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네틱스》는1948년초판이출간된이후,정보와제어이론이주는참신함과당혹감과함께난해하다는독자들의반응이있었다.노버트위너는곧바로《인간의인간적사용》(1950)을출간하여사이버네틱스에대한이해를돕고자했다.1961년제2판은사이버네틱스에대한이론을정립,소개하는내용에서나아가10여년동안발전해온아이디어에대한위너의첨언을담고있다.
제1장‘뉴턴의시간과베르그손의시간’에서제3장‘시계열,정보및커뮤니케이션’까지위너는‘학습하는기계’라는개념을소개하면서현대의자동기계를설명하기위해생리학의메커니즘을활용해야하며,이메커니즘과시관과의관계에대한연구가필요하다는주장을펼친다.이는뉴턴의역학보다기브스의통계역학에대한검토를필요로하며,이러한고찰이커뮤니케이션이론에대한토대가된다.
이책의중반부는다음과같은위너의변론과함께다양한수식이등장한다.
“우리는수학적기호법과수학적기법을될수록피했지만,3장을비롯한여러곳에서는타협해야했다.여기서도우리는정확히수학적기호법이적합한언어가되는문제를다루고있다.이를피하려면비전문가는거의이해하지못할장황한문장을써야만할것이며,수학적기호에익숙한독자들도이러한문구를수학적기호로번역하는능력을사용해야만이해할수있을것이다.우리가할수있는최선의타협은수학적기호를풍부하게말로설명하여보충하는것이다.”난해한수식을통해‘정보의되먹임(feedback)에의한제어’와‘항상성(homeostasis)’을설명하면서정보이론과생리학이론을결합하는시도로이어진다.
이러한작업은시각에대한철학적검토를거치며뉴런과뇌의활동으로연결짓는다.주사(scanning)과정을통해하나의대상물을변환할수있는군(group)으로추출할수있으며이러한산출물이우리의감각과인상을통해정보로전환되는과정을설명한다.위너는실조(ataxia)현상등을예로제시하며결손된감각을보완하는관찰을정신병리학과장애의문제로확장해사이버네틱스와뇌의관계에대한위너의관점을제시한다.
1948년초판의마지막장인제8장‘정보,언어및사회’는폰노이만의게임이론에대한해석을토대로체스두는기계에대한위너의예측을담고있으며,다세포생명체와공동사회를시작으로구성된개체들사이에끊임없이변하는관계속에서이뤄지는커뮤니케이션에주목한다.1961년2판에서추가된제9장과제10장은초판의보론의성격을갖는다.생물의특징으로학습하는능력과스스로증식하는능력을제시하면서,이두능력을기계에적용할수있는아이디어를제시한다.또한전자공학의발전과자기상관함수라는개념의발견을통해뇌파를미세하게분석할수있게된사례를설명하면서,이책의주요발견중하나인진동수끌어당김에서비롯한비선형상호작용이만들수있는자체조직계에대한암시로끝맺는다.
사이버네틱스,20세기를관통하는거대한지적운동의탄생
노버트위너는무작위잡음을수학적으로분석해확률과정론과전자공학이발전하는데크게공헌한수학자다.그러나오늘날위너는MIT교수로재직한제도권학자보다는방대한학식을자랑하며다양한분야를횡단하고거대한규모로독창적인학제간연구의청사진을그려낸기획자로,또자신이제출한기획에내재한위험을고발한사회사상가로유명하다.
전쟁의포연이간신히걷힌1946년3월,뉴욕에서신경생리학자,수학자,공학자,사회학자,인류학자,심리학자등다양한분야전문가들이모인메이시회의가열렸다.회의주제는‘생물학적및사회적계의되먹임(피드백)메커니즘과순환적인과’였다.회의참가자들이다룬개별문제는신경망의논리적모사,컴퓨터의자율적학습,시신경과대뇌의시지각메커니즘등다양했지만,무엇보다행동의결과를반영해다음행동에반영하는자체조절과정을이용해어떤목적을달성하는메커니즘을분석하는것이회의의근본적인목표였다.그뒤에도1953년까지계속열린이회의는동물행동과인간심리,사회,언어에이르는광범위한주제에서자체조절과순환적인과를찾아내고,이현상들을다루는공전의새로운관점을형성해갔다.
메이시회의는오늘날‘사이버네틱스’라고부르는거대한연구프로그램을형성한요람이었다.메이시회의에수학자로참여한위너는1940년대초부터다양한간학제적연구를수행하며얻은경험과지식을바탕으로,되먹임을이용해복잡한계를제어하는일반이론과사례를다룬책《사이버네틱스》를집필해1948년발표했다.
사이버네틱스의핵심,제어와커뮤니케이션
기계,생물,인간,사회를아우르는대담한통찰
겨울에자동차를운전해회사로출근하는사람이있다고하자.매일지나던길을통과하려고보니눈이내려빙판길이되었는데,이길을운전해지나가야한다.빙판길위에서평소처럼차를몰면크게미끄러져사고가나기쉽다.안전하게길을지나기위해그는전방을주시하고핸들을섬세하게조정하며가속과제동을하면서길에서느껴지는감각을바로바로운전에반영해나간다.가령운전자는더가속하면위험하다고판단할때바로진행하던가속을중단한다.
이것이바로목적(빙판길을지나출근)을달성하기위해,기존행동의결과를다시다음행동에반영하는되먹임,특히사전정보를이용해기존행동의강도를줄이는줄임되먹임(음성피드백)을이용하는사례다.이처럼우리주위에는목적있는행동을달성하기위해되먹임을사용하는사례가많다.그런데행위주체가인간일때만되먹임이발생하는것은아니다.행위주체는우리몸의항상성을유지하기위해호르몬을분비하는각종장기처럼생체일수도있고,먼거리를나아가기위해지형지물을관찰하고기상정보를받아들여진로를바꾸는철새일수도있으며,움직이는비행기를맞추기위해비행기의위치와속도를관찰하고예측포격을실시하는대공예측기일수도,생물개체가모이고조직화되어자체항상성을유지하는사회일수도있다.
거꾸로,이처럼변화하는환경에대응해정보를수집하고단기목표를수정하며목적을달성하도록조직화된계,즉위너가1943년에발표한논문에서사용한용어로‘목적론적’계에는항상(줄임)되먹임이라는공통제어메커니즘이존재한다.이때되먹임이이루어지려면환경을살피고획득한정보를다시행위주체로전달하는커뮤니케이션이필요하다.여기서위너는계가무엇으로구성되었느냐가아니라,되먹임자체가이루는구조에방점을찍는다.따라서위너가보기에인간에게절단된수족을대신할의수족이나상실한감각을대신할보형물을만드는문제는,해당기관이가진되먹임구조를공학적으로해명하고그것을대신하는기계를만들어해결할수있다.많은기계가생물계에존재하는제어메커니즘을모방하여제작된것처럼말이다.
이렇게인간,동물,기계,사회에서볼수있는다양한목적론적계를제어와정보커뮤니케이션이라는두축으로추상화해그제어메커니즘을해명하고,나아가한영역에서해명된제어메커니즘을다른영역에적용하는기획이바로위너가그려내는사이버네틱스다.사이버네틱스는따라서처음부터학제간연구를표방했으며,다양한이론적모형을포괄하면서도그모형을가능한한다양한분야에응용해실제적결과를도출하려고했다.위너는과학의경계영역에서다양한분야과학자들이독립적으로뭉쳐서로부족한부분을보완하며공동으로결과를내놓는수평적이고자유로운사이버네틱스공동체를꿈꾸었다.
위너는《사이버네틱스》및후속저작에서기술의발전이가져올지모르는위험을지속적으로경고하는비평적작업도지속했다.위너는항상기술을어느정도사회적으로제한할필요가있다고역설했다.위너에게사회적기능을고려하지않고발달한기술이란영국작가제이컵스의단편〈원숭이손〉에나오는소원을들어주는원숭이손같은섬뜩한존재다.우리가전쟁에서승리하기만을원하고승리가무엇을뜻하는지모른다면,그런승리를얻는다고해도돌이킬수없는위험에처할수있다.특히커뮤니케이션기술과대중매체가지나치게빨리발달하면사회는오히려악영향을받을수있다.위너가보기에20세기중반미국사회에서보통사람들의의견은정치인,기업가등중요한결정을내리는계층으로원활하게전달되지못했다.즉당대미국사회는항상성을유지하기위한커뮤니케이션이매끄럽게이루어지지않아잘제어되지않는계였다.
《사이버네틱스》가남긴것
하지만위너가품었던야심만으로지탱해나가기에는사이버네틱스라는기획은너무거대했는지도모른다.《사이버네틱스》는출간되자마자학계와사회에서비상한관심을끌었고,사이버네틱스의기획과전망은전후서구세계에커다란파문을일으켰다.그러나위너는자신이힘주어말한이상적과학자공동체의이념과정반대로,1951년사이버네틱스연구그룹과갑자기거리를두었고메이시회의에도불참하기시작했다.결국위너라는구심점을잃어버린사이버네틱스연구그룹은개별연구자의방식대로저마다다른사이버네틱스를추구하게되었으며,사이버네틱스를주제로하는메이시회의는1953년을끝으로다시열리지않았다.위너가《사이버네틱스》에서전개한구상은각자제어공학,통신공학,인공지능등분야에서개별적으로받아들여졌다.사이버네틱스의간학제적성격도동시에등장한일반체계이론이나뒤따라등장한인지과학과복잡계과학에빛이바랬다.새이론을주창한사람들은위너식사이버네틱스기획과세계관을낡은것으로치부했고,혹독하게비판하거나아예무시하곤했다.
1960년대에는마거릿미드등의영향을받아메이시회의참가자중하나였던하인츠폰푀르스터가‘사이버네틱스의사이버네틱스’를표방하는‘2차사이버네틱스’라는새로운기획을내놓았다.2차사이버네틱스는1950년대사이버네틱스에서간과되었던계의관찰자를이론에포함시켰고,사이버네틱스적분석틀에서이해와윤리의영역을보다넓혔다.2차사이버네틱스는독자적연구프로그램으로어느정도지지자를얻었다.특히칠레의움베르토마투라나와프란시스코바렐라가2차사이버네틱스의자장안에서발전시킨자기생산(autopoiesis)개념은다양한분야에서주목을끌었으며,독일사회학자니클라스루만은자신의체계이론을발전시키면서폰푀르스터의2차사이버네틱스를활용하기도했다.
한편,1950년대중반부터소련등공산권국가에서는사이버네틱스가그리는자체조직화체계로서사회와국가의비전이매력적으로받아들여졌으며,정치적관점에서진지하게사이버네틱스연구를수행하기도했다.1960년대초부터소련에서사이버네틱스를경제계획에도입하려고시도했고,전국적네트워크체계오가스(ОГАС)가기획되었다.칠레의살바도르아옌데도경제관리를위해프로젝트시베르신(Cybersyn)을기획했다.그러나국가단위에서사이버네틱스를경제에적용하려는이러한시도는,1970년대중반이후내외적한계로인해모두좌초하고말았다.
이와같은과학연구프로그램이나정치적기획과는별개로,문화계에서는사이버네틱스에서인간과기계의경계가모호해지는미래상을발견하여이를무궁무진한상상력의원천으로삼았다.로이애스콧과브라이언이노등수많은예술가는사이버네틱스에직접영감을받은작품들을만들었다.특히미래를직접다루는SF장르에서는필립K.딕이래수많은작가들이사이버네틱스적미래상을주제로한작품을내놓았다.우리에게친숙한‘사이보그(cyborg)’는바로‘사이버네틱스적유기체(cyberneticorganism)’의축약이며,‘사이버펑크(cyberpunk)’의장르적규칙은나름의방식으로이해된사이버네틱스적세계상이다.철학자도나해러웨이는〈사이보그선언〉에서인간과기계,생물과무생물의구분을허물어뜨리는사이보그의잠재력을논했다.1990년대초이래,접두사‘사이버-’는급기야정보,네트워크,인공지능에관련된것들속을자유로이부유하게되었다.
《사이버네틱스》는그러므로20세기를관통하는거대한지적운동의진앙이자그실패의기록이며,현대세계를구성하는보이지않는퍼즐조각이기도하다.책을읽는독자는20세기의지적거인과직접대면하는흔치않은기회를얻게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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