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리뷰:지방과지역사이
“한국사회의불균형과지역의미래에대해서속시원한해결책을얻을수는없을지라도이번특집이자신이발을딛고선땅에대해서희망과대안을생각하는실마리가되기를바란다.”
―정재완,「편집실에서」중에서
지방,지역,로컬……어떻게호명해야할까?지방보다는지역이보다중립적인가치를지닌다고는하지만그것이오늘날한국사회의불균형이라는어렵고복잡한문제에대한해답이되는것은아니다.그렇다면로컬은어떤가?어쩐지지역은정체되고엉켜있는대상으로여겨지고,로컬은좀더젊고세련된인상을풍기는것처럼여겨진다.하지만안타깝게도‘로컬’이라는단어자체만유행어가된것같고,그마저도‘로컬’에대한피로도가적지않게쌓인것을부정하기는힘들어보인다.《서울리뷰오브북스》는지방,지역,로컬을둘러싼한국사회의불균형에대해고심하며,희망과대안을생각하는특집리뷰일곱편을마련했다.
먼저,앞의세서평은각기다른현실을마주한지역들의이야기를듣는다.심채경편집위원은『대전은왜노잼도시가되었나』를리뷰하며‘노잼도시’대전의장소성을사유한다.5·18국제연구원의박경섭연구위원은『전라디언의굴레』를통해호남지역에대한차별과그해결책을고민한다.김주훈한국개발연구원(KDI)초빙연구위원은『울산디스토피아,제조업강국의불안한미래』를읽으며산업수도울산의위기를진단하고,활로를모색한다.
다음두서평은농촌지역의현실을마주한다.하승수공익법률센터농본대표는『전기,밀양-서울』에대한서평에서행정대집행10년을맞은밀양의송전탑반대운동을되돌아보며,도시와농촌간의수탈적관계를짚는다.정치학자채효정은『어딘가에는싸우는이주여성이있다』를통해차별에맞서싸우는옥천지역이주여성들의이야기를전하며,이들이겪은글로벌한이주의경험이내부이주의양상에서도재현되고있음을지적한다.
마지막두서평은지역의활로를모색하는담론들을비평하며,그의의와한계를지적한다.건축가윤주선은『마을만들기환상』을소개하며,‘마을만들기’와‘지역재생’에서빠지기쉬운환상을짚으며,지역의건축가와대학이어떤역할을할수있는지고민한다.건설엔지니어양동신은지방소멸과압축도시라는화두속에서매력적인지방도시를창출하는방안을살펴본다.
“이것은대전만의이야기가아니다.노잼도시라는타이틀이라도노리고있는울산,광주,춘천,청주……서울이아닌모든지역에대한것이기도하다.”심채경편집위원은「당신의블로그를파헤쳐납작한대전을만나다」에서주혜진의『대전은왜노잼도시가되었나』를리뷰한다.심채경편집위원은소셜미디어에게시된텍스트분석을통해‘노잼도시’대전의장소성을분석하는저자의논의를따라,오늘날대전의정체성이무척납작하게재현되고있다는사실에이른다.또한,‘힙/핫하다’고평가되는것은서울과의유사성,즉서울을기준으로정해진다.그렇다면지역의정체성에입체감을불어넣는것은누구의몫인가?심채경편집위원은저자가제시하는도시의정체성을다양하게탐구하는개인의활동뿐아니라,그러한활동을인정하고지지하는구조를형성할방법론에대한질문을던진다.
“글쓴이는내부자의언어보다는외부자와관리자의시점에서경제성장과경쟁이라는언어에의존하고있다.”5·18국제연구원의박경섭연구위원은「전라도와함께지역문제를이해하고극복하기」에서조귀동작가의『전라디언의굴레』를다룬다.박경섭연구위원은지역경제의저발전구조와특정정당의지배적정치체제라는호남문제에대한저자의분석에일견동의를표하면서도,저자가내부자의언어보다는외부자와관리자의시점,경제성장과경쟁이라는언어에의존함을지적하고,전라도내부의다양성과역동성을간과하고있음을짚는다.
“지역의혁신에는지역사회구성원모두가참여하고협의하며이해관계를조율하는총체적노력이필요하기때문이다.”김주훈한국개발연구원(KDI)초빙연구위원은「산업수도울산의위기와활로」에서산업사회학자양승훈의『울산디스토피아,제조업강국의불안한미래』를소개한다.김주훈초빙연구위원은산업수도울산이쇠락하게된구조적배경과울산청년들이울산을떠나는이유를살피며,산업의혁신에서울산의활로를모색한다.
“곳곳에분노와한탄과저항이있다.그런점에서이책은밀양의이야기를담고있지만,단지밀양만의이야기가아니다.”하승수공익법률센터농본대표는「곳곳이밀양,그래도희망을버리지않는이유는?」에서밀양탈송전탑·탈핵운동의이야기를담은김영희의『전기,밀양-서울』을리뷰했다.올해로밀양행정대집행이강행된지10년이되었다.하승수대표는주민들의삶과마을공동체의파괴라는밀양의경험이전국곳곳의농촌에서반복되고있음을지적하며,이들과의연대가절실함을강조한다.
“책에담긴이주여성들의목소리는‘이주’가차별의조건이되는모든이들의현실과요구를담고있다.”정치학자채효정은「타인의목소리가나의목소리가될때」에서차별에맞서싸우는옥천이주여성들의이야기를기록한『어딘가에는싸우는이주여성이있다』를다뤘다.지방의이주민증가가가속화되는가운데,이주민들에대한차별과불평등도계속되고있다.채효정은옥천의이주여성들이차별당한피해여성에서차별에맞서싸우는여성으로전환되는과정을그린다.더불어,이주민들의경험이계급의경험으로서공통성을갖는다는점을언급한다.글로벌한차원의이주뿐아니라,내부이주의양상역시심각해지고있으며,국내노동자들도이주노동자화·내부난민화되고있다는것이다.
“프랜차이즈처럼전국에동일한방식으로적용할마법같은정책이나방법론은결코존재할수없다.”건축가윤주선교수(충남대건축학과)는「알고도못막는환상」에서일본의마을만들기전문가기노시타히토시의『마을만들기환상』을읽었다.윤주선은종래의지역재생/마을만들기사업을둘러싸고있는환상들에대한저자의비판을일별한다.특히저자는대기업이나유명외지인이지역을구원하리라는환상을강하게비판하며,민관협력의기획자인‘슈퍼공무원’,지역자본의투자,지역인재육성에서활로를모색한다.이에덧붙여,윤주선은지역재생에서지방대학을주요주체로언급하며,지역에기반한건축가의역할을고민한다.
“지방도시의문제점을해결하려면고정관념을버리고,보다폭넓게사정을헤아리고사고하는자세가필요하다.”건설엔지니어양동신은「더매력적인지방도시들을찾아서」에서도시계획가마강래의『지방도시살생부』를다시읽는다.서평에서양동신은지방도시정책을고안할때다른무엇보다지방도시수요자의관점에서생각해야하며,서울중심의인구과밀화문제를해결하기위해서는산업과일자리를따라인구가이동한다는점에주목해야한다고주장한다.
리뷰:책으로세상을보다
〈리뷰〉에서는각분야전문가들의시의성있고,심도있는서평들이이어진다.
“이책은세월호참사에대한최초의정합적서사를제공한다.”홍성욱편집위원은「조각조각꿰매진‘그날’의슬픈진실」에서세월호참사10주기를맞아출간된『세월호,다시쓴그날의기록』을리뷰한다.홍성욱편집위원은2014년4월16일이전구조적인취약성이누적되는세월호참사의전사(前史)에주목한다.또한,세월호참사가발생한원인과더불어가장큰의문중하나였던구조실패가선원및해경의무능·무책임에서비롯된과정을추적한다.
“세상이바뀔리없으니작게나마숨쉴공간을.”권보드래편집위원은「‘K-힐링’과소설의노스탤지어」에서김호연작가의밀리언셀러『불편한편의점』을다루었다.권보드래편집위원은이책을통해위로와치유를표방하고,최근에는백화점·세탁소·서점·빨래방등힐링의장소를내건‘한국형힐링소설’의풍조를되짚어본다.나아가,근대소설을자립하게한사회적성찰과실존의실험의부재를지적하며,오늘날소설의지형변화를관찰한다.
“20세기한국에서등장하기시작한과학자란누구이고,그들이행위속에서형성된과학이란무엇인가?”과학기술학자유상운(국립한밭대인문교양학부)은「한국에서과학자란누구이고,과학이란무엇인가?」에서첫번째‘한국과학기술인물열전’자연과학편,『대한민국과학자의탄생』을소개한다.유상운은근대과학분야에종사한30인의삶을담은『대한민국과학자의탄생』를읽으며지금껏조명받지못했던과학자들의존재를확인한다.또한,한반도에서어떤대상이과학으로되어가는과정,다시말해특정전문가집단이과학자라불리게되고,해당분야가과학이라불리게되는과학화의과정을규명하는작업의출발점이될수있을것이라평가한다.
“우리는유전자가아니라인간이다.”정우현편집위원은「인간은유전자감옥에서탈출할수있을까」에서유전학자최정균의『유전자지배사회』를리뷰했다.유전자결정론을전가의보도처럼사용하며가정,사회,정치,경제,문화,종교전반에대해설명하는저자의시도에대해,우리는유전자가아닌인간이며,우리에게필요한것은얼마나많은사회문제가생물학적으로결정되는지를파악하는것이아니라,더나은사회를만들기위해사람들을어떻게교육하고설득할것인지를도모하는일이라고주장한다.
고전의강
밀턴프리드먼에게‘자유’의의미를묻다
“그의사상을제대로이해하고활용하자면,사상전체를조망하고내가관심을갖는주장이어떤맥락에서나온것인지를차분하게따져보는시간을잠시나마갖는것이적절할것이다.그리고프리드먼과같은대가라면충분히그럴만한가치가있다.”
지난호로첫발을뗀코너고전의강에서다루는두번째고전은현대경제학의거두로꼽히는밀턴프리드먼의『자본주의와자유』와『선택할자유』이다.최근밀턴프리드먼의책은대통령의가치관을형성하는데가장큰영향을끼친책으로꼽히며다시금많은주목을받으며회자되었다.김두얼편집장은밀턴프리드먼의특정한주장에주목하기에앞서,그의경제이론전반을파악하는가운데,그의보수주의사상이어떻게배태되었는지를설명한다.
이마고문디:이미지로읽는세계
코엔형제에서아키카우리스마키까지,영화속유머의영성
“세상은늘지옥인데,왜지금까지도악은완전한승리를거두지못했는가?
왜선은이토록완강하게잔존하는가?왜착한사람들은계속해서나타나는가?
선은왜세상에서사라지지않는가?”
이마고문디코너에서김홍중편집위원은「유머의영성:코엔형제에서아키카우리스마키까지」에서영화속유머에관한사유를펼쳐보인다.코엔형제의〈시리어스맨〉부터,아키카우리스마키의빈민삼부작(〈어둠은걷히고〉,〈과거가없는남자〉,〈황혼의빛〉)에이르기까지,여러작품들을횡단하며각감독의영화속유머의철학을설명한다.김홍중편집위원은영화속인물들이유머와죽음이교차하는기묘한세계에머무른다는데주목한다.김홍중편집위원은이를통해곤경과위기속에서꺾이지않는이들의불굴의생명성,그리고끝내사라지지않고계속해서나타나는선한이들이존재하는‘유머러스한지옥’으로서세상을응시한다.
디자인리뷰
대구를기록하는여성창작자들의생태문화운동
“도시화의이면을기록하고,오늘의도시생태계와개발을되묻는
도시공원기록활동과금호강디디다의여성주의적연대는
중소도시의생태주의적전환을위한한줄기빛이될수있지않을까.”
디자인리뷰에서는디자인저술가전가경이「공원과습지:대구를기록하는여성창작자들의생태문화운동」이라는제목의디자인비평을썼다.전가경은대구를기반으로한여성창작자들의활동과출판물을소개한다.먼저,‘도시공원기록활동’의『또렷한걸음으로,헤매는』은만화,도예,글,회화,사진이라는각기다른분야의여성창작자들이공동워크숍을통해도시공원에대한관찰과기록을수행한결과물로,동명의전시를단행본화한것이다.다음으로소개하는‘금호강디디다’의『팔현반상회』는영화,미술,음악,디자인,연극등예술분야에서활동하는다섯명의여성창작자가대구팔현습지의난개발을막기위해만든대본집이다.전가경은이들활동과책에서나타나는여성창작자들의연대로부터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