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국지 (양장)

한삼국지 (양장)

$17.64
저자

임창석

이상문학상을수여하는문학사상에소설부문신인상을수상하며등단한소설가이자정형외과전문의이다.저서로는소설백의민족,지구의영혼을꿈꾸다,자신의영혼에꽃을주게만드는100가지이야기등이있다.

목차

제1부.나라의흥망성쇠는하늘을흐르는구름과같다.
제2부.전쟁에서최고의지략은적의허점을노리는것이다.
제3부.적을알고나를알면싸움에위태로울것이없다.
제4부.할거한영웅들의기운이자라면세상의빛이어지럽혀진다.
제5부.하늘의이치와땅의도리는인간들의마음에있다.
제6부.나라를유지하려면하늘을꿰뚫는지략이필요하다.
제7부.인간의탐욕은역사를만들고시간은역사를지워나간다.
제8부.바다는모든강들을품으나강들은바다를대신하지못한다.

출판사 서평

난세의영웅들을책으로접하는것은항상즐거운일이다.더구나역사책에서배워왔던삼국시대의인물들을소설속에서만나다니…,정말기대가되고흥미로운경험이될것이다.명장들이벌이는지략과권모술수들은현대의각박한세상에서펼쳐지는기업들간의전쟁과무관하지않다.경영인이나비즈니스관련사람들이꼭읽어보아야할책이며,역사를배우는학생들이나삼국시대명장과고승들에관심이있는사람들에게도꼭읽기를권하고싶다.책을편집하고인쇄하면서한국인으로써의큰자부심을느꼈다.한국인들이한번쯤은읽어보았으면좋겠다는생각이들었다.

책속에서

P9
하늘은하나이지만땅과인간들의마음은조각처럼흩어져있었다.대륙과반도사이의산맥과지류들은멀어진듯물결치며서로를연결하였으나,경계를지어나누는인간들의욕심들은서로를허물지못했다.
중원의북쪽은황하를끼고번성한제나라(북제)와주나라(북주)의두세력이균형있게대립하고있었고,중원의남쪽에자리한진나라(남조)는풍요로운장강이남의지역을지배하며안정된치세를유지하고있었다.그리고요하동쪽으로는고구려와백제,신라의세나라가일진일퇴를거듭하며국경지대의땅과성들을뺏고뺏기는국지전들이빈번하게일어나고있었다.

P13
단숨에꺾인기는몸을무겁게만들었다.눌린기세는용맹함을사라지게했다.한줄기차가운바람이적막한공간을스쳐가자,우렁찬평원왕의기합소리와함께서슬퍼런칼끝이허공을가르며춤을추었다.칼은공간을베고두려움을빼앗았다.날카로운반월형칼날이바람을가르며거란족병사들의목을베고팔과다리를잘랐다.여기저기서서글픈비명소리가구슬프게흘러나왔고,쓰러진병사들의상처에서는붉은피가왈칵왈칵쏟아졌다.상처를부여잡고비틀거리며물러나는부상병들을놓칠세라고구려의군사들이한걸음에쫓아가모두를척살했다.
쓰러진병사들의몸에서검붉은피들이끊임없이줄줄흘러나와어느새땅을흠뻑적셨다.한바탕의싸움이끝났음을알리는것은땅위에쓰러져죽은시체들에서피어오르는수증기같은아지랑이였다.잔인한인간들의피를마신땅은붉은빛을토해내며짙은침묵을지켰다.깊고비릿한흙냄새가안개처럼퍼져나갔다.땅이인간들의생명을주었고,땅이인간들의생명을회수해야만했다.그런데인간들은자연의이치를역행하고있었다.마음대로생명을빼앗아무분별하게땅에뿌렸다.땅의소리없는울부짖음이들리는것같았다.평원왕이긴한숨을내쉬더니부하들을이끌고전장을떠났다.

P327
어느날이세민이장안에머물며즐거운시간을보내는김춘추를은밀히연회자리에불렀다.그리고술과음식을내어먹으며조용히김춘추에게물었다.
“종류가다른나무들이라도한곳으로뭉쳐져큰숲이된다면,맑은공기와풍부한자원을품는법이다.그대들삼국이모두당나라의품안으로들어와천하를나누어가지며통치를받는것이어떠하겠는가?”
이세민이김춘추의얼굴빛을살폈다.
“나누어진숲들은서로다른향기를품는법입니다.함께생존하고같이번영하는공존공영세상이더아름다운세상인법입니다.숲이깊어야새가들어오니넓은숲보다는큰나무들이자라는깊은숲을가꾸시옵소서.”
“칼이클수록강하고힘이센법이다.낡은칼집을버리고새롭고큰칼집을가지게되면그대의백성들이더호강을누리게될것이다.당나라는너희들에게안전한칼집이될것이다.”
“큰칼집에작은칼들은맞지않는법입니다.하지만작고날카로운칼은분명황제폐하께도큰이득을줄정도로매섭고유용할것입니다.신라는당나라가필요할때언제든지섬뜩한비수가되어적들을향할것입니다.”
“넓은하늘아래천자가다스리는태평한세상을왜마다하는가?”
“황제의덕이크시면경계를넓히지않아도천하만인이우러러보고존경할것입니다.”
황제이세민의물음에김춘추가표정변화없이부드러운억양으로또박또박대답했다.이세민은김춘추의대답에더할말이없었다.이세민은김춘추의학식과언변이뛰어나다고생각했다.그가고개를끄덕이며조용히웃더니다시말했다.
“그대의기질과성품이마음에들었네.보기드문인재로다.그대의눈빛이내마음의뒷면까지꿰뚫는것같구나.그대가이곳으로온것은중요한이유가있을터,그대의마음속에무엇을품고있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