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돌보는 시간 (백지영 소설)

고양이를 돌보는 시간 (백지영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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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만, 쉬이 보이지 않는
상처받는 타인들과 그 속에 숨겨진 나, 너, 우리의 이야기
『고양이를 돌보는 시간』은 노인, 장애인, 경제적 약자, 외국인 등 실존의 자리를 잃어버린 약자들의 이야기다. 이 소설의 표제작「고양이를 돌보는 시간」에는 집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혼사가 무산된 개인과 그 개인을 둘러싼 가족의 모습이 나타난다. 극 중 ‘나’의 오빠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어엿한 공기업에 인턴으로 취직해 한 여자와 결혼을 전제로 알콩달콩한 연애를 한다. 그러나 여자의 부모는 남자의 전공, 직업, 미래 등 그 어느 하나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남자의 집안을 “별 볼 일 없는 집안”으로 평가한 여자의 부모님은, 이들이 헤어지는 결정적 원인이 된다. 헤어진 후, 예상치 않게 직장에서도 해고당한 남자는 그 충격으로 방황한다. 아들의 이런 모습을 본, 엄마는, 아빠는 그리고 동생인 ‘나’는 결국 어떤 선택을 할까. 이들의 “몰락”은 개인의 탓인가? ‘고양이’를 찾는 화원 직원인 ‘나’는 이 모든 상황을 직ㆍ간접적으로 관찰하며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지만, 녹록지 않다. 이들을 내몬 것은 과연 무엇일까?
저자

백지영

1973년서울에서태어나세종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2007년강원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곰탕」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1년서울문화재단창작지원금을수혜했으며,세종대에서문학과영화등을강의했다.
작품집으로『피아노가있는방』(2012),장편소설로『나의노열패밀리』(2018),『내황홀한옷의기원』(2020)등이있다.

목차

언니를위하여
저푸른초원위
노란리본
고양이를돌보는시간
바람부는날
그봄날의당신
금연
온달이빵

해설/소유의세계_김영임(문학평론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백지영의인물들안에서
모두의모습을만나게하는것.
그것이이소설이만들어내는윤리의자리다!”
(김영임/문학평론가)

[들어가며]
섬세한일상의언어로,우리사회의차별과소외의풍경을톺아내다
“간결하고정감있는문체로일상의사건들을맛깔나게그려내던”(김승구/세종대교수)백지영의신작소설『고양이를돌보는시간』이발표되었다.2007년강원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한백지영은첫작품집『피아노가있는방』(2012)을통해“가장가까운이들에게버림받은사람들의고통스러운내면을집요하게탐색”(고인환/평론가)하여,‘착한소설’의역습이라는문단의평을꾸준히받았다.이후장편소설『나의노열패밀리』(2018)를통해“가족소설의문법을바꾸”었다는평을들으며“어떻게살아야할지아무도가르쳐주지않고질주하는사회”와“그속에서암중모색하는사람들의이야기”(서경석/평론가)를썼다.최근작『내황홀한옷의기원』(2020)에서는“속도감있는사건전개와강렬한시각적이미지”를감각적으로보여주며,시대를긴장감있게오고가는상상력을드러냈다.(김승구/세종대교수)
신작『고양이를돌보는시간』에서백지영은“사회가요구하는소유의정량에미달하는인물들의이야기”를들려준다.“자본과개인의문제부터다수와소수사이에발생하는불균형의틈새에서체념과저항사이를오가”는이들의이야기는사회의구조속에“상처받는”개인과가족의여정을날카롭게포착하면서도,따뜻하게그려낸다.백지영은이번작품을쓰면서“눈과귀와오감을열어”사람과세상을보는눈이한층더깊고무거워진스스로를발견한다.“평범한문장들과익숙한서사를택하면서도”(김영임/평론가)사회의숨겨진소외와차별의문제를발굴하여,때론극적으로때론담담하게드러낸다.독자들은백지영의인물들안에우리모두의모습을만날수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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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쓰레기주변을맴도는고양이의울음,길에넝마를깔고누운노숙자,타워크레인에올라간시위대의외침.그리고노란리본이가득한광장……실존의자리를잃어버린이들의체념그리고저항

백지영이『내황홀한옷의기원』이후2년만에내놓는단편소설『고양이를돌보는시간』은노인,장애인,경제적약자,외국인등실존의자리를잃어버린약자들의이야기다.이소설의표제작「고양이를돌보는시간」에는집안이마음에들지않는다는이유로혼사가무산된개인과그개인을둘러싼가족의모습이나타난다.극중‘나’의오빠는대학을졸업하자마자어엿한공기업에인턴으로취직해한여자와결혼을전제로알콩달콩한연애를한다.그러나여자의부모는남자의전공,직업,미래등그어느하나도마음에들어하지않는다.남자의집안을“별볼일없는집안”으로평가한여자의부모님은,이들이헤어지는결정적원인이된다.헤어진후,예상치않게직장에서도해고당한남자는그충격으로방황한다.아들의이런모습을본,엄마는,아빠는그리고동생인‘나’는결국어떤선택을할까.이들의“몰락”은개인의탓인가?‘고양이’를찾는화원직원인‘나’는이모든상황을직ㆍ간접적으로관찰하며자신의삶을꾸려나가지만,녹록지않다.이들을내몬것은과연무엇일까?

소유의사회에서약자로산다는것,
타인의시선과세상의요구로무력해지는일

결혼이라는사회제도앞에자본주의사회에서취약한계층이기때문에사랑도일도잃게된「고양이를돌보는시간」의‘오빠’,노년이자여성의정체성으로사회에서불투명한존재로살아가는「언니를위하여」의문여사,치매라는병으로이웃에게삶과존재의긍정적가능성과의지를박탈당한「바람부는날」의수분엄마,어려서부터“바보같은놈”으로불린‘용식’과외국인이라는이유만으로일거수일투족을의심받는「그봄날의당신」의용식의아내,러시아출신의“노랑머리”아내와열악한환경에서살아갈수밖에없는충호등백지영소설의인물들은,‘소유’라는절대적가치로사람을판단하고,서열화하는자본주의시대에가장낮은곳에있는다양한이들의복잡다단한얼굴을드러낸다.

미래의가능성을차단당한이들의생존법,
체념하거나저항하거나

백지영의소설에등장하는“사회가요구하는소유의정량에미달하는인물들”(김영임/문학평론가)은소유의사회에서어떻게살아갈까.경제적약자로내몰린사람들이할수있는선택은그러나,많지않다.거대한자본에휩쓸리는상황에서순응하는것은어쩌면이들이할수있는가장자연스러운반응이다.대부분이들은타인의편견어린혐오의시선에순응하고만다.「고양이를돌보는시간」에서오빠도,엄마도,가족도사라진집에혼자남은‘나’가지킬수있는자리는많지않다.고양이루비를데려와모든가족들을모을수있지않을까,“금수저들이쌓아놓은세상의난공불락중하나쯤은깰수도있지않을까”상상하는것이저항의전부이다.여자친구혜원을위해서이번에는반드시서울로인사발령을받아야하는「금연」의주인공‘나’는금연에최적화된방을적극적으로찾아나서고,상사에게애원도해보지만결국인사이동은다른사람의몫이된다.“타히티같은소리하네.지금정신이있어?”라는여자친구의말은아무리발버둥쳐도바꿀수없는,소유에미달한인간의답답한현실과이속에서살아가는이들의쳇바퀴같은무력감을보여준다.

그럼에도연대의희망은존재한다

그러나작가는인물들의이야기를거기에서멈추지않는다.「노란리본」의‘슬기엄마’는적어도시댁부모님들보다는광장에서아픔에가진이들에게공감할줄아는인물이다.그러나‘제2의사라장’을꿈꾸던슬기가바이올리니스트가아닌만화가가되고싶다는말즉,자신의모든것을포기하고선택한자녀의장밋빛미래가아스라질때결국,그녀도각자도생의사회에서내삶,내자식,내가족의삶이제일순위인평범한한국사회의부모가되고만다.사회의아픔보다내아이의평탄한미래가더중요한그녀는그러나,.아이를놓친광장한가운데서,슬기의연주를통해아픔을겪은이들의마음이어루만져지는것을보고,비로소아이의머리에서나풀대는“노란리본”을“세상에서가장특별한것”이라고생각하게된다.
「저푸른초원위에」의종구는“밸도없이”주인집영감에게마음을주는엄마‘공주댁’이답답하다.“김사장의똘마니노릇”을하며한푼두푼모은돈으로새아파트를장만했지만,엄마는아파트엔전혀관심이없다.결국홀로아파트에들어가엉엉울던종구는,일하는마트앞거적때기속에서살아가는충호와그의외국인여자친구나타샤를“새집”에거둔다.
노인은물론,여성노인의욕망에전혀관심없는사회에살면서다른방식으로자신의노년을만들어가는「언니를위하여」의문여사는자기가‘딸’이라여기는극중‘나’의통장엔“손도대지않고”어딘가로떠났다.누구도예상치못한,그러나가장문여사다운“젊음의묘약을”찾아나선이여정을통해우리는,외면했던노인의욕망을들여다본다.사회가차단하고,주목하기를거부하는무기력한노인의모습이아닌,낯설고불편한결말로‘노인’의대한편견가득한우리의문법을비튼다.

작가는이러한소설속인물들을통해내몰려도끝까지버티고마는모습,어설프지만서로연대하며아픔을공유하는모습,죽일듯이미워하고부정해도결국인간적인마음을내버리지못한약자들의연대라는옅은희망의가능성을놓치지않는다.작가는독자에게소설속상처받는인간들의모습을통해,“우리모두의모습을만나게”함으로써우리사회에‘소유’와인간적삶에관한문제를주목하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