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기담 수집가

헌책방 기담 수집가

$15.00
Description
사연 있는 책을 찾아드립니다
수수료는 당신 삶의 이야기!
감동과 미스터리가 어우러진 실화 29편
“나는 벌써 속편을 기다린다”_장강명 소설가

누군가 홀로 어둑어둑한 책방 계단을 따라 올라간다. 그가 머뭇거리며 주인과 인사하고, 둘은 서로 가만히 마주 앉는다. 주인이 수첩을 펼치며 어떤 책을 찾고 있는지 묻는다. 손님은 서지사항을 말해주며 이미 오래전에 절판된 책인데 과연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한다. “해봐야죠, 손님. 대신 수수료는 왜 그 책을 찾으시는지, 책과 얽힌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겁니다.”

헌책방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저자는 10년 넘게 갖가지 삶의 이야기들을 수집해왔다. 손님들에게 책을 찾아주는 대신 왜 그 책을 찾는지 사연을 들려달라고 한 것이다. 의뢰인들은 때론 기묘하고 때론 감동적인 이야기를 저자에게 찬찬히 풀어놓았다. 이 책은 그중 스물아홉 편의 사연을 가려 뽑아, 감동과 미스터리가 어우러진 특별한 여정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저자

윤성근

서울은평구에서헌책방을꾸리며책에둘러싸여읽는삶을살고있다.책방이름은‘이상한나라의헌책방’이다.어린시절부터책이좋았고헌책방주인장이되는꿈을꿔왔다.컴퓨터를전공하고IT회사에서일하면서도늘책을가까이했다.서른즈음다니던회사를그만두고출판사와헌책방에서책밥을먹기시작했다.2007년부터‘이상한나라의헌책방’을열었다.헌책방을운영하지만신간도사서읽는다.한달에...

목차

1부사연을들려주시면책을찾아드립니다(사랑편)
돌이켜보면미안한
이상한첫사랑
소중한사람이선물한책
엉킨인연의실타래
장난스런초대
40년만의완독
사랑이란이름의광폭

2부잃어버린책을찾아서(가족편)
나만빼고다괜찮은이혼
책캐구우초오교오
작은단서라도좋습니다
근육맨
아들의여자친구가내준숙제
K씨의조용한오후
그리고모험은계속된다

3부기묘한손님들(기담편)
666
언젠가우연히마주친다면
어디에서도들어보지못한책
불운한책도둑
동묘앞책찾기대결
수상한의뢰
사라진책,사라진친구

4부책과삶(인생편)
완전을위한불완전
일생의유일한친구
나의아는형이야기
제주의밤과추억의한라산
여행지에서의속삭임
독창성마니아
꿈의무대
담백한삶을위하여

출판사 서평

“사연을들려주시면책을찾아드립니다”

아무리찾기힘든책이라도
의뢰인의이야기만흥미롭다면
특별한여정이시작된다

어떤물건은물건이상이다.물건에삶이깃들기때문이다.그래서LP를사모으거나,신발을수집하거나,그때그맛을찾아헤매는것이리라.이와마찬가지로‘책’이라는물건에도우리삶의이야기들이움푹고이곤한다.

헌책방을운영하는저자는10년넘게책과삶이얽힌이야기를수집해왔다.그방법이무척독특한데,손님이의뢰한시중에절판된책을찾아주는대신왜그책을찾으려하는지삶의이야기를들려달라고한것이다.말하자면수수료를금전대신이야기로받는다는발상이다.그리고그렇게나눠받은이야기는나중에공표되어도좋다는허락까지함께수수료에포함되었다.

오랜세월동안수십편의기묘하고독특한이야기들이저자의수첩에기록되었다.그중선별에선별을거쳐,감동과미스터리가결합된스물아홉편의특별한이야기를모았다.총4부구성으로1부는‘사랑’에관련된사연이,2부는‘가족’에관련된이야기가펼쳐진다.3부는‘기담’,4부는‘인생’에초점을맞추었다.저자는심지어헌책방주인이라는것은자신의표면적인직업일뿐이며,사실은기담수집가가진짜직업이라고까지주장한다.그만큼책에얽힌이야기를듣고모으는데에진지하고조용한열정을품어왔다.그렇게공들여모은이야기들중에서도특별한사연들을이책에서풀어낸다.


“책의마법을믿고싶은분들께
큰위안을줄이야기가실려있다.
저자의경험중일부만추렸다고하는데,
나는벌써속편을기다린다.”_장강명작가

의뢰인들은저마다애틋한사연들을품고있다.뒤돌아보면생각나는그사람,그땐이루어질수없었던사랑,끝내다시보지못한친구가각기한권의책과얽혀있다.비록그때의삶으로돌아갈수도없고그사람을다시만날수도없지만,지금은내손에없는그책을얻을수만있다면잃어버린삶을복원해낼수도있을것만같다.적어도지금의삶을위로의마음으로어루만질수있을것만같다.저자가들려주는삶의이야기들은안타까우면서도감동적이고우리의삶을가만히차분하게응시하게한다.

이책의또다른매력은사연들이단지회고적이지만은않다는데있다.때론무섭기도하고때론맥이탁풀릴정도로황당하기도하다.우리의삶처럼,우리가마주하는사람들처럼별의별사연들이다있다.그래서‘헌책방사연수집가’가아니라‘헌책방기담수집가’이다.

독자들은이책의여러챕터에서마치소프트한추리물을보는느낌을받을지도모른다.책에얽힌사연과는별도로책을찾아가는과정이복잡하게얽힌수수께끼와도같기때문이다.어떤사람은심지어제목도모르는채로책을찾아달라고의뢰하기도한다.절판된지수십년이되어서책을입수하는것이어쩌면공소시효가지난범인을찾는것보다어려울때도있다.하지만아무리찾기힘든책이라도의뢰인의이야기만흥미롭다면특별한여정이시작된다.독자들에게도절대후회없는여정이될것이다.



<책속에서>


내직업은작은헌책방의주인이다.표면적으로는일단그렇다는말이다.겉으로보기에는중고책을사고파는일을하고있지만사실나는책에얽힌기묘한이야기를수집하고있다.김수영시인이오래전에쓴것처럼“잠자는책은이미잊어버린책”이다.그책을깨우는사람만이진짜책속의이야기를얻을수있다.잠들어있는책을깨워그속에깃든무한한힘을찾아낸다.그게바로진짜내가하는일이다._9쪽

“와아,정말대단하시네요.사장님은말만듣고모든걸다알아내는셜록홈스같아요.어떻게그걸아셨어요?실은제가그책에대해서확실히기억하고있는것이라곤표지가노란색이라는점하나뿐이거든요.”남자의말에나는장난스러운표정으로한쪽눈을찡그리며손가락으로관자놀이를가리켰다._55쪽

“집에분명히있는책인걸아는데도사는일이있습니다.그이유는두가집니다.첫째는,집어딘가에책이있다고기억으로는확신하지만어디에있는지알수없는경우입니다.두번째는더우스운경우입니다.책을갖고있고그게어디에있는지도정확히알고있지만,워낙꺼내기어려운곳에있어서차라리그책을다시사는겁니다.물론이경우는책값이저렴하다는단서가있어야겠지요.”_96쪽

모든책에는제목,저자,출판사,펴낸날짜등이적힌서지정보라는게있기에그내용만알면일단은일을시작할수있다.그런데간혹서지정보를알수없는책을찾아달라고하는손님이있다.무슨책을찾는지본인도정확히알지못하는경우다.모르는책을어떻게찾을수있을까?그보다먼저,자기도모르는책인데왜그걸찾으려고하는걸까?하지만그런경우는분명히있다.몇년전서점에찾아왔던중년의한여성손님처럼말이다._108쪽

문을열고들어온사람은마치프로레슬러처럼덩치가컸다.울퉁불퉁한근육은또어떻고!옷을다갖춰입고있는데도눈을어디에다둬야할지몰라당혹스러웠다.설마이사람은여기가헬스장인줄알고들어온건아니겠지?O씨는성큼성큼걸어와내앞에서더니자기이름을말한다음책을찾고있는데도와줄수있겠냐고물었다.걸걸한목소리에생김새도제법거친느낌이라나는조금무서웠다.말만부탁이지내처지에서그당시분위기는거의협박을받는거나마찬가지였다.나는단호하게대답했지만O씨가듣기엔주눅이든목소리였을것이다._118쪽

책에사악한기운이깃들어있다는얘기를들어보신적이있으신지?유럽의중세시대이야기냐고?아니다.오늘날에도어떤책은소유하고있는것만으로주인이그책에깃든힘을똑같이누릴수있다고전한다.이제부터이야기할《오맨》번역초판본에관한이야기는소설이아니라진짜다.평소심약한체질이신분은여기까지만읽어주시길당부한다._161쪽

도둑은상상이상으로많다.훔치려면돈이나보석이지,왜책일까?크게나누면이유는두가지다.첫째는읽기위해서.그다음은책을팔아돈을만들기위해서다.간혹두가지이득을다챙기는도둑도있다.훔친책을정성껏읽은다음다른헌책방이나인터넷에올려파는거다.책도둑은어느서점에나있기마련이다.바퀴벌레같다고나할까?언뜻보면없는것같지만사실상당히많다.책이있는곳이라면어디나도둑이있다고해도심한말이아니다.대형서점,마트의도서코너,지하철대기실에마련한공공문고,심지어교회나성당에몰래들어가성경책을훔쳐다파는사람도있다._192쪽

“사연이맘에들고안들고는크게따지지않습니다.손님께서개인적인이야기를저에게들려주시는것만해도큰용기가필요한거니까요.그런이야기들은모두특별하죠.자,그럼지금부터이야기를들려주시면제가수첩에받아적도록하겠습니다.사소한내용이라도좋으니까생각나시는대로다말씀해주세요.”_228쪽

“사업말입니다.완벽하게준비하셨고그대로잘진행되어서돈도많이버셨다고그러셨잖아요?그게어떻게한순간망하게된건가요?완벽했던사업이었잖아요?”
“그거라면대답하는데30초도안걸리겠군요.”그는다시시계를봤다.그러곤아주짧게대답했다.
“이세상자체가애초에완벽하지않은거예요.저는그단순한사실을몰랐던겁니다.”_248쪽

“책을읽고힘을얻은건사실이에요.하지만말씀드렸듯이여자혼자여행을한다는건단순히용기만가지고되는일은아니에요.주변사람들에게말할때,저는박완서작가의책을읽고그즉시짐을챙겨여행을떠난것처럼조금멋을부렸어요.하지만현실은달랐죠.한달넘게고민했어요.책속의결정적인한문장이아니었다면저는결국고민만하다가끝냈을거예요.”
“한달간의고민을끝내게만든한문장이라.궁금한데요?”
“박완서작가는이렇게썼어요.‘자연은홀로있는사람에게만그의내밀한속삭임을들려준다.’저는이문장을아직도생생하게기억하고있답니다.”_285쪽

그런데뜻밖에도S씨는시주가아니라책을찾고있다고했다.그는나를보며“여기주인이신지요?”하며낮은목소리로물었다.나는그렇다고했다.그는고개를돌려잠시주변을둘러보더니,“책을팔고있지만사기도많이사시는모양입니다?”라고말했다.맞는말이라깜짝놀랐다.나는벌떡일어서며,“스님,그걸어찌아셨나요?”라고물었다.그는껄껄웃었다.“들어오다보니계단앞에온라인서점에서온택배상자가여러개놓여있더군요.그걸보고넘겨짚었습니다.”뭔가대단한신통력을가진법력높은스님이라고생각했는데대답을듣고나니허탈했다._291쪽

고등학교3학년때S씨는수업시간에갑자기교사에게화를낸일이있다.그사건은학교에서그를유명인으로만들었다.문학수업시간이었다.S씨가발작하듯큰소리로“왜선생님은남이한얘기를학생들에게가르칩니까!”라고소리쳤다.난데없는행동에교사도뭐라하지못하고멍하니학생을바라볼뿐이었다.S씨는첫번째보다더큰소리로,마치비명을지르듯말했다.“다른사람말고선생님자신의독창적인생각은없느냔말입니다!”이일로S씨는한주동안정학처분을당했다._294쪽

“저는감독님께,그럼한가지만묻고싶다고했어요.원작속에서미란다의대학전공이무엇인지알고계시냐는거였어요.감독님은잠시머뭇거리더니,미란다의전공따위가왜중요하냐고하면서화를냈어요.그러곤‘너는그저몸매가좋아서합격시킨거니까여러말할것없이촬영때내지시만잘따르면돼.’라고하면서책상을손바닥으로쿵,소리가나도록치는거예요.저는화가나서,‘미란다는미술을전공했어요.당신하곤비교도안될만큼뛰어난예술가라고!’라며쏘아붙인다음그대로문을열고나가버렸어요._308쪽

누군가의일생을판단하려면그사람에게도일생이라는시간이필요한게아닐까싶어요.꽃다루는일을하면서도그런걸자주느낀답니다.저도처음엔꽃이예쁜건활짝피었을때뿐이라고생각했거든요.그래서가엾다는마음도자주들었어요.그런데이제는알아요.꽃은싹트고잎이나오고활짝피어났다가시들어고개를숙이는그모든과정자체가아름다운거예요.”_3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