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속도로 사랑하는

엄청난 속도로 사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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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구속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선사하는 해방감
고민형 시인의 첫 시집 『엄청난 속도로 사랑하는』이 24번째 아침달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고민형 시인은 《베개》, 《펄프》 등 독립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하며 활동해온 신인이다. 총 47편의 시가 담긴 그의 시집은 근현대 사회 속 여러 문물과 인간상이 빚어내는 아이러니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유계영은 추천사를 통해 고민형의 시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것처럼” 굴지만, 이야기 양식을 주저 없이 위반하는 것을 통해 독자를 낯선 곳에 풀어놓는다고 말한다. 전통적 이야기의 굴레에도, 시의 굴레에도 속하지 않고 어디로든 뻗어가려 하는 고민형의 언어를 통해 강렬한 해방감을 맛보기를 바란다.
저자

고민형

1990년출생.《베개》,《무명》,《펄프》에작품발표.

목차

1부:당신은왜나를떠나지않습니까
모름모름모름
초키의연료
종말론자
테라피
젊은신부
중국싫어하는아이
항의
질문

2부:재현할방법없음
아픈게아니라면개구리는운다
소원
전통적인우정
아프리카사람들은착해
새와
혼령
물고기가되는길
오분
구름을나는
이불장수
아기취급
오버더레인보우
트럭
점선면
돌아와마린다

3부:내가말하지않은모든것
향기
아파트
완벽한아침
프랑스어
지구한바퀴
외출
베개아래
우파루파
전염병

와인창고
피스톨
나쁜감정없음
탈출

4부:네가찾고있던게이게아니라도
살구나무비행기
도로교통법
명예의전당
개그림
결혼식
스톤에이지
미야오옹
고대신
관광안내서
미국의왕

부록
상담가의신비한수정구슬
키스하지않으면하차하겠습니다
플라스틱뚜껑

출판사 서평

구부러진이야기를통한시적모험

『엄청난속도로사랑하는』을펼친독자는곧장활자가빽빽하게들어찬산문시가만들어내는풍광과맞닥뜨리게된다.그빼곡한산문시에는저마다엉뚱하거나흥미로운이야기가담겨있다.시「젊은신부」는한마을에새로부임한신부에관한이야기이다.그런데그신부는이전에는한번도신부였던적이없었고,자신이믿는종교와의식에관해아는것또한하나도없다.도저히신부라고부르기어려운신부에관한요상한이야기가이어진다.이야기는결말을향해흘러가기는하지만,그방향은예상하기어렵다.

신부는술집에서일하기시작했다.(…)새로온이들은신부가신부인줄몰랐고신부도자기가신부인줄몰랐다.미셸은그곳에서웨이트리스로일하다가결국신부와결혼하기로했다.신부는나에게들러리가되어주기를바랐다.
-「젊은신부」부분

이러한능청스러움이섞인이야기속혼란은기승전결이뚜렷한이야기형식만으로는닿을수없는곳으로독자를데려다준다.「새와」라는시는‘새와미술관’에다녀왔다는친구의말에서부터출발한다.‘나’또한새와미술관에가고싶다며,그이유를길게주절거린다.그러나사실친구가다녀온미술관은새와미술관이아니라세화미술관이다.이런엉뚱한순간을지나가며이야기는길을잃지만,그방향상실은존재하지않던장소를일순간이나마상상하게함으로써독자를그곳으로데려간다.순간적인오류속에서새와미술관은반짝이듯이나타나고또사라지는것이다.이는숨겨져있던미지의장소를발견해내고야마는시적모험과도같다.
이렇듯우리에게익숙한사물과풍경들로만들어진세상속의등장인물들은우리가예상하지못하는방향으로,어쩌면시인조차예상하지못했던방향으로계속해서움직인다.다른시민들이일반적으로오가는대로가아닌숨겨진골목길을통하는이움직임은,익숙한세상이미처감추지못한세상의난잡함과엉성함을들춘다.독자들은이러한풍경을통해우리가사는세상의불완전성을목격하게된다.

미치겠다.모든게엉망이됐다.내생각에그일은어느젊은부부에의해일어났다.아마도잠깐아이들이버튼을가지고놀았고다시직원들에의해제지되었던모양이다.오분동안주유소에서는기름대신콜라가나왔다.신문에는낙서가가득했다.
-「오분」부분

「오분」은주유소에서기름대신에콜라가나오고,신문에는낙서가가득하고,총에서비눗방울대신에총알이발사되는기이한세상을보여준다.그러고한대권주자가대통령이되면다시그오분이재현될가능성이있다고비판하는사설이등장한다.‘나’는이에동의하면서도그에게표를던진다.온갖사물과문화와풍습이뒤섞인세계의부조리한단면을드러내는이러한이야기들은,종종의도된바와관계없이그자체로서비판적세계의형상으로읽힐가능성이된다.
그러나고민형의시는한가지의미로환원되기보다는다양한결의생각과느낌,의미등으로뻗어나가며쉽사리정의되기를거부한다.그는언제나윤리보다는유머를택하는쪽이다.시「우파루파」의화자는옆사람과대한민국의전대통령들이야기를하다가눈물을흘리는순간을상당히우스꽝스럽게그려낸다.‘우파’라는단어의말놀음에서출발했을듯한시는갑자기시의제목에충실해지면서멕시코도롱뇽우파루파(아홀로틀)에관한이야기로넘어간다.이러한혼란속에서독자는무언가를놓치고있다는생각을하면서,아이러니하게도그생각의놓침을통해일순간해방감을맛볼수있게된다.그러한복합성이야말로문학이마음껏자랑할수있는고유한자유로움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