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법, 당신의 법

세상의 법, 당신의 법

$12.54
Description
아르헨티나 시인 후아나 비뇨치, 국내 첫 번역 시집
저항하라, 나날을 살아감으로써
혁명 없는 삶
누가 그것을 삶이라 불렀던가?
-〈가스등〉 중에서
ITTA 시인선 마지막 10권으로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시인 후아나 비뇨치의 《세상의 법, 당신의 법》이 출간되었다. 후아나 비뇨치의 시는 ‘스페인어권에서 가장 친근하고 다정하며, 가장 내밀하고 울림통이 큰 목소리 중 하나’로 평가되는데,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번역돼 소개되는 시인이다 보니 우리에게는 아직 낯설다.
후아나 비뇨치의 가장 중요한 작품들이 《세상의 법, 당신의 법》에 소개되는데, 1967년부터 2000년까지 시인의 세월이 이 시집에 기록되어 있다. 총 다섯 권의 시집이 이 책에 묶여 있으며, 각 시집의 제목은 비뇨치 시의 중심을 드러낸다. 또한 시집 도입부에 삽입된 인용구는 앞으로 이어질 시들의 성격을 암시한다. 첫 시집 《어떤 질서로 움직이는 여자》는 절도와 힘을, 《귀향》에서는 ‘돌아옴’을, 《주요 노선의 출발지》에서는 ‘떠남’을, 《시인과 내면 살피기》에서는 시인으로서 ‘존재하기’를, 《세상의 법, 당신의 법》에서는 주권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저자

후아나비뇨치

JuanaBinozzi
1937년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태어난후아나비뇨치는이민자출신의노동계급가정에서자랐다.1950년대말,아르헨티나공산당원으로활동한비뇨치에게공산주의는언제나시의중심이되었다.1974년아르헨티나에독재의그늘이드리우자바르셀로나로떠나번역으로생계를유지하던중,아르헨티나의젊은시인들이《어떤질서로움직이는여자》를발굴해재출간했다.비뇨치는이일을계기로15년만에부에노스아이레스를방문,이후매년한번씩고향을찾았다.2004년에아르헨티나로완전히귀국한비뇨치는이미거장의반열에올라있었다.2000년당시전집으로출간된이책에는《어떤질서로움직이는여자》,《귀향》,《시인과내면살피기》,《주요노선의출발지》를비롯해《세상의법,당신의법》이담겨있다.이후《시인들이안드레아델사르토를찾아간다》를마지막으로2015년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숨을거두었다.

목차

서문

어떤질서로움직이는여자(1967)
경박하게더욱경박하게
정신혹은유머감각,여러분좋으실대로
사내애들을향한단순한바람
나는문제라곤없는여자
상승하는삶에내이름을붙인다
신화적국가
충만한삶
충만한삶
진지한삶
진지한문학
일요일오후갈수록시간이부족하다시를쓰던시절에는
“이슬픈유형이,이오만한유형이강한인상을주려는시
가족신화
관계의삶
겨울과함께친구들이고향에돌아왔다
편지들,친구,삶의기술
나는마치살아있다는듯거리를거닌다부속물
공손하고온건한잘잊어버리는여자라서나의찬란한젊음이여관계의삶
내몸위로그토록많은몸이포개진후에도
귀향(1989)내세대의여자들오래된일기장에서유령들이나오고돌아오고인사한다
노동계급엘리트사람들은우리를불러댔고우리에게이름을붙였지통찰로아파하는여자새벽그많은꽃친구들과마시던그많은백포도주
무대없음
어떤일들을겪은사람처럼절박하게
나는그것을생각하지않음으로써머무른다한번도가져본적없는어쩌면선택하는법을몰랐던나왜냐하면이것은낯선노인과함께마시는밤의포도주이지그대의운명이아니기에그많던독백탓에일요일오후의인적드문곳말고이제전화가빗발치고
아무도건드리지못하게빈틈없이홀로내공격성안에머무르기란쉬웠다
내가삶에서진정바라는것비밀들은다만오해를조장했다가스등금잔화사이를거닐던묘지의태양아래정신나간여자가고요히미소짓는다
차우어느도시에나있는유령들이여첫여행들나를단단히매어두려는저자신의소음을먹고사는이밤아르누보풍의달콤한우편물
망령들에시달리는여자역사를품은좁은길들백기도없이군호도없이우리의거짓된신용으로는돌하나조차도지금먼곳의신화적도시들을거닐며나당신께영원히감사드리리썩지않는모습의역사의순례길말이생각과달리나오기일쑤라서베를렌의무덤전투돌고래기만은죽음을부를뿐내인생의남자들을만나려고인생의모든큰배신에는기억나지않는무대속말로주검이되고사람들로인간이되다특파원수십년아직흐르지않았다시의사회적임무우리는행복했고배우기도했지자비로이나를가르치는정의에도달하기까지적군을향하여권력의환상을품게하는전쟁사이의보헤미내신화들의무덤
불가항력의비극에상황의비극에H.M.A.B.의죽음이곳에서떠남이란곧머무름이다끝모르는내가난과옹고집이유럽의도시들에서
이데올로기와응용과학을개가제주인의얼굴을닮아가듯나국가와아버지들과남자들을잃었으니언젠가우리가까웠는데나를잊은이들에게감사를부에노스아이레스1960-1970귀향
시인과내면살피기(1993)정겨운안부정겨운안부모든성인의날전야에나는발레를볼것이다서지에관한집착
그녀에게재스민을사다주자
시인들의말은시인들자신을도울까잘못이해된수많은상징끝에사랑하는친구가말하길순간이담긴사진한장이제우리서로를거의모르니내나라의명망높으신이름들양끝에있는것은종이맹수들인가?좌익의주체한청춘이문을닫고틈을메운다혹독한숙제가또다시내몫으로수상한연인들
결혼한여자사람들은언제나홀로여행한다당신의목소리를들으며수백번의일요일을홀로보냈습니다선한사람들은행복이어디있는지알고있다그들이나를사랑했었노라고기꺼이믿고픈마음에
시인과내면살피기
시인과내면살피기I시인과내면살피기II시인과내면살피기III바르셀로나-리옹
오월에세워두기
낮이짧아지기도길어지기도하는오월이다른위도에서오월은감미로운밤들을되찾는다한남자를따라아프리카의거친해변으로간다오월에는겨울의여행들을묻는다너무추운시월에는60년대의시인들
60년대의시인들I60년대의시인들II

주요노선의출발지(1997)
Ⅰ/Ⅱ/Ⅲ/Ⅳ/Ⅴ/Ⅵ푸엔카랄/Ⅶ모란디화풍/ⅧS.B.내젊은심장이여/Ⅸ내면들/Ⅹ망명의위대한이름들/?빌리켄/?지로1937/XIII/XIV/XV작별들/XVI/XVII/XVIII노스페라투/XIX/XX/XXI/XXII/XIII/XXIV/XXV/XXVI/XXVII/XXVIII니스의열매들/XXIX콜라주/XXX/XXXI/XXXII/XXXIII한고전작가를위한메모/XXXIV/XXXV아메리카의추방들/XXXVI사드부터내친구들까지/XXXVII/XXXVIII/XXXIX종착역/XL/XLI라타투이/XLII/XLIII/XLIV문장학(紋章學)/XLV/XLVI생태적인샌드맨/XLVII어젯밤나는맨덜리가아니라내난쟁이들꿈을꾸었다/XLVIII1970-1995/XLIX포트깁슨/L세테첸토의영화(榮華)

세상의법,당신의법(2000)오직그녀만이보는것시에는문학적침묵이필요하다이스탄불/부에노스아이레스/국민광장/?직접화법의죽음을알게되는날에는
내새로운시인친구들의현실효과는지방주의의꿈시야말로유일한속임수이다삶이바뀐다면
카프로니에게바치는오마주사진들을떼어내는일거기아직있나요...?
아름답고고귀한청년의얼굴들사이에서평생을보냈다
콩그레소광장내젊은친구들을기리는풍경
사용되지않는사물들해가뜨고서야돌아와이길어진오후의빛안에서추억한다부에노스아이레스를떠나는바람거센궂은날노래에서말하는것들시에서는왜말할수없나
세상의법,당신의법
다른생에서나는선술집창문너머로보았다생일파티사진오르넬라바노니의노래가울려퍼지는리구리아남자들의악습에단련된여자
어쩌면사진이영혼을빼가는지도몰라그는단한번도반지들을낀적없다아름다운죽음을잔으로들이켠다당신위로흙과기억을끼얹습니다영웅광장은
야상곡저억양은어디출신인가나다시내청춘의꽃들을그린다
옮긴이의말-정면으로돌진하는언어주석

출판사 서평

‘바깥’여성,후아나비뇨치
후아나비뇨치는아르헨티나의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태어나이민자출신의노동계급가정에서자랐다.비뇨치의부모는무정부주의자였고,동네공산당원들이모여회의를할수있게집을내주었다.비록가난하지만,한달에한번오페라를보러극장에갈만큼문화와교육의가치를중시하던부모덕분에그는고등교육을이수했다.그덕분에교육과문화의중요성을깨닫고,삶의다른가능성까지품을수있었다.

“내아버지는제빵노동자였다가,무정부주의자였다가,페론주의시절에는다들그랬듯공산당원이되었지요.나를만든것은도서관들의,일을마친후공부로밤을지새우던날들의문화적신화입니다.나는예술적신화,문화,여행,오페라안에서자랐어요”

1950년대말,아르헨티나공산당원으로활동한비뇨치는시인후안헬만과공산당원동료들이결성한집단‘딱딱한빵Elpanduro’의유일한여성일원이었다.그러나1960년대에들어서정치시보다는이데올로기시가자신의길이라여겨정당에서나오지만,공산주의라는이데올로기는언제나비뇨치시의중심이되었다.
1974년,그는아르헨티나에‘몬토네로스(페론주의를신봉하는게릴라집단)’가정권을독재하리란불안에휩싸여바르셀로나로떠난다.번역으로생계를유지하며15년동안단한번도고향땅을밟지않았다.그러던중,아르헨티나의젊은시인들이그녀의초기작《어떤질서로움직이는여자》를발굴해재출간한일을계기로15년만에처음으로부에노스아이레스를방문,이후매년한번씩고향을방문했다.
2004년,아르헨티나로완전히귀국했을때는이미거장의반열에올랐다.이른바‘60세대’라고불리는동시대시인들이흔히다루던모티프를초월하며서서히,범접할수없는독특한시적자아를굳게다져온후아나비뇨치는이제아르헨티나시문학에서절대적인이름으로자리매김했다.

일상,투쟁의변주
후아나비뇨치의시는‘삶을사는행위’를보여준다.그에게삶이란숭고하고존재론적인명사가아니라나날의삶,공유되고,자주말해지는일상이다.시집에서드러나는그의일상은20세기의마지막40년을관통한다.그는주야로경계하며,노련하고,투지넘친다.그런그의일상이시로환원되어시집에서시대의역사로기술되고있다.
후아나비뇨치는아르헨티나의‘60세대’에속하면서도속하지않는다.당시아르헨티나의정치적시류와적극적으로부딪혔던그들과는다른방향으로나아간비뇨치는‘강한인상을주려는시’에는흥미가없다.그녀는시에서‘별의미없는거창한단어들’을사용하지않고,자신의경험을지나치게비유하거나과장하지않고대화적어조나간결하고적확한어휘로표현한다.또한가끔자신의출신계급들을,여성들을대변해입을열기도한다.차분한목소리의전달자인셈이다.

“1967년,그시대에만연했던무질서속에서후아나비뇨치의시세계는서른의나이에이미온전히형성되었다는인상을줍니다.(…)자기목소리의특성에집중했기때문이었지요.”_베아트리스샤를로

후아나비뇨치의힘은그가사랑했던사람들,공간들,사상들을잊지않으려는저항의몸짓에서나온다.그는자신의시세계를관통하는이데올로기와혁명을노래하기위해정제된언어사용을중요하게여겼다.탱고의리듬을갖춘아르헨티나특유의언어적특성을벗어나중립적인스페인어로시를썼다.또한여성시인들만의고정관념과언어관습을부수고자노력했다.그리고여성들에게여성적굴레에서벗어나‘바깥’으로나가야한다고외친다.
그럼으로써그의시는스스로에게,독자에게끝없이질문을던지면서‘정면으로돌진하는’언어를갖게되었고,혁신과혁명을부르짖지않아도사태를전복시키는힘을얻었다.‘시’라는문학적형식으로자신만의질서와법을세상의법으로만들고자한여성의일상은그어떤혁명과투쟁보다독자들에게더깊게와닿는다.그에게시란기억이고저항이다.그리고그의시는역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