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무엇을 했는가: 발전국가 시기 한국 현대 건축

건축은 무엇을 했는가: 발전국가 시기 한국 현대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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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건축은 무엇을 했는가: 발전국가 시기 한국 현대 건축』은 20세기 후반, 발전의 파고 속에서 한국 현대 건축이 남긴 발자취를 추적한다. 이 시기 건축은 때로는 턱없이 부족한 재료와 공법으로 현대 모더니즘 건축을 좇으며, 때로는 과거 기와지붕으로 표상되는 한국성을 강요받으며, 이상과 현실 두 양극을 끊임없이 오갔다. 이 책은 온전한 건축을 상정하고 한국의 사정을 비판하기보다, 지난 세기 한국에서 건축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여러 희미한 흔적들을 통해 거꾸로 건축이 무엇이었는지 살핀다. 무엇보다 이 시기 최대 건축주였던 국가의 존재를 전면에 드러내고, 그 속에서 한국 현대 건축의 생산과 재현을 이야기한다. 이 자취야말로 20세기 한국 현대 건축의 역사를 쓰기 위한 중요한 단서다.
저자

박정현

서울시립대학교건축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김정철과정림건축』(편저),『전환기의한국건축과4.3그룹』,『중산층시대의디자인문화:1989~1997』(이상공저)등을쓰고,『포트폴리오와다이어그램』,『건축의고전적언어』등을번역했다.2018년베니스비엔날레한국관『국가아방가르드의유령』(SpectresoftheStateAvant-garde)을비롯해『아웃오브디오디너리』(OutoftheOrdinary,2015,런던),『한국현대건축,세계인의눈1989~2019』(ContemporaryKoreanArchitecture,Cosmo-politanLook1989~2019,2019,부다페스트)등의전시에큐레이터로참여했다.현재도서출판마티에서편집장으로일하며건축비평가로활동중이다.

목차

프롤로그:한국현대건축은무엇을했는가

1장.예술이되기를바란건축
대한민국미술전람회와작가라는자의식
국가재건최고회의와건축

2장.중앙정보부,그리고문예와건축
『공간』의창간과석정선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와환경

3장.신생독립공화국의표상
양식에대한불신
정부종합청사현상설계
미군용역업체와두정부청사

4장.계획의대상이된도시
경제개발5개년계획과서울도시기본계획
유토피아적계획과도심재개발계획의원형
계획의합리화와도구의부재
88서울올림픽과강북의재편

5장.중대형설계사무소의탄생
작가대조직
기술의분화와조직설계의시작
작가주의와파트너십사이

6장.한국성이라는성배
문화헌법과문화건축
강요된지침,외부공간과한국성
포스트모더니즘과전통의만남
지붕에서마당으로

7장.건축의자율성을향하여
동물원옆미술관
계곡에내려간사찰대능선위에올라간성

8장.국가는건축의적인가
국가의계획과건축의이데올로기
부정성의변증법
호출된타푸리
부정성의딜레마

에필로그:광장에서규방으로

부록:대한민국미술전람회건축부문역대수상작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예술로편입된건축
한국에서건축이예술의한영역을차지한것은한국전쟁이끝나고얼마지나지않은1955년,제4회대한민국미술전람회(이하국전)에건축부가신설되면서부터다.건축전공자를배출한경험이있는학교가서울대학교뿐이었던시절,「건축사법」이제정되지도않았던시절,이것은결코자연스러운일이아니었다.
이는제4회국전출품작가와출품작을통해서도확연히드러난다.초대작가와추천작가의나이차가30여년이었던동양화부문과달리건축부문에서초대작가정인국과추천작가강명구는불과한살차이밖에나지않았다.출품작가가자기작품의심사를맡고,봉은사를실측해그린도면이수상하는일도벌어졌다.새로지어지는건물자체가귀했던시절,‘건축계’라불릴만한영역이없던시절,그럴수밖에없었다.
건축이국전에편입된것은당시“건축계의의지와미술계의권력구도가맞아떨어진”결과이지만,무엇보다국가가건축을원했기때문이었다.제1장「예술이되기를바란건축」은건축이국전에편입된1955년부터,독자적인동력을갖추고대한민국건축대전을열게된1982년까지,건축을통해“국가재건사업,더정확히는사업의이미지를홍보”하길바랐던국가와스스로예술장르로인식되길바랐던건축의얽힘을다룬다.

『공간』의창간,그리고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제2장「중앙정보부,그리고문예와건축」이다루는문제는좀더첨예하다.지금껏건축전문지로서누구도견줄수없는지위를차지하는『공간』과그발행인으로잘알려진건축가김수근을,그배후에드리워진국가의그림자와함께다루기때문이다.저자는별다른창간사도없이느닷없이나타난『공간』의판권에발행인으로기재된‘석정선’과김수근의관계를추적한다.
육군사관학교8기생인석정선은김종필과함께‘16인의하극상’의주동자로지목되어국가반란음모죄로구속된바있으며,이후중앙정보부창설을비롯해군사정권에서벌어진‘4대의혹사건’등에깊이연루된권력의핵심인사였다.한편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는신생공화국의공업시설입지선정,기술조사등급증한엔지니어링업무를맡기기위해박정희가설립을지시한국영기술용업업체로,김수근이2대사장을지낸바있다.
저자는워커힐건립을계기로인연을맺게된석정선과김수근두사람의연결고리를시작으로“정부에제출하는보고서의내용이그대로잡지의지면에”실리곤했던『공간』과,국민국가만들기의첨병이었던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의관계를살피며“국가와건축가가서로를필요로한개발주의시기”이동력을이용해자신의영역을확립해나간한국현대건축의자취를따라간다.

강요받은한국성,현실과이상사이
한국현대건축의큰흐름이결정된1960년대중후반은,동시에20세기후반내내건축이마주쳐야했던현실의갈등과모순이전면에드러난시기이기도하다.저자는1966년이뤄진종합박물관(현민속박물관)현상설계와,1967년시행된정부종합청사현상설계과정을통해이를적나라하게드러낸다.전국각지의유명전통건축의요소를끌어와,콘크리트로지붕을올리라는지침이딸린종합박물관현상설계가강박적인‘한국성’에대한논의를대표한다면,고층오피스건물인정부종합청사에는한국현대건축이마주쳐야했던현실과이상사이의괴리가있다.
시대착오적인지침이라며건축가들이현상설계를대거보이콧한종합박물관은잘알려진대로불국사청운교와백운교는물론법주사,화엄사등전통건물의각요소를결합해지어졌다.정부종합청사의경우,“여섯자여덟자이상의유리도,200kg/cm2이상의철근도,스팬20m이상의프리캐스트·빔도써”보지못했으며“연면적5만6000제곱미터규모의오피스빌딩을건설하는데동원할수있었던유일한구조는스팬7~8미터의철근콘크리트라멘구조”뿐인현실에서한국건축은군사정권이배출한,울산특별건설국장을지낸공병감의공법에대한문제제기에속수무책일수밖에없었다.결국정부종합청사는현상설계당선자였던건축가나상진의설계가아닌,미국설계회사PAE(PacificArchitects&Engineers)의설계로지어진다.
저자는3장「신생독립공화국의표상」과6장「한국성이라는성배」를통해전자,즉“부여박물관과종합박물관을기점으로1970년대국립극장,지방의국립박물관과문예회관,1980년대독립기념관등으로이어지는한국성”을둘러싼논의를살피는한편,4장「계획의대상이된도시」,5장「중대형설계사무소의탄생」을통해개발주의시기,즉기술과생산이건축과표상을압도하던시기건축이마주해야했던현실과,그속에서건축이할수있었던/없었던것을묻는다.

건축의자율성을항하여
1980년대까지도한국에서국가는최대의건축주였을뿐아니라,건축이자신의존재를확인하고,확인받을수있는대상이었다.그러나1980년대이어진개방정책과,소련을비롯한사회주의진영의몰락,포스트모더니즘의부상등은이러한구조에변화를가져왔다.이와함께건축은처음으로(권력이나자본에잠시괄호를치고)다른가능성을묻기시작한다.
저자는7장「건축의자율성을향하여」에서1980년대말국립현대미술관과천관건립과정을사례삼아이러한변화를읽어내고,8장「국가는건축의적인가」에서이탈리아건축역사학자만프레도타푸리가1980년대한국에소개된맥락을통해계획과이데올로기를둘러싼국가와건축의관계를살핀다.
1980년대중반이후민주화운동의열기와함께등장한청건협(청년건축협의회),수건협(수도권지역건축학도협의회)등은권력과자본에맞서건축의사회적실천을촉구했으나,거세게밀려오는자본의물결앞에서지금까지와다른실천의방식을묻는것이상으로나아가지못한채사그라들었다.「에필로그:광장에서규방으로」는,2000년대한국현대건축을다룰저자의후속저술을예고하듯,1990년대한국현대건축에서처음으로건축바깥이아닌내부에서건축의의미를사유하길요청한4.3그룹의등장으로끝을맺는다.한국현대건축의새로운장이시작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