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어떻게 홀로 인간답게
만남의 끈을 이어 갈 것인가
아무도 편지를 쓰지 않는 시절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진행해 왔던 대면 강의를
영상강의로 전환하면서 매주 편지를 함께 보냈다.
편지의 수신인은 수년간 그의 강의를 들어왔으니 오랜 제자라 할 수도 있고,
때마다 한결같이 풍월당을 격려하고 키워 주었으니 스승이라 해도 좋았다.
이 ‘제자 선생님들께’ 2년 반 5학기 동안 80여 통의 편지가 배달되었다.
이 책에는 그 절반쯤을 추려 실었지만, 한 통 한 통의 편지에는
받는 이와 나누고 싶은 글쓴이의 이야기가 굽이치며 흐른다.
잔잔한 웃음과 세심한 배려가 행간마다 넉넉하다.
코로나 3년의 기록,
풍월당이 전하는 위로와 감사의 편지
“그러면서 저는 여러분과 가장 많은 소통을 하고 있는 셈이며, 늘 여러분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씁니다. 물론 홀로 고독한 시간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실은 가장 고독하지 않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지금 옆에는 제가 좋아하는 한 잔의 커피와 한 조각의 과자가 있고, 이탈리아노 현악 사중주단이 연주하는 40년이 넘은 슈베르트의 마지막 네 개의 현악 사중주곡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100여 년 전만 해도 귀족이나 누렸던 호사를 제가 누리는 것입니다. 그러니 저는 고독 속에서도 행복합니다.” _「고독으로만 이룰 수 있는 위대한 것들」 중에서
이 책은 서울의 한 클래식 음반 가게 풍월당이 코로나 시기를 지내며 써내려간 3년의 기록이다. 풍월당은 음반 가게이지만 클래식 감상자를 위한 예술 아카데미이기도 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상이 멈추자 아카데미에서 하는 음악 강의도 모두 중단되었다. 대면 강의는 영상 강의로 대체할 수 있었지만, 매주 강의실에 모여 함께 나누던 만남의 온기까지 대신하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에 풍월당을 창립하고 10년 이상 아카데미에서 음악 강의를 해온 박종호 대표는 그가 ‘제자 선생님’이라 부르는 수강생들에게 매주 강의 영상과 함께 손수 쓴 ‘편지’를 띄워 보냈다.
난생처음 겪는 거리두기와 일상의 단절이 기약 없이 길어지면서 편지도 차곡차곡 쌓여갔고, 2년 반 동안 그렇게 80여 통의 편지가 모였다. 이 책은 그중 40여 편 정도를 추려, 이 편지의 본디 수신자인 제자 선생님들뿐 아니라 코로나라는 긴 터널을 지나는 모든 이에게 띄우는 편지로 새롭게 엮었다.
편지에는 코로나로 외출이 제한되는 기간 동안, 받는 이들이 ‘홀로 있어도 풍성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예술 이야기와 삶에서 건져 올린 진솔한 단상들을 담았다. 저자가 직접 읽고 본 좋은 책과 영화 이야기, 수십 년의 세월을 거슬러 어린 시절로, 젊은 시절로 돌아가 본 추억담, 거리를 걸으며 만나는 소외된 이웃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연민이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가슴 시리게 우리를 위로한다.
읽으며, 추억하며, 걸으며 되새기는
평범한 것들의 소중함
“이 편지들에는 반복해서 등장하는 주제가 있다. 어머니, 추억, 우리가 잃어버린 미덕, 이웃에 대한 적선 등이 그러하다. 이 주제들은 너무나 중요한 것이어서 후렴구처럼 우리 마음을 울린다. 가끔은 시가, 추억이, 내면의 목소리가 읽는 이를 정적의 쉼표로 안내하기도 한다. 그런데 바로 이런 것이 일상의 음악 아닐까.” _「들어가는 글」 중에서
학교가 문을 닫고, 가족을 만날 수 없는 명절이 이어졌다. 마스크는 우리를 감염병으로부터 지켜주었지만, 상상 이상으로 사람들 사이에 불편과 단절감을 초래했다. ‘언택트’라는 이름으로 실물과 접촉하지 않고도 서로를 연결하는 디지털 세상은 이 위기를 발판 삼아 더 정교하고 더 거대해졌다. 이렇게 ‘홀로 있음’을 강제당한 코로나 기간에,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타인과 함께했던 시간들을 채우고 자기만의 생존법을 터득해나갔다.
저자는 이 시간 동안 어떻게 ‘홀로’ 있으면서도 ‘만남의 끈’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 고민의 산물인 이 편지들에는 문학과 현실을 오가며 끊임없이 ‘나’를 사색하고, 시종일관 ‘너’를 그리워하는 글들이 가득하다. 자신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어머니, 우리나라 영화계 발전에 이바지한 유년시절의 영화 친구, 군 시절 인연을 맺었던 시인, 진정한 예술가의 품위를 보여주는 성악가,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는 출판사 등을 통해 그는 이 시대에 우리가 좀 더 세심하게 가꾸고 간직해야 할 소중한 가치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나아가 여기서 소개하는 시, 소설, 희곡 등의 문학작품과 영화들도 우리가 지금 누리는 일상의 소중함과 공동체적 연대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들이 주를 이룬다.
이렇게 저자는 홀로 있는 고독의 시간 동안 사색과 독서로 자신을 채웠으나, 자족하는 데 머물지 않고 편지를 쓰는 내내 ‘산책자’의 삶을 살았다. 어깨에는 배낭을, 주머니에는 현금을 넣고 거리로 지하철로 나가 하루에 몇 시간씩을 걸으며, 만날 수 없는 시대에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중에서도 그의 시선은 몇 푼이라도 벌려 노점에 나온 할머니들, 세상에서 밀려나 이제는 불러주는 이 없는 노인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사회를 굴러가게 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로 가닿는다.
코로나 시대 이후,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지금은 힘든 시기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사는 세상과 우리의 삶에 대해서 진정으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_「지금도 어디선가 고통 받는 사람들」 중에서
잦아들 만하면 다시 고개를 쳐들기를 반복하는 코로나를 두고 우리는 어느덧 ‘위드코로나’를 이야기했고, 일각에서는 한발 앞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코로나 이전의 삶을 온전히 되찾을 수는 없을 거라는 암울한 진단도 있었지만, 유발 하라리를 위시한 국내외 다수의 학자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해법으로 ‘공존’과 ‘연대’를 말하며 새로운 시대를 전망했다.
공존과 연대가 전 지구적, 거시적 차원의 해법이라는 느낌이라면, 저자가 말하는 ‘적선(積善)’이란 소박한 개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더 힘 있게 다가온다. ‘적선’이란 보통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돈을 주는 행위의 의미로 쓰이고 있으나, 말 그대로 풀이하면 ‘선을 쌓는다’는 뜻이다. 저자는 가끔 높은 차에서 내려와 거리를 걸으며 소외받는 이웃을 돌아보자고 말한다. 그러면서 노점의 물건도 사주고 구세군 냄비에 돈도 넣자고 말한다. 많은 돈을 적선할 수는 없어도, 그 돈이 그들을 힘겨운 삶에서 구하지 못한다 해도, 우리의 행동은 그들이 살려고 애쓰는 노력에 보이는 관심이자 응원이며,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나도 모르게 행한 잘못을 되갚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끈질긴 바이러스는 우리의 일상을 앗아가고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지만, 그동안 우리가 감추고 잊으려 했던 많은 진실들을 수면 위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이웃이 아프면 나도 아플 수밖에 없는 더 긴밀해진 공동체를 살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내가 사는 법은, 저자가 글과 몸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소외되고 뒤처진 이웃을 살리는 것이 아닐까.
만남의 끈을 이어 갈 것인가
아무도 편지를 쓰지 않는 시절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진행해 왔던 대면 강의를
영상강의로 전환하면서 매주 편지를 함께 보냈다.
편지의 수신인은 수년간 그의 강의를 들어왔으니 오랜 제자라 할 수도 있고,
때마다 한결같이 풍월당을 격려하고 키워 주었으니 스승이라 해도 좋았다.
이 ‘제자 선생님들께’ 2년 반 5학기 동안 80여 통의 편지가 배달되었다.
이 책에는 그 절반쯤을 추려 실었지만, 한 통 한 통의 편지에는
받는 이와 나누고 싶은 글쓴이의 이야기가 굽이치며 흐른다.
잔잔한 웃음과 세심한 배려가 행간마다 넉넉하다.
코로나 3년의 기록,
풍월당이 전하는 위로와 감사의 편지
“그러면서 저는 여러분과 가장 많은 소통을 하고 있는 셈이며, 늘 여러분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씁니다. 물론 홀로 고독한 시간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실은 가장 고독하지 않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지금 옆에는 제가 좋아하는 한 잔의 커피와 한 조각의 과자가 있고, 이탈리아노 현악 사중주단이 연주하는 40년이 넘은 슈베르트의 마지막 네 개의 현악 사중주곡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100여 년 전만 해도 귀족이나 누렸던 호사를 제가 누리는 것입니다. 그러니 저는 고독 속에서도 행복합니다.” _「고독으로만 이룰 수 있는 위대한 것들」 중에서
이 책은 서울의 한 클래식 음반 가게 풍월당이 코로나 시기를 지내며 써내려간 3년의 기록이다. 풍월당은 음반 가게이지만 클래식 감상자를 위한 예술 아카데미이기도 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상이 멈추자 아카데미에서 하는 음악 강의도 모두 중단되었다. 대면 강의는 영상 강의로 대체할 수 있었지만, 매주 강의실에 모여 함께 나누던 만남의 온기까지 대신하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에 풍월당을 창립하고 10년 이상 아카데미에서 음악 강의를 해온 박종호 대표는 그가 ‘제자 선생님’이라 부르는 수강생들에게 매주 강의 영상과 함께 손수 쓴 ‘편지’를 띄워 보냈다.
난생처음 겪는 거리두기와 일상의 단절이 기약 없이 길어지면서 편지도 차곡차곡 쌓여갔고, 2년 반 동안 그렇게 80여 통의 편지가 모였다. 이 책은 그중 40여 편 정도를 추려, 이 편지의 본디 수신자인 제자 선생님들뿐 아니라 코로나라는 긴 터널을 지나는 모든 이에게 띄우는 편지로 새롭게 엮었다.
편지에는 코로나로 외출이 제한되는 기간 동안, 받는 이들이 ‘홀로 있어도 풍성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예술 이야기와 삶에서 건져 올린 진솔한 단상들을 담았다. 저자가 직접 읽고 본 좋은 책과 영화 이야기, 수십 년의 세월을 거슬러 어린 시절로, 젊은 시절로 돌아가 본 추억담, 거리를 걸으며 만나는 소외된 이웃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연민이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가슴 시리게 우리를 위로한다.
읽으며, 추억하며, 걸으며 되새기는
평범한 것들의 소중함
“이 편지들에는 반복해서 등장하는 주제가 있다. 어머니, 추억, 우리가 잃어버린 미덕, 이웃에 대한 적선 등이 그러하다. 이 주제들은 너무나 중요한 것이어서 후렴구처럼 우리 마음을 울린다. 가끔은 시가, 추억이, 내면의 목소리가 읽는 이를 정적의 쉼표로 안내하기도 한다. 그런데 바로 이런 것이 일상의 음악 아닐까.” _「들어가는 글」 중에서
학교가 문을 닫고, 가족을 만날 수 없는 명절이 이어졌다. 마스크는 우리를 감염병으로부터 지켜주었지만, 상상 이상으로 사람들 사이에 불편과 단절감을 초래했다. ‘언택트’라는 이름으로 실물과 접촉하지 않고도 서로를 연결하는 디지털 세상은 이 위기를 발판 삼아 더 정교하고 더 거대해졌다. 이렇게 ‘홀로 있음’을 강제당한 코로나 기간에,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타인과 함께했던 시간들을 채우고 자기만의 생존법을 터득해나갔다.
저자는 이 시간 동안 어떻게 ‘홀로’ 있으면서도 ‘만남의 끈’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 고민의 산물인 이 편지들에는 문학과 현실을 오가며 끊임없이 ‘나’를 사색하고, 시종일관 ‘너’를 그리워하는 글들이 가득하다. 자신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어머니, 우리나라 영화계 발전에 이바지한 유년시절의 영화 친구, 군 시절 인연을 맺었던 시인, 진정한 예술가의 품위를 보여주는 성악가,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는 출판사 등을 통해 그는 이 시대에 우리가 좀 더 세심하게 가꾸고 간직해야 할 소중한 가치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나아가 여기서 소개하는 시, 소설, 희곡 등의 문학작품과 영화들도 우리가 지금 누리는 일상의 소중함과 공동체적 연대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들이 주를 이룬다.
이렇게 저자는 홀로 있는 고독의 시간 동안 사색과 독서로 자신을 채웠으나, 자족하는 데 머물지 않고 편지를 쓰는 내내 ‘산책자’의 삶을 살았다. 어깨에는 배낭을, 주머니에는 현금을 넣고 거리로 지하철로 나가 하루에 몇 시간씩을 걸으며, 만날 수 없는 시대에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중에서도 그의 시선은 몇 푼이라도 벌려 노점에 나온 할머니들, 세상에서 밀려나 이제는 불러주는 이 없는 노인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사회를 굴러가게 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로 가닿는다.
코로나 시대 이후,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지금은 힘든 시기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사는 세상과 우리의 삶에 대해서 진정으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_「지금도 어디선가 고통 받는 사람들」 중에서
잦아들 만하면 다시 고개를 쳐들기를 반복하는 코로나를 두고 우리는 어느덧 ‘위드코로나’를 이야기했고, 일각에서는 한발 앞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코로나 이전의 삶을 온전히 되찾을 수는 없을 거라는 암울한 진단도 있었지만, 유발 하라리를 위시한 국내외 다수의 학자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해법으로 ‘공존’과 ‘연대’를 말하며 새로운 시대를 전망했다.
공존과 연대가 전 지구적, 거시적 차원의 해법이라는 느낌이라면, 저자가 말하는 ‘적선(積善)’이란 소박한 개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더 힘 있게 다가온다. ‘적선’이란 보통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돈을 주는 행위의 의미로 쓰이고 있으나, 말 그대로 풀이하면 ‘선을 쌓는다’는 뜻이다. 저자는 가끔 높은 차에서 내려와 거리를 걸으며 소외받는 이웃을 돌아보자고 말한다. 그러면서 노점의 물건도 사주고 구세군 냄비에 돈도 넣자고 말한다. 많은 돈을 적선할 수는 없어도, 그 돈이 그들을 힘겨운 삶에서 구하지 못한다 해도, 우리의 행동은 그들이 살려고 애쓰는 노력에 보이는 관심이자 응원이며,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나도 모르게 행한 잘못을 되갚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끈질긴 바이러스는 우리의 일상을 앗아가고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지만, 그동안 우리가 감추고 잊으려 했던 많은 진실들을 수면 위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이웃이 아프면 나도 아플 수밖에 없는 더 긴밀해진 공동체를 살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내가 사는 법은, 저자가 글과 몸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소외되고 뒤처진 이웃을 살리는 것이 아닐까.
코로나 시대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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