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죽음을 노래하다

음악, 죽음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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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죽음은 가장 개인적이면서 가장 사회적인 사건이다”
음악은 죽음이라는 엄숙한 주제를 가장 잘 나타내는 예술이다.
음악은 추모와 위로로 죽음을 극복하게 해 주지만,
죽음 또한 예술적 영감이 된다.


예로부터 죽은 이를 떠나보내는 장례식에는 음악이 함께 했다. 죽은 이의 영혼이 영원한 안식을 누리기를 기원하는 미사 ‘레퀴엠Requiem’은 공적인 추모 음악이다. 통상미사 중 글로리아와 크레도가 빠지며, 층계송, 트락투스, 세쿠엔치아, 진노의 날Dies Irae이 포함되는 레퀴엠은 비단 장례식에서만 연주되지는 않고 독립된 음악작품으로 공연장에서 연주된다. 모차르트, 베를리오즈, 베르디, 포레의 〈레퀴엠〉이 그러하다.

음악에서 죽음은 슬픔이나 두려움의 대상만이 아니다. 비참한 현실에서 벗어난 이상적인 유토피아의 세계를 예술로 구현하고자 했던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는 죽음에 대한 동경이 강하게 나타났고, 이는 음악을 통해 가장 설득력 있게 형상화되었다. 감정의 표출을 통해 음악은 ‘무한성’의 문을 열어 주고 ‘초월성’을 예감하게 하며, 이런 이유로 현실의 고루함이나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감추거나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예술로 상정되었기 때문이다. 음악은 인간의 가장 깊고 비밀스러운 감정과 무한의 세계를 보여 주는 가장 낭만적인 예술이며, ‘밤’이나 ‘꿈’ 그리고 바로 ‘죽음’을 가장 잘 그릴 수 있는 예술이 되었다.
오희숙, 프롤로그: “음악과 죽음” 중에서
저자

음악미학연구회

음악미학에관심있는음악학자들과서울대학교음악학전공석·박사학생들을중심으로구성된스터디모임이다.정기세미나를통해음악미학의다양한주제를연구하는한편,연구서발간을통해음악학을연구하는후속세대를위한학문적토대를마련하고있다.또한현대사회와문화전반에대한연구를통해음악미학의영역을확대하고,음악애호가및대중과의소통을시도하고있다.

목차

오희숙-프롤로그:음악과죽음

1부작곡가들의마지막순간
이성률-모차르트:〈레퀴엠〉과남겨진자들의눈물31
최은규-베토벤:죽음조차영웅적으로승화시킨음악가48
정이은-슈베르트:죽음앞에선예술가의선택71
김호정-슈만:끊어진세계에서숨을거두다86
박성우-브람스:“삶이죽음보다더많은것을앗아간다”111
최은규-말러:죽음을통해삶의의미를찾다124
전정임-윤이상:죽음에대한초연함과항거148

2부음악이그린죽음
정다운-쇼팽의피아노소나타「장송행진곡」:죽음,유머를옷입다173
지형주-슈베르트의〈죽음과소녀〉:죽음의유토피아적서사186
이정환-슈만의〈레나우시에의한여섯편의노래그리고레퀴엠〉:시인과작곡가의아르스모리엔디202
김소이-리스트의〈단테교향곡〉:구원을향한여정224
우혜언-코른골트의오페라〈죽음의도시〉:망각,죽음의또다른이름247
김미영-알반베르크의〈보체크〉:비극적죽음의사회적책임을묻는오페라259
김서림-라이히의〈다른기차들〉:아우슈비츠를위한음악.추억과추모사이에서272
신인선-리게티의〈위대한죽음〉:‘보이는-들리는’죽음288
오희숙-쿠르탁의현악사중주〈짧은성무일과-세르반스키를추모하며〉:추모와자기성찰308
노재헌-그리제의〈문턱을건너기위한네개의노래〉:죽음의경계를넘어325

3부죽음에대한심층연구
킵페글리,김예림역-대중의애도,국가와새뮤얼바버의〈현을위한아다지오〉351
오드리버거카대니,정은지역-음악은어떻게죽음의공포를완화하는가384

장유라-에필로그:브리튼과토마스만.베니스죽음의현장을찾아서418

주431
참고문헌453
도판목록462

출판사 서평

음악은늘죽음곁에있었다
음악이없는장례식을상상해보았는가?그런장례식이있다면무척쓸쓸할것이고,고인에대한애도와남은자에대한위로를충분히하지못했다는느낌을받게될것이다.에도와위로.한사람의삶을기리고,남은사람들에게온정과희망을전하는것이장례식의뜻이라면음악은실로커다란역할을감당하는셈이다.
죽음은엄연한현실적차원에서음악가의생계와긴밀히결부되어있었다.요한제바스티안바흐는1730년후원을청하는편지를귀족에르트만에게보내면서라이프치히공기가예년보다좋은탓에장례식수입이줄었다며어려움을토로했고그의전임자쿠나우도사람들이비용을아끼려고음악없는장례식을하는경우가있다고적기도했다.이처럼인간의‘삶’에음악이늘함께하는것처럼,인간이피할수없는‘죽음’곁에도음악은항상존재한다.
서울대학교음악학과오희숙교수와음악미학연구회의회원들은음악이‘노래한’죽음의여러모습을다양한에세이로포착해한권의책에담았다.이책은크게3부로되어있다.첫째,"작곡가들의마지막순간"은모차르트,베토벤,슈베르트,슈만등위대한작곡가들의최후를다루는전기적스케치다.둘째,"음악이그린죽음"에서는작품안에‘죽음’이어떻게표현되었는지를다룬다.쇼팽의'장송행진곡',슈베르트의'죽음과소녀'등친숙한곡들과더불어라이히,리게티,쿠르탁,그리제등현대작곡가의작품이다양하게다뤄진다.한편3부에서는음악과죽음을다루는학술논문두편이번역소개되었다.킵페글리는바버의〈현을위한아다지오〉를통해대중의애도현상을집중적으로탐구했고,오드리버거카대니는음악이주는애도/위로의효과를학문적으로규명한다.
시대가변해도추모의마음은여전하다.죽음앞에예술가들은저마다다르게묻고답한다.그사투와창조의과정은삶과죽음,예술과일상을바라보는우리에게더깊은혜안을줄것이다.


죽음이란보편적주제로전문가와일반감상자를연결하는책
죽음은보편적주제다.고령화사회가되면서제2의삶,행복한노후,건강한노년,품위있는여가등에대한관심이높아졌다.평균수명이늘어나고노년인구가증가한다는것은그만큼주위에서죽음을겪을기회가많아지고,또자신의죽음을준비하고생각할시간이길어진다는의미이기도하다.그런데우리는사회의이러한변화에맞게애도하고위로하는능력을갖추고있는가?죽음에대한성숙한태도,고인의존엄성과남은자들의품위를먼저생각하는마음은절로만들어지지않는다.예술체험은그자체로훌륭한여가이기도하지만,인간다움을가꾸고보존하는학교이기도하다.『음악,죽음을노래하다』는이점에서반가운책이다.죽음가장가까이에있는예술,음악을통해애도와위안,존엄과품위를말해주고있기때문이다.
음악사나음악이론에대한책은주로전문가나소수의애호가를위한책에머무를가능성이크다.그러나이책은죽음이라는보편적주제를다루기에누구에게나열려있다.학자,연구자,전문가들이필자로나서서깊이있는전문지식도다뤄지지만,집필과정에서누구나쉽게읽을수있도록세심하게배려했다.또이책은다양한작곡가와작품을아우른다.죽음은인간누구나겪는일이지만,죽음의상황,그에대한반응은모두가다다르다.가장보편적인동시에개별적인경험이바로죽음이다.음악가들은작품을통해인간보편에해당하는추모의마음과더불어그만이겪을수있는일회적이고개별적인경험을동시에다룬다.

근원적질문으로음악과인문학을연결하는책
죽음은또한인문학적주제다.인간존재의근원에대한질문이여기에서다뤄지기때문이다.음악미학연구회소장오희숙교수(서울대)는프롤로그에서“죽음은개인적인사건인동시에사회적사건”이라고강조한다.“전쟁과사고등사회적사건과자연재해에의한죽음은사망자의숫자가많기때문에안타까울뿐만아니라,그원인이개인적으로해결할수없는문제라는점에서더욱억울하다.음악은때로는언어와연결되어,때로는순수기악음악으로죽음을둘러싼사회의모습을오랜시간부단히담아왔다.특히20세기이후많은작곡가들은역사적사건에민감하게반응하며작품을내놓았다.‘음악으로희생자를위로’하고이들을계속기리고자하는것이다.그렇지만이러한음악들은단순히추모,애도또는기도의차원에머무르지않고사회적·역사적메시지를던진다.사회의불합리함과무책임,자연재해,참혹한전쟁등많은희생자를낸사건들을인식하고,그문제를비판하는역할을하고있는것이다.그래서음악은“사회적정치적비판의파워풀한역할”을한다.
또한장유라박사는에필로그에서“크리스테바는죽음을성찰하는‘예술의유용성’을설파한다.즉그녀는미술관에서접하는그림과조각에서죽음을마주대할수있다는‘죽음의경험’을말한다.우리는소설과음악을통해서죽음을바라본다.언어가주는‘사실성에대한묘사’만큼은아닐지라도소설가나작곡가가작품의주제를선정하고그작품을서술하고작곡하는과정과그의삶을추체험Nachleben하는과정에서우리는죽음을경험한다”고적는다.

죽음의순간으로들여다보는작곡가의인생
『음악,죽음을노래하다』의1부는작곡가들의마지막순간을추적한에세이들로구성되어있다.작곡가의만년을스케치하듯그려내는에세이들은어떤의미에서각인물들의최고정수를반영한다.슈베르트처럼커리어의정점에서갑작스럽게세상을떠났든,아니면슈만처럼격리와금지속에서서서히창작의기운을잃어갔든관계없이그들의마지막순간은그의성취와인생전체를반추하게만든다.이성률은모차르트독살설과같은흔히알려진이야기를화제삼아그의말년에실제로벌어진일들을세세히서술한다.최은규는베토벤의트레이드마크라고할수있는영웅다움을키워드삼아그의만년음악의특징을‘박애주의’의승화로읽어낸다.또말러를다룬글에서는죽음에영적의미를부여하고이를넘어서려는말러의정신세계를서술한다.정이은은젊은슈베르트가죽음앞두고주체적인예술적도전을감행했음을강조했고,이와유사하게박성우또한브람스의주체적인고독과죽음앞의의연함을인상적으로서술한다.김호정은많은오해를받아온슈만의마지막작품〈유령변주곡〉을통해단절속에서도끝까지음악을붙들고자했던작곡가의의지를드러낸다.전정임은1부의유일한한국작곡가이자현대작곡가인윤이상의사례를통해실제죽음을경험한시기였던옥중에서의인생관과죽음의충격을이겨낸후정립된인생관이어떻게달라졌고,또작품에서로다르게반영되었는지를분석한다.

작품속의죽음:극복,기념,추모,기억,애도,성찰,사회적책임
1부가작곡가의인생에집중된‘전기적에세이’모음이었다면,2부에서는실제작품을다루는‘작품론에세이’가펼쳐진다.정다운은쇼팽의피아노소나타2번「장송행진곡」에서쇼팽음악의특성이자죽음이라는무거운주제와는일견어울리지않아보이는유머의요소를읽어낸다.또지형주는슈베르트의〈죽음과소녀〉에서동경의대상이자안식으로서의죽음이라는낭만적관점을설명한다.이정환은슈만의가곡〈레나우시에의한여섯편의노래그리고레퀴엠〉을아르스모리엔디,즉죽어가는과정에대한형상화로설명한다.살아가는것은곧죽어가는방법을찾아내는것과같다는점에서예술작품은사는법/죽는법의의미심장한비유가되는것이다.김소이는리스트의〈단테교향곡〉을단테원작과연결지어고찰하며방대한작품의핵심시구의인상을교향시적으로옮겨낸작곡방식을상세히설명하고있다.
위의네사람의작곡가들이비교적친숙한낭만주의시대작곡가라면다음에는모더니즘과현대작곡가들이그려낸죽음의모습이다채롭게이어진다.우혜언은코른골트의오페라〈죽음의도시〉를통해현대인의불안과상실의트라우마,곧망각과죄의식을죽음의문제와연관지어분석한다.김미영은베르크의유명한오페라〈보체크〉를비인간적인사회에대한책임을묻는사회고발적작품으로읽어낸다.김서림은라이히의〈다른기차들〉을통해홀로코스트의파국이후현대음악에두드러지게된추모의경향을인상적으로서술한다.신인선이다룬리게티의〈위대한죽음〉,오희숙이다룬쿠르탁의〈짧은성무일과-세르반스키를추모하며〉또한희생자들에대한추모가자기성찰과닿아있음을지적한다.노재헌은그리제의〈문턱을건너기위한네개의노래〉를통해죽음의경계를넘어서는인간적영성의회복을새로운현대의경향으로서술한다.
이들작품론적에세이들은더러전문적인지식들을요구하는음악분석이기도하지만,동시에죽음을바라보고탐구하는여러가지시선이기도하다.세계대전과홀로코스트등20세기의참상과폐허는문명과인간성,예술의역할에대한질문을불러일으켰고,격렬한자기부정과자기성찰의계기가되었다.이들에세이들은막연히현대음악에대한낯섦을느껴온독자들에게하나의이해의실타래를제공할수있을것이다.그만큼애도와추모는곧현대음악을이해하는중요한키워드이다.

해외학술논문번역수록
한편3부“죽음에대한심층연구”에는음악과죽음에관한해외석학의논문두편을번역해실었다.킵페글리의논문은새뮤얼바버의〈현을위한아다지오〉가어떻게공식적인추모의자리에서가장자주연주되는작품이되었는지를개인적인경험과더불어서술한다.반복과무시간성을특징으로가지는이곡은트라우마를겪는이들이느끼는‘부유하는’느낌을전해주어자연스러운애도를불러일으키는면이있다고지적한다.그러나그는그러면서도“음악은이중으로위험하다.음악은서로소통하고사람들을감정적으로움직이게하는능력은있지만서술하는능력은없다.음악은외부사건에대한해설로진지하게받아들여지기는커녕,우리의감정을휘젓는능력이너무자주이상화되어‘이세상에속하지않는것’으로치부되곤한다”고지적함으로서이러한애도의음악이오히려공동체적으로오용될가능성이얼마든지있다고경고한다.한편오드리버거카대니는전통적인음악의효과라여겨져온안정과완화의효과를두가지방식으로분석한다.한편으로는음악과예술이죽음의필연성을강조함으로서있는그대로의세상과의화해를촉구하지만,다른측면에서는예술작품을통해죽음이라는개념과안전하게만나는장을제공함으로서죽음의의미를변형시키고심리적안정감을제공한다는것이다.이와같은이론적성찰은막연하게여겨졌던음악의치유효과나애도의기능등을보다객관적인시각으로바라볼수있게해준다.


음악의사회적역할을생각한다
여러필진들이쓴에세이의모음집이지만,이책은명확한구심점을지니고있고,논의와지평에서의일관성도보여준다.그것은단순히죽음이공통의주제역할을하고있기때문만이아니다.오히려죽음이라는사건이음악의사회적역할이라는관심사로모든에세이를수렴시키기때문일것이다.죽음은개인적이면서도사회적인사건이다.특히많은사람들이동시에죽음을맞이하는커다란사건은남은자들에게모종의입장표명을요구한다.전통적인장례식음악이든,테러희생자에대한애도를담은현대음악작품이든죽음을다루는작품들은그자체로사회에대한질문을,더나아가예술의사회적역할에대한질문을던지고있기때문이다.“우는자와함께울라”는성경의말씀은음악의전통적인역할인공감과애도를환기시킨다.그러나삶이다양한만큼다양한죽음의모습은그러한전통적역할뿐아니라죽음을통한해방과갱생,죽음의기념,죽음을통한고발등남은자들의사회를향한음악의역할을다시한번생각해보게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