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색

진실의 색

$17.00
Description
미술 분야의 다큐멘터리즘
영상 작가이자 저술가 히토 슈타이얼의 『진실의 색: 미술 분야의 다큐멘터리즘』(Die Farbe der Wahrheit: Dokumentarismen im Kunstfeld, 2008) 한국어판이 출간됐다. 이 책은 부제와 달리, 미술을 넘어 현실 세계에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행사하는 다큐멘터리 형식 및 표현에 초점을 맞춘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다큐멘터리는 “실제로 있었던 어떤 사건을 사실적으로 담은 영상물이나 기록물”을 이른다. 카메라가 발명된 이후, 허구가 아닌 실제를 담는다고 자처하는 다큐멘터리적 표현은 그 영향력을 꾸준히 키워 왔다. 오늘날 다큐멘터리 이미지는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전쟁과 주가 폭락, 소수 민족의 박해와 전 세계적 구호 활동을 일으킨다.” 2019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짜 뉴스가 현실에 개입하는 방식을 떠올려 보면, 이제 다큐멘터리 이미지가 현실을 표현하는 대신, 현실이 다큐멘터리 이미지를 통해 만들어지는 시대를 산다고도 말할 수 있다.
저자

히토슈타이얼

영상작가이자저술가.베를린예술대학에서미디어아트를강의하며,제58회베니스비엔날레,2017뮌스터조각프로젝트,제9회베를린비엔날레,제12회카셀도쿠멘타등의단체전및로스앤젤레스현대미술관,마드리드레이나소피아미술관,에인트호번판아베미술관등에서주요개인전을가졌다.저서로『스크린의추방자들』(2012),『면세미술』(2017)등이있다.

목차

다큐멘터리의불확실성원리:다큐멘터리즘이란무엇인가?
증인들은말할수있는가?:인터뷰의철학에대해
기억의궁전:기록과기념비?아카이브의정치
조심해,이건실제상황이야!:다큐멘터리즘,경험,정치
실잣는여인들:기록과픽션
중단된공동체:쿠바의집단이미지
건설의몸짓:번역으로서의다큐멘터리즘
예술인가,삶인가?:다큐멘터리의본래성의은어들
화이트큐브와블랙박스:미술과영화
유령트럭:다큐멘터리표현의위기
사물의언어:다큐멘터리실천에대한유물론적관점
공공성없는공론장:다큐멘터리형식과세계화
후기

출판사 서평

다큐멘터리는진실을담을수있는가
히토슈타이얼에따르면다큐멘터리에대한의심은전혀새삼스러울게없다.“우리가보는것이진짜인지,현실에충실한지,사실인지에대한괴로운불확실성,지속적인의심은다큐멘터리이미지를그림자처럼따라다닌다.이러한의심은부끄러워하면서감춰야할결함이아니라동시대다큐멘터리이미지의본질이다.보편적불확실성의시대에우리는다큐멘터리이미지에대해서이렇게확실히말할수있다:우리는그것이진실인지를늘의심한다.”이것은다큐멘터리형식이언제나철학적질문을동반하는이유이기도하다.그러나만성적인,아마도영원히해결불가능할이런의심보다시급한문제가있다.그것은바로이미우리가영상자체가현실과통합되는시대를살고있음을인정하고,그문제의심각성을깨닫는것이다.
서두에서히토슈타이얼은걸프전당시CNN특파원이방송에내보낸한영상을언급한다.전쟁을생중계한다는도취감에흥분한특파원은이렇게외친다.“이런영상을여러분은이제까지보신적이없습니다.”그런데사실그영상에서는보이는게거의아무것도없었다.해상도가낮아화면은뿌옇게보일뿐이었다.저자는묻는다.“이영상들은다큐멘터리적인가?지금통용되는다큐멘터리의정의에비춰본다면그답은‘아니다’이다.실제와그영상사이에는유사성이전혀없고,우리는그것이객관적으로제시되는지아닌지를전혀평가할수없다.그러나한가지분명한것은,그럼에도불구하고이영상들이진짜처럼통한다는것이다.”사람들은거기에서아무것도식별할수없지만,그럼에도전쟁의생생한느낌,이성이아닌감각에호소하는다큐멘터리이미지의작용을체험한다.저자는이런현상,즉리얼리티에더가까이다가간것같을수록이미지가더욱흐릿해지는현상을일컬어“현대다큐멘터리즘의불확실성원리”라고부른다.

다큐멘터리표현이처한위기
실제와이미지사이의연관성이점점덜중요해지는현상은현재다큐멘터리표현이처한위기를단적으로보여준다.걸프전발발에중요한단서를제공한당시미국외무장관콜린파월이제시한자료역시마찬가지다.그가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제출한,이라크가대량살상무기를보유하고있다고주장하는자료들은전통적인다큐멘터리논증의한계를뛰어넘는다.위성사진속의흐릿한대상들은알아보기힘들고,무기를실었다고여겨지는화물트럭들은컴퓨터로렌더링한스케치들이었다.증거란어느정도객관적,과학적과정을거쳐그증거능력을인정받아야함에도,파월의‘증거’들은이를가볍게무시한다.출처는비밀이었고해석은불투명했고전쟁은일어났다.
다큐멘터리의중요한형식중하나인인터뷰의효력에도의문이제기된다.우리는다큐멘터리영화는물론,뉴스를비롯한수많은영상에서사람들이나와자신이겪은사실에대해하는이야기를듣는다.사건을목격한증인이거짓을말할수있다는점은차치하더라도,진실되게말하는증언조차그들의목소리가우리에게있는그대로들릴가능성은얼마나되는가?저자는장뤼크고다르와장피에르고랭의영화「만사형통」(Toutvabien,1972)속에등장하는여성노동자들의인터뷰를언급하며,“그들을영화제작에참여시키는것이반드시그들에게말을시키는것을의미하지는않는다”고말한다.증인들의목소리는이미정해진틀에의해우리에게들리기때문이다.만약“인터뷰가특정한상황에서는쓸모없다면,그것은다큐멘터리형식에는재앙과도같은결과가된다.왜냐하면아무도어떤사건에대해서직접자기눈으로보거나귀로들은증인으로서믿을만하게증언할수없기때문이다.”
급기야우리는다큐멘터리이미지가처한위기속에서픽션과현실의경계가무너지는광경을목격한다.역사상가장성공한영화중하나인블록버스터「타이타닉」(Titanic,1997)은사실에기반해만들어진픽션이다.이영화의촬영세트를찍은앨런세큘라의다큐멘터리사진들을통해저자는픽션이휩쓸고지나간자리에남겨진현실을보여준다.배가침몰하는장면을찍기위해멕시코만에배의일부가실물크기로만들어졌는데,이는순전히멕시코만의임금수준때문이다.촬영세트를위해세계최대의담수수조가만들어졌지만인근마을에는수도시설이없다.또한촬영이끝난후수조에서퍼낸물로바닷물의염도가낮아져조개채취로살아가는주민들은생계의위협을받는다.“픽션은현실을창조할수있는가,그렇다면어떻게그럴수있는가?”픽션이실제로현실을만들어낼수있다면,“어떻게세계가재현속에서그려지느냐의문제는,어떻게이미지와진술과신호들이새로운세계를창조하고가능하게하느냐는문제로이동한다.문제는더이상현실이이미지속에서어떻게표현되느냐가아니라,그반대로,이미지와음향과진술이현실을만들어내는데어떤영향력을갖느냐는것이다.”

다큐멘터리의역설적과제
저자가논하는다큐멘터리이미지의세계는장밋빛이아니다.이미지에서점점더볼것은적어지는반면,이미지는자체의순환에너지를갖고사람들의감정에직접호소한다.의심이깊어질수록다큐멘터리이미지의힘은더욱강해지고,사람들을적과친구로만든다.특정한상황에서증언은불가능해지며,진실은‘진실의정치’에의해만들어진다.역사에대한경험은그경험의스펙터클로대체되고,공동체는중단되고,공론장은사유화되는그곳에서,다큐멘터리이미지는세계화와글로벌자본주의의현실속으로우리를편입시킨다.우리는더이상이미지들과우리를구별할수없다.이런상황에서다큐멘터리가진실을담을수있는가하는질문은,다소순진하고부차적으로들린다.
그럼에도저자는다큐멘터리이미지들을어둠속에내버려두지않는다.세계에대한응시를다시가능하게해줄촬영의위치를탐색하고,불가능함에도존재하는증언들을들려주며,의도하지않은순간찾아오는정치적경험의순간을기다린다.경제와정치와종교가밀어붙이는분열앞에서는“예술도다큐멘터리즘도사회의접착제로기능할수없음을”인정하면서도,사물의번역된언어로서빛을발할수있는다큐멘터리형식의역설적과제를갈망한다.“다큐멘터리이미지의주제는그러므로그것의피사체도아니고이러한리얼리티도아닌,대상이그앞에서빛나게할수있는현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