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블리도의 꿈

메블리도의 꿈

$19.00
Description
2018년 『미미한 천사들』을 통해 한국에 처음 소개된 프랑스 작가 앙투안 볼로딘의 장편소설 『메블리도의 꿈』이 출간되었다. 볼로딘이 평생 다룬 주제가 압축된 책이었던 『미미한 천사들』과 같은 시기에 쓰이기 시작한 『메블리도의 꿈』은 인류 종말의 어느 시점, 죽음 이전과 이후에 걸친 주인공 메블리도의 끝나지 않는 여행 이야기이자 오래전 사별한, 어쩌면 꿈에서만 알았던 배우자와 재회하기 위해 견뎌야 하는 악몽이 뒤섞인 사랑 이야기이다. 이 책은 볼로딘이 자신의 작품 수십 편 중 특별히 한국 독자들에게 추천해 온 것으로, 한국어판에는 「작가의 말」과 소설가 정지돈의 입체적인 「후기」 등 작품을 다각도로 읽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장치를 더했다.
저자

앙투안볼로딘

1950년에프랑스에서태어났다.러시아문학을가르치고번역했으며,프랑스어로글을쓴다.40여편에이르는소설을통해문학적평행우주‘포스트엑조티시즘’을구현했다.『미미한천사들』(1999)로베플레르상과리브르앵테르상을,『찬란한종착역』(2014)으로메디시스상을받았다.

목차

1부메블리도의밤
2부메블리도의하루
3부메블리도의거짓말
4부메블리도의탄생
5부메블리도의죽음
6부메블리도의꿈:난장판
7부메블리도의꿈:베레나베커

작가의말
후기
작품목록

출판사 서평

무엇보다도사랑이야기

폐허,빈곤,광기등으로이루어진종말,세계혁명이후시공간이뒤흔들리는세계에서사람이살수있는몇안남은게토를방황하는메블리도.전쟁동안사랑하는여인베레나베커는소년병들에게살해당했고,전쟁이후메블리도는볼셰비키거지노파들,난민들,마약중독자들,괴물새들,무당들이공존하는패배자들의거대한게토‘제4닭장’에서볼셰비키무리에잠입한경찰인동시에경찰내부의제4닭장스파이인이중첩자로서살고있다.역시전쟁중테러로사랑하는남편을잃은말리야바야를락과함께시간을버티고있는그는자신이야만하고우매하고혐오스러운,설명이불가능한종(種)이되어버린사람과(科)의최후를관찰하는임무를수행하기위해지구에파견되어다시태어났음을기억하지못한다.죽은아내의기억에시달리면서,그녀를꿈에서재회하면서메블리도는현실과꿈을,삶과죽음을분간하지못한채자신의인생을통과해간다.사랑했던여인을다시만나기위해,메블리도는더멀리여행해야한다.제4닭장의깊은곳으로,자신의꿈깊은곳으로접어들어야한다.여러사건이후메블리도는‘난장판’에이르게된다.그다음에는무슨일이일어날것인가?

거의밤,수없이되풀이되는여름,무더워숨막히고끈적끈적한.달,비,때로폭우.열등인간들이숨어있는무법천지의평행세계에는난투극의메아리,한국인무당의제례음악소리,정신병자들의고함소리,미친노파들이외치는슬로건,새들의울음소리와키득거리는소리…가가득하다.메블리도는소리에휩싸여이세상과저세상을,그사이를오간다.매우먼동시에매우가까운모습의종말속에서이책은메블리도의끝나지않는꿈을,여행을따라간다.죽음이전과이후에걸쳐진행되는,오래전사별한,어쩌면꿈에서만알았던배우자와재회하기위한악몽의여행을볼로딘은“무엇보다도사랑이야기”라고정리한다.이상하고환상적인사건과이미지뒤에있는사랑의행복에대한,아름다움에대한향수.독자,인물,저자가그속에서함께만날수있기를저자는바라고있다.

이상함의형태

“상대는자기를완전히숨기고있던어둠으로부터빠져나온다.그는키가크다.그것도어마어마하게크다.
까마귀이므로그라고했지만고르가는암까마귀이므로실은그녀라고해야할것이다.그냥암컷도아니고강렬한검은색,그것도푸르스름한검은색의매끈하고반짝이는,흠잡을데없이깨끗한깃털을가진굉장한미모의암까마귀다.검은빛의강력한부리와언저리가까만어두운꿀색의눈역시감탄할만하다.”
(본문40-41쪽)

2007년프랑스에서출간된이후13년이지나출간되는한국어판을위해보내온글에서,볼로딘은『메블리도의꿈』을쓰기시작했던때를다음과같이회상한다.
“내가『메블리도의꿈』을쓰기시작한것은아주오래전일로『미미한천사들』과같은시기였다.책이몇년안에끝나지않을것을알았기에나는서두르지않았다.그러던어느날전차철로를건너는데새한마리가날아와어깨에부딪혔다.흔히일어나는일은아니다.『메블리도의꿈』의집필이정말로시작된것은그날저녁이었다.나는1년넘게주인공메블리도를따라다녔고그의수사(搜査)들,불안,꿈을따라다녔으며죽은자들의세계까지그를따라갔다.이인물은새들을많이만난다.새들은늘호의적이지는않다.돌연변이암탉들,그와격투를벌이는살인마독수리들,그가‘중음(中陰,Bardo)’에,저세상에있을때빗발치는총알처럼그의몸을관통하는작은참새들등등.물론메블리도는다른모험을겪기도한다.그런데책에마침표를찍던바로그순간,우리집발코니창문에피리새한마리가날아와충돌했다.이역시흔히일어나는일은아니다.이처럼새들과연결된마술적징조들이내소설의집필에흔적을남겼다.”

볼로딘의소설에서새는이상함으로등장한다.사람의크기를압도하는,말하는,아름답고추한새들은괴이한이미지와기운으로이야기의틈새에서강렬하게솟아오른다.그중주인공에게그가기억하지못하는지령을,꿈과전생의조각들을상기시켜주는까마귀고르가는종종그의꿈속으로파고들어그의계획에함께하고그를감시하며그를자신에게복종시킨다.불현듯등장하고사라지는거대한새를뒤따라가면서독자는그존재의일차적인기이함에,이어새와주인공이서로얽히며맺어가는이상한관계에함께얽매이기시작한다.

이책의후기를쓴한국의소설가정지돈은‘이상함은아름다움이가망이없을때취하는형태’라는제목아래,동료작가들과함께스스로를지칭했던후장사실주의자의관점에서새를언급하며볼로딘의소설을자신의방식대로뒤따른다.볼로딘의『미미한천사들』속문장일부를빌려온이제목은우리가앙투안볼로딘의작품들을어떻게바라봐야하는지에대한하나의힌트로작용한다.볼로딘이자신의작품들을포스트엑조티시즘이라는명칭으로부르며말했던“다른곳에서와서다른곳으로가는다른곳의문학”이란,어쩌면이러한이상함을한없이수용하고수없이다양한형태로제시하는문학일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