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왜 폴렌타 속에서 끓는가 (양장본 Hardcover)

아이는 왜 폴렌타 속에서 끓는가 (양장본 Hardcover)

$15.00
Description
아글라야 페터라니의 『아이는 왜 폴렌타 속에서 끓는가』가 워크룸 문학 총서 ‘제안들’ 36권으로 출간되었다. ‘제안들’의 마지막 번호를 단 37권과 함께 출간된 이 책은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1962년생 루마니아 작가 아글라야 페터라니가 독일어로 쓴 데뷔작이자 작가 생전에 출간된 유일한 단독 저서다.
저자

아글라야페터라니

AglajaVeteranyi,1962-2002
1962년루마니아의부쿠레슈티에서태어났다.어머니는국립서커스단의유명한곡예사였고,아버지는인기있는광대였다.이들은서커스가족을이뤄여러나라를떠돌며공연한다.어린나이에곡예사로살게된페터라니는정규교육을받지못했지만루마니아어와스페인어를익혔고,부모의이혼후어머니와함께스위스에정착한다음에는독일어를독학으로공부한다.취리히연기학교에서연기수업을받고배우로활동하는한편작가로서글을쓰기시작한페터라니는동료들과함께1992-3년실험작가동맹‘망(網)’과실험문학그룹‘말펌프’를꾸려산문과희곡,시등을다수발표했고,1996년퍼포먼스극단‘천사의기계’를결성하기도했다.1999년자전적이야기를바탕으로한첫번째소설『아이는왜폴렌타속에서끓는가』를독일어로쓰고펴내이듬해취리히문학상을받았다.이후정신적장애에시달리다가2002년2월취리히호수에서자살했다.사후에두번째소설이자미완성작인『마지막숨의선반』등유작이여럿출간되었다.

목차

작가에대하여
이책에대하여

1
2
3
4

옮긴이의글
아글라야페터라니연보

출판사 서평

자기자신에게서벗어나는글쓰기

루마니아국립서커스단의곡예사가족:어머니조세피나,아버지탄다리카(알렉산드루베테라니),이모레타,부부의딸모니카지나(아글라야페터라니)와(아버지가이전결혼에서데려온)언니안두자.이들의재능을알아본한스위스서커스단장의도움으로1960년대폭정과궁핍을넘어망명해난민이된그들은임시숙소를전전하면서세계곳곳에서공연한다.어린모니카는곡예를배워성인무대에선다.그러다부모가이혼하면서가족이해체되고,크레인곡예사고로더이상공연할수없게된어머니는딸과함께스위스에정착한다.열다섯살이된딸은루마니아어와스페인어를말할줄알았지만읽거나쓰지못했다.스스로독일어를익힌아글라야페터라니는이제적극적으로자신의삶을찾으려한다.연기학교에서배우수업을받고,동료들과실험문학그룹을꾸려다양한장르의글을쓰고,동반자와극단을결성해낭독퍼포먼스를펼친다.
1999년,아글라야페터라니의첫소설『아이는왜폴렌타속에서끓는가』가출간된다.곡예,망명,난민,폭력,소외등자전적이야기에기반한자극적인소재가가득한책은호응을얻고상을받지만,페터라니의글은문학세계가이민문학에흔히기대하는바를넘어선다.우선작가는어머니의언어대신외국인들의언어를,말하는언어대신쓰는언어를택하면서자기자신에게서탈출해글을쓰게됐다.한편작가는이작품에서혈통뿐아니라문화와기억까지타고난‘모태외국인’인자신과같은이들을‘태생외국인’이라고부르는데,신분이불안정하고소수언어를지닌이새로운유형의이방인들은어디에도쉽게동화되지못하고있다.이러한태생외국인이자모태외국인으로서세상의고정된관념에갇히게된동시에명성을얻게되기도한작가는,운명에매인상태에서운명을직시하는나름의글쓰기를통해다시자기자신에게서벗어나기를시도한다.

“한태생외국인이신발을잃어버렸다.그는신발을집에둔채집을강에던져버렸다.
아니면집이스스로몸을던진것인가?
태생외국인은강에서강으로찾아다녔다.
그는물속에서한노인을만났다.노인의목에는표지판이걸려있었다:여기천국
외국인이물었다:아니,천국이라고?
노인은어깨를으쓱하고는표지판을가리켰다.
그러자집이다시나타났지만완전히다른장소였다.
아마도그건다른집일것이다.집은외국인의신발을전혀기억하지못했기때문이다.
나중에그집은문을잃었다.

그건연미복이만들어낸이야기냐고내가묻는다.
아니,이건우리의이야기야,아버지가대답한다.”(본문64-65쪽)

작은말

이작품의제목에등장하는‘폴렌타’는옥수수죽의이름중하나다.이탈리아등남유럽과루마니아,몰도바,발칸지역에서먹는이죽은여러이름으로불리는데,루마니아에서는머멀리거라고한다.옥수숫가루와소금과물을배합해오래끓여최소한의허기를달래는아주단순한음식이다.
산문시처럼문장과단락이불규칙적으로나뉘어흩어져있는아글라야페터라니의글은폴렌타를,머멀리거를닮아있다.스스로잘안다고여겨온익숙한모국어의수사에무의식적으로갇혀지낸이들에게이글은본연의재료를상기시킨다.이작가를발견해한국어로소개하게된옮긴이배수아의표현에따르면“위대한작품을쓸생각이없는작가에속”하는페터라니는“급진적으로생략”하고,“언어를단순화하고축소”하고,“항상덜말하려한다”.따라서글에서아주충분한설명을얻지는못하게되는독자는작가가골라배열한작은말들을발판삼아,그사이를오가며바라보고듣게된다.
당연하게도작은말은보다쉽게움직일수있다.정형적인틀을이렇게저렇게벗어나는움직임을통해,그동안들리지않았던작은목소리가점차들리기시작한다.읽는이가그존재를비로소인식하게되어들리기도할그것은어쩌면움직임자체의소리일수도있다.어린아이들의,여자들의,이방인들의,동물들의,오랜시간외부로여겨져왔던내부의말들.불필요한수식을굳이걸치지않아있는그대로의작음을유지하는이말들은상대적으로큰목소리들로채워져왔던문학세계의틈새에서작음으로소수됨을획득하게된다.그러나소수를향한소외와차별에대한시선의기준은상대적이기도하다.어디에도쉽게동화되지못한태생외국인,모태외국인으로서의작중화자도때로이러한기준을상대적으로적용할수있다는점까지이글은생각하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