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

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

$32.00
Description
안규철 작가의 『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2014년 초판이 출간된 이후, 지난 8년간의 작업과 글, 주요 평론이 더해진 이번 개정판은 1992년 첫 개인전을 연 이래 한결같은 모습으로 우리 미술계를 지켜 온 안규철 작가의 지난 30년의 작가적 여정을 망라한다.
저자

안규철

저자:안규철
1955년서울에서태어나외과의였던아버지를따라춘천에서어린시절을보냈다.아홉살때부모님곁을떠나서울로유학온안규철은서울대학교미술대학에입학해조각을공부했으며,1977년졸업후『계간미술』에들어가7년간기자로일했다.1985년무렵‘현실과발언’에참여한그는당시의기념비적조각흐름을거스르는미니어처작업을선보였으며,1987년서른셋의나이에프랑스파리로유학을떠났다.이듬해인1988년독일로건너가슈투트가르트국립미술학교에입학해수학중이던1992년,스페이스샘터화랑에서첫개인전을열며미술가로서본격적인활동을시작했다.
1995년귀국이후『사물들의사이』,『사소한사건』,『49개의방』,『무지개를그리는법』,『모든것이면서아무것도아닌것』,『안보이는사랑의나라』,『당신만을위한말』,『사물의뒷모습』등의개인전을열고국내외여러기획전,비엔날레등에참여하며일상적사물과공간에내재된삶의이면을드러내는작업을발표하는한편,1997년부터2020년까지한국예술종합학교미술원에서학생들을가르쳤다.저서로『그림없는미술관』,『그남자의가방』,『아홉마리금붕어와먼곳의물』,『사물의뒷모습』등이,역서로『몸짓들:현상학시론』,『진실의색:미술분야의다큐멘터리즘』등이있다.

목차

개정판서문
초판서문

안부를전하는편지/김해주
동시대를넘어서/안규철
개념미술의시적변환:안규철전시『안보이는사랑의나라』를중심으로/이찬웅
무한한현존/보리스그로이스
안규철,세상에대한골똘한관찰자/우정아
사물들:위반의미학/김성원
대화/안규철·김선정
사물과언어사이를가로지르기로부터예술의효용성으로/최태만
언어같은사물,사물같은언어/이건수
삶의부재를사유하는공간/안소연
나의작가적전개과정에대해/안규철
작가적슬럼프의공포에서벗어나기위한일곱가지작업/안규철
나의미술작업과만화적상상력/안규철
바깥의‘흔적’을담은메타미술/윤난지
시(詩)와자:안규철의조각/박찬경
그림,요리,사냥/안규철

도판목록및작가노트
출처

출판사 서평

삶과예술의문앞에서아무것도아니면서모든것을해온안규철의30년

미술의잠재력가운데하나가눈에보이지않는세상의이면을우리에게보여주는것이라면,지난30년간안규철만큼그작업을성실히수행해온작가를찾기란쉽지않다.미술이지닌급진성가운데하나가,시대를향해깨어있는질문을던지는데있다면그역시안규철만큼성실한질문자를찾기란쉽지않을것이다.매일아침책상에앉아작업노트를써내려가며하루를시작하는그에게질문은미술에선행하는행위다.“동시대의소모품으로쓰이기를거부하고시대의요구에다르게응답하는것,다른방식으로가치있는삶을실천하는것”이야말로그가미술을하는이유이기때문이다.

1977년서울대학교조소과를졸업하고1980년부터7년간『계간미술』기자로일하며현실의미술과부딪힌그는1985년무렵‘현실과발언’에참여하며작가로서자신을의식하기시작했다.모더니즘과민중미술의이념이첨예하게부딪혔던당시,한국미술계에범람하던기념비적조각에맞서‘이야기조각’,‘풍경조각’이라불리는미니어처작업을선보이던안규철은1987년,서른세살의나이에불현듯유럽으로유학을떠난다.

이념싸움에골몰하던답답한현실을벗어나“미술이더근본적으로지금의시대전체에대한비판적관점을가지지않으면안된다는생각”으로선택한유학에서그를기다리던것은그러나,유럽과우리나라사이에놓인커다란시차(時差)였다.이미20여년전에68혁명을겪은그곳에서,1980년대민주화운동의절정기에바다를건너온이방인은지금까지자신이지녀온미술의언어를버려야했다.초기작「무명작가를위한다섯개의질문」(1991/2021)은그과정에서나온산물이다.

방안에두개의문이있다.하나는‘예술’이라는단어가적힌,손잡이가다섯개인문이고,다른하나는‘삶’이라는단어가적힌,손잡이가없는문이다.손잡이가없으니삶의문으로는아예나갈수가없고,예술의문으로들어가려해도손잡이가다섯개나되니난감하기는마찬가지인상황.방에는화분하나가덩그러니놓여있다.“화분속에서자라고있는것은식물이아니라다리하나가터무니없이길게성장하여줄기역할을하는불안정하고앉을수없는나무의자”다.

그로부터30년이흐른2021년,우리나라를대표하는작가가운데하나가된그는지난시간을돌아보는회고전『사물의뒷모습』(국제갤러리부산,2021)을치르며다시이작업을선보였다.더이상무명작가가아닌지금까지도그는,삶과예술의문으로들어가지못한채방을서성이며,“죽은나무를심고계속물을주고가꿔서다시자라게하는,그런부조리하고불가능한일”을,달리말해아무것도아니면서모든것을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