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하는 인간

전쟁하는 인간

$20.00
Description
4호의 주제 서평은 개인의 경험과 개별 사건이 지닌 구체성과 특수성, 그리고 사유와 이론이 지향하는 포괄성과 보편성 사이의 긴장 관계를 고려해 구성되었다. 먼저 주제 서평을 여는 책은 트로이아 전쟁을 노래한 전쟁 문학이자 서구 문학의 출발점인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이 목도한 2차 세계 대전을 바라보는 철학자 시몬 베유의 논고 《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다.

서양고전학 연구자 김준서는 두 책에 관한 서평《인간 조건의 비극성으로부터 구원을 찾다》에서, 《일리아스》의 전쟁터가 인물들이 영웅적 탁월함을 발휘하는 활약의 장이자 끔찍한 폭력이 만연한 참사의 장으로 그려진다는 데 주목한다. 전쟁의 양면성에 관한 이러한 독해를 바탕으로, 서평자는 베유가 트로이아 전쟁과 2차 대전을 중첩해 끌어내는 호메로스 해석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저자

김준서외

연세대학교철학과와독어독문학과에서학사학위를,동대학원독어독문학과에서석사학위를취득했다.이후서울대학교서양고전학협동과정에서호메로스서사시에관한논문으로석사와박사학위를취득했다.호메로스로부터베르길리우스로이어지는서구서사시전통,그리고그리스신화속에묘사된문명과야만,정상과비정상,인간과비인간사이경계의모호성에관심을두고연구하고있다.

목차

서문
최화선전쟁의감각과사유

주제서평
김준서인간조건의비극성으로부터구원을찾다《일리아스》·《일리아스또는힘의시》
이종현우리는물고기처럼입을다물었어《전쟁은여자의얼굴을하지않았다》
이덕균게이머는병사로다시태어나는가《전쟁게임》
서명삼이라크전쟁20주년을맞아돌아본종교와폭력의관계《거룩한테러》
한상원전쟁은도덕적고려의대상이될수있는가《마르스의두얼굴》
이헌미존재의탈식민화와세계의인간화를위하여《알제리전쟁1954-1962》

비주제서평
노민정남겨진폭력의아카이브,정의의다정한얼굴을찾아서《남겨진사물들》
박규태르네지라르,‘양의성’으로다시읽기《폭력과성스러움》
원정현기후위기의시대,훔볼트를다시생각하다《자연의발명》
최재인어떤바통을들고,어디로달릴것인가《커리어그리고가정》
김성재페르낭들리니,혹은이해불가능성의윤리《전집》

출판사 서평

개개인이살아낸전투의영광과폭력의참화
이론으로환원되지않는고유한목소리들

4호의주제서평은개인의경험과개별사건이지닌구체성과특수성,그리고사유와이론이지향하는포괄성과보편성사이의긴장관계를고려해구성되었다.먼저주제서평을여는책은트로이아전쟁을노래한전쟁문학이자서구문학의출발점인호메로스의서사시《일리아스》,그리고이를통해자신이목도한2차세계대전을바라보는철학자시몬베유의논고《일리아스또는힘의시》다.서양고전학연구자김준서는두책에관한서평〈인간조건의비극성으로부터구원을찾다〉에서,《일리아스》의전쟁터가인물들이영웅적탁월함을발휘하는활약의장이자끔찍한폭력이만연한참사의장으로그려진다는데주목한다.전쟁의양면성에관한이러한독해를바탕으로,서평자는베유가트로이아전쟁과2차대전을중첩해끌어내는호메로스해석을비판적으로검토한다.

무공의영광을향한갈망과폭력의참상에대한혐오라는양가적요소는이어지는서평에도나타난다.두번째글〈우리는물고기처럼입을다물었어〉는2차대전에참전한소련여성병사들의증언을엮은스베틀라나알렉시예비치의‘목소리소설’《전쟁은여자의얼굴을하지않았다》를평한다.서평자인러시아문학연구자이종현은전방에서영웅적공훈을이루고자하는소녀병사들의바람이단순한관제이데올로기의산물이아닌‘인간의욕망’임을확인한다.그러나종전후이들은전투의트라우마와사회적멸시로고통받게되며,자신이겪은참상을표현할언어를찾지못해물고기가수면의얼음을두드리듯입을다물수밖에없다.서평은얼음너머로이들의입모양을읽어내려는저자의노고에주목하며,국가와사회가원하는매끄러운영웅서사로는담아낼수없는,범속한개인들의고유한진실을짚어낸다.

다음서평은비디오게임에서의전쟁재현을살핀다.철학연구자이덕균의〈게이머는병사로다시태어나는가〉는매슈토머스페인의《전쟁게임:9·11이후의밀리터리비디오게임》이‘테러와의전쟁’을소재로한밀리터리FPS게임에서기술과문화,정치가교차하는양상을어떻게분석하는지검토한다.페인에따르면〈모던워페어〉시리즈와같은게임은미국정부가필요로하는이데올로기적정당화작업을수행하며,플레이어는현실에서발생할수도있는테러상황을게임속에서‘체험’함으로써테러와의전쟁이지닌정당성과필요성을확신하게된다.서평은저자의연구방법론을비판적으로바라보며,새로운매체에대한학술적관심을촉구한다.

전장에서한걸음떨어진“비판과사유의자리”
종교,도덕,정치와폭력사이의무수한지층을탐사하다

다음의세글은전쟁에관한이론적논의를다룬다.대테러전쟁의재현에관한앞선논의는종교와정치의관계를묻는종교사회학적성찰로이어진다.종교인류사회학자서명삼의〈이라크전쟁20주년을맞아돌아본종교와폭력의관계〉는종교학자브루스링컨의《거룩한테러:9·11이후종교와폭력에관한성찰》을통해포스트냉전시기종교와정치,테러리즘을둘러싼현대종교학의다양한이론적,실천적논쟁을돌아본다.종교에기반을둔알카에다의폭력행위를어떻게해석할것인가하는문제에는계몽주의이래서구인문사회과학을지배해온세속화테제의실패,서구중심적종교정의라는종교학의근본적문제,냉전이후세계의지정학적상황등여러맥락이중층적으로개입한다.

미국의대테러전쟁을옹호하는진영은‘정의로운전쟁’에관한유대-그리스도교전통의입장,즉정전론의계보를이으며,다음서평은이정전론을논한다.미국의정치철학자마이클왈저의《마르스의두얼굴:정당한전쟁·부당한전쟁》은정전론의전통을현대도덕철학의관점에서계승한현대전쟁이론의고전으로,정치철학자한상원은〈전쟁은도덕적고려의대상이될수있는가〉에서왈저의주장이지닌의의와한계를짚어본다.왈저는모든전쟁을부당한것으로간주하는평화주의,그리고전쟁을도덕과분리된힘의장으로보는현실주의라는양극단사이에서전쟁을‘도덕적실상(reality)’으로간주한다.서평자는왈저의이론이제국주의와같은국제관계내권력역학을고려하지않기에추상적인수준에그친다고비판하지만,그럼에도도덕적으로지지할수있는‘정의로운전쟁’이존재한다는주장에는설득력이있음을인정한다.

뒤이은서평은이런관점에서‘정당한전쟁’으로분류할만한식민지항쟁의사례를다룬다.국제정치학자이헌미의〈존재의탈식민화와세계의인간화를위하여〉는알제리전쟁에관한탈식민지성사를전개하는사학자노서경의저작《알제리전쟁1954-1962:생각하는사람들의식민지항쟁》을통해탈식민주의와폭력의관계를성찰한다.프랑스의제국주의에대항해벌어진이전쟁기간에는정치적폭력의본질과정당성을놓고파농,사르트르,카뮈등양국의지식인사이에서치열한찬반논쟁이벌어진바있다.서평은각각의입장을소개하며,형식적도덕만으로는규정할수없는당사자들의고통에대한상상력을요청한다.서평자의이런요구는위대한소수의영웅이아닌수많은민중들의목소리로가득찬책의서술방식과공명하며,주제서평을열었던개개인의서사를상기시키면서삶과이론의관계를반추하게한다.

책속에서교차하는삶,시대,사유

‘비주제서평’에수록된첫두편의글은폭력에관한성찰을다루며,전쟁에관한주제서평의사유를폭력일반으로확장한다.종교학자노민정의〈남겨진폭력의아카이브,정의의다정한얼굴을찾아서〉는미국의종교학자로라레빗이본인의성폭력피해경험을담아쓴책《남겨진사물들(TheObjectsThatRemain)》을통해근래영미권에서여성학및퀴어예술의방법론으로서재발견된장르인자기이론(autotheory)을소개하고,폭력이후의삶을고민한다.종교학자박규태의〈르네지라르,‘양의성’으로다시읽기〉는르네지라르가《폭력과성스러움》에서논한‘희생양메커니즘’을중심으로폭력에내재한상관적대립구조를고찰한다.

이어지는세편의서평은과학사,젠더경제학,특수교육등다양한분야의저술을통해오늘의문제를성찰한다.과학사학자원정현의〈기후위기의시대,훔볼트를다시생각하다〉는19세기독일의자연학자훔볼트의삶을다룬평전《자연의발명:잊혀진영웅알렉산더폰훔볼트》를읽으며오늘날당면한기후위기문제에훔볼트의사상이줄수있는시사점을짚어보고,서구근대과학의발전에비서구세계가어떤영향을미쳤는지또한주목한다.미국사연구자최재인은〈어떤바통을들고,어디로달릴것인가〉에서20세기미국여성의전문직진출을다룬노동경제학자클라우디아골딘의저서《커리어그리고가정:평등을향한여성들의기나긴여정》을비판적으로검토한다.서평자에따르면이책에서골딘은남성중심적사회구조,제도적차별,이데올로기적압박등을간과하고,자본주의적경쟁구조라는더큰문제로결론을확장하지않는등한계를보인다.철학연구자김성재의〈페르낭들리니,혹은이해불가능성의윤리〉는20세기프랑스의교육자이자시인인페르낭들리니의저작물을엮은《전집(Oeuvre)》을읽어나가며,도구적언어바깥에서살아가는발달장애아동·청소년과함께평생을보낸들리니의삶을조명한다.서평자는합리적규율과정상성너머에존재하는이들의고유한질서에접근할방법을들리니의시적언어에서찾는다.

시대와분과를가로지르는지식의교차로
읻다의본격서평무크지《교차》

2021년읻다에서창간한서평지《교차》는연2회발행되며,학술서를중심으로국내외여러분야의책을다룬10여편의서평을수록한다.각서평은학술지논문에준하는분량으로,해당분야의전문가가책의논지와이를둘러싼맥락을면밀하게검토하고자신의해석을개진하여오늘의연구가나아갈방향을제시한다.시대의분기점이된고전과최신의연구를종횡으로오가며교차점을모색하고,오래된질문과참신한사유를지금여기의문제와연결짓기위한가능성의지평을탐색한다.이로써책을통해축적된사유가서평을매개로맞부딪치는지적교류의장을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