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망루

밤의 망루

$13.00
Description
“밤이군. 사방이 밤의 소리들로 가득해.
낮의 소리와 사뭇 다르지. 비밀이 열리는 소리기도 해.”

배이유 작가 8년 만의 신작 소설집
2022 부산소설문학상 수상작 「소리와 흐름」 수록
오랜 침묵을 깨고 배이유 작가가 신작 소설집 『밤의 망루』로 돌아왔다. 2016년 제16회 부산작가상을 수상한 『퍼즐 위의 새』(2015) 이후 8년 만이다. “부산에서 활동하면서 매우 탄탄하게 작품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는”(《국제신문》) 배이유 작가의 신작 『밤의 망루』에는 2022년 제27회 부산소설문학상 수상작 「소리와 흐름: 록의 부치지 못한 노래」와 2018년 제10회 현진건문학상 추천작 「검은 붓꽃」을 비롯한 일곱 편의 소설들이 담겨 있다.

『밤의 망루』에서 배이유는 ‘자유’에 관해 말한다. 일곱 편의 소설은 저마다 자유를 향한 의지를 품고 있다. 그런 자유에 대한 의지는 물의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물에서 비롯되는 ‘흐른다’, ‘흘러간다’, ‘부드럽다’, ‘유연하다’, ‘지나간다’, ‘스친다’, ‘젖다’, ‘적신다’라는 말이 빈번하게 변주되며 등장한다. 자유로움을 나타내는 물은 갇히지 않으려는, 끊임없이 흘러가려는 속성을 가진다. 이슬이나 비나 눈(目과 雪)의 물은 결국 자유를 꿈꾸며 바다로 흘러 나아간다. 작가는 이번 소설집이 종이, 돌멩이, 나뭇가지, 색유리, 털실, 모래 등등의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시간의 조각배에서 흔들리는 삶의 파편들’의 모자이크라고 말한다. 그 삶의 파편들 속에서 독자들은 자유를 갈망하고, 고뇌하고, 상실한 인물들을 통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배이유

논산과진해에서유년시절을보내고,문자를깨친이후로오랜시간부산에서살아왔다.2011년《한국소설》에단편소설로등단.한국문화예술위원회창작기금상으로2015년소설집『퍼즐위의새』를발간했다.첫창작집으로2016년‘부산작가상’을수상했다.2021년뉴욕의문예지《TheHopper》에단편소설「압정위의패랭이꽃」이‘TheLastDays’로번역(양은미)게재.2022년「소리와흐름:록의부치지못한노래」로‘부산소설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검은붓꽃

홍천

보이거나,보이지않거나

밤의망루

옛날에농담이있었어

소리와흐름

멈춘다흐른다

출판사 서평

망루에한번올라오면다음주자가정해질때까지
아래로내려가땅을밟을수없었다.그게파수꾼의운명이었다.

표제작「밤의망루」는,작가가프란츠카프카의『성(城)』을오래마음속에어떤이미지로품고있다가쓴소설이다.「밤의망루」에서는고독한망루에홀로서서거대한성을지키는파수꾼의모습이그려진다.그는언제끝날지알수없는임무를안은채,어떤지시가내려질때까지홀로성을지켜야만한다.작가는이를두고“불가항력의본연적임무에관한이야기”라고말한다.작가는“아무것도없는빈땅,안개로휩싸인적막한공간에발을딛으며헤맸다.오리무중.추상에서구체화하기까지의과정에서시간이걸렸다”고술회한다.매일같은공간에서같은일상을반복하던파수꾼의삶은,한여인의등장으로,그리고그녀의탈주로요동치게된다.파수꾼과같이매일반복되는일상을살아가던그녀는어디로간것일까.그리고그런그녀가파수꾼에게남긴것은과연무엇인가.망루위의파수꾼은앞으로어떤선택을할것인가.

“네인생의마무리는멋지게환상적으로할수있도록내가도와줄게.자,들어봐.”

작품집의문을여는「검은붓꽃」은몸의소리를애써부정하고가두려던시대의이야기이자,그런시대를살아온한여성의모습을담은소설이다.자신의감정을그대로드러내는것을어리석고수치스러운일로여기고,무엇보다두려워하던그녀는어느날문득,자신의성기를들여다보게된다.“깊숙이감춰진성기를드러내어똑바로바라보긴처음이었다.”점차그녀는자신의‘몸의소리’에귀를기울인다.그리고자신의지난세월을되돌아본다.혐오스러운기억으로남은첫키스의추억,초경의기억,군대에서첫휴가를나온남자친구가실망스러운표정으로돌아섰던마지막모습까지…….“언제나꽃피우지못하고스러졌”던로맨스를떠올리며,그녀는씁쓸하게웃는다.작가는한사람안에고착된고정관념에대해말하고싶었다고전한다.대부분의사람들이사회의관습적인시선을자기것으로내면화해서그것을실체라고믿는오류를저지른다.특히그동안여성들은자기신체의주인노릇을못한경우가많았다.작가는질문한다.과연지금은자기자신의주인으로서살고있느냐고.

마지막으로서로에게하루를선물하는건어때요.

작품집의두번째이야기,「홍천」은어느해여름,장의차처럼검은차를탄네사람의모습을그린다.그날서로처음본그들은,가짜이름이나인터넷아이디로에둘러자신을소개하고는강원도홍천으로가는차에동승했다.전혀모르는네사람의마지막자살여행이었다.저마다의이유로생을등지기위해모인이들이최후의만찬을가진후마침내계획을실행하려던그때,한사람이제안한다.“바로옆의내린천이래프팅으로유명하답니다.(……)같이해보죠.하루만더사용해봐요.”죽음을향해모인이들의여정은아직끝나지않았다.

작가는언젠가홍천에가본적이있는데,그곳에가기전부터어떤정보도없었음에도‘홍천’이란장소로소설을쓸것같다는예감이들었다고말한다.그리고실제로그곳을둘러보며어떤이야기가자신안에자연스럽게들어왔다고회고한다.마치이야기가“물흐르듯이내안에서흘러나와소설속주인공들이알아서자기길을만들어간것이다.”

당신이죽었으면좋겠어.당신이회복되지않고죽기를바라.

「보이거나보이지않거나」는겉으로는평화로워보여도속으로는전쟁을치르고있는부부,조금더정확히는상운의아내‘이순’의이야기이다.한때는그들에게도“서로의심장에도반짝하고불이켜지던순간이있었다.”그러나지금의이순과상운은“각자다른별”이되었을뿐이다.어느날상운이이순을위한선물로사들고온어항속물고기를보는것이,이순은너무나고통스럽다.상운은이순이아껴가꾼화분들에제멋대로물을줘버린다.등등.넓지도않은집안에서이순은“이순은어디로가야할지방향을잃”고,“갈곳이없다”고느낀다.위장된평화속에서이순은메말라간다.오랫동안살아온부부사이라해도가장가까이밀착해서산다해도서로의마음속을잘들여다보지못하는경우가많다.전혀다르게해석하고눈치조차못채는경우도있다.너무나다른성향이나생각을갖고있으므로어느한쪽이인내하지않으면가정을건사할수가없는것이다.작가는겉으로드러나지않은물밑의가라앉은속말을들여다보고싶었다고말한다.‘착하다,천사같다,자애롭다,자비롭다’같은칭송뒤에가려진불편함,거북함.

지금도순간순간사라지고있어.

코로나시대,점점더삭막해지는사회분위기와단절된관계속에서그래도버틸수있는힘을주는것은무엇일까.작가는,그것은결국사랑이라는감정이아닌지생각해보았다고말한다.「옛날에농담이있었어」에는그런작가의생각이투영되어있다.‘경’과‘나’가나누는대화,농담과서로를향한시선,마음.그속에서우리는모든게너무빠르게일회용품처럼소비되고버려져‘옛것’이라는창고혹은‘낡음’,‘쓸모없음’이라는쓰레기통으로들어가박제되는고도로디지털화되고스피디하게전환되는시스템속에서살아가는작고연약한것들의소리를들을수있다.그리고그속에서우리는꿈틀거리는생명력,야생성,자유를향한갈망을엿보게된다.

모든것들은소멸하기위해존재하는것같습니다

2022년제27회부산소설문학상수상작,「소리와흐름:록의부치지못한노래」는상실한것에대한그리움,이별과만남의우연과필연,이어짐과끊어짐의반복,영원과순간.찰나의스침같이반짝이다스러지는것들에대한록의헌사이다.실험적인문체의변화와파격을시도해하나의아름다운화성의울림으로다가가고싶었던작가는,“누구에게나있을잃어버린것에대한그리움을밀도있는문장으로그려냈다.가볍게문장을끊어버리는콤마들,단어의무수한반복,그러는순간갑자기길게이어지는문장들은짧은들숨과긴날숨이라는상처의호흡법을매력적으로형상화했다.이작품은마음이가난한시대,우리에게는어쩌면실종된누군가가필요하며,실종의그리움이우리를견디게한다는성찰의지점을선사한다.”(심사위원유익서·박향·권유리야)

시간은흘러간게아니라어딘가에스며있다불쑥나타난다.
시간은사라지는게아니다.

「멈춘다흐른다」는얼핏보면전혀연관성없는장면들을갖다붙인듯한,‘파편적구성’을취한다.출근길위를흐르다멈추다하던나는이상한나라의앨리스와토끼,도로로뛰어든흰고양이를본다.눈을감았다뜨는찰나의순간,꿈도아닌어떤장면이스르륵펼쳐지는것을경험한다.과거에바라본풍경과현재의순간이연결되고,과거의기억이침투한다.그렇게과거와현재,현실과가상,지금이순간과저순간이교차한다.

그렇게작가는“시간의조각배에서흔들리는삶의파편들”을그려낸다.누구나한번쯤“삶은순간이고허깨비”같다는생각을한다.자신이발딛고있는장소,현재라는시간,만져지는감촉이실체인지,실재하는지의심하고혼란스러워한다.작가는“그런느낌을동시성의공간에서펼쳐보고싶었다”고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