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표를부숴라.”_펠릭스가타리
『모두의혁명법』은프랑스철학자펠릭스가타리의저작인『분자혁명(LaR?volutionMol?culaire)』(1980)에수록된14개의강령에대한저자의화답과해설을담고있다.저자신승철은가타리가제시한14개아포리즘에대한사유를통해,이책에서제시하는‘분자혁명’이소수자운동,대안운동,생태운동이나아가야할책략임을밝힌다.
『분자혁명』이출간된1980년이라는시점은1968년혁명의탈주의흐름이제도화의길을모색하기시작한시점이었다.또,1981년미테랑사회당정부가수립되기직전무수히많은소집단과공동체의활성화가이루어졌던시점이었다고도한다.마치한국사회에서촛불집회와탄핵,문재인정부수립,생태계위기와기후변화시대의개막,탈성장담론의등장등을경유하면서,진보세력과대안운동이새로운길을모색하고부심하고있는지금의상황과도오버랩되는대목이기도하다.1980년대초그과도기와이행기에가타리는강령이라는색다른아포리즘을제시하였고,그미지의문자에아로새겨진무의식의행렬을탐색하는것이2019년이책의기획의도라고할수있다.
“분자혁명은전혀생각지도못했던색다른주체성이등장하여사회에돌이킬수없는영향을끼치는혁명이다.펠릭스가타리의『분자혁명』에서의14개의강령은소수자들이어떻게사랑과욕망을통해서세상을바꿀수있는지에대한전략을제시한다.”_저자
이책『모두의혁명법』의각장은펠릭스가타리의강령의문제제기들로서,이는마치간화선(看話禪)의화두와도같이우리를당황시킬특이한문제제기들로이루어져있다.가타리의강령에는분자적인잠재력을폭발시키고,예술,과학,혁명을촉발하고생산하는욕망을탐색하고있다.여기서욕망은생명에너지이자활력이며,지배질서와문명의잉여성과기표라는고정관념을넘어서는해독제이다.그래서“[강령2]욕망을하부구조쪽으로보내고가족,나,그리고사람을반생산쪽으로보내라.”라고말하면서철저히분열적인흐름으로서의욕망을전면에내세우면서도가족무의식과같은신경증적포획을벗어나기위한책략을구사하기도한다.그것은우리의욕망이만들놀랄만한변화의가능성,즉분자혁명,즉모두의혁명을촉진시키기위함이다.
그욕망은개인적인욕망에멈추는것이아니라,복수적인흐름에따라움직이는집합적배치를갖는것으로나타난다.“[강령6]현실적인복수성쪽으로미끄러져가라.”,“[강령11]자신만이나‘개인적으로’탈주하지말고사람들이도관을뚫고종기를제거하듯이탈주하라.”라고거침없이집합적배치를탈주에연루시키고흐름의해방으로향하게하라는것이다.여기서68혁명의현기증나는무수한소집단과공동체운동,생태주의등이떠오르는것은우연이아니다.가타리는그의강령을통해우리의무의식과삶,욕망을따라새로운삶의방식을만들어보자고거침없이제안한다.그리고아포리즘과같은화두는집합적두뇌를가진기계-인간의네트워크를예감하듯전대미문의문제제기의폭발시기를미리보여주는측면이있다.
지금이탈성장시대의개막이바로네트워크상의분자혁명즉,모두의혁명의격발에있음을직시하는것이기도하다.이제우리는『모두의혁명법』을통해미래진행형적인사유로서의가타리가남긴14가지의강령의윤곽을잡으면서,그가생각한분자혁명,네트워크혁명,모두의혁명으로나아가게된다.
[이책의구성및내용]
피에르펠릭스가타리(Pierre-F?lixGuattari)는1930년4월30일파리북서부의노동자계급지역이자파리코뮌이일어났던비예뇌브-레-샤블롱에서태어났다.그는소르본대학에서학사학위조차포기하고정신분석학적작업에매진하였으며,이미15살때부터정신과의사인장우리와함께보르드정신병원의설립을도왔다.그가아카데미에서벗어난것에대한계기를살펴보면,제도분석에서기계개념과배치개념으로이행하는과정과관련되어있음을확인할수있다.즉,형이상학,책임주체,의미화,기표,구조등의지적구조물로이루어진아카데미가실천적자율성의입장이아니라,자본주의의등가교환을가능케할고정관념의교두보라는사실을파악하면서완전한절단을수행한다.특히그의강령에서는기존아카데미의폐쇄되고코드화되며닫힌기계학을넘어서열리고자기생산하는기계-네트워크-에대한사상을욕망과기계의관계를통해서다루고있다.
가타리는1953년이후장우리가주도하여설립한보르드병원에서심리치료사로활동하였다.또한라캉이주도한격월세미나에도참여했다.그러나라캉이갖고있는무의식과욕망에대한태도에문제제기를하고뛰쳐나왔다.라캉에따르면구조는어쩔수없이개인의무의식을장악하고있으며,여기서벗어나면심각한분열증에사로잡힐수밖에없다고하였다.이를테면언표주체(말속의나)와언표행위주체(말하는나)의분열때문에안정감을찾기위해서는불변항의구조에의존해야한다는레퍼토리가그것이다.라캉은상상계에서거울을들여다보며분열되고흔들리는주체성이결국상징계라는불변항의구조에의해서장악되어정상화되어야한다고생각하였다.그러나가타리는이와달리구조를바꾸려는좌파기획이아니라,관계망이발생시키는자기생산적인조직양식인기계가변화를초래한다는사상으로나아간다.그리고가타리의14가지강령은이러한이행의과정에서의단상을유감없이담고있다.
하라!하라!
펠릭스가타리는장우리로부터심리치료사수련을받으면서,배치에대한기본적인구도에영감을얻었다.가타리자신이청년시절동안혼란스럽고분열되어있었기때문에악몽을꾸고장우리를찾아갔다.꿈내용을한시간동안찬찬히듣던장우리는“어느쪽으로돌아누워자지?오른쪽?왼쪽으로돌아누워자그럼될거야?”라는꿈내용과무관한꿈자리에대한이야기를하였다.이를사소한것으로보지않았던가타리는이후에배치(agencement)라는개념을만들게된다.즉,언표행위주체와언표주체의분열을끝장낼‘언표행위의집단적배치’라는개념이그것이다.가타리의사상은가족성좌를불변항의구조로보지않고유한하고망가질수있고찢어질수있는배치로보면서배치에대한재배치의미시정치를추구하는방향으로향한다.
이후1968년이진행되고있는과정에서가타리는지인들의소개로들뢰즈를만나게된다.아카데미에서30년동안철학사만파오던들뢰즈에게가타리와의만남은이제까지경험해보지못했던색다른사유의계기가된다.다양한활동을해온가타리의사상적인구도를귀담아듣고들뢰즈는공동저작인『안티오이디푸스』라는책으로그것을구체화할수있도록도왔다.이책,『안티오이디푸스』는프로이트-라캉에이르는노선에반대해서스피노자-라이히에이르는노선을계승한저작으로평가된다.펠릭스가타리의강령은가타리의독자적인이론적위치를잘드러내보인다.가타리가들뢰즈의부속물로간주되는이유는들뢰즈가학문적아카데미즘에더적합한인물이며,가타리가지식인이라기보다는제도권에서받아들이기어려운혁명적실천가로간주되기때문일것이다.그리고혁명적인그의사상을잘확인해볼수있는것이바로이강령의내용이다.
가족주의전망을넘어선복수의욕망으로
강령에비추어생각해보면가타리는욕망의야성성이바로자율성이라는생각을가진욕망의자율주의로분류될수있다.그는광기해방운동이욕망의야성성을되찾기위한운동이며,색다른생각과색다른삶의방식을추방하기위해서자본주의문명이광기에대한목록을세분화하고배제하여왔다는점을지적한다.예를들어어떤사람이가족주의전망을전혀갖지않는청년일수도있지만,정신분석은이를가족으로환원하려들것이다.가타리는반정신의학을개괄하고기호론을언급하면서,자본주의의고정관념과고정된격자-기표-로욕망을사로잡는모든행위가정당화될수없다는점을주장한다.자본주의는등가교환을위해서공동체로부터낯선타자를만들었고,이에대해서‘책상은책상이다’라는기표적질서를통해서이러한문명의정상영업상태의삶을유지하려고한다.이에대해서심리학,정신분석학,정신의학은함께공모한다.결국대중의욕망의야성성은기호-흐름이라고일컬어지는냄새,음악,색채,몸짓등지극히동물적인기호인비기표적기호작용에접속하여고정관념에맞서는것을통해서가능하다고가타리는『분자혁명』의강령에서언급하고있다.
강령이후저작에서가타리는기표에맞선도표를주장하는데,기표가자본주의의고정관념이라면도표는고도로조직되어있으면서도자유로운기호작동을의미한다.기표화된자본주의를넘어서기위해서어떤방식으로기호를순환시켜야하는지에대한가타리의모색이이강령에숨어있는데,아직까지도표라는개념으로전진하지못한상황을드러내보인다.1992년8월29일보르드병원에서의가타리의죽음은바로강령의기획이끝나는지점이었지만,사실은강령의기획을자신의마음속도표작용으로갖고있었던가타리의미완의기획의시작이기도하다.그리고이제비로소가타리의강령을통해서고도로자유로우면서고도로조직되었던혁명가가타리의마음속기호작용에접속할수있게되었다.그는영원한미래진행형적인사유로서의강령을남겼던것이다.
[펠릭스가타리의14개강령]
강령1욕망을조만간사라질주체적상부구조로생각하지마라.
강령2욕망을하부구조쪽으로보내고가족,나,그리고사람을반생산쪽으로보내라.
강령3신경증과가족에의한무의식접근법을포기하고,가장특정한분열적과정의무의식을욕망하는기계의무의식을택하라.
강령4독재전체가지닌상징적인완전한대상에대한강제차압을단념하라.
강령5기표를부숴라.
강령6현실적인복수성쪽으로미끄러져가라.
강령7인간과기계모두를쫓아내는것을멈춰라,인간과기계의관계는욕망그자체를구성한다.
강령8색다른논리,즉현실적욕망의논리를촉진시키고,구조에대한역사의우선성을정립하라.상징주의와해석에서벗어난색다른분석을촉진시키고,지배질서의의미작용의전투주의를해방할수단을제공하는색다른전투주의를촉진시켜라.
강령9언표행위의주체와언표주체사이의단절을초월하는언표행위의집합적배치를인식하라.
강령10권력의파시즘에대해,욕망으로,욕망기계로,그리고무의식적사회적장의조직으로인도하는,능동적이고적극적인탈주선을대립시켜라.
강령11자신만이나‘개인적으로’탈주하지말고사람들이도관을뚫고종기를제거하듯이탈주하라.
강령12흐름을가로막고수로화하려는사회적코드들아래로흐름을통과시켜라.
강령13국부적이고미세한욕망의입장에서출발하여점차자본주의체계전체를문제삼아라.
강령14흐름을해방시켜라,책략에서항상앞서가라.
[책속으로이어서]
소수자운동이나생태운동,대안운동은어떤방식으로실천을해야하는가?변증법이미리전제하고있는사회자체에대한복원즉사랑을통한배치와판의복원으로부터시작하여야할것이다.그런점에서사랑이곧혁명이다.바로연결망을만들어나가는소수자되기의실천을하는것으로부터출발해야하는것이다.즉,사랑이획기적인사건이나혁명적순간이되어버린통합된세계자본주의문명에서는소수자와사회적약자,주변인,불안정한노동자등을사랑하는되기(becoming)의실천을통해서야만연결망은생성될것이기때문이다.-386쪽
무의식해방은욕망을스스로말하게할때시작될것이다.또한무의식해방은소수성을공동체가풍부해지는특이점으로볼때시작될것이다.무의식해방은분자혁명을통해엄청난상냥함과사랑의부드러움이공동체에순환할때시작할것이다.분자혁명의메시지는서로연결된자연,사회,마음에서시작된작은변화가돌이킬수없는사회화학적변화의초석이되리라는실천성에기반한다.가타리의강령은분자혁명을구체화하기위한하나의책략이며,전략적지도제작이다.그래서강령은책략에서앞서갈수있는분자혁명으로귀결된다.-4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