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화이트 큐브를 두려워하랴 (그래픽 디자인을 전시하는 전략들)

누가 화이트 큐브를 두려워하랴 (그래픽 디자인을 전시하는 전략들)

$16.00
Description
창작과 평론이 서로 이어지고 생성되는 두 번째 회로가 출간되었다. ‘유령작업실’ 2호 『누가 화이트 큐브를 두려워하랴-그래픽 디자인을 전시하는 전략들』이다. 이번 호가 비평의 대상으로 삼은 실물은 화이트 큐브로 들어간 그래픽 디자인이다. 지난 18년간 10회의 단독 전시회를 열고, 112회의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기획한 전시도 4회에 이르는-한마디로 화이트 큐브 따위 두려워하지 않을 것만 같은-두 저자가 2000년대 중반 이후 국내외에서 열린 그래픽 디자인 전시회를 돌아보며 토로하는 첫마디는, 그래픽 디자인 전시의 어려움이다.
저자

최성민

최성민과최슬기는‘슬기와민’이라는이름으로함께활동하는그래픽디자인팀이다.최성민은국제타이포그래피비엔날레타이포잔치2013을감독했고,김형진과함께전시회『그래픽디자인,2005~2015,서울』(일민미술관,2016년)을기획했다.저서로『재료:언어-김뉘연과전용완의문학과비문학』,역서로『리처드홀리스,화이트채플을디자인하다』『현대타이포그래피』『디자이너란무엇인가』『왼끝맞춘글』『레트로마니아』『파울레너』등이있다.서울시립대학교에서시각디자인과타이포그래피를가르친다.최슬기는김영나,이재원과함께전시회『W쇼-그래픽디자이너리스트』(서울시립미술관SeMA창고,2017~8년)를기획했다.역서로『다이어그램처럼글쓰기』와『트랜스포머-아이소타이프도표를만드는원리』가있다.계원예술대학교에서타이포그래피와시각디자인을가르친다.최성민과최슬기가함께써낸책으로는『작품설명』『오프화이트페이퍼-브르노비엔날레와교육』『불공평하고불완전한네덜란드디자인여행』,함께옮긴책으로는『멀티플시그니처』가있다.

목차

서문

그래픽디자인과화이트큐브
그래픽디자인매체로서전시회
뒤늦게밝히자면-타이포잔치2013기획의도에관해|최성민
리얼리티전시회
데이터베이스전시회
허구의전시회와허구의전시회
실세계전시회에서실시간전시회로
디자인전시회와디자이너

전시회목록
참고문헌
색인

출판사 서평

그래픽디자인전시의어려움
가장먼저언급하는어려움은‘맥락의실종’이다.애초에일상에서쓰이라고만든물건을이른바현대미술작품전시의기본조건인‘화이트큐브’안으로가지고들어가면작품을충분히경험하고이해하기어려워지는것이다.예컨대곁에두고읽으라고만든책을흔히파손의우려때문에유리관안에전시하면,우리는그작품을어떻게감상해야할까.
두번째문제는디자인이라는사회적행위의왜곡이다.아무리사소한작업이라도그래픽디자인은사회속에서전문가들의협력을통해이뤄진다.이런작업에서한디자이너나팀을작가로지명하고의미를부여하면“선택된디자이너의상징적지위를일시적으로격상시켜줄지몰라도,결국에는디자이너가하는일을왜곡하고진정한복잡성을설명하는데방해가된다.”
“미적인한계도문제다.그래픽디자인작품은광활한백색공간에서감상하라고만들어지지않으므로,그런곳에서는미적효과가약해지는게어쩌면당연하다.작품이대개작고납작한탓도있다.디자인된사물의가치는회화나조각처럼자율적이지도,자명하지도않다.그미감은기능,의미,시기,장소등과연관해복잡하게작동한다.불합리한작가표기관행과맞물릴때,이는한층곤란한문제가된다.”“디자인전시회가너무많은작품으로붐비는경향을보이는데도미적자신감부족이작용하지는않는지의심스럽기도하다.소박한사물이장엄한미술관전시실에들어올때느껴지는위축감을물량으로보충하려는의도인지,그래픽디자인전시회는종종여백이부족한고밀도공간을창출하곤한다.그러나흥미로운서사없이양으로채워진듯한전시는개별작품이지니는의미를더욱축소할뿐이다.”

그래픽디자인을전시하는전략들의어려움
그래픽디자인과화이트큐브가맺는이러한관계를몰랐을리없는그래픽디자이너와큐레이터들은그간이를극복하기위해다양한전략을시도해왔다.맥락실종의어려움을회피하기위해최종결과물은어디에도전시되지않은전시,혹은아예전시회자체를디자인대상으로삼아이러한맥락의부재문제를드러냄과동시에맥락을부여한전시,디자인이라는행위가왜곡되는어려움에맞서기위해사회적과정자체를-말하자면디자인이진행되는현장즉,작업실을-화이트큐브로통째로옮긴전시,그래픽디자인전시가지니는자기지시적속성을이용해화이트큐브를전용하고교란한전시,미적인한계를극복하기위해전시에이용되는매체와기법을극단까지실험한,어떻게보면다원예술에어울릴법한전시까지,다양한전략이구사된다.
그밖에도저자들은처음언급된어려움이모조리,혹은일부노출된전형적인그래픽디자인전시회부터데이터베이스에기초한전시,똑같이데이터베이스에기초하더라도의도와목적에따라다른결과와효과를창출한전시,최종결과물이나오기전까지어느정도는픽션의성격을띠는그래픽디자인활동의본질을드러내대체현실을탐구하는비평적/공상적디자인전시,팬데믹이후가속이붙은온라인전시조건을실험한전시등을살피고,그전략들의실효를분석한다.전략의실천들을회고적시점에서돌아보고,당시에는선명히드러나지않았던약점을간파하고,미래로끌어쓸수있는잠재한가능성을타진한다.

그래서그래픽디자인을전시하는전략들의다음행선지는?
이러한어려움에도우리가그래픽디자인을전시하는이유는“그것이우리문화에서큰비중을차지하는흔한물건들의폭넓은역사적,사회적,문화적의미를성찰해볼흔치않은기회를창출해주기때문이다.물론,책이나웹사이트도비슷한역할을할수는있다.그러나전시회는물리적인거리를굳이극복하고전시장을찾아다른관객들과함께시간을보내는이들에게집단적감상경험을제공한다는점에서독특한기능을발휘한다.그리고이와같은공동경험이바로팬데믹으로가장심각하게약화한기능이다.”
역으로팬데믹은우리에게전시‘회’(會)의의미,즉제한된시간과공간을매개로공동의목적을위하여모인관객의현존과참여의의미를재고하게하는한편,현장전시와물리적한계가없는전시가함께맞물려창출하는새로운전시영역을탐구할계기를마련해주었는지도모른다.한가지는확실하다.이책에실린,그간명민한그래픽디자이너와큐레이터들이계발하고실험한전략들을모르고서그래픽디자인을전시한다는건제법무모한짓이라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