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온하게 죽고 싶습니다 (호스피스 의사와 의료인류학자의 말기 돌봄과 죽음의 현실에 관한 깊은 대화)

나는 평온하게 죽고 싶습니다 (호스피스 의사와 의료인류학자의 말기 돌봄과 죽음의 현실에 관한 깊은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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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왜 우리의 죽음은 갈수록 궁색해져가는가
호스피스에서 발견한 ‘평온한 죽음’의 방식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생애 끝자락은 안정과 편안함보다는 불안, 심지어 공포를 자아내기까지 한다. 많은 사람들은 무의미한 연명의료와 급진적인 안락사 사이에서 길을 잃고 비틀거리기 일쑤이다. 의료인류학자 송병기와 호스피스 의사 김호성, 두 젊은 지성은 이 책에서 이러한 어지러운 현실을 차분한 시선으로 응시한다. 책의 중심에 호스피스를 놓고, 한국 사회가 직면한 말기 돌봄과 죽음의 현실을 다각도로 짚어나간다.

여섯 개의 키워드(공간, 음식, 말기 진단, 증상, 돌봄, 애도)를 선정하여 2년여에 걸쳐 여러 차례 대담을 나누었으며, 녹취록을 바탕으로 새로운 글과 다수의 자료들을 치밀하게 보완했다. 생생한 현장 경험과 에피소드는 물론, 제도 분석, 비교문화적 관점, 역사적 검토, 인류학적 탐구 등 입체적 시선으로 호스피스와 죽음이라는 주제를 가로지른다. 호스피스의 실천들을 풍부한 맥락 아래 제시하며, 치료 중심의 패러다임을 넘어선 죽음의 대안을 모색한다.
저자

송병기,김호성

저자:송병기
의료의료인류학자.파리대학교병원(AP-HP)의료윤리센터와서울대학교병원의생명연구원에서생애말기돌봄을연구했다.프랑스와모로코의노인요양원,일본의노인요양원·호스피스,한국의대학병원·호스피스·노인요양원·노인요양병원에서현장연구를수행했다.우리의일상과공동체를‘죽음’이라는렌즈로들여다본《각자도사사회》를집필했으며,동료들과함께《죽는게참어렵습니다》를썼다.또한죽음을앞둔이들에게필요한현대의학의역할과우리사회의시선은무엇인지를살펴본EBS다큐프라임‘내마지막집은어디인가’자문을맡기도했다.현재죽음과불평등의관계를의료,금융을중심으로살펴보고있다.

저자:김호성
호스피스의사.2007년한양대학교의과대학을졸업한뒤삼성서울병원에서2015년에핵의학전문의를취득했다.그후샘물호스피스,보바스기념병원,연세메디람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에서근무했다.현재용인에있는동백성루카병원의진료과장으로재직하고있다.매일말기돌봄현실에서마주하는고민들을시민들과나누는것이중요하다고생각해이책을집필하게되었다.《죽는게참어렵습니다》《한편13호:집》에필진으로참여했다.

목차


머리말

제1부다시삶의세계에서

1장공간
호스피스속으로
삶과죽음이부드럽게연결된
1인실이항상좋기만할까
병원에서결혼식을열다
사진,카페,그리고삶
정원으로소풍가는환자들
호스피스에는벽시계가없다
계속되는삶의이야기
다채로운공간이늘어나기를
호스피스라는다른삶의방식

2장음식
어디까지먹을수있는가
음식의기억,기억의음식
잘먹어야낫는다는오해
왜수액과영양제에집착하는가
콧줄의딜레마
선의는때로신중함을요한다
못먹는자를위한환대

제2부고통을통하여

3장말기진단
선긋기의어려움
유랑하는비암성환자들
의료기술진보의역설
말기에대한법의몽상
법조항너머의현실을보라
누가감히말기를고지하는가
환자도일상을사는존재

4장증상
아픔이란무엇인가
최우선의일,통증완화
마약성진통제를쓴다는것
몰려오는의미의폭풍
건강한거리두기
돌봄에도다계획이있다
섬망에관하여
완화적진정과윤리
고통을보는세관점
고통에서연대로

제3부죽음을다시만들기

5장돌봄
돌봄이없는일상은없다
목욕,돌봄의정점
사람으로대우하다
환자의편안한기분을위하여
감각과마음의공간을넓히다
호스피스간호사의일
그렇게돌봄은작아져간다
돈은없고돌만가득한외딴섬
나이듦이민폐가되는나라
무엇이돌봄을가능하게하는가

6장애도
어떤삶의마지막풍경
환자의몸을따라간다는것
돌보는사람을돌보는
왜호스피스행은그토록어려울까
죽음이후에일어나는일들
무엇이진정좋은죽음인가
삶과죽음을잇는돌봄의순환
호스피스,죽음에대한새로운상상력

맺음말
후기
감사의말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무의미한연명의료와급진적인안락사담론을넘어
오늘날죽음의대안을모색하다

“어떻게사람을사람으로대우할것인가에대한
해답을보여준다.”
_최진영(소설가,『구의증명』저자)

죽음도고통스럽지만,죽음의과정은더고통스럽다.병원에서겪는죽음의과정이그리녹록치않기때문이다.큰병원에서집중적인치료를위해일상을희생하는것도만만치않지만,요양원이나요양병원을지난하게오가며삶을느릿하게잠식해나가는암울함을견디는것도쉽지않다.한국사회의많은사람들은이사실을너무도잘알고있기에,그고통에서벗어나고자하는열망,“깔끔하게죽고싶다는바람”(9쪽)에휩싸이곤한다.이른바안락사찬성의견이여론조사에서80%내외로나타나는것은이런맥락에서이해할수있다.

그러나고통에서벗어나는방법이그런것밖에없을까?편리한,그러기에섣부를위험이있는선택에앞서다른대안을모색해야하지않을까?우리는어쩌면죽음에대해서도효율주의에사로잡혀있는것은아닐까?이책의두저자는오늘날죽음의모습이바뀌어야한다는것에십분공감하면서도,급한대안이아닌좀더느리고섬세한방법을모색해야한다고생각한다.환자의고통을덜어내는동시에,보호자에게도병원관계자에게도온전하게여겨지는그런죽음의과정말이다.단순하고이른바깔끔한수단은그후에고민해도늦지않다.이러한문제의식아래저자들이주목하는것은바로‘호스피스’이다.

이책은호스피스를중심으로,오늘날한국사회에서이루어지는말기돌봄과죽음의현실을치열하게성찰한다.호스피스는흔히말기암환자가생애마지막을보내는곳으로알려져있다.의료인류학자송병기와호스피스의사김호성은이런단순한인상을넘어호스피스가무슨일을하는지,어떤방식으로움직이는지,제도와시스템적인특성은무엇인지등을각자의전문성에바탕하여꼼꼼하게뜯어본다.생생한현장경험과에피소드는물론,제도분석,비교문화적관점,역사적검토,인류학적탐구등입체적시선으로호스피스와죽음이라는주제를가로지른다.

저자들은여섯개의키워드(공간,음식,말기진단,증상,돌봄,애도)를선정하여2년여에걸쳐여러차례대담을나누었으며,녹취록을바탕으로새로운글과다수의자료들을치밀하게보완했다.이를서술체의산문이아닌대화체형식으로제시하여저자들의상호교감이잘드러나도록하는한편,독자들의쉬운이해를도모했다.특히한국의실정,한국의질문들을다루는호스피스이야기라는점에서주목할만하다.이책은환자를“죽게하지도,죽게내버려두지도않겠다는응답”(369쪽)으로서호스피스의실천들을풍부한맥락아래제시하며,치료중심의패러다임을넘어선죽음의대안을모색한다.
“현대의학이놓친죽음의살풍경속에서
미래를위한힌트의조각들을성실하게줍는다.”
_장일호(기자,『슬픔의방문』저자)

왜‘평온한죽음’인가

호스피스의중요한목적은환자의육체적,심리적,사회적‘편안함’이다.환자의몸과마음을편안하게하기위해약물을투여하고,영양을공급하고,상담을하고,갖가지요법을시행한다.호스피스에서이루어지는돌봄의밑바탕에환자의편안함이라는가치가핵심적으로자리하고있는것이다.제목에서는그러한지향을담아‘평온한죽음’이라는키워드를제시했다.그런데왜‘편안한’죽음이아니라,‘평온한’죽음일까?호스피스에서‘환자가편안한상태’라고말할때,이는“‘고통이없다’는의미보다는‘힘들지만하루의일상생활이지낼만하다’는전반적인느낌의표현”(273쪽)이다.또환자의편안함은“신체적편안함만을가리키는것은아니”며,비유컨대‘환자마음의공간이넓어지는것’(284쪽)이라고볼수도있다.별다른맥락없이제시되었을때자칫신체적인의미로쏠리기쉬운‘편안한죽음’보다는,현실적인고통을배제하지않고환자의내면과그관계성에초점을맞춘‘평온한죽음’이라는키워드로이책의취지를드러내려했다.각장의내용은다음과같이전개된다(장별내용을‘머리말’에서발췌함).

1부는‘공간’(1장)과‘음식’(2장)을통해호스피스의개괄적인상을그린다.먼저1장에서동백성루카병원의정원,카페,기도실,병실,목욕실,프로그램실등을둘러보면서,호스피스라는공간이어떤가치를중심으로디자인되고작동하는지살펴본다.2장‘음식’은삶의가장기본적인조건인먹는다는것을통해호스피스돌봄의특징을첨예하게드러낸다.호스피스에서음식은단지생존을위한것이아닌,삶의의미를부여하는실존적,사회적인것임을깨닫게된다.

2부에서는‘말기진단’(3장)과‘증상’(4장)이라는주제아래호스피스에서행해지는의료를본격적으로다룬다.한국에서는법적,제도적,사회적,의료적요소들이복합적으로작용하여,암환자에게말기를선언하는것이결코쉽지않다.3장‘말기진단’에서는이러한곤란한현실에대해자세하게짚어본다.이어서4장‘증상’은환자의아픔에대한호스피스의접근방식과,그로부터발생되는윤리적인난점들을알아본다.특히호스피스에서통증(pain)과고통(suffering)을어떻게다루는지조명한다.

3부에서는‘돌봄’(5장)과‘애도’(6장)를키워드로호스피스돌봄의특징을부각시킨다.5장‘돌봄’에서주목하는것은,일반병원에서보기힘든세심한돌봄과이를실현해나가는다학제팀의일하는방식이다.돌봄이호스피스의핵심임을선명하게밝힌다.끝으로6장‘애도’는환자가임종할때의임종실모습과사별이후의풍경을두루전한다.임종기환자의신체증상부터그시기에다학제팀구성원들이하는일,그리고사별가족돌봄에이르기까지,호스피스가지향하는총체적돌봄의상(像)을보여준다.

이렇게집필된내용을각계전문가10인이촘촘하게검토했다.기본적인사실관계,논리구조,담론의적절성,내용구성등에대한다양한의견이있었고,이를충실하게반영하여최종완성되었다.전문가10인의목록은다음과같다:동백성루카병원정극규진료원장,이정애진료과장,서울대학교혈액종양내과김범석교수,순천향대학교간호학과김형숙교수,경북대학교의과대학의료인문·의학교육학교실최은경교수,강지연교수,이화여자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김현철교수,스기야마조가쿠엔대학교정보사회학부가부모토치즈루교수,서울대학교인류학과이현정교수,EBS다큐프라임‘내마지막집은어디인가’김서윤취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