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다 비우다 (서울에서 고흥까지 520킬로미터의 사색 | 반양장)

걸음마다 비우다 (서울에서 고흥까지 520킬로미터의 사색 | 반양장)

$18.00
Description
“520km의 도보 여행, 그 길 위에서 만나는 나와 세상.”

삶, 그리고 걷기의 인문학

걸음마다 비우고, 한 걸음씩 채우는 삶의 심연
-서울에서 고흥까지 520km 도보 여행은 나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어느새 은퇴라는 시간이 내 앞에 툭 떨어졌다.” 이 낯선 시간은 작가를 황홀한 고행길로 유혹했고, 그 유혹을 은근히 즐기고 싶기에 서울에서 고흥까지 두 발로 느리게 가는 여행을 택했다. 자동차 길로 400킬로미터, 4시간 30분이면 가는 거리를 왜 걸었을까.

《걸음마다 비우다》는 서울에서 전남 고흥까지 열닷새 만에 520킬로미터를 걸어가며 기록한 여정을 담은 인문 에세이이다. 저자는 느린 걸음 속에서 만나는 자연, 역사,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의 삶과 세상을 재발견하는 과정을 책 속에 오롯이 담아 냈다.

김정호의 『대동지지』(1866)에 따르면, 한성에서 전국 팔도로 나가는 10대 간선도로가 있다. 그중에 충청도·전라도·경상도의 삼남지방으로 가는 길을 삼남대로 또는 삼남길이라고 한다. 삼남길은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길과 상당 부분 겹치고, 소설 『춘향전』에서 어사길(춘향길, 금의환향길)도 이 길을 따라간다. “우리나라에서 도보여행은 자살길이다.”이라고도 하지만, 저자는 육체적 한계를 이겨내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뎌 조선시대 삼남길보다 더 긴 520킬로미터의 고흥길을 완주했다. 또한, 저자는 심리적·정신적 한계를 이겨내며 그가 마주했던 자연과 풍경, 그가 느꼈던 감흥과 사색, 그가 만났던 역사와 사람들에 관한 기록을 한 땀 한 땀 써내려 갔다. 《걸음마다 비우다》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버킷 리스트 하나를 채우기 위한 단순한 개인의 여행기가 아니다. 걷기를 통해 삶을 다시 정의하고, 내면의 평화를 찾는 과정을 담은 사색과 성찰의 기록이다. 빠르게 소비되는 현대 사회의 속도에 지친 당신에게, 이 책은 잃어버린 영혼을 찾아가는 삶의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은 당신에게 묻는다. “걸음마다 비우고, 당신의 삶을 다시 채워볼 준비가 되었는가?”
저자

김학배

전남고흥에서태어나초ㆍ중학생시절을보냈다.광주대동고등학교와전남대학교,연세대학교행정대학원을졸업했다.국회에서상임위원회입법조사관과입법심의관,국회예산정책처총무과장,국회사무처관리국장으로일했다.지금은한국부동산원에서국회관련업무를지원하고있다.

움직일수있는한내가속한공동체에쌀한톨이라도보탤수있는사람,나이들수록곰삭아깊은맛이더해가는사람이되고싶어한다.편리하고화려한도시보다자연에파묻힌원시의오지여행을더좋아한다.무언가를뚝딱거려고치고만드는일을좋아해목공을배우고,정원을가꾸는조경에도관심이있다.감수성이풍부했던어린시절을보냈던고향으로돌아가고싶은마음에틈틈이시골집을직접수리하고있다.

목차

책머리에


1부나의발끝에서시작된이야기

1장가슴설레는출발
첫걸음/안양천대나무숲길의정취/삼남대로의골사그내와지지대고개

2장배낭이무거워지고다리는아파오고
수원천에서만난시인한하운/아침산책길의노부부/너무친절한관광버스기사님

3장세월을낚는성환천할아버지
풀내음물씬한들판길/강태공과주말농부/천안삼거리는어디에

4장삼남의관문차령고개를넘다
생명을불어넣는비가내린다/녹슨차령고개와태조의훈요십조/산속황토숯가마찜질방에서의절대자유

5장정적이흐르는마곡사의밤
섣부른용기/마곡사순례/이방인들의템플스테이


2부길위에서만난사람들

6장공주금강을건너서
계실리의환영인사/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나른한금강둔치길/왔던길을다시가라고?

7장들판길의서정
세번째지나가야보이는것들/무녀의신전/극심한통증을삼킨다/풋개다리앞에서만난길위의동지들/비닐하우스속의필리핀아가씨들/은진향교에서만난그사람

8장전라도땅에들어서다
한국남자들의성지,논산훈련소/호남의첫고을/죽음을불사하는사람들/두번째마주친고행동지/예술가의꿈/무림의고수

9장삼남대로를벗어나다
민중의비애가서린근대상징물들/비비정과비비낙안/주엽정이에서만난이몽룡의발자취/종일노려보았던모악산이다

10장섬진강이들려주는인문학
비오는날의수채화/아픈역사를품고있는아름다운옥정호/숲속의황홀한비경/구담마을가는길/섬진강이들려주는인문학

3부느리게,멀리,그리고쉼

11장혼자보다여럿이좋다
윤초시댁소녀는어디에/산넘고물건너지름길을찾아서/강변길야생화잔치/오지리농장의친구들

12장섬진강물은바다로가고나는산으로간다
섬진강의신비한아침풍경/그많던재첩은다어디로갔는가/다시만난이순신장군/산골외동마을한옥민박

13장호남정맥을넘어
문유산교향곡/할머니따라늙어간쌍암장/선암사의점심공양/조계산능선을타다/
소설『태백산맥』의무대,벌교

14장드디어고흥이다
벌교에서주먹자랑하지말고,고흥에서힘자랑하지말라/고흥의관문뱀골재와첨산/박제가되어버린초등학교/중산일몰전망대와우도이야기/고마운옛친구들

15장영원한나의안식처
눈이시리도록푸르른아침/시름깊은고흥유자공원/그래,실컷울어라/녹음에파묻혀졸고있는나의보금자리어영마을

16장그리고넉달후,당신들의천국소록도

글을마치며

출판사 서평

걷기의미학:느림의가치
저자는“30년이넘는직장생활을마무리하는의식으로서,탯줄이묻혀있고육체가성장하고정신이태동했던곳,언젠가는되돌아가야할곳”인고흥에이왕갈것이면“부모에게물려받은두다리로걸어가”부모님께무사귀환을알리고싶었다한다.책의첫부분에서작가는걷기의느림과불편함이오히려삶의새로운시야를열어준다고말한다.하루에평균9시간씩,40킬로미터가까이걷는동안,작가는길위의다양한풍경과사람들을관찰하며자신의내면과대화한다.그는“속도가느릴수록생각은깊어진다”고표현하며,걷기란단순한이동을넘어자기성찰과자연과의교감으로이어지는점을강조한다.
안양천의대나무숲길부터삼남대로의옛길까지,섬진강의물소리를들으며자연의위대함을발견하는작가는걷는동안만나는풍경과역사를생생하게묘사한다.비행기나고속버스,기차를타고서는창가에스치는사물과풍경을소화하기에도바쁘다.두발로걷는,보다느리게가는여행일수록자신을잘볼수있을것이다.

자연과역사,그리고삶의사색
작가는삼남대로와백의종군길,유배객들의길을걸으며역사를되새긴다.이순신장군의백의종군길을따라가며,그는장군의고난과결단을떠올리며,다산정약용과김정희등조선시대의유배객들이걸었던길에서그들의외로움과고뇌를공감한다.작가는역사적여정을걸으며과거를되돌아보며자신이걷고있는현재의길또한역사의연장선임을깨닫는다.특히전라도의들판과섬진강을따라걸을때,그는자연과역사,그리고자신의삶이조화롭게얽혀있음을느낀다.

길위의사람들
걷는동안저자가만난사람들은여정의중요한부분을차지한다.여행길에서만난주민들과나눈짧은대화,길위의동행자들과의우연한만남은작가에게따뜻한위로와영감을주었다.특히수원천에서만난한하운시인의시비는저자에게깊은감동을준다.한센병환자였던한하운의시「보리피리」를읽으며,저자는소외받은이들의고통을떠올리고공감한다.이처럼길위에서의만남은사람들의삶과역사를이해하는통로가되었다.

고흥도착:여정의끝,새로운시작
작가는서울집을나선지열닷새만에고향이자안식처인고흥에도착한다.걷기는끝났지만,그는이경험을통해삶의새로운방향을찾는다.자신을되돌아보고,삶의무게를비우며,새로운가능성을채운여정이었다.부모님묘소를찾아무사히돌아왔음을알린다.
버선발로뛰어나오실것만같은어머니를대신해텅빈집마당정원에가득한잡초속에서새와벌과나비들만이작가를반긴다.힘들었던고난을이겨낸성취감과무사히종주를마친안도감,큰숙제를끝낸해방감,그리고기나긴여정이끝나버렸다는아쉬움이교차하면서한동안눈시울이뜨거워진다.
작가가걸음을옮길때마다발견한삶의새로운면모와사람들의이야기속지혜는독자에게‘귀향’의의미를다시묻게한다.《걸음마다비우다》는우리가언젠가는돌아가야할마음의고향이있음을상기시키며,길위에서자신과대면하며얻을수있는깊은감동을전해준다.


걸음마다피어나는사색,길위에서깨닫는비움의자유
-삼남대로,백의종군길,암행어사길에이어고흥길을완성하다

서울을떠나는첫걸음은설렘과긴장이섞인특별한순간이다.안양천대나무숲길에서시작된여정은저자에게자연과의첫교감이자여행의본격적인시작임을알린다.곧이어수원천에서한하운의시「보리피리」가새겨진시비앞에서,저자는한센병환자들의고통과절망을떠올리며사회적소외와아픔에공감한다.
이순신장군의백의종군길과삼남대로를따라걸으면서는조선시대를살아간역사적인물들과자신이걸었던길을연결하는가하면,섬진강의물소리와주변풍경속에서자연이주는위로와치유의힘을경험하기도한다.
여행중저자는마곡사에서하룻밤템플스테이를하는데,사찰의고요함속에서마음을정리하고내면을비우는시간을갖는다.논산훈련소앞을지나며저자는군대시절이라는삶의한챕터를떠올리며현재의자신을되돌아본다.
섬진강물안개가피어오르는장면을보며자연의경이로움,순천낙안읍성에서조선시대의삶과전통문화를체험하며여행의역사적의미를,벌교의전통시장에서만난시장상인들과의대화를나누며사람사는세상의따뜻함과활기를느낀다.걷기는단순히개인적여정이아니라,자연과역사와사람들과의연결임을말해준다.
저자가영혼의안식처라고표현한고향인고흥에도착하는여정은,이여행의절정이자결말,그리고시작이다.여정의마지막,부모님의묘소를찾아무사히도착했음을알린다.고향의평화로운풍경속에서자신의여정을되돌아보며새로운시작을다짐한다.

“실제로여행을떠나는일은그비유를구체화하는행위,몸과상상력을통해인생을구현함으로써세상의지형에정신적의미를부여하는행위이다.”라고리베카솔닛이말했듯,작가도일종의순례여행에서한걸음씩힘들게몸을움직여목적지에닿았다고스스로를위로해본다.고된여정을통해목적지에닿은작가에게어떤변화가있고무엇을얻었는가?정신적차원의변화가있었을까?
이책에서의여정은단순히고향으로의물리적이동을넘어,자기성찰과존재의이유를되새기는심리적여정으로확장된다.“나는걸을때만사색할수있다.내걸음이멈추면내생각도멈춘다.내두발이움직여야내머리가움직인다.”(루소의『고백록』)라고했듯이,걷기는육체적행위가아니라사색의도구이자목적이된다.저자는삼남대로,이순신장군의백의종군길,그리고조선시대유배객들의길을포함한역사적인경로를선택하며과거의발자취를되새긴다.이렇듯,길위에서의만남을통해과거와현재를잇는새로운시선을발견하고,고향이란단순히물리적장소가아니라자신을돌아보고스스로에게돌아가는과정을통해형성되는마음의공간임을깨닫게된다.이러한과정을통해귀향은외적여행이아닌,내면의쉼터와안식처를찾아가는여정으로확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