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

$19.80
Description
“그렇게 많은 문상훈을 봤는데도
여전히 새로운 문상훈의 얼굴이 이 책에 있다.” (작가 이슬아)

13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의 크리에이터 문상훈이 첫 산문집을 출간했다. 문쌤, 문이병, 문상 등 다양한 부캐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소식이 새삼스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오랜 팬이라면, 혹은 매체를 통해 그의 편지글 한 문장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누구보다 기다려왔을 소식임이 분명하다.

문상훈을 대표하는 〈빠더너스〉 채널 소개란에는 “하이퍼 리얼리즘의 콩트와 코미디 영상을 만듭니다”라고 적혀있다. 뛰어난 캐릭터 분석과 시대의 흐름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은 코미디로 웃음을 주는 것이 그의 본업인 것이다. 하지만 그는 대중을 상대로 말하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말’이 가장 어렵다.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오해할까 봐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한다. 그러나 마침내 그는 이 책에서 고백한다. 자신의 말을 가장 오해한 사람은 문상훈, 자신이었다고. 이 책은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이라는 제목처럼 문상훈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자,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문상훈의 새로운 얼굴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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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문상훈

저자:문상훈

1991년부터서울에서살았다.그리고빠더너스.

목차

*들어가며

1부
·아무도보지않을것
·편지1
·밤벗
·웃음은낮에유행은밤에
·ㅊㅊ
·너한테실망했어

2부
·시인
·불쌍한것들은안아주고싶어지니까
·그예쁜모양의돌들때문에이제는죽는것이겁이난다
·우리는너무쉽게행복을
·편지2
·기다린다해놓고기다린적없었다
·시력이안좋아도안경을쓰지않는사람

3부
·자기혐오
·새치기
·내가짝사랑을하는동안에1
·납득과이해
·내가짝사랑을하는동안에2
·편지3
·영원

*추천의글

출판사 서평

추천사

유병재(코미디언)
그의글이단출해좋다.애써멋내지않은듯보이지만실은그러기까지그가얼마나많은멋쟁이단어들을탈락시켰을지를상상하면웃길것도없는데미소가스쳐지나간다.“정서와윤리의백혈구”라는표현을쓰기까지그는세상그어떤세균과싸우는백혈구보다도치열했으리라.
낮에모아밤에펼쳐냈을단어들이그의선택을받아이책에담기기까지얼마나처절하고웃겼을까.나는문상훈이아직쓰지않은단어들이부럽다.
우리부모님이3년먼저사랑을나누셨다는것을이유로그에게윗사람대접을받고있지만나는그보다문상훈의(거의)최초의팬임을이제야고백한다.그렇기에나는문상훈이쉬지않고썼으면한다.그가취해야만쓸수있는작가라면평생주류를무상지원할테고,밤에만쓸수있다하면1년내내동지(冬至)이길빌겠다.시인이못하는것들을나눠서해주고싶다는문상훈처럼나도그가못하는것을나눠해주고싶다.
누구도30초이상무언가를보지못한다는시대에,모두가글자를읽는대신챌린지를하는시대에나는문상훈의글이모기처럼언제나우리곁에있었으면한다.
이책을읽고나니어떤알고리듬으로든우리는만날수밖에없었겠다는생각이들었다.이책을선택한독자분들도마찬가지가아닐까하는상상을한다.같은정서를공유하고있을그들과이책에서동창회를열고싶다.

이슬아(작가,헤엄출판사대표)
문상훈을만나면진짜대화를하게된다.우리는방송꾼처럼,그러니까업자처럼말할수도있겠으나그렇게하지않는다.입에발린말과하나마나한소리같은건저리치워둔다.그도나도젊지만가짜대화에신물이날만큼은살아본것같다.문상훈이처음으로글을보여준날엔심장이무지빨리뛰었다.그가너무귀엽고슬퍼서,청승이너무나정교하고고와서마음이아팠다.아끼고싶은아픔이었다.글이좋다고내가말하자그는답장을계속썼다지웠다했다.그망설임은나때문이아니다.나보다훨씬어려운청중이늘그를주시한다.문상훈이라는엄격한청중말이다.우리가진짜대화를할수있는건문상훈이자기자신과이미너무많은이야기를하고와서다.
뭘그렇게까지깊이생각하냐는타박을들으며그는지내왔을것이다.그럼에도늘그렇게까지깊이생각하고야말았을것이다.꼴보기싫은자신을징하게도들여다보며청춘을백번쯤되살아본것같고그러다가아주독특한자의식들을발명해낸듯하다.승화의아이콘이된지금도그는알고있다.인생과자기혐오를떼어놓을수없다는것을.살아간다는건자신을점점더미워하는일이기도하다는것을.나의동료작가안담은문상훈에관해이런말을했다."모퉁이에있었던애들은서로를알아볼수있어."문상훈이아무리높은조회수를기록하고지금보다훨씬더부자가된다해도변하지않는다.그가모퉁이에서왔다는사실은.그가쓰는문장을단번에이해할또다른모퉁이인간들을생각한다.나역시모퉁이에서그를바라본다.어떻게유튜브를냉소할수있겠는가.거기에서문상훈이웃기고있는데.어떻게TV앞에앉지않을수있겠는가.거기에서문상훈이도망치며울고있는데….그렇게많은문상훈을봤는데도여전히새로운문상훈의얼굴이이책에있다.내인생은문상훈의재능과고독을바라보며흘러간다.

김신식(감정사회학자·작가)
문상훈은각종매체를넘나들며여러사람의모습으로활약하다가도,종종소형카메라를켜놓고시에대한애호를범상치않게고백해왔다.그럴때마다백개가넘는다른이름으로활동하며시쓰기에대한갈망을놓지않은페르난도페소아를농담반진담반처럼재차떠올린적이있다.
관련하여문상훈의글쓰기엔어떤고집이느껴지는데,이는주변광경을세밀히포착하고타인과의기억을세심히소환하는기록너머,일정한리듬을갖춘채우리네삶을절묘하게‘이미지화’하는시구절같은단상을낳는다.처음엔책속글귀를쭈욱낭독해보고픈마음이들다가여러번읽을수록시를읊듯한줄한줄낭송하고싶어지는이유다.
그가은은하게추구하는형식미와결합된관계·젊음·죽음·행복·언어·감정등에대한고찰을따라가다보면,‘표류하는자’의미덕을접하게된다.‘인간이란존재자체가이미여행’이라고밝히며부지런히본인을탐색했던페소아의정신에빙의한문상훈덕분에,나는가장가깝고도먼여행지,아직다녀오지못했기에흥미로운여행지가바로내자신임을새삼곱씹게됐다.
무엇보다문상훈은맛깔난비유를통해타인과자기자신의생활을이리저리되살펴보는과정에서찾아오는감흥을공유한다.여기엔삶의고된지점을마침내극복했다는표현을경계한채,버거운삶에대처하는묘수처럼포장된말들에현혹되지않으려는저자의결기가담겨있다.그로말미암아이책은오늘의다짐이내일급작스레무너져당황스러운상황을맞이하고,어제실컷부정했던생각들이오늘따라소중하게다가오는모순속에서도사람과인생에대한‘묘미’를찾아나서려는이들에게애정있게다가간다.

책속에서

일기장을덮어놓고천장을보면서아무도보고있지않다는외로움에대해생각한다.기분도남눈치보면서들고생각도다른사람허락받고한다니.취향과호오의기준이내게없고내가좋아하는것이정말좋은건지자꾸다른사람에게물어보게된다.나는뭐하나하려고해도늘누가옆에서지켜봐주어야한다.혼자서는아무것도할수없다는것이문득외롭다.
-아무도보지않을것(p.33)

밤을즐기는사람들을좋아한다.내일을축내서오늘의아쉬움을희석하는사람들.나는밤이되면당신들의밤도나같은지궁금하다.당신도나같은새벽2시21분을보내고있는지.당신도지금처럼어두운밤에눈을감으면더선명해지는것들을떠올리고있는지.아니면마주보고있는지,매만지고있는지,안고있는지,멀리던져두고있는지.당신도나처럼이것들에대해서로꺼내놓고자랑하고싶은지궁금하다.
-밤벗(p.45)

어릴때는아직간지러워서못쓰고,그또래가되면괜히싱거워서안쓰고,시간이지나면내것이아닌것같아못쓰는단어.청춘.자음과모음이옹기종기모여있는모양과ㅊㅊ이들어가는발음소리,푸른봄이라는뜻까지어느하나아름답지않은데가없지만도무지언제써야할지모르겠다.어렴풋하게지금이그순간이고스멀스멀지나고있다는걸알아도어떻게쥐고있어야할지는모르겠다.
-ㅊㅊ(p.56)

시인은술도밥도그냥먹지않고비도허투루맞지않는다.시인은사람들이피하는눈과비와해풍도동해오징어처럼처절하게얼리고녹이고말리는데쓴다.글씨쓸줄알면글도써지는줄아는사람들사이에서한글로시를쓴다는것은앞이보이지않는사람에게검은색을설명하는일.검은색도빛을본적이있는사람들의표현이고검은색은반사해낼빛도없는데시인은설명을포기하지않는다.
-시인(p.72)

내가기억하는내평생동안행복을대단한것으로여기고추앙하다보니행복에대해서어렴풋한한가지를알게되었다.지금행복한지를되도록떠올려보지않는것이다.공부를하다가내가지금집중을하고있구나라고깨닫는순간이집중이끝난순간인것처럼,행복이모든것을해결해줄것처럼맹목적인태도를갖지않는것이좋겠다.타인의행복이라면더더욱그렇다.
-우리는너무쉽게행복을(p.92)

몸말고마음도감기에자주걸린다.마음에감기가걸리면나는늘새벽과,술과,관성같이담배를찾게된다.아무래도마음안의덩어리들을뽑는동안긁힌상처를닦아내려면몸을해쳐야하는건가.몸이덜아플때가많으니자꾸몸의피를빼서마음에수혈하게된다.내가규정하는나는세포가아니라마음에있다는생각에,나를챙기려고눈을자주감는편인가한다.
-납득과이해(p.132)

네가밉다고할때는다섯을,사랑한다고할때는열을세고말하기로한다.말이앞서고글이앞서서솔직하지못했다는말을자주하기로한다.상대의표현이서툰것을보고마음이작다고여기지않는사려가있으면좋겠다.내비유와언어유희가또내마음을새치기했다고알려주기로한다.내가미안한사람에게사랑하는사람에게미운사람에게저울질한마음만큼만내밀기로,그마음이부족하면부족한대로받아들이며살기로한다.
-새치기(p.123-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