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밀당의 기술 : 타이밍과 끌림에 관하여

음악, 밀당의 기술 : 타이밍과 끌림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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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음악의 시간은 일정하게 흐르지 않는다

미묘한 밀림과 당김이
만들어내는 마법
박을 정직하고 충실하게 짚어주는 음악은
내 심장을 거기에 동조해 함께 뛰도록 만들기 때문에 좋다.
반대로 살짝살짝 비껴가는 음악은 기대를
조금씩 비껴가는 안타까움에 애간장이 녹는다.
우리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는 이런 ‘끌림’ 때문이다.

그야말로 ‘박자를 가지고 노는 것’
이 과정이 꼭 연인 사이의 ‘썸’처럼 느껴진다.
기분 좋은 떨림과 짜릿함이
사람들을 음악에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다.

저자

이미경

저자:이미경

전남대학교음악교육과교수.서울대학교음악대학작곡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음악학석사를취득한후,독일프랑크푸르트예술대학에서음악학전공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한국예술영재교육연구원에서책임연구원,한국교육개발원영재교육연구센터연구위원(대우)으로활동했다.

음악미학과음악적제스처론,연주분석과음악적동조연구,음악적박·리듬·타이밍의지각과표현에관한연구,예술영재의특성과음악교육등에관심을갖고있다.주요논문으로는〈음악적동조에대한심리학적연구동향〉(음악과문화,2019),〈표현적타이밍과신체의움직임〉(음악과민족,2021),〈연주과정에서나타나는마음의시계와몸의시계〉(음악학,2022)등이있고,《음악의아름다움에대하여》(2004)를번역했다.

목차

prelude|들어가며
예비박|박자와리듬,어떻게구별하나

1박은마음이만들어낸기술
시간간격에대한사람들의지각|박은왜우리마음속에생기나?|규칙적인사건과불규칙적인사건|박이박자로느껴지다|〈엘리제를위하여〉가2박자로둔갑한사연|박치가있을까?|쌀밥-보리밥게임,그리고스트라빈스키|〈학교종〉의악보는어디에?

2동조
외부의리듬과상호작용하는자연의원리동조|약간의상호작용|박동적동조|의식적동조와무의식적동조|신체내장기관들간의동조|사람간동조또는사회적동조|감정적동조

3춤추는동물은없다
앵무새는클럽에갈수있을까|다른개체와시간적으로공동행동을하는
동물들|원숭이는춤출수있을까?|박에맞춰행동하는동물과춤추는
아기|박에맞춰행동하도록부추긴트리거

4박자,본능에서문화로
2박자는생물학적디폴트인가?|우리말과3소박,혹은3박?|서양음악의박은맥동,우리음악의박은호흡?|륄리의지휘봉|분수식박자표는진짜분수인가?|블랙핑크의〈셧다운〉은3/4박자?|비등시박의매력|합성된박의출현,내재적패턴현상|말과음악사이|박자없는음악의끝판왕

5연주,밀당의기술
연주자의타이밍|‘뉘앙스’로느껴지는너,정체가뭐냐?|비엔나왈츠의3박자와마주르카의3박자|아치형프레이즈연주하기|밀림혹은당김|참여적불일치,그루브|시간의공유가어떻게공감과연결되는가|밀당,공감의극대화

coda|책을마감하며245
미주|251

출판사 서평

모두를들썩이게만드는힘
공감의원형,박(beat)

사람들은저마다가슴에북을하나씩가지고있다.20여년전우리는그것을전세계인들과함께확인했다.2002년6월,온나라가하나의‘박(beat)’에그렇게강력하게빠져드는모습은이전까지어디에서도본적없던광경이었다.“대-한민국,짝짝짝짝짝,대-한민국,짝짝짝짝짝.”이단순하지만강력했던박이전국민을‘하나’로만들었다.
그런데월드컵처럼거창한게아니더라도우리가슴속북을확인하는간단한방법이있다.좋아하는음악을듣는것이다.“드랍더비트(dropthebeat)”와함께시작되는강렬한랩도좋고,흥겨운비트와리듬으로몸을한순간도가만두지못하게만드는K팝도좋다.왈츠의3박자음악과피아졸라의반도네온선율의탱고리듬에몸을맡길수도있다.이런음악은우리가슴을그야말로‘바운스바운스’두근거리게만든다.이런두근거림의이유가바로‘박’이다.‘박’은변화하는세계를이해하기위한수단으로마음이진화시킨특별한능력이다.물론음악은소리의시간적변화그자체이기때문에,우리는음악을들으면서자신도모르게‘박을세는능력’을적극적으로사용한다.그래서혼자노래를흥얼거릴때나다른사람과앙상블을즐길때도고개를흔들거나발끝을까딱거린다.

많은사람들이박수를치고있는상황을생각해보자.멋진연주가끝나자사람들이기립박수를치며난리가났다.열심히박수를치면,혹시연주자가앙코르로한곡더연주해줄까하는기대를갖는다.그러다보면어느순간청중들이서로박자를맞춰박수를치는순간이있다.지휘자가있는것도아닌데말이다.이들이모두다른사람과전혀상관없이,내멋대로고집스럽게치겠다고작정하면동조는일어나지않는다.그러나다른사람으로부터영향을조금받아서‘어?옆사람이이렇게치네?’정도만생각해도동조는순식간에일어난다.아니,사실은이런생각을하지않을수도있다.그래도동조는일어나는데,그건사람들이원래어떤행동을다른사람들과맞추고싶어하는무의식적인본능을갖고있기때문이다._10약간의상호작용,72쪽

이런현상을‘동조’라고하는데,동조는마음이없는무질서한집단,진동자들이서로보조를맞추어질서를찾아가는과정이다.우리를당황스럽게하는것은그과정이의식적으로질서를추구하는것처럼보이기때문이다.그러나이것은소위복잡계과학에속하는현상이다.우리가익숙한것은원인-결과가뚜렷한직선적인논리다.그러나그물처럼상호연결된복잡계에서는원인과결과가투명하게보이지않는다.맥동으로연결된진동자수백만개의상호작용이동시에일어나면서모두가서로의상태를변화시키는것이다.다시말해우리가슴에는북이하나씩있는데,이것들은서로‘동조’한다.

음악에매료되는이유
밀고당기는타이밍의예술

지금까지음악을주제로한연구와책에서는‘음악의3요소’라일컬어지는멜로디와리듬,하모니를주로다뤄왔다.우리가음악을대부분멜로디로기억하는이유다.‘딴딴따-단’하는〈결혼행진곡〉이나‘띠로리로,띠로리로리’하는〈엘리제를위하여〉가대표적이다.리듬은음의장단과강약을나타내는것인데,멜로디진행에길고짧음,강하고약한것을보여준다.마지막으로하모니는일정한법칙에따른화음의연결,즉다른소리와의어우러짐을다룬다.그런데이책《음악,밀당의기술》은그동안지나쳐온‘박’을전면에내세운다.물론박을연구하는것만으로음악의본질에다가갈수없음을저자스스로도잘알고있다.박과박자는음악을구성하는여러가지중요한요소들가운데하나일뿐이란것도이해한다.그럼에도저자는왜‘박’에관심을갖게된것일까?
저자는박이리듬이나멜로디같은음악의다른요소들과비교해,비록중요도는떨어질지몰라도음악의시간적질서와공감의측면에서다른중요한역할을하고있음에주목한다.그리고이를감각적으로짚어내는데그치지않고,심리학과진화생물학등의다양한연구와연결지어설명한다.그래서음악을만들고연주하는사람과듣고즐기는사람사이를이어주는연결고리가박이가진원초적인힘임을설득력있게보여준다.

인간은‘박’을느끼고규칙적박을선호하는능력을마음속에갖고태어나지만,태어나자마자바로박에맞추어행동을제어할수있는것은아니다.훈련을받아야만가능하다.엄마에게특정한모국어를배움으로써말을할수있게되듯이,박에기초한행동도서서히해당문화로부터그방식을배운다.그래서아프리카의문화에서자란아이가박자를타는방식과아랍인이박자를타는방식,우리나라사람들이박자를타는방식이조금씩다를수있다.그들의언어가다다르듯이말이다.
아기들도앵무새나바다사자처럼박에맞춰행동하기위해서는‘훈련’이라는특별한사회적조건이필요하다.사람에게는훈련을해야한다는사회적이유가있었던반면,동물에게는훈련을해야겠다는사회적조건이진화과정중에생기지않았던것같다.
_19박에맞춰행동하는동물과춤추는아기,114쪽

저자는다양한음악레퍼런스로자신의생각을뒷받침한다.동요에서부터클래식,국악과재즈,K팝까지다양한음악들이구현하는박을탐구한다.그리고그안에서함께동조하는울림을가만히응시한다.
50개에가까운QR코드는글로전달하는한계를극복하는데부족함이없고,다양한도표와그림,악보등시각자료는호기심과글의이해도를높이는데일조한다.독자는이를통해저자가이야기하는바를보다입체적으로들여다볼수있다.
저자가보여주고싶었던것은음악의거부할수없는매력의원천이었다.음악은박자를통해시간과울림을공유하고,리듬을통해선율과이야기를전한다.이것을잘알고이용하는사람이음악가이고,연주자다.이들의시간은정박으로흐르지않는다.소위‘잘하는연주자’는메트로놈의딸깍거림에맞춰정확하게연주하지않는다.정박과엇박사이에서미세하게당기고밀어냄으로써스윙,혹은그루브를만들어낸다.연주자들의이런미묘한시간차는도대체무엇일까?어째서이런‘끈적함’이나‘울렁거림’,‘둥둥뜨거’나‘주저주저함’등의감정이연주에서느껴지는것일까?이모든느낌을뭉뚱그려서그냥‘뉘앙스’로표현하면그만일까?

미국의심리학자칼시쇼어(CarlSeashore)였는데,그는컴퓨터도없던시절(20세기초)에아이오와피아노카메라라는기계를발명하여10밀리세컨드단위까지음의길이변화를측정했다.이기계는피아노의해머의움직임을찍어온셋타이밍(소리를내는시작점)과소리의크기(다이내믹)를측정할수있도록마련된장치였다.그결과피아니스트들이연주에서악보에적힌음의길이나높이로부터상당한정도까지이탈한다는사실을발견했다.그는이것을‘예술적이탈(ArtisticDeviation)’이라고불렀다.그것은‘이탈’이지만작곡가에게,혹은청중에게허용된‘이탈’이다.뿐만아니라그것은연주의‘예술적’완성도를높인다.그이탈은예술적아름다움인것이다.
그렇다면모든이탈은예술적일까?모든이탈이예술적이라면연주자들이얼마나기쁠까?그런데어떤이탈은허용되고어떤이탈은허용되지않는다.심지어어떤이탈은절묘함의극치로,예술적경지의극치로까지이해되는반면,어떤이탈은‘탈락’의원인이된다.
_32‘뉘앙스’로느껴지는너,정체가뭐냐,207~208쪽

하지만이런‘이탈’을어느누구도틀렸다고말하지않는다.틀렸다고말하기에앞서그매혹적인끌림에나도모르게빠져들고만다.몸이먼저반응하기때문이다.드러내고박을세는건아니지만우리는자신도모르게박을세고이것들을함께느끼면서시간을공유한다.그타이밍이정확하게맞아떨어지면안정감을,어긋나면안타까움에애간장이녹는다.이것은마치연애초기에연인들이서로의감정을밀고당기는것처럼간질간질하고몽글몽글한매력으로다가온다.그렇게정신없이‘연주자의밀당’에끌려다니다보면나도모르게음악에흠뻑취하고마는것이다.
저자는함께박자를공유하는시간,‘순간적으로서로를느끼고확인하는시간’그자체가음악의본질이라고이야기한다.그리고이것이‘스트리밍시대’에아직도콘서트장에서관객과아티스트가호흡하는이유라고말한다.이제책을덮고나면내안의북소리에귀기울여함께그소리를맞추는쾌감을모두가확인하게될것이다.

책속에서

그룹퀸의〈Wewillrockyou〉라는노래를모르는사람은아마없을것이다.노래의시작부분에나오는‘쿵쿵딱-’을몇번듣고나면,우리몸을가만히두기힘들다.이음악은제목그대로우리모두를흔들어놓았다.그음악에발을맞춰‘쿵쿵딱-,쿵쿵딱-’을할때느끼는강렬한쾌감이란,설명이따로필요없다.이쾌감은무엇보다‘본능적’이다.그냥음악에항복당하는느낌이다.이것은분명음악이갖고있는강력한힘중하나다.그힘은박동으로부터나오는힘이다.
_들어가며(8~9쪽)

‘박’은음악이갖고있는속성이아니라계속변화하는세계를이해하기위한수단으로,마음이진화시킨특별한능력이다.음악은소리의시간적변화그자체이므로음악을이해하기위해우리마음이‘박을세는능력’을적극적으로사용하는것은너무나당연하다.세상의99%음악에서인간은박을느낀다.혼자서노래를흥얼거릴때도박을세고있고,여러사람들과앙상블을즐길때에도다른사람과박을공유하며함께시간을맞춘다.
_31쪽

평소가만히있는상태에서우리의심장은60~90bpm정도의속도로박동한다.그것의2배의속도인120~130bpm이면심장이뜨거워지는속도다.춤추기딱좋은,도저히가만히있을수없는속도가바로이구간이다.한국가요의댄스곡들은어떨까?싸이의〈강남스타일〉이132bpm정도된다.BTS의〈다이너마이트〉는114bpm이다.90년대댄스곡들도대체로이범위에서크게벗어나지않는다.댄스곡들이이템포범위에있다는뜻은이속도가춤추기좋은속도라는뜻이다.
…(중략)…이속도는우리의행동과도관련이깊다.두발로걷기에좋은속도의범위다.음악학자들은빅데이터를통해유럽뿐만아니라지구상곳곳의모든인간들이정말로이템포의음악을선호하는지조사해보았다.전세계의음악을일곱그룹의지역음악으로나누어음악들의템포를조사했더니,실제로104-136bpm에서가장많은사례가나타났다.
아무튼선호하는템포는우리몸의크기,움직임의반경과속도등과밀접하게관련이있다.몸집이작은아이들은빠른속도를좋아하고나이가들수록선호하는템포는점점느려진다.
_62-63쪽

동물도리듬에맞춰활동한다.그냥활동하는정도가아니라우리보다훨씬더날렵한동물도많다.그러나박에기초해서자신의행동을조절하는,즉복잡한리듬정보로부터박을추출하고거기에자신의행동을맞출수있는능력은몇몇예외적인동물들만가능하다.처음엔말을따라할줄아는앵무새가박에맞춰춤을추는것을보고‘말소리학습’과관련이있다는가설이나왔으나지금은말을따라할줄모르는바다사자같은다른동물에게서도이런능력이발견되어,이문제에대한다른시각의연구가필요하게되었다.
_99쪽
내연주,혹은다른사람의같은연주를여러번다시들어볼수있다는것은그연주전체의시간을한꺼번에떠올리고제어할수있는능력이확장되었음을의미한다.사실음악가들은그렇지않아도훈련을통해보통사람들보다긴시간의음악적진행을기억하거나미리생각하는추상화능력이뛰어나다.그들은이능력을통해음악적시간에대한보통사람들보다더뛰어난조절력과제어력을갖는다.그런데긴전체악곡의같은연주를자주,여러번듣는다는것은그능력을더긴시간으로확장한다는뜻이다.이것은알게모르게음악가들의연주에영향을미치게된다.연주에서의시간은과거보다더잘조절되고더잘제어된다.그것이연주자들에게더잘짜여진,더분석적인연주를가능하게한다.그러나다른한편으로그것은연주에서‘즉흥적’측면이개입할수있는여지를자꾸만축소시키는것이다.
_150쪽

우리의박자감은다른사람과의협력적과정을원활하게하기위한목적이더컸다.만약인류가정확성을목표로박자감을진화시켜왔고음악이나춤을만들어낸목적이그능력을더고양시키고자했던거라면아마도음악가들은누구보다도박자를정확하게맞출수있는사람일것이고,우리가가장멋있다고생각하는연주는메트로놈과박이딱딱맞는그런연주일것이다.그러나어느시대,어느장르의음악가도메트로놈처럼연주하지는않는다.아마도음악가들,그리고무용수들은사람들과더멋지게교류하는다른방법을갈고닦아온것같다.
_199쪽

박단위에서의밀림과당김의문제를포함한여러하위단위에서의미세한시간적변화가감정적느낌을어떻게전달하는지,그리고더상위단위에서의시간적전개과정이어떻게공유되어고조된감정에이르게되는지에대해서음악학자들의관심이집중될수밖에없다.게다가이감정적고조는음악적이기만한것이아니라개인적경험과서로다른지식,개성을가진연주자들이모여만들어내는사회적구성물이기도하다.연주자간의사회적관계,타연주자에대한친밀도·신뢰도,각연주자들이개별적으로갖고있는음악적이상,연습정도와이전경험등도고조된감정을만들어내는데적지않은몫을차지한다.
…(중략)…단지기보된악보에서의밀림-당김의타이밍을일부찾아내서이특징이‘감정의공유’라는복합적심리적구성물을만들어내는데얼마나기여하는지를찾아내는것은처음부터불가능한일일지도모르겠다.그러나박자의공유와밀림-당김의적절한균형이이‘감정적공유’를만들어내는여러원인들중하나라는것은의심의여지가없다.
_227~228쪽

박을정직하고충실하게짚어주는음악은내심장을거기에동조해같이뛰게하기때문에좋다.또살짝살짝비껴가는소리에는내기대를조금씩비껴가는안타까움에애간장이녹는다.우리가느끼는박의동조는단지본능에충실한현상이라기보다는문화적이면서도주관적인심리현상이다.주관적이라고하는이유는이것이몇밀리세컨드이하차이면사람들의애간장을태우는지를정할수있는것이아니라내가이비껴감을즐길마음의준비가되어있느냐가더중요한요소이기때문이다.음악이그자체로매력덩어리이긴하지만그매력이나에게의미가있어야매력이된다는뜻이다.
_24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