMillenniaAgo
104TheWaterDroplet’sSong
107TheSoundofFrost
111AnExcellentPhotograph
115SongofHeaven
119AWindowintheSky
121WhaleTail
125HangingaWhiteFlag
129TheWeightofaSingleLeaf
131Inheritance(Abalone)

133시인의산문|내시집을말한다|유봉희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불편한왼쪽손을무릎위에올리는데
중닭의무게다
오븐에놓고찜통에넣던통닭무게

악수할때나선적없고
중요한서류에싸인해본적없지만
반가운포옹에는조용히오른손을마주잡아
따듯한둥지를만들어주고
기도할때는다소곳정성을보태주던왼손
그러다가휘청돌부리에걸려넘어지기라도하면
온힘으로버텨서기어코몸을일으켜세워주던
거침없이찬조역에서
주역으로건너뛰던왼팔과왼손

새삼스레왼손을쓸어본다
나비의양날개처럼새의두날개처럼
양쪽팔과손이함께할때
푸른하늘이열리는걸이제알았다

닭은날개달린공룡의후손이라며?
중닭의무게가왼팔의드레*가되는이시간
우리란말을고요히완성시키는
세상의왼손들에게고마움을

*사람의품격으로서점잖은무게
---「왼손의드레」중에서

겨울비봄비처럼내리는한낮
건너편파란능선이보드랍다
한번굴러보고싶은30도능선
가보면질퍽이는흙탕밭

휘돌아서숲으로들어가면
낙엽들이빗물을머금고
가는발걸음내내따라오는길

그대여,오셨는가
귀에익은홀로움의저발자국소리
흔들리는앞니를빼어지붕위에얹고
새는바람부끄러워했을그때부터
내곁을맴돌던그대
그대는알수없는수화로구름을피워
밤낮없이차가운비뿌렸고
나는먼이방의나라로숨어도보았지만
세상은이미공개된다빈치코드

이제그대이름차라리정답게부르니
나를오래따라오며다리아픈그대
홀로움이란이름의친구여
어서,내어깨에기대시라
---「그대여,함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