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리뷰오브북스》×알라딘주최,아모레퍼시픽재단후원
2024제1회우주리뷰상수상작품집
‘서평이라는장르를재발견하다’
『책하나의사건:2024우주리뷰상수상작품집』은단순한서평집이아니다.이책은서평이단순한책소개를넘어,하나의독립된비평장르로자리매김할수있음을증명하고자하는실험작이다.흔히서평이란‘책요약과추천’정도로이해되고는하지만,이작품집속서평들은문학,예술,사회운동,환경,경제등다양한분야를통합적으로해석하고,사회적·철학적질문을던지는지적실험의장이다.
‘2024우주리뷰상’은새로운실험의플랫폼(장)이었다.일반독자,연구자,학생,시인등다양한필자들이참여했다는점에서이책은단순히‘수상작모음’이아니라한국독서문화와비평문화의다층적인현재를기록한다.
‘한권의책,수많은세계’
서평이다룬책들은그자체로도탁월하지만,필자들의해석을통해새로운세계를재탄생시킨다.김도형의서평은장애인운동의역사를사회학적사건으로재구성하고,강우근은일상과예술의경계를허무는미학적사유의확장을시도한다.이두은은‘하지않음’을철학적·정치적실천전략으로읽어낸다.이러한서평들은독자에게단순히책을읽고싶은욕구뿐아니라새로운관점으로세상을보는렌즈를제공한다.
읽기와쓰기의다양한전략
『책하나의사건』은서평그자체를하나의독립장르로읽어보라고권한다.이책은‘읽기의독서법’과‘쓰기의독서법’을동시에제공하는드문사례집이다.실제공모전수상작이라는점에서검증된서평들이엄선되어실렸다.이서평들은책의핵심내용을정확히전달하고,저자의주장을균형있게분석함과동시에서평자자신의관점을담아비평이라는서평쓰기의정석을모두갖춘예시이다.
또한,다양한주제와형식의서평을만날수있다.사회학,예술,장애운동,경제,문학,생태등다양한분야의서평이수록되어있어,논문형서평,에세이형서평,비판적서평등서평의다양한쓰기전략을비교할수있다는점도특징이다.예를들어,김도형의「전장연시위라는사건」은사회운동과저널리즘적글쓰기,강우근의「일상적인것은어떻게예술이될까」는비평적예술읽기,김회연의「사랑은눈감고:고명재론」은문학적언어와서정적서평쓰기의유형에해당한다.마지막으로,심사위원들의가감없는심사평을통해서평의기준과실제글쓰기에서평가자가주목하는지점을알수있다.
478편의응모작가운데손꼽힌일곱편의서평!
우주리뷰상은2024년에서평전문지《서울리뷰오브북스》와알라딘이아모레퍼시픽재단의후원을받아처음으로개최한서평공모전이다.제1회공모전에는약3개월의공모기간동안325명이쓴478편의서평이모집되었다.첫공모전임에도500편에가까운서평이응모되어,읽고쓰는이들의많은관심과성원을확인할수있었다.응모작은한국독서문화의저변을보여주듯이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문학,예술등거의모든분야의책에걸쳐있었다.
수상작품집에는9명의수상자가쓴서평7편을수록했다.최종토의대상이된서평에는수준높은작품이많아수상작을선정하는데어려움이있었다.심사는서평이책의내용을충실히소개하고장단점을분석하며서평자자신의비판적평가를포함해야한다는,서평의‘정석’을잘지켰는지에중점을두었다.여기에한국사회에던지는메시지와,서평을읽으면책을읽고싶게되는‘글맛’도심사기준에포함했다.마침내결정된수상자들은학생부터공무원,대학연구원,시인등다양한배경을가진것으로밝혀졌고,그중상당수가20-30대라는점또한두드러졌다.
최우수상수상자인김도형은장애운동을다룬두권의책,『전사들의노래』(오월의봄,2023)와『출근길지하철』(위즈덤하우스,2024)을다룬「전장연시위라는사건」을통해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출근길지하철행동의의미를조명하고,장애인을시혜의대상이아닌동등한인격체로바라봐야한다는점을강하게전달했다.김도형의서평은한국사회에서장애인목소리가납작하게단순화되는과정을비판하는묵직한메시지를담아냈다.
일본의현대미술가이자작가인아카세가와겐페이의『초예술토머슨』(안그라픽스,2023)을다룬강우근의「일상적인것은어떻게예술이될까」는아서단토의비평을바탕으로‘새로운관계성’을탐구하며무용한사물과행위의관계를독창적으로풀어냈다.『울산디스토피아,제조업강국의불안한미래』(부키,2024)에대한강진용의서평「쇠락하는산업수도,그러나버릴수없는꿈」은서평자만의독특한관점에근거해서제조업전반의위기를‘생산성동맹의와해’로분석하며도시와산업에대한현대적시각을제시했다.
고명재시인의산문집『너무보고플땐눈이온다』(난다,2023)에관한김회연의서평「사랑은눈감고:고명재론」은필자와저자간의내밀한대화를이용해서고명재의산문집을능숙하게분석했다.오병현·유희선·조연재는『가난한아이들은어떻게어른이되는가』(돌베개,2023)의서평「문화기술지가사회비평도서로기획될때참고하게될영원한레퍼런스」를통해빈곤문제와관련해서당사자성의중요성을강조하고,개인적경험이사회적이슈로확장되는과정을심도있게분석했다.
‘관심경제’에포박된우리에게시의적절한『아무것도하지않는법』(필로우,2023)을다룬이두은의서평「무위의계보학」은단순요약을피하고‘아무것도하지않는법’을노자의‘무위’개념과연결해책의구조를입체적으로해석했다.마지막으로,『자연에이름붙이기』(윌북,2023)을읽은한선규의「울창한이해와느낌을나란히」는자연을분류하는과학적접근이인간의경험과생태계에미치는영향을서정적언어로재해석하며인류의역할을성찰했다.
이밖에심사를맡은과학기술학자홍성욱,경제학자김두얼,언어학자박진호,문학평론가신형철,분자생물학자정우현,큐레이터현시원의심사평과수상자들의후기를함께만날수있다.
독서라는사건을기록한일곱편의서평
“‘평범’한일상에충격을가했고그충격의징후들은다양한형태로발현되었으나,동시에이것이어떤의미에서사건인지를표현할수있는언어는사회적으로부재했다는의미에서,전장연시위는분명사건이다.”최우수작으로선정된김도형의「전장연시위라는사건」은진보적장애운동활동가들의삶과장애운동의역사를기록한『전사들의노래』와『출근길지하철』을다루었다.김도형에따르면,전장연의출근길지하철행동은분명한국사회에있어하나의사건이다.특히중증장애인의신체가지하철바닥을기어가며자신의권리를주장하는포체투지와마주할때우리는말로형용할수없는낯선당혹감을느끼게된다.김도형은‘전장연시위’에관한납작한이해에맞서두권의책이제시하는대항서사를재구성하며,이를통해장애운동전반이어떻게우리가세상을사고하고감각하는일상적방식에파열을가하는지살펴본다.박진호심사위원은장애인들의“삶과목소리를납작하지않게제대로이해하는데이두책과이서평이크게기여할것”이라고평했다.
“독자와관객이감상하는대상으로머무르지않고,관계성을통해일상적행위를‘예술행위’로재인식해서수행하게한다.”우수작으로선정된강우근의「일상적인것은어떻게예술이될까」는일본의현대미술가이자작가인아카세가와겐페이의『초예술토머슨』을다루었다.현시원심사위원이“‘초예술토머슨’이라는이름짓기,무용한사물과행위의관계,책바깥으로나와구현된전시의과정을리듬감있게서술해나간다”고평가한이서평에서강우근은『초예술토머슨』으로부터일상적사물,심지어무용한사물이관계성을통해하나의예술작품으로재인식되는과정을이야기하며,한걸음더나아가일상적행위역시‘예술행위’로재인식될수있음을논한다.
“울산의제조업을렌즈로삼아대한민국제조업,산업도시의지속가능성,계층이동사다리,지방소멸등우리모두의먹고사는문제를심도있게고찰한다.”현시원심사위원이“안정적인문장과논리적구성으로하나의도시를당대적으로바라보는행위에대해밀도있게논했”다고평한강진용의「쇠락하는산업수도,그러나버릴수없는꿈」은산업사회학자양승훈의『울산디스토피아,제조업강국의불안한미래』를다루었다.강진용은책을통해울산의과거,현재,미래를조망하며,한국제조업위기의원인에대한폭넓은접근과해법의구체화를촉구한다.또한,우리사회의문제에정면으로도전하는힘있는사회과학의가능성과연구방법론상에서의제언을이야기한다.
“‘발화’인동시에‘행위’의층위에서의시,살아가는방식안에서존재하는대화의한형식으로서의시.그러니까애도와사랑의동시적실천인시,혹은불가능한사랑의시……”우수작으로선정된김회연의「사랑은눈감고:고명재론」은고명재시인의산문집『너무보고플땐눈이온다』를읽으며,한편의시가그자체로사랑과애도의행위가될수있음을이야기한다.신형철심사위원은심사평에서“좋은의미로‘징그럽게’느껴질만큼능숙하다”며,“그의후속활동에기대를걸지않을수없다”고적는다.
“이들의이야기를경청하는것은빈곤이라는사회구조적문제에놓인청소년을어떻게도울수있을지고민하는출발점이다.”우수작「문화기술지가사회비평도서로기획될때참고하게될영원한레퍼런스」는오병현,유희선,조연재가『가난한아이들은어떻게어른이되는가』를읽고함께쓴서평이다.이들은빈곤을경험한여덟명의청소년이청년이되기까지10년간의성장과정을인터뷰한저자의노력이개개인의목소리에주목하여당사자에대한동정에서공감과연민으로나아가게하는힘을이야기한다.정우현심사위원은“공감과연민은문제에대한올바른앎과부지런함이담긴의지에달려있음을전하기위해한권의책을성실하고치열하게톺아나간흔적이여실히묻어난다”고평했다.
“무위의시간은저자에게일터와도시라는기존의관심영역에서벗어나새로운관심의장을열어젖힌다.”우수작으로선정된이두은의「무위의계보학」은관심경제에맞서‘하지않음’을전하는제니오델의『아무것도하지않는법』을리뷰했다.이두은은제니오델이제시한‘아무것도하지않는’실천전략들과그다양한예시를무위의계보안에위치시키며,이들무위가공통으로지향하는바는단순히관심경제에서관심을거두는것뿐아니라,관심을다른곳으로돌리는것,새로운전환이자접속임을주장한다.제니오델의‘하지않음’을노자의‘무위’와상호참조적으로읽은선택을두고,신형철심사위원은“이선택이서평의구조를평면에서입체로끌어올렸다”고평한다.
“그밀접한감각,떨칠수없는감각은이해와행동을결코멈출수없게한다.지구를구한다는오만하고거창한거대명제보다진짜같다.”우수작으로선정된한선규의「울창한이해와느낌을나란히」는캐럴계숙윤의『자연에이름붙이기』를다룬다.에대한서평을썼다.한선규는현대사회에서그지배력을점점더넓혀가고있는논리와이성,그리고객관성을바탕으로한과학적방법론이인간고유의경험과감각뿐아니라자연생태계전반을향한일종의폭력으로작용할수있음을지적한다.정우현심사위원은“자연의일부로서인류가지켜야할보편의과제에대한성찰을충분히서정적이고도문학적인방식으로전달할수있음을보여주었다”고평했다.
2024우주리뷰상심사평가운데
김도형「전장연시위라는사건」
장애인을시혜의대상으로서가아니라동등한인격체로서생각,대우하고그들의삶과목소리를납작하지않게제대로이해하는데이두책과이서평이크게기여할것이다.서평대상서적의저자들의목소리를생생하게재구성하면서,그와동시에이들의목소리가사람들의뇌리에서납작해지고왜곡되는과정을깊이분석했다는점에서이서평의가치가돋보인다.
―박진호(언어학자,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
강우근「일상적인것은어떻게예술이될까」
새로운서평의형식을기대하게하는신선한발상이돋보였다.서평자는아서단토의일상과예술에대한비평을한축으로잡고‘새로운관계성’이라는관점에서아카세가와겐페이의‘관찰’방식을자신의서평에적용한다.‘초예술토머슨’이라는이름짓기,무용한사물과행위의관계,책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