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앓이

집앓이

$25.00
Description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 번역가
제니퍼 크로프트의 자전 소설
미국 오클라호마, 에이미와 조이는 세 살 터울이 진 자매다. 동생인 조이가 원인 불명의 발작을 겪기 시작하면서, 학교에 다니기 어려워진 두 아이는 홈스쿨링을 받는다. 조이가 병원을 드나들며 온갖 수술을 받을 동안 에이미는 책과 산수와 비밀 언어를 벗 삼아 평범하지 않은 일상 너머의 세계를 발견한다. 러시아어 가정 교사 샤샤를 만나며 순식간에 이 세계가 현실로 다가오고, 에이미와 조이 사이에는 새로운 비밀이 생긴다. 둘이 지닌 비밀이 늘어 갈수록 자매의 삶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우리 몸에 각인된 기억과 장면들은 어떠한 여파를 남길까. 『집앓이』(Homesick)는 번역가 제니퍼 크로프트가 지난날의 잔상을 수집해 글과 사진과 여백의 형태로 한데 엮은 책이다. 한 자매의 이야기이자 아픈 몸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한 『집앓이』는 자전 소설과 회고록과 여행기를 아우른다. 또한 크로프트는 자신의 삶에 대해 쓰면서 그 작업이 언어 번역과 닮았음을 암시한다. 『집앓이』는 그렇게 탄생한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다.

저자

제니퍼크로프트

저자:제니퍼크로프트

『집앓이』(Homesick)로2020년도윌리엄사로얀세계문학상을,노벨문학상수상작가올가토카르추크의소설『방랑자들』(Bieguni)의영어번역으로2018년도인터내셔널부커상을수상했다.크로프트는『집앓이』의전신인스페인어소설『뱀과사다리』(Serpientesyescaleras)의저자이자페테리코팔코,로미나파올라,페드로마이랄,올가토카르추크의번역가이다.미국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비교문학박사,아이오와대학교에서문학번역으로문예창작석사과정을수료했고아칸소대학교문예창작과객원조교수를지냈다.



역자:이예원

문학·미술번역가로주나반스,사뮈엘베케트,제니페이건,데버라리비,앨리스미스,조애나윌시의글을한글로,김숨,이상우,천희란,한강,황정은의글을영어로옮겼다.매기넬슨,크리스웨어,박경리,한정현,황정은의장단편번역본이한국과영국,미국에서곧출간될예정이다.

목차

1부앓기
2부집

출판사 서평

인터내셔널부커상수상번역가
제니퍼크로프트의자전소설

제니퍼크로프트의삶은글쓰기를사랑하는사람이라면누구나한번쯤꿈꾸어보았을법한화려한커리어를자랑한다.홈스쿨링을하다익히게된러시아어를더공부하기위해SAT를쳤다가상위1퍼센트이내의성적을내고열다섯살에대학에입학.풀브라이트장학금을받고유학.번역가로서폴란드어와우크라이나어,아르헨티나-스페인어를다루며,2018년에올가토카르추크의『방랑자들』을번역한공로로맨부커인터내셔널상수상(이상은작가와번역가가함께받는다).아르헨티나의문학지『부에노스아이레스리뷰』의창립편집자이자두개의문학상을수상한자전소설『집앓이』(Homesick)를쓴작가.영미권과그외의언어권이만나는접경지역을담당하는인물가운데손꼽히는스타.

그러나그녀가자신의삶을돌이키며쓴소설『집앓이』에는기묘한불안이감돈다.이작품에는정체를알수없는불안과따뜻한우정이함께맴돌고있다.정신이불안했던옆집남자가결국자살하고말았다는첫번째에피소드는이작품이나아갈방향을제시하는전주곡처럼느껴진다.옆집남자는주인공의가족을불안하게만들었는데,그건그의본심이아니었을테고아마도광기에잠식되었던것에불과할텐데,그에관한진실을아는사람은아무도없고,마찬가지로그광기가어디에서왔는지아는사람도없다.인생에기쁨과슬픔을가져다주는사건들은대체로그발생경위를알수없다는미스터리한느낌.이느낌은『집앓이』라는작품전체를옥죄고있다.

우리모두는비밀로찰랑대는존재,
비밀로그득한모든것이다

이런미스터리와마주한사람들은대개이것들을해결하고자한다.특히불행이찾아올때,사람들은자기도모르게그보다과거에있었던일들을떠올리게된다.어떤징조나징후를찾아내려는것이다.예를들어동생조이가어릴때뇌진탕을겪으며얼마간특이한행동을보였던순간은주인공에이미의기억속에선명히살아있는데,그건그로부터몇년뒤에조이가뇌종양수술을하고이후남은삶을그후유증과함께살아야했기때문이다.그두사건사이에실제로연관성이있었는지는밝혀지지않는다.아마도큰관계는없었을것이다.하지만사실여부는그다지중요하지않다.여기서중요한건,어떤사람의마음속에서자기도모르게두개의기억이연결되면서하나의이야기가탄생했다는것이다.그이야기는그것을떠올린사람의마음속에서만큼은진실이되고,그렇게그사람을둘러싼세상이된다.

말하자면인생은죽이어진선처럼존재하지않는다.기억은마치점과같은몇개의에피소드로구성돼있으며,결국인생이란반짝이는별이나담뱃불에닿아생긴구멍같은점들을자기만의방식으로이어만든머릿속의그림에불과하다.짧은에피소드들을연달아이어놓은『집앓이』의구성은이런삶의형태를그대로묘사하고있다.에이미는드물게빛나는기억들과나머지공간들을잠식한공허속에서헤매면서도이런자신의삶을분석하려는시도를하지않는다.예외적으로단한번,그녀는자신의인생에관해무언가를확신했고,그때그녀는자신을파괴하려들었다.이모든과정을담은1부는그녀의고향과유년기와가족을위주로이루어지지만,이1부의제목은‘집’이아닌‘앓이’다.인생이라는고통스러운수수께끼말이다.

이‘앓이’에서벗어난에이미가당도한‘집’은어디일까.‘집’이라는제목을달고있는2부는역설적으로그녀가고국인미국을떠나러시아에도착하면서부터시작된다.그녀는여러언어를배우고,여러나라를방랑하고,여러사람을만나고,여러사건을겪으면서점점더안정돼간다.어떤사건이나현상에머물지않고(그러면인생의수수께끼가당신을찾아낸다)끝없이이어지는과정속으로뛰어드는것이다.이과정에서에이미가사랑하는외국어들은다른언어로는발견할수없는세계를보여주고,그녀는계속더넓어지는세계속으로나아가는모험가가된다.

이렇게성장한에이미역시이책속에등장한다.바로여러사진아래에있는짧은문구를써넣은인물이다.그문구중하나에서,그녀는세상의모든언어에는다른언어로옮길수없는지점이있다고말한다.그러니어떤언어가말하고자하는걸다른언어로그대로옮겨야만한다면,그런일은불가능할거라고.하지만에이미는“번역은그런게아니”라고말한다.즉,그녀에게번역이란완벽할수없다는숙명을감수하면서시도하는행위-과정이고,이는에이미자신을구원하는일이되었다.어떤결과에도파묻히지않고,그것을불러일으킨시작도찾지않고,오직그둘사이를연결하는수많은가능성속에머물며가장아름다운하나의길을찾아내는것.자기자신이만든인과의응보를맹신하지않고오직과정가운데에머무는것.

삶이한권의책이라면,
과거는외국어로쓰여있을것이다

이런방랑자겸번역가특유의달뜸이,얼핏읽기쉽고낭만적인책으로만보일수있는『집앓이』의여기저기에담겨있다.예를들어이자전소설의주인공이름은제니퍼가아니라에이미다.하지만책속의사진에나와있는금발의아이는실제로어린제니퍼를찍은것이었고,책에나오는에피소드들역시모두제니퍼가겪은일들을바탕으로한다.하지만언어를번역할때와마찬가지로지나간삶을그대로재현하기란불가능하다.그래서자전소설에등장하는인물은있는그대로의내가될수없다.제니퍼는자기자신의삶에대해쓰면서그작업이언어번역과닮았음을암시한다.즉,제니퍼는제니퍼를에이미로번역한것이다.그과정에서제니퍼크로프트라는한인간에게주어진삶과그녀가만들어가는삶은비로소하나로합쳐진다.그합쳐짐은화해일수도,극복일수도있지만결론이되지는않을것이다.끝은존재하지않는다.우리모두는한권의책과같다.오늘이라는한페이지를쓰는동시에지금껏써온페이지들을끝없이재번역하며,마지막페이지까지나아가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