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서 배고픈 사람들의 식탁 (여성과 이방인의 정체성으로 본 프랑스 | 개정판)

외로워서 배고픈 사람들의 식탁 (여성과 이방인의 정체성으로 본 프랑스 |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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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당신은 어떤 식탁에 있나요?”
프랑스 정착 20년, 프랑스발 국제뉴스 현장 경험 7년의 한국인 작가,
자국민과 이방인, 수용과 혐오, 끼니와 미식문화의 경계를 들추다

김소영(방송인, 당인리책발전소 대표) 추천
“미식을 통해 한 국가의 문화와 시대의 조우를 짚어 낸,
갓 나온 수프만큼이나 따뜻한 시선이 가득한 글이다.”
2017년 8월, 프랑스 지방법원은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돼지고기 대체 식단을 공급 중단한 행정조치에 대해 “폐기” 판결을 내렸다.
이야기는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슬람 무장단체의 테러로 프랑스에 이슬람세력에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샬롱쉬르손시(市)는 앞으로 이슬람교도 초등학생들을 위한 돼지고기 대체 메뉴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발표한다. “학교 급식이 종교적 배려까지 할 수는 없습니다.” 샬롱쉬르손 시장의 이유였다. 이로써 1984년부터 30년간 제공되어 온 대체 메뉴가 중단된다.
아이들의 밥그릇을 두고 벌어진 싸움은 오래 이어졌다. 이 문제는 2016년 지방선거,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 토론회의 주제로 다뤄지며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바로미터 역할을 했다.
곽미성 작가에게는 이런 풍경이 하나의 모순으로 다가왔다. 프랑스 학교에서 이슬람 식단을 몰아내겠다는 보수 정치인들의 강력한 의지와 달리, 2016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순위에서 이슬람 음식인 쿠스쿠스(couscous)는 3위를 차지하고 있다. 10위 안에 든 음식 중 외국 음식은 쿠스쿠스가 유일했다.
저자

곽미성

10대후반에떠난어학연수를시작으로,20년넘게프랑스에머물고있다.파리1대학과7대학에서영화학으로몇개의학위를받았고,몇편의영화작업을했다.우리나라방송사의파리지사에서일했고,지금은우리나라기업의해외진출을돕는회사에서근무하고있다.
남편,고양이로미와함께파리에살고있으며,지은책으로《다른삶》,《그녀들의,프랑스식,연애》,옮긴책으로《파리지엔은사랑하기를포기하지않는다》가있다.

목차

들어가는글.세상을마주하는어떤감각

1장이방인의식탁
-유학생의한끼
-여성에게허락되지않은것
-식탁의기쁨과슬픔
-프랑스친구의초대
-노키즈존이뭔가요?
-쿠스쿠스와급식논란
-카술레의추억

2장미슐랭레스토랑과비스트로
-아름답지만사라지는것들에대하여
-미슐랭스타레스토랑에가다
-파리는이제미슐랭을읽지않는다
-진짜우리시대의맛
-이민자의식당에서
-함께여서이렇게외롭다니
-나폴리의식당에서

3장식탁의사회학
-서민을위한요리는없다
-볼로녜제와생굴
-가난한연인의식탁
-프렌치프라이가프리덤프라이가된이유
-완벽한여성의식탁
-정치적인식탁
-시어머니의초대노트
-디저트의시대
-네친구의카브

4장모두를위한식탁
-콩비비알리테
-냉장고의이중성
-수평적식탁
-강박적인요리사
-고비씨의바게트먹는방법
-그러므로먹는일에인간의품격이있다
-입맛의국경

책을마치며.함께식사하며서로의국경을넘는일

출판사 서평

식탁,경계선이그어지는공간이자
경계선을지우는장소

프랑스에서20년간살았고,프랑스인과결혼했으며,7년간MBC파리지사국제뉴스팀에근무했던곽미성작가의책?외로워서배고픈사람들의식탁?.전기밥솥이못내아쉬웠던열아홉의한국인유학생에게지난20년은먹는문제만큼사람을외롭게하는일도,품격있게만드는일도없음을깨닫는시간이었다.사람들은음식을통해서로다르다는사실을여실히확인했지만,또한음식을통해서로의국경을쉽게넘어서기도했다.?외로워서배고픈사람들의식탁?은자국민과이방인,수용과혐오,배고픔을달래기위해때우는끼니와고급레스토랑에서의미식,그경계선이그어지는공간이자그경계선을지우고자하는장소로서식탁들을그린다.

말이통하지않아자기세계를벗어나지못하는이방인에게이국의음식은가장쉽고친절한외국어였다.낯선나라에혼자떨어져사는일은쉽지않았지만,내가도착한곳은미식가의고향이라는프랑스였고,다행히나는식탐이많았다._280쪽,〈책을마치며〉

이방인이세상을마주하는감각

“탐욕스러운사람들은대부분망명객이거나영구국외거주자입니다.”
〈뉴요커〉전속작가애덤고프닉의말처럼,‘집밥’을먹을수없는사람들에게한끼한끼는너무나중요해서그들고유의성향을뒤흔들어놓고는한다.집밥을먹을수없는사람들,그들은고향을떠나온사람들이며,현실에단단히발을딛고서있기보다공중에서부유하듯살아가는사람들이다.무엇보다그들은먹어도먹어도배고픈사람들이다.
곽미성작가가먹는풍경에주목한이유도여기에있다.이방인여성으로서그는프랑스미식문화의정점이라고여겨지는미슐랭과이를둘러싼문제들에민감했고(2장〈미슐랭스타레스토랑에가다〉,〈파리는이제미슐랭을읽지않는다〉),이슬람교도학생들을위한급식메뉴가공급중단된다는뉴스를가볍게넘길수없었다(1장〈쿠스쿠스와급식논란〉).자신에게와인선택과시음의기회를주지않는레스토랑직원때문에감정이상했고(1장〈여성에게허락되지않은것〉),〈르푸딩〉에한국인여성셰프가소개되자무척기뻤으며(2장〈이민자의식당에서〉),프랑스인남편과입맛이달라어쩌냐는주위사람들의걱정이얄밉기만했다(4장〈입맛의국경〉).
?외로워서배고픈사람들의식탁?에는이방인이기에더생생하게감각할수있었던서른개식탁의현장이담겨있다.우리는누구나서로에게이방인이고미각은어디에서나통하는언어라는점에서?외로워서배고픈사람들의식탁?은가장쉬운언어로쓰여진우리의자화상이다.

〈파리는이제미슐랭을읽지않는다〉,
〈여성에게허락되지않은것〉,〈노키즈존이뭔가요?〉
서른개의식탁풍경,가장쉬운언어로쓰여진우리의자화상

“에어프랑스는가족과아이들을가장중요하게생각합니다.”
2018년2월,에어프랑스는위와같이입장표명을했다.말레이시아항공,에어아시아에서시행중인비행기안‘노키즈존’에대해단호하게반대의사를밝힌것이다.프랑스주간지〈르푸앙LePoint〉의2016년기사에따르면,성인만입장가능한호텔은전세계에682곳있고,그중375개는유럽의지중해연안에,40여곳은독일에있다.프랑스에는두곳이있다.프랑스에서노키즈존이슈는매체의주목을받지못할만큼요원한주제이고,나치시절유태인이연상될정도로차별금지법위반의소지가다분한문제다(1장〈노키즈존이뭔가요?〉).
2017년에프랑스에서는WomenDoWine이라는단체가만들어졌다.생산부터판매,홍보,유통까지와인업계에종사하는여성들이결성한단체다.이들의취지는그동안남성쪽으로기울어져있던와인업계의균형을바로잡고,여성의영역을확대해나가는데있다.인터넷에서프랑스레스토랑에대한불만도자주목격된다.프랑스레스토랑은남성과여성이함께있는테이블에서와인선택과테이스팅의기회를주로남성고객에게부여하는데,이를두고여성소비자들이문제를제기한것이다.남성이선택해주는와인이아니라자신이직접맛을보고고른와인을마시고싶다는여성들의목소리다(1장〈여성에게허락되지않은것〉).
곽미성작가의시어머니에게는‘식사초대노트’라는것이있다.지난30년간집에초대한사람들의이름과그날의메뉴와테이블장식을기록한노트다.시부모님은한달에서너번지인들을집으로초대하는데,초대한사람들의성향에따라식사메뉴와대화주제,테이블분위기를매번달리정한다.프랑스에는식사초대TV프로그램도있다.패널들이서로를집으로초대해식사를대접하고평점을매기는〈거의완벽한저녁식사〉라는이름의프로그램이다.2008년부터지금까지매시즌인기리에방영되고있다.그만큼프랑스사람들에게식사초대는집에서이루어지는매우중요한사교활동이다(3장〈시어머니의초대노트〉).
식탁의영역은정치외교분야로도확장된다.1995년부터2007년까지재임한자크시라크대통령은매년농업박람회를방문해하루종일머물며잘먹고잘마시는갈리아인의전형적인이미지를연출했고,지금까지도프랑스사람들은그를가장국민친화적인대통령으로꼽는다.사르코지전대통령은프랑스치즈를좋아하는앙겔라메르켈독일총리와의만찬에평소보다두배분량의치즈를준비했다.훗날남아프리카공화국대통령과의만찬을45분만에끝내며그는이렇게투덜댔다고한다.

“이렇게짧은식사가좋지않아요?앙겔라는먹는걸너무좋아해서…….”_192쪽〈정치적인식탁〉

이방인의식탁에서모두를위한식탁으로,
수평적식탁을추구하다

프랑스사람들에게도가족들이모이는명절이스트레스가되는지,크리스마스가되면프랑스매체들은“가족식사중에피해야할열가지화제”,“크리스마스가족식사를망치지않는비법”같은기사들을내놓는다.곽미성작가도시가모임이신경쓰이기는마찬가지였다.그런데어린조카들과시가형님네친정부모까지,열세명규모의크리스마스가족식사에서오고가는대화들이무척흥미롭다.

시가형님의아버지(사돈어른):“모든이민자들이아시아사람들만같다면얼마나좋겠어요?큰소리내지않고있는듯없는듯평화롭게.”
곽미성작가:“없는것처럼가만히있어야봐주겠다는말씀인가요?”
시가형님의언니:“아빠,그건인종주의적인발언이에요!”
시가형님의형부:“우리동네중국인들은그리조용하지않지만우리는아무문제없이잘살고있는걸요?”
시가형님의아버지:“뭐냐,내가또실수한거냐?”_246쪽〈수평적식탁〉

수평적식탁의가능성이엿보이는이런자리는모든구성원들의노력으로이루어진다.그날의식사에누가참석할지가정해지면메인요리와디저트를정하고,와인을준비하고,재료를장보고,음식을조리하는일을나누어맡는구성원들.누구한사람의수고가아니기때문에구성원들에게는저마다주인의식이생기고,식사를즐길수있으며,서로의취향과솜씨를칭찬하는가운데나눌이야기도풍성해진다.

“이제껏하나인적없었던두가지를합쳐보라.그러면세상이변한다.”_줄리언반스

“함께사는데방해가되는것은사람들의어리석음이지차이가아니다.”_안나가발다

서로다르다고함께하지못하리라는법은없다.서로다르기에우리는서로에게끌린다.결국식탁은다른존재들이화합하는자리다.?외로워서배고픈사람들의식탁?은‘이방인의식탁’에서시작해‘모두를위한식탁’으로나아간다.수평적식탁을모색하는일은곧화합의가능성을발견하는일이다.곽미성작가는우리들사이에있는화합의가능성을이야기한다.애초에화합할수없는다름은없다면서.그런시선덕분에?외로워서배고픈사람들의식탁?은방송인김소영의추천사처럼“갓나온수프만큼이나따뜻”하다.
?외로워서배고픈사람들의식탁?은미식의나라프랑스에서자기인생의절반을산이방인이들려줄수있는최적의이야기이자최선의이야기이다.무수한경계선을오가며오늘도다른존재를향해한걸음을내딛는작가가멀리프랑스에있다는사실이독자들에게위안이되었으면좋겠다.

뭐어떤가.그토록색다른서로가만나새로운우주가탄생했으니말이다.
_279쪽,〈입맛의국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