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개요
위기에 놓인 지역의 목소리를 마주하는 일곱 편의 전문 서평,
‘특집 리뷰’
성황리에 막을 내린 군산북페어의 비전,
‘북&메이커’
밀턴 프리드먼에게 자유의 의미 묻다,
‘고전의 강’
《서울리뷰오브북스》 15호(2024년 가을호)의 특집 주제는 ‘지방과 지역 사이’이다. 전국에 범람하는 ‘○리단길’과 출렁다리들, ‘노잼도시’로 대표되는 지역에 대한 각종 밈들과 그러한 타이틀이라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자체들, 전국 방방곡곡의 마을 만들기 사업과 로컬 브랜딩 사례들까지…… 이들이 남긴 유산은 무엇이며,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무엇인가? 지방 소멸과 지역 양극화, 수도권 과밀이 긴박한 해결을 요하는 문제로 여겨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 지역재생, 로컬 브랜딩, 마을 만들기, 메가시티와 압축도시까지 수많은 대안과 담론들이 논의·실행되었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불균형과 지역의 위기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한편, 오늘날 한국의 지역은 이주민 인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라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며, 인구와 자원은 도시로 보내고 각종 발전소, 산업 단지와 폐기물 등은 농촌이 떠안는 도시-농촌 간의 착취적 관계 역시 여전하다. 우리는 이처럼 첨예한 지역의 현실에 대해 어떻게 대면하고, 응답할 것인가? 《서울리뷰오브북스》 15호는 이러한 질문을 붙들고 고민한 일곱 권의 책을 리뷰하며, 지역의 현실을 마주한다. 이를 위해 여러 지역에서,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일곱 명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지역의 목소리는 ‘북&메이커’와 ‘디자인 리뷰’에서도 이어진다. 북&메이커에서는 한국 북페어 생태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자 출범한 군산북페어의 비전을 살펴본다. 성황리에 막을 내린 군산북페어는 군산 지역 서점들과 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주도하는 방식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군산북페어를 조직·운영하는 데 힘쓴 김광철 군산책문화발전소 대표가 직접 군산북페어의 비전을 소개한다. 디자인 리뷰에서는 디자인 저술가 전가경이 대구의 도시공원과 팔현습지를 기록한 창작자들의 활동 및 출판물을 소개한다.
이 밖에도 ‘고전의 강’ 코너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본인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꼽은 밀턴·로즈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와 더불어 『자본주의와 자유』를 다룬다. 밀턴 프리드먼의 경제 이론 전반을 조망하는 가운데, 그가 말한 ‘자유’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리뷰 코너에서는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을 통해 되돌아보는 2014년 4월 16일의 진실부터, 밀리언셀러 『불편한 편의점』으로 보는 오늘날 소설의 지형 변화까지, 다채로운 서평들이 실렸다.
특집 리뷰: 지방과 지역 사이
“한국 사회의 불균형과 지역의 미래에 대해서 속 시원한 해결책을 얻을 수는 없을지라도
이번 특집이 자신이 발을 딛고 선 땅에 대해서 희망과 대안을 생각하는 실마리가 되기를 바란다.”
-정재완, 「편집실에서」 중에서
지방, 지역, 로컬…… 어떻게 호명해야 할까? 지방보다는 지역이 보다 중립적인 가치를 지닌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오늘날 한국 사회의 불균형이라는 어렵고 복잡한 문제에 대한 해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로컬은 어떤가? 어쩐지 지역은 정체되고 엉켜 있는 대상으로 여겨지고, 로컬은 좀 더 젊고 세련된 인상을 풍기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로컬’이라는 단어 자체만 유행어가 된 것 같고, 그마저도 ‘로컬’에 대한 피로도가 적지 않게 쌓인 것을 부정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지방, 지역, 로컬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불균형에 대해 고심하며, 희망과 대안을 생각하는 특집 리뷰 일곱 편을 마련했다.
먼저, 앞의 세 서평은 각기 다른 현실을 마주한 지역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심채경 편집위원은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를 리뷰하며 ‘노잼도시’ 대전의 장소성을 사유한다. 5·18국제연구원의 박경섭 연구위원은 『전라디언의 굴레』를 통해 호남 지역에 대한 차별과 그 해결책을 고민한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빙연구위원은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를 읽으며 산업 수도 울산의 위기를 진단하고, 활로를 모색한다.
다음 두 서평은 농촌 지역의 현실을 마주한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전기, 밀양-서울』에 대한 서평에서 행정대집행 10년을 맞은 밀양의 송전탑 반대 운동을 되돌아보며, 도시와 농촌 간의 수탈적 관계를 짚는다. 정치학자 채효정은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를 통해 차별에 맞서 싸우는 옥천 지역 이주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이들이 겪은 글로벌한 이주의 경험이 내부 이주의 양상에서도 재현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마지막 두 서평은 지역의 활로를 모색하는 담론들을 비평하며, 그 의의와 한계를 지적한다. 건축가 윤주선은 『마을 만들기 환상』을 소개하며, ‘마을 만들기’와 ‘지역재생’에서 빠지기 쉬운 환상을 짚으며, 지역의 건축가와 대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건설 엔지니어 양동신은 지방 소멸과 압축도시라는 화두 속에서 매력적인 지방도시를 창출하는 방안을 살펴본다.
“이것은 대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노잼도시라는 타이틀이라도 노리고 있는 울산, 광주, 춘천, 청주…… 서울이 아닌 모든 지역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심채경 편집위원은 「당신의 블로그를 파헤쳐 납작한 대전을 만나다」에서 주혜진의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를 리뷰한다. 심채경 편집위원은 소셜 미디어에 게시된 텍스트 분석을 통해 ‘노잼도시’ 대전의 장소성을 분석하는 저자의 논의를 따라, 오늘날 대전의 정체성이 무척 납작하게 재현되고 있다는 사실에 이른다. 또한, ‘힙/핫하다’고 평가되는 것은 서울과의 유사성, 즉 서울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그렇다면 지역의 정체성에 입체감을 불어넣는 것은 누구의 몫인가? 심채경 편집위원은 저자가 제시하는 도시의 정체성을 다양하게 탐구하는 개인의 활동뿐 아니라, 그러한 활동을 인정하고 지지하는 구조를 형성할 방법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글쓴이는 내부자의 언어보다는 외부자와 관리자의 시점에서 경제 성장과 경쟁이라는 언어에 의존하고 있다.” 5·18국제연구원의 박경섭 연구위원은 「전라도와 함께 지역 문제를 이해하고 극복하기」에서 조귀동 작가의 『전라디언의 굴레』를 다룬다. 박경섭 연구위원은 지역 경제의 저발전 구조와 특정 정당의 지배적 정치 체제라는 호남 문제에 대한 저자의 분석에 일견 동의를 표하면서도, 저자가 내부자의 언어보다는 외부자와 관리자의 시점, 경제 성장과 경쟁이라는 언어에 의존함을 지적하고, 전라도 내부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간과하고 있음을 짚는다.
“지역의 혁신에는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고 협의하며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총체적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빙연구위원은 「산업 수도 울산의 위기와 활로」에서 산업 사회학자 양승훈의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를 소개한다. 김주훈 초빙연구위원은 산업 수도 울산이 쇠락하게 된 구조적 배경과 울산 청년들이 울산을 떠나는 이유를 살피며, 산업의 혁신에서 울산의 활로를 모색한다.
“곳곳에 분노와 한탄과 저항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밀양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단지 밀양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곳곳이 밀양,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에서 밀양 탈송전탑·탈핵 운동의 이야기를 담은 김영희의 『전기, 밀양-서울』을 리뷰했다. 올해로 밀양 행정대집행이 강행된 지 10년이 되었다. 하승수 대표는 주민들의 삶과 마을 공동체의 파괴라는 밀양의 경험이 전국 곳곳의 농촌에서 반복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들과의 연대가 절실함을 강조한다.
“책에 담긴 이주여성들의 목소리는 ‘이주’가 차별의 조건이 되는 모든 이들의 현실과 요구를 담고 있다.” 정치학자 채효정은 「타인의 목소리가 나의 목소리가 될 때」에서 차별에 맞서 싸우는 옥천 이주여성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를 다뤘다. 지방의 이주민 증가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이주민들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도 계속되고 있다. 채효정은 옥천의 이주여성들이 차별당한 피해 여성에서 차별에 맞서 싸우는 여성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그린다. 더불어, 이주민들의 경험이 계급의 경험으로서 공통성을 갖는다는 점을 언급한다. 글로벌한 차원의 이주뿐 아니라, 내부 이주의 양상 역시 심각해지고 있으며, 국내 노동자들도 이주노동자화·내부 난민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처럼 전국에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할 마법 같은 정책이나 방법론은 결코 존재할 수 없다.” 건축가 윤주선 교수(충남대 건축학과)는 「알고도 못 막는 환상」에서 일본의 마을 만들기 전문가 기노시타 히토시의 『마을 만들기 환상』을 읽었다. 윤주선은 종래의 지역재생/마을 만들기 사업을 둘러싸고 있는 환상들에 대한 저자의 비판을 일별한다. 특히 저자는 대기업이나 유명 외지인이 지역을 구원하리라는 환상을 강하게 비판하며, 민관 협력의 기획자인 ‘슈퍼 공무원’, 지역 자본의 투자, 지역 인재 육성에서 활로를 모색한다. 이에 덧붙여, 윤주선은 지역재생에서 지방 대학을 주요 주체로 언급하며, 지역에 기반한 건축가의 역할을 고민한다.
“지방도시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고정관념을 버리고, 보다 폭넓게 사정을 헤아리고 사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건설 엔지니어 양동신은 「더 매력적인 지방도시들을 찾아서」에서 도시계획가 마강래의 『지방도시 살생부』를 다시 읽는다. 서평에서 양동신은 지방도시 정책을 고안할 때 다른 무엇보다 지방도시 수요자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하며, 서울 중심의 인구 과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과 일자리를 따라 인구가 이동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리뷰: 책으로 세상을 보다
〈리뷰〉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시의성 있고, 심도 있는 서평들이 이어진다.
“이 책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최초의 정합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