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추리,SF,바이오컴퓨팅비즈니스로빚어낸거대한꿈의만다라
“이짧은글들의모임이,그저단지하나의거대한서사를위한그냥레고블록의낱낱의부품만은아니라는것,해서,그저처음에는이이야기들이어떻게나중에커다란이야기로연결될지그런고민없이단편이주는재미에집중해주시고,나중에연결되기시작할때는차분히작가의어설픈마술을지켜봐달라고말씀드리고싶네요.”―이치은(작가)
이치은의세번째소설『비밀경기자』가<이치은컬렉션>으로재출간되었다.단편들의모음이자연작소설로써,환상,추리,SF적상상력을통한문학적실험이돋보이는작품이다.『비밀경기자』는인류가꾸는“꿈”에관한소설이다.
이소설에서작가는‘인류는모두똑같은꿈을꾼다’라는도발적명제와,‘남의꿈에몰래들어가는것이가능하다’라는전복된사유와,‘꿈의도서관을짓는것이가능하다’라는SF적상상력을펼쳐보인다.
작가는『노예틈입자파괴자』(2014),『마루가꺼진은신처』(2018)등꿈에관한모티프로작품을썼는데,이『비밀경기자』는그3부작의첫번째에해당한다.이작품을통해나중작품의모티프나주제를작품안에안내해놓는데,작가는첫번째와두번째작품과는사뭇다른,본격적인이치은류의소설들을이작품부터선보인다.
인류는똑같은꿈을꾼다
『비밀경기자』에서작가는‘나의꿈’이란인류가꾸는꿈의하나에불과하며,더나아가“사람들은모두똑같은꿈을꾼다.”라는도발적인명제를제시한다.사람들은꿈을꾸면그꿈이자신만이꾸는유일한것이라믿고싶어한다.개인이꾸는꿈이인류의꿈목록표중에하나에불과하다고생각해본적은없다.그렇지만밀란쿤데라가말했듯,“인간은스스로가고유한존재라고착각하지만,기껏해야몇안되는몸짓이나이미지를학습하고모방하는비개별적이고획일적인존재일뿐”이다.그렇다면이치은작가처럼,인류는똑같은꿈을꾸는것이가능한상상아닐까.
남의꿈에몰래들어가는게가능하다
남의꿈에몰래들어가는게가능할까?그렇다면,무슨일이벌어질까?그리고꿈속에서꿈이가지를치고갈라지며새로운꿈을낳는다는설정이가능하면어떤일이벌어질것인가?이와같은(우화같은)가상의설정은,정형화된인류의존재와가치에대해전복된사유를선보일수있다.이치은의『비밀경기자』에서는그소재가‘꿈’이다.작가는꿈에관한여러설정을통해‘꿈’에대한상식적이고정형화된인식을깨뜨리려시도한다.
꿈의도서관을짓는것이가능하다
미래에어떤기술이있어,사람들의뇌속에담겨있는무의식속의꿈들을재생시켜이를저장하는것이가능할것이다.그러한상상력은「토털리콜」에서‘완벽하게멋진기억을만들어드립니다’라는상용화기술로탄생됐고,「마이너리티리포트」에서는‘미래의행위마저통제’할수있는제도로성립하였다.이치은의『비밀경기자』에서‘남의꿈에들어갈수있는소수인류의특별한능력’은바이오컴퓨팅기술에의해비즈니스가된다.이러한상상력이가능할것인가라는의문은접어둘수밖에없다.문학,영화,예술에서의상상력은과학기술에영감을주어온방식으로항상관계를맺어왔기때문이다.
꿈으로만직조된,미궁같은환상소설,직소퍼즐같은추리소설
“꿈의단편들이모여하나의거대한꿈-만다라를형성해간다.”
이소설에서화자‘나’는이치은이라는작가이다.‘나’가‘마음속의마을’의비밀을고백하면서이소설이시작된다.마음속의마을사람들은모두똑같은꿈을꾼다.그리고그때부터꿈의단편들이이어지는데,모든단편들과개별적인서사들은,거대한‘이야기판’의퍼즐한조각과같다.거대한‘이야기판’은작가가작품의맨나중으로돌렸기에,독자들이읽어나가면서추리적재미를맛볼수도,이해하는데에불편을느낄수도있을것이다.
『비밀경기자』의플롯은소설가인‘나’이치은을비롯한등장인물들이차례차례꾸는수많은꿈들사이에서복잡하게얽히고설킨다.그꿈을통해각각의인물들은‘나’는누구인가라는질문에봉착하는데,작가의상상력은“마을사람들이모두똑같은꿈을꾼다”라는도발적인명제에의해그보다한걸음더나아간다.
“추리와SF,환상코드로진행되는‘나’를찾아가는서사는개별적으로는실패할지모르지만,각각의‘나’들을넘어선차원에서는완결되지못한꿈의단편들이모여하나의거대한꿈-만다라를형성해간다.그과정은진지하면서도흥미진진하다.”(이수형,문학평론가)
거대한꿈의만다라를통해작가이치은은,“한사람의꿈은모든사람이가지고있는기억의한부분이다.”라는보르헤스의명제에도달코자한다.그것은개별자의몸짓이나이미지가고유한것이거나거룩한것이아니라는쿤데라의인식과도같다.
사진가가브리엘은‘꿈속의분기점에대한이야기’를듣고,꿈속에수많은분기점을만드는바람에그만거기서길을잃고현실로돌아오지못했다.실은,그이야기를전하도록한것은기억의천재인태정의음모였다.부자인폴은친구인가브리엘의의식을되찾도록애를썼지만그누구도성공하지못하였고,오직연인인플로랑스만은포기하지않았다.
플로랑스는작가인이치은을만나게되고,이치은은프로그래머조승구에게‘타인의꿈에들어갈수있는기술’이가능하냐고묻게되며,조승구는‘기적의바퀴’의회장인꿈의군주에게타인의꿈으로침투할수있는시스템을제안하게되며,꿈의군주는이시스템을통해‘꿈의도서관’을짓고자한다.꿈의군주는스스로이시스템을시험해서‘과거의꿈’을재생시켜보다가그만돌아오지않아도되는옛기억을떠올리고말아자살로생을마감한다.즉,아득한기억속에서미란다라는한소녀에대한끔찍한기억을떠올리고만것이다.
미란다는타인의꿈에침투할수있는능력을가진소수인류중의한명이었다.플로랑스는미란다를통해가브리엘의꿈속에들어가가브리엘의의식을다시되돌리고자하였다.미란다는플로랑스에게‘기억을잃을것’이라고경고했고,플로랑스는자신의기억을잃더라도상관없으며가브리엘의의식만돌아오면된다고하였다.결국,미란다의도움을받아가브리엘의의식속에들어간플로랑스는‘자신에대한기억’을잃고말며,가브리엘역시원래의‘나’가아닌다른존재,즉에브라르로돌아오게된다.
[줄거리]
서사의연쇄,그리고인물들의고리
옛날옛날폴이라는부자가살았다.폴은발튀스의<거울속의고양이I>를구입했다.폴은유아성도착증냄새가폴폴풍기는그그림을절친한평론가에게만딱한번공개했다.그후폴의개인소장이었던그그림의행방이묘연해졌다.꿈을잃어버린후폴은사진가가브리엘의사진을구입하여그림이걸려있던자리에걸어두었다.
옛날옛날꿈속의미로에서길을잃어버렸던가브리엘이라는사진가가살았다.어느날가브리엘은폴에게서어느날꿈속의분기점에대한이야기를들었다.가브리엘은폴에게서전해들은얘기대로꿈속에다수많은분기점을만드는바람에그만거기서길을잃고현실로돌아오지못했다.부자폴은최고의의사들을동원해그를깨어나게하려했지만그누구도성공하지못하고,단한명,그의연인이었던플로랑스만은포기할줄을몰랐는데……
옛날옛날포기를몰랐던플로랑스가살았다.세계적인고문서복원가로이름을날리고있던플로랑스는고문서복원가이기를그만둔후사진작가가브리엘과운명같은사랑에빠졌다.하지만사랑도잠시,가브리엘은기억의천재태정의계략에휘말려자신이손수세운꿈속의미로에서헤어나지못하게되었고플로랑스는그를꿈속에서구해낼방도를찾던중가브리엘의친구인이치은을만나게되었다.
옛날옛날이치은이라는소설가가있었다.그에겐폴과가브리엘이라는친구가있었다.가브리엘이건축가태정의간교에빠져제꿈속에갇히고난뒤,이치은은중학교동창이자<기적의바퀴>의수석프로그래머인조승구에게타인의꿈속으로들어갈방법이있는지물어보게되는데……
옛날옛날조승구라는천재프로그래머가살았다.조승구는가공의꿈을만들어사람들머리속에이식하는기술을세계최초로개발한<기적의바퀴>라는회사에다녔다.이치은은조승구에게혹시타인의꿈으로들어갈수있는기술이있느냐고물어보았고,조승구는그건불가능하다고말했다.하지만조승구는<기적의바퀴>의회장인꿈의군주에게타인의꿈으로들어갈수있는기술을제안하게되는데……
옛날옛날<기적의바퀴>를세웠던,꿈의군주가살았다.조승구에게서타인의꿈으로침투할수있는시스템제안을듣고꿈의군주는<꿈의도서관>을만들고자했다.하지만꿈의군주는자신의잊혀진꿈들을재생시켜보다가스스로생을마감했다.꿈의군주는아득한언젠가자신의기억에서감쪽같이지워진한소녀가나오는꿈을보았다.그소녀의이름은미란다였다.그미란다를,자신의잊혀진꿈속에서보자마자,돌아오지않아도좋았을기억이돌아오고야말았다.
옛날옛날야빈이라는이름의디자이너가살았다.야빈은부자폴로부터들었던기이한얘기,꿈속에갇히고말았다는사진가가브리엘에대한얘기와꿈속에서현실로튀어나온여인,미란다를연결해보았다.자신의꿈에똑똑히나타났었던,하지만분명현실세계에선그전에한번도만난적이없는그여자,미란다가어쩌면가브리엘을꿈속에서구해내는데도움을줄수있을지도모르겠다고생각했기때문이었다.야빈은난생처음K국으로향하는비행기에몸을싣게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