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의식 (북아메리카 푸에블로 인디언 구역의 이미지들 | 양장본 Hardcover)

뱀 의식 (북아메리카 푸에블로 인디언 구역의 이미지들 | 양장본 Hardcover)

$28.00
Description
주술과 신화, 종교와 과학 너머 이미지의 실존적 근원을 찾아서!
20세기 초 독일의 미술사가이자 문화사가, 이미지학 연구자인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 1866~1929)의 저서가 국내 처음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뱀 의식 강연’으로 널리 알려진 바르부르크의 강연 원고 네 편을 엮은 것으로, 1895년부터 1896년까지 북아메리카 뉴멕시코와 애리조나의 원주민 거주지를 여행하며 촬영한 사진들과 함께 여행에서 접한 원주민의 문화와 종교, 상징을 다룬다.

여기서 바르부르크는 북미 원주민의 춤 제의 및 이들 문화에 나타난 뱀 상징을 관찰하며 기독교 이전 유럽 문화사와 유사한 요소들을 발견하고, 이를 인간 경험의 심연에 각인된 인류 공통의 상징이라는 관점에서 짚어 본다. 책의 서두와 말미에는 옮긴이의 해제와 미술사가 프리츠 작슬의 해설을 수록하여 이들 글의 맥락과 의미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저자

아비바르부르크

AbyWarburg
1866년6월,함부르크의유대인은행가모리츠바르부르크의장남으로태어났다.은행가나의사가되라는부친의말을거역하고본대학교에서미술사와역사,고고학을전공하며카를위스티의미술사,헤르만우제너의고대종교사,카를람프레히트의심리학적문화사강의를들었다.1891년스트라스부르대학교에서〈산드로보티첼리의〈비너스의탄생〉과〈봄〉:이탈리아초기르네상스시대고대표상에관한연구〉로박사학위를받은뒤피렌체에체류하며1895년〈1589년막간극을위한연극의상〉을발표했다.1896년부터1897년북아메리카인디언구역을여행하며“어느시대에나존재하는원시적인간의불멸성”을실증했다.1906년에는브레슬라우대학교,1912년에는할레대학교교수직을제의받았으나거절하고독립연구자의길을걸었다.1914년1차세계대전발발후전쟁관련기사를스크랩하고팸플릿등을수집하며전쟁소식에몰두하다,1918년피해망상을동반한정신착란으로병원에이송된뒤1921년부터1924년8월까지크로이츠링겐벨뷔요양원에서치료를받았다.1926년바르부르크문화학도서관을개관하고강연과전시,출판등의학술활동을벌였다.1927년부터〈이미지아틀라스므네모시네〉프로젝트에매달리다1929년10월심장발작으로함부르크자택에서사망했다.

목차

옮긴이해제·바르부르크의〈북아메리카푸에블로인디언구역의이미지들〉·김남시

뉴멕시코와애리조나의푸에블로인디언구역여행
〈뉴멕시코와애리조나의푸에블로인디언구역여행〉을위한초안
북아메리카푸에블로인디언구역의이미지들
북아메리카푸에블로인디언구역의여행기억

바르부르크의뉴멕시코여행·프리츠작슬

출판사 서평

형식주의미술사를넘어선이미지학의창시자아비바르부르크
학문의경계를건너이미지의원천을좇다

아비바르부르크는하인리히뵐플린으로대변되는19세기말의형식주의미술사에반대하며이미지가인간활동의총체와분리될수없음을전제한‘이미지학(Bildwissenschaft)’을개진한독립연구자다.이이미지학은미술작품만이아니라인간이만든모든종류의이미지를연구대상으로삼았고,심리학,종교학,고고학,역사학,철학,민족학,인류학등여러분야의방법을함께동원했다.그가설립한바르부르크문화학도서관은후에바르부르크연구소로개편되어에르빈파노프스키,프리츠작슬,에른스트곰브리치등이전개한르네상스연구의기반이되기도했다.바르부르크의학제적방식은현대시각문화연구와도상학의선구로평가되며,오늘날에도그의연구는미술사와시각문화및여러인접학문을다루는학자들에게큰영감을주고있다.곰브리치는바르부르크의전기를저술하여그의학문적업적을조망했으며,이미지연구자조르주디디위베르만은‘잔존’,‘파토스포멜(Pathosformel)’과같은바르부르크의개념을통해전통적인문헌학적연구범위를넘어서는새로운미술사를제안하기도했다.

인디언의제의에서신화와성서,르네상스미술까지
결코파괴되지않는인류보편의근원적상징,‘뱀’과의조우

“낡은책이라도펼쳐보아야겠네.아테네-오라이비-어디에나친척들이라니.”
91쪽,〈북아메리카푸에블로인디언구역의이미지들〉

1895년동생의결혼식에참석하기위해미국을방문한바르부르크는곧미국문명의공허함에염증을느껴학문으로눈을돌리고자워싱턴스미스소니언연구소를찾게된다.여기서그는바위틈에지어진마을앞에선인디언의모습이담긴한장의이미지와이절벽주거지를다룬책한권을접하고,이를계기로뉴멕시코와애리조나의푸에블로인디언구역을여행한다.1년에달하는이여행은콜로라도에서시작해뉴멕시코샌타페이,앨버커키를거쳐라구나,아코나,코치티,산일데폰소등푸에블로인디언마을답사로이어진다.이후잠시휴식기를거친뒤바르부르크는앨버커키를지나주니족마을과홀브룩을거쳐킴스캐니언을방문하고,호피족거주지인왈피와오라이비마을에서후미스카치나춤을관람한뒤독일로귀국한다.
귀국직후인1897년초바르부르크는아마추어사진가들을대상으로이여행과인디언의문화에대한몇번의강연을하게되는데,이책에실린〈뉴멕시코와애리조나의푸에블로인디언구역여행〉과〈〈뉴멕시코와애리조나의푸에블로인디언구역여행〉을위한초안〉은이들강연을위한원고다.이어서수록된〈북아메리카푸에블로인디언구역의이미지들〉과〈북아메리카푸에블로인디언구역의여행기억〉은1923년조현병판정을받고입원중이던바르부르크가요양원에서행한강연원고와메모다.1923년의글에서바르부르크는아편의영향하에서27년전의여행을불러내고,여기서여행의기억은유년기의심리적충격에대한회상및조현병환자라는자기의식과중첩된다.

“모든인류는영원히,모든시대에걸쳐분열적이다.”
164쪽,〈북아메리카푸에블로인디언구역의여행기억〉

네편의글에서바르부르크는인디언의의식주와제의등을통해이들의문화와종교를살핀다.테와족의물소-사슴춤,호피족의후미스카치나춤과같은제의의과정을직접촬영한사진과함께상세히묘사하며,이를살아있는뱀을동원하는호피족의뱀춤과비교해서술한다.그의관찰에따르면사냥을준비하거나풍요를불러오는비를기원하는이들제의는자연의적대적인위력을극복하기위한주술적실천으로,합리적인것과마술적인것이라는이중의진리가공존하는과도기적상태를보여준다.주술을통해자연에영향을행사하려는이런노력은세계의불가해한“혼돈에맞서질서를유지하려는절박한시도”이자“현상의윤곽을규정”하여포착가능한인과성아래포착하려는분투다.인디언들의이런사유방식은주술적사고와과학적사고,즉“주술과로고스”의분열적인중간단계에놓인‘상징적사고’에해당한다.
바르부르크는또한인디언의사유방식과상징을비롯해서구문화의침입으로인한문화혼종현상에도관심을가졌다.세계를계단모양지붕의집으로형상화한인디언의그림에서이들우주론의‘합리적요소’를읽어내는가하면,인디언구역에유입된가톨릭신앙의양상을비롯해서구식교육을받는인디언아이들에게잔존하는인디언식뱀상징등을관찰한다.이관찰은고대그리스·로마신화속뱀상징을거쳐구약성서와중세문헌에나타난뱀숭배의잔재에대한논의로까지이어진다.이를통해바르부르크는“어느시대에나존재하는원시적인간의동일성,아니원시적인간의불멸성”을확인했으며,이“원형으로의여행”은이미지를바라보는바르부르크의시각,특히르네상스미술에나타난고대의표상을연구하는그의관점에결정적인영향을미쳤다.
바르부르크는이원고가“충동적인주술과해명하는논리사이의비극적분열을막아보려는후세대의성찰적시도에도움이되었으면할뿐”이라고쓴다.기술문명이지배하는오늘날의세계에서조차인류는여전히합리적사고와마술적사고,주술과논리사이를끊임없이오간다.바르부르크는이러한인간존재의분열적조건에대한통찰을기반으로,기술의발달과과학적합리주의의절대화가‘사유공간’과세계질서(Kosmos)를파괴하고세계를다시혼돈으로회귀시키고말것이라경고했다.오늘날에는그의연구근저에깔린인종주의적관점에비판이제기되기도하지만,인간의근원적사유방식에관한바르부르크의학제적성찰과탐구는여전히의미있는시사점을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