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 MBTI 테마소설집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 MBTI 테마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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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타인을 이해하고 싶은 투명한 마음이 얽힌 세계,
MBTI라고 불러보는 구체적인 사랑의 순간들

“그래도 나는 MBTI가 좋아, 누군가를 알고 싶은 마음이라니 기특하고 귀엽잖아.”
본문 중에서
우주 최초 MBTI 소설집. 16가지 인물 유형을 모두 담기 위해 세 권으로 기획한 이번 테마소설집 시리즈는 한 명의 소설가가 하나의 MBTI 유형을 택해 인물의 면면을 그린다. 1권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는 여섯 명의 소설가가 각각 INTJ, INTP, ENTP, ENFP, INFJ, INFP 유형의 인물을 묘사한다.

왜 하필 MBTI 소설일까?
작금의 사회에서 MBTI가 차지하는 위상은 심상치 않다. 작게는 연애시장에서 애프터를 제안할지 안 할지 정하는 결정적인 요소(〈디나이얼 인티제〉)이면서, 넓게는 취업시장에서 지원자를 간파하기 위한 회심의 질문으로 사용(〈알고 싶은 마음〉)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MBTI는 “너는 1순위가 맞다, 틀리다야. 좋다, 싫다는 그다음이고. (중략) 원래 T 유형이 그렇대”(〈도도의 단추〉)라고 주창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저울질하는 데 활용된다. 그렇다면 MBTI를 소재로 다루는 것, 나아가 각 유형의 인물들을 소설 안에서 구체적으로 묘사해 보는 일은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것들을 폭넓게 드리우고, 서로 간 이해를 도모할 수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각 MBTI가 주인공인 세계
총 여섯 편이 수록된 이번 책에서는 각 주인공이 해당 MBTI 유형의 인물로 묘사된다. 우선 정대건 작가의 〈디나이얼 인티제〉는 INTJ만큼은 절대 싫다고 말하는 파트너와 소개팅을 하게 된 INTJ 주인공의 봄날 소동극을 그린다. INTJ와 대척점에 있는 ENFP 인물은 어떨까.
이유리 작가의 〈그때는 그때 가서〉 속 “나”는 책임과 과로만 늘어가는 사무직 세계에서 벗어나 유유히 떠다니는 해파리의 모습을 동경하는, 아쿠아리움에서 일하는 청소 아르바이트생이다. “나”는 “서로의 월급을 알뜰살뜰 모은 것에 대출금을 더해 집을 사고 대출을 갚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두는” 남자친구 정우와 헤어지면서 얼핏 정우의 말이 옳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좋아하는 풍경을 앞에 두고 시간을 보내는 일을 만끽하기로 한다. 현실의 무정함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긍정하는 가치를 기어코 찾아내는 ENFP 인물 “나”를 통해 유영하듯 현실을 살아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수 있다.
모험가 유형의 “-NTP” 인물들도 빼놓을 수 없다. 임현석 작가의 〈주말에는 보통 사람〉은 대학원을 그만두고 강아지 브이로그를 시작하겠다는 동료의 성화에 못 이겨 주말마다 함께 점을 보러 다니는 INTP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INTP은 “점은 사실 비과학”임을 중얼거리고, 시도 때도 없이 동기들을 얼간이라고 평가하지만, 동료를 위해 시간을 내어주고 해결을 도모하는 이들 유형이야말로 대가 없는 순수한 열정을 품은 사람임을 이 단편은 기세 좋게 보여준다.
ENTP 주인공을 다룬 서고운 작가의 〈도도의 단추〉는 단추를 먹고 동물병원에 간 반려 고슴도치 “도도”와 그의 반려인 “영지”의 이야기를 위트 있게 엮어낸다. 속수무책으로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주저하기보다는 실행하는, “왜?”라는 질문을 끝까지 놓지 않는 영지의 면면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현실에 짓눌려 금세 포기하고 말았던 근원적인 열정을 재차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순하고 여린 마음을 내어주는 인물들도 있다. 이서수 작가의 〈알고 싶은 마음〉과 김화진 작가의 〈나 여기 있어〉의 주인공이 그렇다. 먼저 이서수 작가의 〈알고 싶은 마음〉의 INFJ 주인공 온해는 연이은 면접 탈락, 친구 은명의 건강 악화로 겹겹의 위태로운 상황을 보낸다. 그러나 온해가 은명을 걱정하며 마음을 데워줄 때, 이미 떠나간 사람을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연이은 악재 속에서도 우리를 살게 하는 건 결국 타인을 향하는 마음, 그 사람의 곁에 있겠다는 선언임을 이 소설은 온 마음을 다해 역설한다.
시절이, 인연이, 관계가 끝났음을 선고받고, 그를 더듬어보는 사람의 표정은 어떤가. 김화진의 〈나 여기 있어〉는 꼭 자신이 허깨비같이 느껴져 역으로 타투를 새기는 타투이스트 지원이 예상치 못한 상실과 무력감의 한가운데를 맴도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작은 동요 하나에도 온 마음이 뒤흔들리는 지원과 같은 INFP 인물을 묘사하며, INFP가 연약해 보이는 것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수용력이 높은 사람, 타인을 유심하게 관찰하고 그에 맞는 응답을 내놓는 사람이기 때문임을 담담하게 말해준다. 두 단편을 통해 “INF-” 인물의 본능적인 따듯함과 올곧은 시선은 우리 안의 다정함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한다.

네 글자 안에 피어나는 화해와 연결의 제스처
다시 제목으로 돌아가 보자. 요즘 우리가 낯선 자리에서 제일 처음 건네는 질문은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이다. 이 질문이 복잡하고 입체적인 타인을 하나의 자리에 욱여넣으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당신을 알고 싶다는 일종의 신호, 당신에 대한 힌트를 달라는 의미 아닐까. 그러니 16가지 유형의 네 글자 안에는 그를 넘어선 화해와 연결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타인에게 가닿으려 노력하는 것이고, 여섯 편의 단편을 통해 그 마음의 작동 방식을 엷게나마 느낄 수 있다.

저자

정대건,임현석,서고운,이유리,이서수,김화진

2020년장편소설『GV빌런고태경』을출간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고,소설집『아이틴더유』를출간했다.다큐멘터리[투올드힙합키드]와극영화[사브라],[메이트]를연출했다.

목차

정대건…………〈디나이얼인티제〉
임현석…………〈주말에는보통사람〉
서고운…………〈도도의단추〉
이유리…………〈그때는그때가서〉
이서수…………〈알고싶은마음〉
김화진…………〈나여기있어〉
부록

출판사 서평

왜하필MBTI소설일까?

작금의사회에서MBTI가차지하는위상은심상치않다.작게는연애시장에서애프터를제안할지안할지정하는결정적인요소(〈디나이얼인티제〉)이면서,넓게는취업시장에서지원자를간파하기위한회심의질문으로사용(〈알고싶은마음〉)된다.하지만무엇보다MBTI는“너는1순위가맞다,틀리다야.좋다,싫다는그다음이고.(중략)원래T유형이그렇대”(〈도도의단추〉)라고주창하며,자신의가치관을저울질하는데활용된다.그렇다면MBTI를소재로다루는것,나아가각유형의인물들을소설안에서구체적으로묘사해보는일은우리와우리를둘러싼것들을폭넓게드리우고,서로간이해를도모할수있는작업이될것이다.

각MBTI가주인공인세계

총여섯편이수록된이번책에서는각주인공이해당MBTI유형의인물로묘사된다.우선정대건작가의〈디나이얼인티제〉는INTJ만큼은절대싫다고말하는파트너와소개팅을하게된INTJ주인공의봄날소동극을그린다.INTJ와대척점에있는ENFP인물은어떨까.

이유리작가의〈그때는그때가서〉속“나”는책임과과로만늘어가는사무직세계에서벗어나유유히떠다니는해파리의모습을동경하는,아쿠아리움에서일하는청소아르바이트생이다.“나”는“서로의월급을알뜰살뜰모은것에대출금을더해집을사고대출을갚는것을인생의목표로두는”남자친구정우와헤어지면서얼핏정우의말이옳았을지도모른다고생각하지만,좋아하는풍경을앞에두고시간을보내는일을만끽하기로한다.현실의무정함을외면하지않으면서도자신을긍정하는가치를기어코찾아내는ENFP인물“나”를통해유영하듯현실을살아내는방법에대해고민할수있다.

모험가유형의“-NTP”인물들도빼놓을수없다.임현석작가의〈주말에는보통사람〉은대학원을그만두고강아지브이로그를시작하겠다는동료의성화에못이겨주말마다함께점을보러다니는INTP의이야기를담았다.이성적이고합리적인INTP은“점은사실비과학”임을중얼거리고,시도때도없이동기들을얼간이라고평가하지만,동료를위해시간을내어주고해결을도모하는이들유형이야말로대가없는순수한열정을품은사람임을이단편은기세좋게보여준다.

ENTP주인공을다룬서고운작가의〈도도의단추〉는단추를먹고동물병원에간반려고슴도치“도도”와그의반려인“영지”의이야기를위트있게엮어낸다.속수무책으로벌어지는상황속에서도주저하기보다는실행하는,“왜?”라는질문을끝까지놓지않는영지의면면을따라가다보면우리가현실에짓눌려금세포기하고말았던근원적인열정을재차확인할수있을것이다.

순하고여린마음을내어주는인물들도있다.이서수작가의〈알고싶은마음〉과김화진작가의〈나여기있어〉의주인공이그렇다.먼저이서수작가의〈알고싶은마음〉의INFJ주인공온해는연이은면접탈락,친구은명의건강악화로겹겹의위태로운상황을보낸다.그러나온해가은명을걱정하며마음을데워줄때,이미떠나간사람을어떻게든이해하려고노력할때,연이은악재속에서도우리를살게하는건결국타인을향하는마음,그사람의곁에있겠다는선언임을이소설은온마음을다해역설한다.

시절이,인연이,관계가끝났음을선고받고,그를더듬어보는사람의표정은어떤가.김화진의〈나여기있어〉는꼭자신이허깨비같이느껴져역으로타투를새기는타투이스트지원이예상치못한상실과무력감의한가운데를맴도는이야기다.이작품은작은동요하나에도온마음이뒤흔들리는지원과같은INFP인물을묘사하며,INFP가연약해보이는것은타인의고통에대한수용력이높은사람,타인을유심하게관찰하고그에맞는응답을내놓는사람이기때문임을담담하게말해준다.두단편을통해“INF-”인물의본능적인따듯함과올곧은시선은우리안의다정함을회복시키는데성공한다.

네글자안에피어나는화해와연결의제스처

다시제목으로돌아가보자.요즘우리가낯선자리에서제일처음건네는질문은“혹시MBTI가어떻게되세요?”이다.이질문이복잡하고입체적인타인을하나의자리에욱여넣으려는시도에불과하다고생각할수도있다.그렇지만적어도당신을알고싶다는일종의신호,당신에대한힌트를달라는의미아닐까.그러니16가지유형의네글자안에는그를넘어선화해와연결의마음이깃들어있다.우리에게필요한건타인에게가닿으려노력하는것이고,여섯편의단편을통해그마음의작동방식을엷게나마느낄수있다.

책속에서

"MBTI가그렇게중요한가요?""그럼요.연애의모든문제가MBTI때문인걸요."
---「정대건_디나이얼인티제」중에서

"야,너요즘연애시작하기힘들다.우리나이엔연애도넷플릭스와경쟁해야해.평일내내일하고야근하고파김치돼서주말에누워서쉬어야하는데꾸미고챙겨입고나가려면즐거워야하잖아.너집에누워서보는넷플릭스보다재밌게해줄수있어?"
---「정대건_디나이얼인티제」중에서

"대학원은내가알아서할게.나좀도와주라.주말에시간괜찮지?""주말?나약속없어서쉴생각이었어."약속없고쉴생각이니부르지말라는뜻인데,윤아의얼굴이환해졌다.
---「임현석_주말에는보통사람」중에서

그리고어떤동기들은얼간이인게틀림없지만맹세컨대단한번도그런생각을입밖에내진않았다고했다.이는누구와도불필요한논쟁을벌이고싶지않았기때문이라고.말싸움을하면결국엔내가이기겠지만아무튼논쟁자체가몹시귀찮은일이라며고개를절레절레내저었다.
---「임현석_주말에는보통사람」중에서

소성엽과주이연을짝지어소-주커플을만들기도했다.가장마음에들었던건목의연과탁영호를매칭하여만든목-탁이었다.항상심심했고,언제나놀고싶었으나,처지가마땅치않아영지는딱이정도의즐거움만을누렸다.영지의세상에서는재미가최선이고최고의가치였다.
---「서고운_도도의단추」중에서

영지는말로는절대지지않았다.몸으로는싸워본적이없어서몸싸움은어떨지모르겠지만,말싸움은꼭이겼다.아니,싸움으로생각하지도않았다.그냥맞는말을하는것일뿐,그리고네가틀린말을하는것일뿐.
---「서고운_도도의단추」중에서

언젠가는정우에게도이장면을꼭보여주고싶었다.흐르는대로흘러가며사는생물들도저기저렇게많다는것을,별생각없이그저살아갈뿐인것들도한발짝떨어진곳에서바라보면저마다아름답다는사실을알려주고싶었다.
이유리_그때는그때가서」중에서

하지만그래도없으면,저금은커녕당장끼니를때울돈도없어진다면,그때는,그때는.그때는그때가서생각하련다.
---「이유리_그때는그때가서」중에서

언젠가은명이했던말이떠올랐다.MBTI가이렇게널리퍼진이유는다름아닌테스트가공짜이기때문이라고.과연은명다운해석이었다.하긴,나도돈들면안했지.
---「이서수_알고싶은마음」중에서

그래도나는MBTI가좋아.누군가를알고싶은마음이라니기특하고귀엽잖아.
---「이서수_알고싶은마음」중에서

죽을때까지지워지지않는타투는그걸새긴사람에게오롯이소중한것이어야하는데나는자꾸거기에나를새겼다.내가있었다는걸.여기에도내가있어.사람들몸구석구석에있어.그감각만이나를위로했다.
---「김화진_나여기있어」중에서

내가여름같았어.뜨겁고물기가차오른.언제어디에있는물가에빠져도깔깔웃거나엉엉울어도되는.실제로는그래본적도없고말수적고얌전하다는말을더많이들었지만그래도.언제나살고싶었어.끝까지살고싶었어.
---「김화진_나여기있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