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사유 (식물 존재에 관한 두 철학자의 대화)

식물의 사유 (식물 존재에 관한 두 철학자의 대화)

$18.00
Description
페미니즘 철학자와 식물성의 철학자의 만남
32편의 편지에 담아낸 식물 세계를 통한 사유
페미니즘 철학을 대표하는 루스 이리가레와 식물성의 철학을 선보이는 마이클 마더가 16개 주제를 담은 32편의 서신 교환을 통해 나눈 철학적 사유 『식물의 사유』. 이 책은 각기 ‘페미니즘(성차) 철학’과 ‘식물의 철학’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자신만의 독창적 사유를 전개해 온 두 철학자가 ‘식물 존재’를 통해 자연과 문화, 물질과 정신, 감각성과 초월성, 주체와 타자, 여성과 남성, 비인간과 인간 등 서구 형이상학을 지배해 온 이분법과 동일성의 사유를 넘어서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2013년 11월부터 2014년 말까지 일 년 남짓 열여섯 개의 주제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편지로 교환한 것이 책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일 년은 사 계절의 순환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SNS와 이메일의 시대에 우편을 통한 편지로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 자체가 식물의 발아와 성장과 개화와 결실의 시간을 닮으려는 저자들의 생각을 반영한다.

이 책은 철학자 두 사람이 나눈 편지를 엮은 것이다. 따라서 철학적 개념과 사유이 동원되지만, 전문적인 철학 서적에서는 만날 수 없는 생생한 개인적 체험을 들려준다. 루스 이리가레는 박사학위 논문을 책(『검경』, 1974)으로 출판한 뒤 라캉 정신분석학교에서 추방당하고 파리 뱅센 대학의 교수직에서 쫓겨났다. 그녀가 어떻게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었을까? 교통사고를 당한 후 요가 수업에서 배운 호흡법이 어떻게 그를 인도 철학으로 이끌었을까? 감각과 영혼을 결합하려는 그의 노력이 어떻게 매일의 시 쓰기로 나타났을까? 우리는 이 책에서 그녀의 철학적 사유와 결합한 내밀한 독백을 들을 수 있다.

마이클 마더는 뿌리 뽑힌 이민자로 세계를 떠돌아다니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집 마당에서 식물이 뿌리 뽑히는 것을 보고 내면의 무언가가 복구될 가망 없이 영원히 상실되었음을 느낀 것이나, 빙설폭풍이 오타와 시에 불어 닥쳤을 때 도시적 삶의 취약성을 몸소 체험한 것이 어떻게 식물성에 대한 철학적 사유로 이어졌는지를, 우리는 알 수 있다. 철학을 삶의 맥락과 감각적 경험으로 다시 데려오는 이런 글쓰기를 통해 우리는 사유의 장소성과 신체성을 느낄 수 있다.
저자

루스이리가레

LuceIrigary
벨기에출신페미니스트철학자이다.자크라캉의정신분석학세미나에참여하여정신분석수련의과정을밟았지만,『검경(SpeculumoftheOtherWoman)』(1974)출간이후,파리프로이트학회로부터파문당하고재직중이던파리제8대학에서도쫓겨났다.남근로고스중심주의를벗어나성차를사유한『성차의윤리(AnEthicsofSexualDifference)』(1984),『하나이지않은성(ThisSexWhichIsnotOne)』(1985)등을집필하여‘성차페미니즘’의이론적기반을제공했다.주요저서로는성차의문제를민주주의와연결시킨『민주주의는둘사이에서시작한다(DemocracyBeginsBetweenTwo)』(1994)를비롯하여『동양과서양사이(BetweenEastandWest)』(1999),『둘로존재하기(ToBeTwo)』(2001),『세계를공유하기(SharingtheWorld)』(2008)등다수가있다.

목차

서문 5

1부루스이리가레
프롤로그
1식물세계에서피난처찾기
2생명을망각한문화
3보편적호흡을공유하기
4원소의생성적잠재력
5계절의리듬에맞춰살기
6자연존재의놀라운다양성의복원
7우리의감각지각을키우기
8인간동반자에게향수를느끼기
9인간들사이로돌아가는위험을무릅쓰기
10자신을잃고자연에게다시도움을요청하기
11숲에서다른인간을만나기
12어떻게우리의살아있는에너지를키울지생각하기
13몸짓과말은원소를대체할수있을까?
14자연속에혼자있는것에서사랑안에서둘로존재하는것으로
15인간되기
16만물사이에서생명을키우고공유하기
에필로그
주석

2부마이클마더
프롤로그
1식물세계에서피난처찾기
2생명을망각한문화
3보편적호흡을공유하기
4원소의생성적잠재력
5계절의리듬에맞춰살기
6자연존재의놀라운다양성의복원
7우리의감각지각을키우기
8인간동반자에게향수를느끼기
9인간들사이로돌아가는위험을무릅쓰기
10자신을잃고자연에게다시도움을요청하기
11숲에서다른인간을만나기
12어떻게우리의살아있는에너지를키울지생각하기
13몸짓과말은원소를대체할수있을까?
14자연속에혼자있는것에서사랑안에서둘로존재하는것으로
15인간되기
16만물사이에서생명을키우고공유하기

에필로그
주석
옮긴이해제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식물성에대한새로운철학적사유를시도함으로써
인간과식물의창조적만남을확장하다

기존철학서사를뒤흔들고확장된감수성을깨우다

이책은인간중심적형이상학에서경시되어온자연과식물,그리고이들에게서흘러나오는생성적에너지를다룬다.우리에게는식물성에대한철학적사유가낯설다.하지만,두사람의철학적지평에서필연적으로만나게된새로운철학적사유는인간과식물의창조적만남을그린다.
서문에서이리가레는“우리가이책을함께쓰게된것은현재자연과생명이처한상황에대한우려때문”이라고밝히고있는데,사상적근원으로거슬러올라가식물존재를통해새로운사유의지평을열려는문제의식이이지적대화의밑바탕을형성하고있다.
그런데,왜하필식물이현재자연과생명이처한위기에대한진단과대안모색의핵심으로간주되었을까?인간중심주의가지구환경파괴와생태계위기를낳은원인이라는반성이일면서동물과동물권에대한관심이현대담론의뜨거운주제로떠올랐지만,식물에대한논의는제대로이루어지지못했다.식물은가장미발달된생명존재이고,생산의원자재이자바이오연료로치부되어왔을뿐,인간이그일부를이루는생명의토대로이해되지못했기때문이다.그러므로식물적존재로돌아가는것은생명의근원으로돌아가생명과연대하는사유의가능성을길어올리는것이다.생명의에너지를키우고나누는새로운사유와삶의방식은생태지향성을당연히함축하고있다.하지만,이생태지향성은그것을가로막는사유체계와사회경제체제의해체와극복을전제하지않을수없다.철학자로서이리가레와마더에게이작업은서구형이상학을극복하는일과깊이연동된다.

식물은자라고변하고생성하는존재이다!
-하이데거를경유하여그리스철학으로돌아가다

이리가레와마더두사람모두에게서구형이상학을넘어서는길은하이데거를경유하여소크라테스이전그리스철학으로돌아가는것이다.이리가레는인도철학과불교철학에서그리스철학과접속하고그것을보완할사유의가능성을찾기도한다.하이데거는만물을조율하는하나의통일된원리를설정하는로고스중심주의가출현하기전,스스로생성하는존재들로자연을바라보았던초기그리스철학에서존재망각을넘어설수있는사유의단초를발견했다.하이데거가초기그리스철학에서읽어낸‘퓌시스(phusis,자연)’는죽어있는고정된물체가아니라‘스스로자라고변화하는물질’이다.하이데거의용어로퓌시스는시간과공간속에자신을‘나타내는(appearing)’존재사건이다.자기안에성장의잠재력을지닌살아있는존재가‘퓌시스’라면,이퓌시스의속성을가장잘보여주는존재가다름아닌‘퓌톤(phuton,식물)’이다.퓌톤은퓌시스의축소판이다.다른무엇보다식물은‘자라는존재’이기때문이다.한곳에뿌리박힌채이동과변화가불가능한존재로간주되었던식물에게서‘자라고변화하고생성하는존재’로서자연의원형적모습을발견한것이자연과인간의관계,인간안의자연과인간밖의자연의관계를새롭게읽어낼길을열어주었다.
고대그리스인들에게우주를구성하는4원소로알려진물,불,흙,공기는생성적잠재력을지닌살아있는물질로서지구생명체의필수적인요소이자만물의뿌리로간주된다.인도자이나교는여기에식물을제5원소로추가한다.식물은생명을선사하는4원소들을모으는존재이자,이원소들에게적당한양의햇빛과습기와미네랄과공기를제공함으로써원소들에게영양을공급하고활력을불어넣는다.생명이싹트고자라고자신을표현하기위한활력과잠재력을유지하려면,4원소사이에적절한비율이유지되어야한다.서구문명은4원소중에서불에특권적위상을부여하여다른원소들을불에복속시켜왔다.불은물질을연소시켜에너지를추출하는문명의원천으로서,생명자체가안에서타오르는거대한불길로이해되었다.그러나고대그리스인들은불의창조적잠재력을인정하면서도그것을적절히조절해야한다는겸손을잊지않았던반면,현대인들은절제감각을잃고문명자체를통제불능의대화재로만들어왔다.
이리가레와마더는4원소중에서물과공기,그중에서도특히공기의중요성에주목한다.공기는생명체가숨쉬게해주고,물질들사이에이동을보장해주는보편적공유물이다.또한공기는신체의물질성이영혼의섬세함으로옮겨갈수있게해줌으로써대지와하늘을이어준다.그러나공기는그자체로눈에보이지않고손에잡히지않는유동적물질로서여성적-모성적이다.하이데거에게서도공기는사유되지않은채남아있다.이는여성적-모성적차이에대한망각과억압이작동하고있기때문이라는것이이리가레의생각이다.인간이세상에태어나가장먼저수행하는자율적신체활동이숨쉬기이다.인간에게숨쉬기는식물의뿌리내리기와같다.그러나“서구적정신을추동한것은밖으로내쉬는순간을지연함으로써공기를지배하고,주체성이라는신체없는숭고한폐속으로가급적많이들이마시고외부세계와호흡을공유하는것을막으려는욕망”이었다(마더).그결과근대서구인은자신의숨을없애버렸다.그는“자신이이룩한기술적성취를경이의눈으로바라보느라숨을헐떡였고,그성취가뿜어내는매연으로질식상태에빠졌다”(마더).그러나안과밖사이에참된공유가일어나지않으면숨을쉴수가없다.들숨과날숨은생명의기본리듬이다.이잃어버린생명의리듬을되찾기위해이리가레와마더두사람모두호흡에주목한다.인도의요가호흡법은수행을통해우리의몸이“공기가흐르는관”이되게하려고한다.그것은줄기와잎사귀로,아니온몸으로숨쉬는식물의호흡을닮았다.

식물은더불어자라는공동체이다!
-문화는자연의경작이어야하지분리나지배가아니다

호흡뿐만이아니라인간은식물로부터자연과더불어성장하는존재양식과자세를배울수있다.마더가뉴욕에서박사과정을밟던시절비좁고누추한아파트뒷마당에서만난한그루나무는‘더불어자라는공동체’의표상으로남아있다.
그자체로이미하나의생명의왕국을이루는한그루나무와그런나무들과풀들과꽃들이다른생명체들과함께어우러져자라는숲에서,혹은숲옆에서,인간은내부의자연과외부의자연을분리시키지않고,생명의원소적토대를이루는햇빛과공기와물과땅과신체적·감각적교감을나누며,인간으로서자신의고유한성장의과제를이루어낸다.식물존재주위에서인간사회와정치공동체가무르익을수있다.자연과의분리에서인간적탄생을찾지않고자신에게주어진자연적속성(naturalbelonging)을문화적으로키워내는것이‘인간되기’의과제가된다.문화(culture)는자연의경작(cultivation)이어야하지자연으로부터의분리나단절,혹은자연의지배와정복이되어서는안된다.“한인간이되는것은특별히인간적이라고여겨지는생명의내적표현이점차드러나고,그과정에서개별적존재로서우리각자에서,그리고인간으로서인간에서자기자신이되는것이다”(마더).이문장은마더의것이지만이리가레도공유하는‘인간생성’의원리이다.
두사람이공통적으로그리스비극의여주인공안티고네에서발견한것이국가의법에맞서생명을지키고돌보는윤리이다.안티고네가죽은오빠의장례를치러주려는것은국가에맞서가족의가치를옹호하는것(헤겔)이아니라오빠의시신을땅에돌려주려는것이다.그녀의애도작업은땅에서분리되지않은사람만이취할수있는윤리적자세이다.그것은‘여성적’이다.
성차의철학과식물철학은어떻게만나는가?
-성차화는섹스와젠더라는페미니즘의낯익은구분을가로지른다

이리가레에게자연적존재로서인간은‘하나’가아니라‘둘’이다.퓌시스자체가최소한‘둘’로존재하기때문이다.물론이‘둘’은하나로환원되지않고‘다수’로열릴수있다.성차(sexuatedifference)는동일한성적정체성을취하지않는두주체사이의환원할수없는비대칭적차이이다.차이는간극을전제한다.하이데거와달리존재는“하나가아닌성”이다.다른성과의사이에간극을지닌성적존재는다른성으로흡수되지않고자신의고유한성적특성을신체적욕구와관계적욕망에서,감각적경험과영적표현에서,사적관계와정치영역에서키워야한다.이작업이‘성차화’혹은‘성적되기(sexuation)’이다.남성과여성은각기다른자연을타고난성적존재로서자기안의자연의리듬에가장잘어울리고그것을키워줄수있는문화질서를만들고향유할성적권리를지닌다.성차화는자연적소여로서의‘섹스’와문화적구성물로서의‘젠더’라는페미니즘의낯익은구분을가로지르고뛰어넘는다.참된의미에서인간이되는것은성차화된존재가되는것이다.페미니스트철학자로서이리가레는동일자남성으로환원되지않고자신의성적특수성을키우고표현하는여성적문화를꿈꾼다.기묘하게도그것은식물성과공명한다.이리가레가식물의철학자마더에게대화를제안한이유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