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가설 : 이상의 일본어 시 28편 (양장)

영원한 가설 : 이상의 일본어 시 28편 (양장)

$20.00
Description
한국문학사의 영원한 가설, 이상의 일본어 시 28편
시대를 건너 시인과 우리를 잇는 새로운 번역
이상이 1931년부터 1932년까지 잡지 《조선과 건축》에 연재한 일본어 시를 엮은 《영원한 가설》이 ?다의 새해 첫 신간으로 출간되었다. 이상의 일본어 시 연구와 정지용의 이중언어 의식에 대한 연구를 이어온 김동희 박사의 번역으로 선보이는 이번 책은 이상의 시 세계로 진입하는 새로운 지평을 제시한다.

“이상 시의 무한 확장 가능성, 그로 인해 끝없이 자유롭고, 끝없이 헤매며, 끝없이 실패한다. (...) 이 책은 이러한 방황을 자진해 선택할 사람들, 나의 벗이자 이상의 팬이 되어줄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영원한 가설》은 시간의 겹만큼 쌓인 ‘이상다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채, 시 독자로서 이상 읽기를 권하는 책이다. 학술서가 아닌 한 권의 시집으로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이번 책에는 주석을 넣지 않고, 옛날 어투의 표현들을 모두 현대어로 바꿈으로써 동시대 독자를 반긴다. 또한 본래 일본어는 모두 붙여 쓰므로, 이상이 본고에서 띄어쓰기 없음을 의도했는지 알 수 없다는 판단 하에 기존에 번역, 소개된 같은 작품들에서는 생략된 띄어쓰기를 추가했다. 나아가 김해경에서 이상으로, 세로 조판에서 가로 조판으로, 가타카나에서 히라가나로, 1년의 연재 기간 동안 시의 내외부에 발생한 전환을 포착해 재현했다. 이처럼 이상이라는 형식에 압도되지 않고, 면밀히 고증하되 동시대 언어로 옮기는, 어떻게 보면 불가능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1년여간 두 명의 평론가와 ?다 편집부가 정기적으로 모여 역자와 함께 초고를 읽었고, 일본어 감수의 과정을 거쳐 지금의 번역을 완성했다.

식민지 시기 언어의 혼재와
스물한 살 김해경의 시

임의의 반경의 원 (과거분사의 시세) / 원 안의 한 점과 원 밖의 한 점을 연결한 직선 / 두 종류의 존재의 시간적 영향성 / (우리들은 이것에 대해 무관심하다) / 직선은 원을 살해했는가

- 〈이상한 가역반응〉 중에서

이상이 본명 김해경으로 《조선과 건축》 1931년 7월호에 기고한 이상한 가역반응 외 5편의 시는 그의 첫 시 발표작이다. 시인은 이후 1932년 7월까지 총 28편의 일본어 시를 발표했지만, 그의 이름 앞에 우리에게 익숙한 ‘천재’ ‘모더니스트’ ‘전위 시인’ 등의 수사가 붙은 것은 이후의 일이다. 해당 지면은 건축 전문 잡지로 당대에도 독자층이 매우 국한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일본어로 쓰여졌다는 이유로 역사 인식의 결여나 현실과의 단절로 평가되어 오랜 시간 구체적인 작품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대에 쓰여진 일본어 시를 한국 문학으로 호명하는 것은 분명 낯설고 조심스러운 일이다. 다만 작가의 역사 인식이 논의의 쟁점이라면, 1910년에 태어나 1936년에 짧은 생을 마감한 이상의 삶 전체가 식민지 조선의 역사와 함께 했다는 것을 헤아릴 때, 이 작업은 하나의 가능태가 된다. 《영원한 가설》은 우리말 사용이 제한되었던 굴절된 역사의 한 단면을 배제하지 않고 오히려 조명함으로써 일본어 시에 내재된 이상 문학의 연속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훗날 “정신이상자의 잠꼬대”라는 사람들의 비방에도 오히려 “아무에게도 굴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하며 문단의 후진성을 지적했던, 한국 문학의 ‘충격적 사건’이 될 한 문제적 시인의 첫 출현을 ‘다시’ 목격하게 될 것이다.
저자

이상

본명은김해경(金海卿)으로,1910년8월20일에태어났다.경성고등공업학교건축과(현재서울대학교)재학중학생회람지[난파선]의편집을주도하면서시를발표했고건축과를수석으로졸업한후1929년조선총독부의건축기수가되어근무하던중12월에건축학회지[조선과건축]의표지도안현상모집에1등과3등으로당선된다.1928년졸업앨범에서평생동안필명이되는이상(李箱)이라는이름을처음...

목차

이상한가역반응13
파편의경치19
▽의유희23
수염29
BOITEUX·BOITEUSE35
공복41

조감도
두사람‥‥1‥‥49
두사람‥‥2‥‥51
신경질적으로비만한삼각형53
LEURINE55
얼굴63
운동69
광녀의고백71
흥행물천사81

삼차각설계도
선에관한각서191
선에관한각서297
선에관한각서3103
선에관한각서4105
선에관한각서5107
선에관한각서6115
선에관한각서7123

건축무한육면각체
AUMAGASINDENOUVEAUTES133
열하약도No.2137
진단0:1139
22년141
출판법143
차8씨의출발149
대낮155
옮긴이의말158

출판사 서평

식민지시기언어의혼재와
스물한살김해경의시

임의의반경의원(과거분사의시세)/원안의한점과원밖의한점을연결한직선/두종류의존재의시간적영향성/(우리들은이것에대해무관심하다)/직선은원을살해했는가
―〈이상한가역반응〉중에서

이상이본명김해경으로『조선과건축』1931년7월호에기고한이상한가역반응외5편의시는그의첫시발표작이다.시인은이후1932년7월까지총28편의일본어시를발표했지만,그의이름앞에우리에게익숙한‘천재’‘모더니스트’‘전위시인’등의수사가붙은것은이후의일이다.해당지면은건축전문잡지로당대에도독자층이매우국한되어있었을뿐만아니라,일본어로쓰여졌다는이유로역사인식의결여나현실과의단절로평가되어오랜시간구체적인작품분석이이루어지지않았다.당대에쓰여진일본어시를한국문학으로호명하는것은분명낯설고조심스러운일이다.다만작가의역사인식이논의의쟁점이라면,1910년에태어나1936년에짧은생을마감한이상의삶전체가식민지조선의역사와함께했다는것을헤아릴때,이작업은하나의가능태가된다.

『영원한가설』은우리말사용이제한되었던굴절된역사의한단면을배제하지않고오히려조명함으로써일본어시에내재된이상문학의연속성을발견하는계기가되길바랐다.독자는이책을통해훗날“정신이상자의잠꼬대”라는사람들의비방에도오히려“아무에게도굴하지않겠다”라고선언하며문단의후진성을지적했던,한국문학의‘충격적사건’이될한문제적시인의첫출현을‘다시’목격하게될것이다.

책속에서

발달하지않고발전하지않고/이것은분노다.
---「이상한가역반응」중에서

정말로/「함께노래부릅시다」/라고하며나의무릎을두드려야만했던것에대해/▽은나의꿈이다.
---「파편의경치」중에서

1/눈이있지않으면안되는장소에는삼림인/웃음이자리해있었다/2/당근/3/아메리카의유령은수족관인데매우유려하다/그것은음울하기도한것이다/4/계류에서―/건조한식물성인/가을
---「수염」중에서

천체를찢는다면소리쯤은나겠지/나의보조는계속된다/언제까지나나는시체이고자하면서시체이지않은것인가
---「BOITEUX·BOITEUSE」중에서

이손은이제는더이상아무것도소유하고싶지도않다소유한것의/소유한것을느끼는것조차하지않는다/×/지금떨어지고있는것이눈이라고한다면지금떨어진나의눈물은/눈이어야한다/나의내면과외면과/이것의계통인모든중간들은지독히춥다
---「공복」중에서

천진한촌락의집개들아짖지말아라/나의체온은적당하고/나의희망은감미롭다.
---「공복」중에서

▽이여힘겨루기에서이긴경험은어느정도있는가./▽이여보아하니외투에뒤덮인등밖에없구나./▽이여나는그호흡에부서진악기다.
---「신경질적으로비만한삼각형」중에서

진녹색의편평한뱀류는무해함에도수영하는유리의유동체는무해함에도반도도아닌어느무영의산악을도서처럼유동하게한것이고그로인해경이와신비와또한불안마저도함께개워낸바투명한공기는북국처럼차기는하나양광을보라.
---「LEURINE」중에서

배고픈얼굴을본다./반드르르한머리카락밑에어째서배고픈얼굴은있는가./저사나이는어디에서왔는가./저사나이는어디에서왔는가.
---「얼굴」중에서

여자의피부는벗겨지고벗겨진피부는날개옷처럼바람에나부끼고있는참으로서늘한경치인것을깨닫고모든이는고무같은두손을들어입을박수하게하는것이다./나여행에서돌아옴,잘곳없어요.
---「광녀의고백」중에서

(입체에의절망에의한탄생)/(운동에의절망에의한탄생)/(지구는빈둥지일때봉건시대는눈물날만큼그립다)
---「선에관한각서1」중에서

미래로달아나서과거를본다,과거로달아나서미래를보는가,미래로달아나는것은과거로달아나는것과동일한것도아니고미래로달아나는것이과거로달아나는것이다.확대하는우주를우려하는사람이여,과거에살라,빛보다도빠르게미래로달아나라.
---「선에관한각서5」중에서

빛을즐겨라,빛을슬퍼하라,빛을웃어라,빛을울어라./빛이사람이라면사람은거울이다./빛을가져라.
---「선에관한각서7」중에서

사각인케이스가걷기시작한다.(소름끼치는일이다)/라디에이터근처에서승천하는잘가요./밖은비.발광어류의군집이동.
---「AUMAGASINDENOUVEAUTES」중에서

이상책임의사이상
---「진단0:1」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