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잔상 - 시와정신시인선 53

달의 잔상 - 시와정신시인선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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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새벽의 고요를 흔드는 소리가
호되게 커야 할 이유는 없다.

잠들지 않은
잠 깬
누군가의 고요 속에

작지만

울림이고 싶다.

늘 용기가 되고 위로가 되어준 뭇 당신에게
절절히 감사하다.

----- ‘시인의 말’

손혁건의 시는 물구나무를 선 채 이 세계를 들여다보는 존재의 시선으로 그득하다. 똑바로 서서 보는 세계와 물구나무를 선 채 보는 세계는 완연히 다르다. 변하지 않는 세계가 우리 앞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떤 관점을 취하느냐에 따라 수없이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통념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다른 관점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사람들 마음에 두려움을 심어 사람들 스스로 변화를 두려워하게 만든다. 두려움에 물든 존재는 경계에 서서 사물들을 들여다볼 힘이 없다. 자기감정에 치여 사물이 내뿜는 감각에 눈을 감아버린다. 손혁건은 지금 경계에 선 자의 마음 자세로 사물과 마주하려고 한다. 사물에는 늘 인간의 언어로 환원될 수 없는 흔적이 새겨져 있다. 그것을 보려는 시인의 텅 빈 마음은 사물을 대하는 힘을 기르고 있다. 손혁건의 시는 그 길로 들어서고 있다.
- 시집 해설에서

저자

손혁건

저자:손혁건
손혁건시인은2005년『문학세상』으로등단한후(사)한국문인협회대전광역시지회15대,16대회장을역임하였으며현재는(사)한국문인협회이사와국제시사랑협회회장및대전문학관운영위원등을맡고있다.시집으로『동그라미를꿈꾸며』,『흔들리는꽃속에바람은없었다』,『달의잔상』이있고시사진집『길을나서면』등이있다.제10회전국계간지작품상,대전광역시장상(문화예술발전공로),제4회적벽강문학상등을수상했으며2023올해의아티스트(문학부문)에선정되었다.한남대학교대학원문예창작학과석사졸업후박사과정을수료하였다.

목차

005시인의말

____제1부

015허공으로화살을쏘다
016확신
017비둘기바다로날다
018시곗바늘
019그림자를찾아서
02012월31일
021알고있었을까
022말벌의시
023늦더위
024눈사람
025바람의시심

____제2부

029아침을꺼내는자판기
030달의잔상
031술래잡기
032사이코패스
033붕어빵낚시
034길고양이신발신기
036유혹
037독방
038로드킬
039코로나사피엔스
040달동네

____제3부

045물처럼흐르다
046감을깎다
047은행나무
049톱
051딱,그것
052물도화석이된다
053텃밭
054달구지
056그말인즉슨
057사과를깎다
058너랑살다보니

____제4부

061∑
062시간의숲
063이삭줍는밤
065나침반
066뭘먹을까
067복면가왕
068부처님오신날
070마스크
071마중물
073살았다
074술자리

___제5부

079탈라리아
081별꽃
083인연
085사다도四多島
086매화
087오징어게임
088도깨비바늘꽃
089사과꽃
090낙과의이유
091꽃비
092소나무꽃

093해설|물구나무를선채즐기는축제의시간|오홍진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달의잔상

손마디마다물집이들어앉았다
손바닥이달동네가되었다

달동네는밤의천국
꽁초에뻑뻑한숨을고르며불을붙여도
그빛이화려하다
잦은정전으로초를밝히면네온처럼멀리흔들린다

힘을쓰려면힘을빼야했다
고개숙일줄알아야했다
마음을던질줄알아야했다

산다는것은결국
모든것에힘을쓰는일,
움켜쥐면다시놓을줄모르는내손바닥
여전히둥근달이떠있다
-----30쪽

달동네

앨버트로스둥지위로장대비내린다

빛을사냥당한한낮의거리엔별이굴러다닌다
별은자동차바퀴에서튀어올라
방황하는걸음들사이불꽃처럼폭발한다
별나라비행하는내우산은어디쯤일까

앨버트로스가날개를폈다

보이는것과보이지않는것이명확해진다
중요한것은하늘은다가려지지않는다는것
비를피하는대신하늘볼수없고
비를피하지못하는대신하늘을볼수있다면
어떤선택이진리일까

앨버트로스의뒤통수가궁금하다

나에게달려들던자동차불빛이빗물속으로흐른다
빗속에서방향지시등은방향을잃고있다
둥지앞횡단보도가흔들린다
날고싶다면일단뛰어야할시간이다
-----40~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