횔덜린 서한집

횔덜린 서한집

$22.60
Description
시대를 넘어 우리에게 도달한 영혼의 보고서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이 남긴 고뇌와 환희의 편린들
낭만주의의 정수가 담긴 시적·철학적 사유의 기록
18세기 말 독일의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의 서한집이 읻다의 서한집 시리즈 ‘상응’ 5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횔덜린은 낭만주의 정신의 중핵에 있는 문인일 뿐 아니라 헤겔과 셸링에게 큰 영향을 미치며 독일 관념론의 발전을 이끈 사상가이기도 하다. 정신착란으로 생애 후반의 반평생 유폐에 가까운 삶을 살았으며, 생전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사후에는 니체, 릴케, 하이데거, 아도르노, 벤야민 등이 그를 독일 현대 시의 선구자로 재평가했다. 이 서한집에는 그가 학창 시절부터 헤겔, 셸링, 실러, 괴테를 비롯해 친구와 연인, 가족에게 쓴 편지 121통에 더해, 부록으로 정신착란 발발 이후의 편지 6통을 수록했다. 시, 소설, 희곡에 걸친 횔덜린의 작품을 꾸준히 연구하고 번역해 온 독문학자 장영태가 엮고 옮긴 《횔덜린 서한집》은 횔덜린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는 길잡이이자 독일 문학과 사상의 전성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자료이며, 동시에 한 시대의 정수를 살았던 영혼의 내밀한 고백을 우리에게 전해주는 기록이다.
저자

프리드리히횔덜린

(FriedrichHölderlin)
1770년3월20일독일서남부의작은마을라우펜에서태어났다.일찍이친아버지와의붓아버지를모두잃고홀어머니의소망에따라성직자과정을밟았다.헤겔,셸링과동급생으로튀빙겐신학교를마친뒤성직자의길을거부하고시인의길을걸었다.창작에열중하는한편,성직복무의무를피하며생계를도모하기위해독일의여러지역과스위스,프랑스를전전하며가정교사로일했다.1802년봄보르도를떠나1000킬로미터가넘는길을걸어서귀향한뒤정신착란의징후를보였다.1806년튀빙겐의아우텐리트병원에강제로입원하고,1807년기껏해야3년을더살수있을것이라는진단을받고퇴원하여오늘날‘횔덜린트름’이라불리는튀빙겐의옥탑방에서정신착란자로36년을살다가1843년6월7일73세의일기로세상을떠났다.생전에는동시대인인괴테,실러의그늘에가려수수한문명文名으로만족해야했으나20세기초헬링라트,니체,릴케등에의해독일현대시의선구자로재평가받았다.〈반평생〉,〈빵과포도주〉,〈평화의축제〉등많은서정시와소설《휘페리온》,미완성의비극《엠페도클레스의죽음》을남겼고,소포클레스의비극,핀다로스의승리가등을독일어로옮겼다.〈판단과존재〉,〈종교론〉,〈소멸중의생성〉과〈비극적인것에관하여〉등철학과문학에대한에세이를비롯해시인의고뇌와환희를생생하게증언하는300여통의편지가전해진다.

목차

1부ㆍ덴켄도르프,마울브론,튀빙겐학창시절1784~1793
2부ㆍ발터스하우젠,예나,뉘르팅겐시절1794~1795
3부ㆍ프랑크푸르트시절1796~1798
4부ㆍ홈부르크시절1798~1800
5부ㆍ슈투트가르트,하우프트빌,뉘르팅겐,보르도시절1800~1804
부록·튀빙겐,정신착란의시절1807~1828어머니에게보낸편지

옮긴이해제·두세기를넘어우리에게도달한한시인이보낸영혼의보고서
옮긴이의말
횔덜린연보

출판사 서평

고독한삶의행로와길위의편지

“사랑하는이여,천국과같은봄이아직나에게도기쁨을준다는사실에
내마음에말할수없는감사가일어납니다.”
-1799년봄,주제테공타르에게보낸편지

횔덜린이살았던독일고전·낭만주의시기의시인들은자신이사회전체를대표하여시대의관심을표현해야한다는역사적역할을의식했다.횔덜린또한이러한사명을품고있었으며,그의생애는이사명의실현을막아서는현실적난관과의끝없는싸움으로점철되어있다.횔덜린은신학교를졸업했지만당시선망의대상이었던성직자의진로를애써외면하고,가정교사로독일,스위스,프랑스등지를떠돌며외로운시인의길을택했다.당시그가쓴편지에는고독과유대,실향과정착이라는상반된열망사이의갈등이선명히드러나며,편지를통한소통은그에게유일한피난처이자정체성을확인하고원기를회복하는청량제였다.그는편지로고유한시적·철학적사유와자기반성을절실하게토로하고고백했으며,이편지들은대화보다는독백에,논리정연한이론보다는수상록에가깝다.그러나이러한성찰은개인적차원에만머물지않고보편을향하기에,횔덜린또한괴테,실러,헤르더등과함께고전적서한작가들의명단에함께자리한다.

“나는매일사라진신성을재차소리쳐불러야만합니다.”
칸트와피히테,셸링,괴테,실러,그리고헤겔의시대
계몽주의의황혼과낭만주의의탄생

“우리는세계가지금처럼다채롭게보인적은아직없었다고확실하게말할수있습니다.세계는모순들과대조들의엄청난다양성덩어리자체입니다.옛것과새로운것!문화와야만,간계와열정!양모피를쓴이기심,늑대가죽을쓴이기주의!미신과불신!굴종과압제!비이성적인영리함,영리하지못한이성!지적능력이결여된감성,감성없는정신!(...)우리는해가뜨는때부터한밤중에이르기까지연도를이어갈수있지만,인간적인혼돈은그1000분의1도헤아리지못할지도모릅니다.”
-1797년1월10일,에벨에게보낸편지

18세기말독일의사상가들은계몽주의의근간을이루던이성의권위에의문을제기하기시작했다.근대과학의기계론적방법과근대철학의비판적요구는무신론과아나키즘으로이어지면서도덕과종교,국가의기반을훼손하는것처럼보였으며,자기자신에대한비판을맞닥뜨린비판적이성은회의주의와교조주의라는딜레마앞에서당혹감에빠졌다.이성에대한믿음이위기에처하게되면서예술의형이상학적의의를앞세우는낭만주의가태동하기시작했다.횔덜린은근대를이끌어온계몽과비판이라는시대정신이내적갈등에직면해다채로운모순과혼돈을낳고,그결과로독일관념론이만개하던시기에청년기를보냈다.
청년횔덜린은신학교동학인헤겔,셸링과우정을나누고서로를격려하며,라이프니츠-볼프학파와칸트의저서를탐독하고피히테의강의를들으면서동시대의관념론및계몽주의철학에매료되었다.횔덜린은칸트의비판철학에서사람들을“사색의자유롭고고독한광야”로이끌어갈새로운모세의모습을보았고,미래에열매맺을계몽의씨앗을자신의시대에움트게하는일을성스러운목표로삼았다.그러나시적·철학적사유가성숙해감에따라그는근대철학이낳은주체와대상,이성과계시사이의심연을넘어설필요를느꼈으며,종교적세계관이쇠락해가는가운데예술을통해인간과세계,인간성과신성사이의근원적분열을극복하여절대적합일에이르고자했다.
이과정에서횔덜린은생계의지난함과싸우며예술,종교,철학에투신한끝에여러논고와300여편의시,소설《휘페리온》,비극《엠페도클레스의죽음》,소포클레스비극번역과같은방대한결실을남겼고,이로써독일낭만주의의정점을이룩했다.이들작품을구상하고집필하는과정이담긴《횔덜린서한집》은세계를누구보다도깊이알고느끼고자했던한시인의육성을통해,서구근대를건설한두사조인계몽주의와낭만주의가서로교차하고부딪히며문학으로열매맺는과정을보여준다.이열매는가장비천한것부터가장고귀한것까지를아우르며신성한전체성에도달하려는시적분투의결과이며,편지는이러한시론을확립하고선언하는사유의장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