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모노클 - 읻다 시인선 14

계절의 모노클 - 읻다 시인선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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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사가와치카

본명가와사키아이(川崎愛).1911년2월14일홋카이도요이치라는작은바닷가마을에서태어났다.어머니의손에자랐으며아버지의얼굴은알지못했다.오타루고등여학교를졸업하고같은학교사범부에진학하여영어교원자격을취득.이후오빠노보루와훗날일본문학사에중요한발자취를남긴작가이토세이의뒤를따라도쿄로나오며당대모더니즘시인들과교류하고습작활동을시작한다.19세에생애처음으로발표한〈푸른말〉,〈곤충〉이문단에서주목을받기시작하면서문예지에꾸준히시를발표하고영미문학번역가로도활동하여버지니아울프,미나로이,존치버등의시와소설,평론을번역했다.21세에출간한제임스조이스의번역시집《실내악》은살아생전발표한단한권의단행본이었다.시인기타조노가쓰에와‘아르쾨유클럽(ArcueilClub)’을결성,다양한지면에작품을발표하며촉망받는모더니즘시인으로도약하던중24세에위암말기진단을받는다.이듬해최후의시〈계절〉을끝으로“모두사이좋게지내요.고마웠어요”라는말을남기고1936년1월7일자택에서숨을거두었다.그해11월,이토세이의편집으로《사가와치카시집》이출간되었다.

목차


푸른말11
곤충13
1.2.3.4.515
아침의빵17
오월의리본19
초록21
제비꽃무덤23
눈을뜨기위하여25
꽃피는드넓은하늘에27
봄29
꽃31
별자리35
전주곡37
어두운노래53


기억의바다57
바다의천사59
구름과같이61
녹색불꽃63
녹색의투시67
Thestreetfair71
TheMadhouse75
유리의날개79
꿈81
어두운여름83
프롬나드91
단순한풍경93
포도의오점97
대화99
단편103
여름의끝105
구름의형태107
Finale109


잠들어있다113
가을사진115
낙하하는바다117
태양의딸119
죽음의수염121
그밖의다른것123
계절의모노클125
신비127
종이울리는날129
오팔131
검은공기133
녹슨나이프135


출발139
눈이내린다141
눈내리는날143
산맥145
겨울의초상147
겨울시(일부합작)155
옛날꽃157
백과흑159
매년흙을덮어줘163
등165
눈의문167
언어169
순환로171
계절173

옮긴이의말174
수록지면196

출판사 서평

푸른말의계절

말은산을달려내려와발광했다.그날부터그녀는푸른음식을먹는다.여름은여자들의눈과소매를푸르게물들이고마을광장에서즐거이빙빙돈다.
―〈푸른말〉중에서

말은방금근처에서,따뜻한기운을느꼈습니다.
그리고먼세월이한꺼번에흩어지는것을보았습니다.
―〈계절〉중에서

본명은가와사키아이.1911년2월14일작은바닷가마을요이치에서태어나유년시절을보냈다.고등학교졸업후같은학교사범부에진학하여영어교원자격까지취득했지만,시를사랑했던오빠노보루와훗날일본문학사의주요한발자취를남긴작가이토세이를따라도쿄로상경해그들이마련한목조건물3층의작은사무실에서일했다.‘사가와치카’라는필명은이때그들이창간한『문예리뷰』에번역작품을게시하며처음썼다.이듬해같은건물2층에살고있던시인기타조노가쓰에에게첫시를보여주었고,그렇게시인으로데뷔할수있는길이열렸다.때때로아래층으로얼굴을내밀고시에대한조언을구했던치카는,이후당대모더니즘시인들과활발히교류하고다양한지면에꾸준히작품을발표하며독자적인시풍을심화시켰다.번역가로도계속활동하여미나로이,버지니아울프,존치버등유수한영미문학가들의글을번역해소개했다.스물한살에출간한제임스조이스의번역시집『실내악室樂』은그녀가살아생전출간한유일한단행본이기도하다.

말을좋아했던시인의첫시와마지막시에는모두말이등장한다.작은바닷가마을에서출발해가족들의반대를무릅쓰고무작정도쿄로향했던치카.제임스조이스를연상시키는동그란안경과직접디자인한검은벨벳스커트를입고,긴자거리를가로지르는치카의활보가시곳곳에묻어있다.1936년1월1일발표한시〈계절〉에서말은짙은녹음이우거진고갯길에서비로소걸음을멈추고따뜻한기운을감지하며“먼세월이한꺼번에흩어지는것을”본다.이시를끝으로발표하고6일후시인은“모두사이좋게지내요.고마웠어요”라는말을남기고자택에서숨을거두었다.같은해11월이토세이의편집으로『사가와치카시집』이처음출간되었다.

생과빛의틈을발견하는환시의감각

의사는나의얇은망막에서푸른부분만을떼어내리라.그렇게된다면나는더욱활기차게인사할수도있고정직하게길을걸을수도있다.
―〈어두운여름〉중에서

“전류와같은속도로번식하”는곤충,“닭이차츰피를”흘리자찌부러지는태양,그리고“잔혹하리만치긴혀를내밀고”땅위를기어다니는불꽃등의이미지를살펴보면,치카의시는한편의전위회화처럼보이기도한다.그의시세계에서‘본다는것’은주요한감각으로등장하는데,시속에등장하는통학열차,사과밭,하얀꽃과파고의이미지는시인이나고자란마을의정경과겹쳐진다.이풍경에는도시생활자로서그가느꼈던불안의감정도함께녹아있어,시인의회상은단순히노스탤지어에그치지않고더먼곳에서공명한다.특히치카는쏟아지는빛과과잉된녹색의이미지로맹렬한생명력을묘사하지만,현실은“오직한낮의벌거벗은빛속”에서만붕괴하고그속에서오히려선명히죽음과외로움을예감한다.

불면의시간을사랑한‘밤의시인’

세상모두가비웃을때,
밤은이미내손안에있었다.
―〈녹슨나이프〉중에서

사가와치카는5년여간의창작기간동안20여편의번역작품과80여편의시를남겼다.‘여성’시인에게전통적이고서정적인시쓰기가요구되던시대분위기속에서틀을깬치카의시세계는“과잉되었다”는평을받기도했다.그럼에도그의작품성에매료되었던문인들은“사가와치카의작품은그시대에하나의정점을보여주었다.수많은남성시인들을능가한그의강인한푸른색불은경이롭다”,“간결한문장과문장사이에숨겨져있는암시력,치카만의교묘한형식미가숨어있다”고평하며아낌없는찬사와애정을남겼다.그의작품을둘러싼평가들의상반된온도는그의새로움이몰고온혼란으로도읽힌다.모두가무언의휴식을이어가는밤홀로불을밝힌시인의방처럼,사가와치카의세계는일본근대시의최전선에서발광하고있었다.

또다시밤새는버릇을들이고말았습니다.옆방에서몰래오빠의담배케이스를가지고나와골든배트한대를피워물면정신이맑아져잠이오지않습니다.맛있지도않은담배를멍하니무는일이즐거워졌습니다.왜이렇게밤이좋아졌을까요.(...)그리고또저는나뭇잎색깔이나어두운바다나잠들어있는사람을생각합니다.세상가장무서운일과흉악한일이벌어지는것도거대한어둠속이라는것을깨닫습니다.밤의저편에서이미실제로일어나고있겠지요.그리고그것을지키고있는것은저하나입니다.
―〈나의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