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이었다 그다음은 - 아침달 시집 17

폭설이었다 그다음은 - 아침달 시집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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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정답을 알 수 없는 것들의 아름다움
한연희 시인의 『폭설이었다 그다음은』이 아침달에서 출간됐다. 2016년 창비신인문학상을 수상한 한연희의 첫 시집이다. 한연희의 시에는 ‘정답과 멀어진 내가 좋은’ 비뚤어진 마음의 화자들이 등장한다. 발문을 쓴 박상수 시인·문학 평론가에 따르면 이는 매 순간 우리를 어떤 틀에 가두고 교정하려는 시도에 대한 저항이다. 인간이 남자 또는 여자로만 존재하기를 원하는 세상에서 어떤 존재들은 투명하게 지워지거나 교정을 강요받는다. 흑 아니면 백으로 살아가라는 세상에서, 한연희는 흑백이 뭔지 모르는 ‘정체불명의 톰’이기를 자처한다. 규범에서 벗어난 존재들로부터 아름다운 면모를 발견하고 “사랑한다는 기분에 휩싸”일 때, 우리는 인간이 가진 아름다움이 곧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는 다양성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자

한연희

2016년창비신인문학상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폭설이었다그다음은』이있다.

목차

겨울방학
유령환각
핀란드식콧수염
정어리
톰보이
언니는핑퐁
작은순살닭튀김
코파기의진수
밍밍
태권도를배우는오늘
전격X작전
양산굿즈
체코연필
코코넛아이
그럼에도콩샐러드는우아해
자주틀리는맞춤법
봉구하우스
스핀들
철학소사전
콧수염로맨스
슈슈
단팥빵
파프리카로말하기
침대는가구가아니다
슈슈
코코살롱
볼링을칩시다
간장의대활약
소모임
철이는수학을배우지않는다
캠페인
나는네모다
네코맘마
온다의결말
암튼
카이저에대한짧은소견
반대편에서여십시오
식물원
끼릴이라불린것들
지갑두고나왔다
정답은개구리
까마귀사귀기
두부에게말할수없는
수박이아닌것들에게
기상관측소

발문
전격톰보이작전-박상수

출판사 서평

편가를수없는사랑을위해
서로가서로의뿌리가되어주려는마음

한연희의화자가바라보는세상은흑과백으로나누어지길좋아하며,인간은남과여로존재하기를원한다.그러니양쪽중어느한쪽으로자신의정체성을가두어둘수없는그의화자가비뚤어지는것은당연하다.강요받는정답이자신과맞지않기때문이다.
버림받은고양이처럼,투명해진유령처럼그의화자는“세상에여러번잘못태어났다는기분”을느낀다.자신의존재를부정하는세상에서소수자로살아간다는것은유령과다르지않은탓이다.
그러나또한한연희의관점에서“신은늘불완전함을꿈꿔왔”으며“세계는경계를나눈적이없다.”이때그의화자의말은세상이개인에게가하려는교정에대한저항이라는맥락위에서작동한다.그렇기에그의화자는“올바른자세를배워도금세틀어지는몸뚱이가나의자랑”이라고말한다.
한연희의시에나타나는양성적성향을반영하는대표적인오브제는콧수염이다.“점잖은척얌전빼는”아가씨였던한연희의화자는“남자의콧수염을떼어내”어자신의코밑에붙여버린다.

콧수염을붙이고
콧수염에대해떠들고
콧수염에대해자랑하고다녔다

특별해진기분이자라나거리를활보했다
세상에대해너그러워졌다

원래있어야할자리에있던것처럼
-「핀란드식콧수염」부분

한연희에게있어콧수염이란“하루에1센티씩자라나인중을덮는무궁무진한것”,“내인식의지평을열어주는것”이다.세계는콧수염난인간들때문에곤두박질쳤지만,전쟁을멈추는데콧수염만한것도없지않겠느냐고한연희의화자들은너스레를떤다.오늘날카이저수염이위엄이라는상징을잃고서조금은엉뚱하고유머러스한오브제로바뀌게되었듯이,한연희의콧수염또한익숙한자리에서벗어나는순간더넓고다양한느낌의세계로들어선다.한연희의시에는그러한콧수염과같은엉뚱하고귀엽고사랑스러운이미지들이가득하다.세계어디론가굴러가는체코연필과,던진볼의무게만큼엉뚱함이불어나는볼링장,간장공장공장장말놀음을유발하며대활약하는간장,그리고많은언니와고양이들.
그러나이러한이미지들이모여있는곳은학살과전쟁이끊이지않는종말론적세계다.사랑을모르는이들이편을갈라폭력을일삼는세계에서어느편에도속할수없는이들이보는세계의전망이밝을리없다.그러나이러한어두운전망속에서도한연희의화자들은말한다.“서로가서로에게뿌리가되어주자”고.“사랑을모르는작자는용서할수없”으니“폭력을일삼는것들과맞서싸울거”라고.그것이한연희의콧수염숙녀가“늘어나는편견의울타리를”부수기위해수행하는작전이다.

발문:전격톰보이작전

너의화자를경유하여상상해보는너.이만큼자유로운너를본적이있었을까.물론이말은너의화자가‘남성’이되고싶다는말이아니라“나는어른이아니고어린이도아닌/정체불명의톰//톰은화성에서왔으니까/흑백이뭔지모르니까/너무많은모자중에서이상하고아름다운/초록색아이”(「톰보이」)라는말처럼‘이상하고아름다운존재’가되고싶다는말이겠지.여성성과남성성을모두가진,중성적인매력의‘톰보이’가되고싶다는것이겠지.80년대유행했던드라마중에〈전격Z작전〉이라는미국드라마가있었잖니.불의의사고후성형수술을하고신분세탁을한전직형사가인공지능을가진‘키트’라는자동차와함께악의세력을처단하는그런드라마.이번시집에서그제목은〈전격X작전〉으로변형되어들어와있지만,너는아마도‘전격콧수염작전’이라는이름을붙인작전을지금수행중인것은아닐까.아니면‘전격톰보이작전’이라고해야할까.그게어느쪽이든‘이것이전부여서는안되는우리의삶’을위해,하지만무엇보다도내가사랑하고아꼈던한존재를위해너의이야기를따라읽는지금,나는무한한기쁨을느껴.전격톰보이작전.미션수행중!
―박상수,「전격톰보이작전」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