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

$10.00
Description
정확한 온도를 지키는 시,
시 읽는 즐거움을 회복시키다
아침달 시집 10, 조해주의 첫 시집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가 출간됐다. 등단을 출간의 기준으로 삼지 않고 원고의 수준과 작가의 가능성을 중심으로 출간을 결정해온 아침달에서 열 번째로 선보이는 시집이다. 조해주 시인은 아침달에서 첫 시집을 펴냄으로써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유계영 시인은 조해주의 시를 “건강하다”고 평한다. 여전히 많은 독자들은 시가 ‘난해하고’ ‘우울하다’고 생각한다. ‘세상과 불화하는 자아’나 ‘명랑한 광인’들의 목소리들을 시가 오랫동안 대변하고 또 모색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유계영은 이러한 시의 주제와 강박들로 인해 시 읽기가 조금 피곤해진 독자들이라면 조해주의 시가 시 읽기의 즐거움을 다시 회복시켜줄 것이라고 말한다.
감정의 균형을 잘 지키는 것은 조해주의 시를 대표할 만한 특징 중 하나다. 조해주는 일상에 산재한 드라마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대신에 거리를 두고 지켜본다. 때문에 그의 목소리는 짐짓 무심하게 들리지만, 그런 일정량의 무심함이 자신과 대상을 다치지 않게 한다는 것을 조해주는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조해주는 필요한 만큼만 말함으로써 독자들을 편안하게 다른 생각으로 움직이도록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라는 제목만큼 이 시집의 특징을 잘 표현하는 말도 없을 것이다. 넘치지 않는 정확한 온도를 지키는 말과 정서가 요즘 시에 부족하다고 느끼는 많은 이들의 허기를 이 시집이 달래주기를 바란다.
저자

조해주

1993년서울에서태어났다.서울예술대학교문예창작과를졸업했다.시집『우리다른이야기하자』,함께쓴에세이『혼자서는무섭지만』등이있고,『AnAAxt&ARKOvol.01』와팀'유후'의공동시작(詩作)공동시집첫번째프로젝트“같은제목으로시쓰기”로공동시집을펴낸후두번째프로젝트“빈칸채워시쓰기”『아무해도끼치지않는』을함께썼다.

목차

나무수업
정물화
의자가없는방
소파에앉아뜨거운초콜릿을마신다마시멜로를넣으면더맛있다
익선동
참석
일행
단골

낭독회
모임
자립
일요일
여분
여섯시
눈깜빡할사이에
이것,하나
양이라는증거
월요일
도모다찌라고말하자친구가도망갔다
아이들
예감
아는사람
형규
혜진
전생
실물
다큐멘터리
홀로그램
슬립
온갖사과
옷과함께
모르는얼굴
크레바스
생각에게
기일
연날리기
돌멩이의탄생
미미
잠깐이느낀고독
놀이터
환생
주문

부록|자술연보

출판사 서평

정확한온도를지키는시,
시읽는즐거움을회복시키다


아침달시집10,조해주의첫시집『우리다른이야기하자』가출간됐다.등단을출간의기준으로삼지않고원고의수준과작가의가능성을중심으로출간을결정해온아침달에서열번째로선보이는시집이다.조해주시인은아침달에서첫시집을펴냄으로써작품활동을시작한다.
유계영시인은조해주의시를“건강하다”고평한다.여전히많은독자들은시가‘난해하고’‘우울하다’고생각한다.‘세상과불화하는자아’나‘명랑한광인’들의목소리들을시가오랫동안대변하고또모색해왔기때문일것이다.유계영은이러한시의주제와강박들로인해시읽기가조금피곤해진독자들이라면조해주의시가시읽기의즐거움을다시회복시켜줄것이라고말한다.
감정의균형을잘지키는것은조해주의시를대표할만한특징중하나다.조해주는일상에산재한드라마를자신의것으로만드는대신에거리를두고지켜본다.때문에그의목소리는짐짓무심하게들리지만,그런일정량의무심함이자신과대상을다치지않게한다는것을조해주는잘알고있는듯하다.
조해주는필요한만큼만말함으로써독자들을편안하게다른생각으로움직이도록만든다.그런의미에서『우리다른이야기하자』라는제목만큼이시집의특징을잘표현하는말도없을것이다.넘치지않는정확한온도를지키는말과정서가요즘시에부족하다고느끼는많은이들의허기를이시집이달래주기를바란다.

평범한일상속에서관찰되는이상한단면들

조해주의정서는불안하기보다는튼튼하고,그에따르는문장은간결하다.그러나그로인해발생되는자연스러움이단순한일상의잔영에머무르는것은아니다.평범하게넘길법한일상적인장면도조해주의눈빛과말을입으면일순간시의무대로넘어온다.그러한무대의이동이조해주의시에서대개‘말’을통해이루어진다는점은눈여겨볼만하다.

이것,하고말하면
누군가설탕에절인포도를나에게건넨다.빈유리병이필요했는데

나는그것을받아들고어리둥절한표정을지으며말하겠지.

맞아요,
이것이필요했어요.
―「이것,하나」부분

누군가가내게건넨것과내게필요한것이일치하지않는저런흔한일상의순간이라면보통은부정의말을하기마련이다.그러나조해주는“아니오,그거말고,저거요.”라고말하는대신에“맞아요,이것이필요했어요.”라고말한다.얼굴에는여전히어리둥절하다는표정을띄운채.
이러한혼란속에서유지되는것과변화하는것사이의기묘한조화가조해주의시를독특하게만든다.말이통하지않는가운데건네받은것에대하여부정하지않음으로써표면적인정서는평안하게유지된다.그러나이렇게말하는것이,그평안이표면적인것일뿐이며속에서는딴생각을하고있다는뜻은아니다.평안을유지하기위한말이밖으로나오는순간내가필요했던것이정말로바뀌기때문이다.그렇기에‘나’가설탕에절인포도를받고서짓는어리둥절한표정은‘내가말하던건이게아니었다’라는의미인동시에‘사실내가말하려던것이이것인줄나도몰랐다’라는의미가된다.이러한필요했던것자체의변화는즉,감각자체의변화이다.
조해주의시에서,나와세상의의견불일치와이에따른변화가‘말’로나타나는사례는그밖에도다양하다.“이번주말에도다음주말에도비가온다고했는데”(「익선동」)오지않는일이나,“갑작스러운질문을받을때”(「참석」)너무깊이생각하지않는일,“그가마침잘아는곳이있다고”말할때“이모든것이신기하다고대답”(「일행」)하는일,단골이되고싶지않아서말없이고개만끄덕이다가나오는카페의주인이어느날“차갑게,맞지요?”(「단골」)라고묻는일.
일상의순간들이나또는상대의말을통해변화한다는점때문에약간엉뚱한방향으로향하는조해주의말들은일상의순간들또한기이한모습으로변화시킨다.이때관찰되는일상의이상한장면들,단면들은역설적으로우리삶에얼룩덜룩묻어있는관습들의이상함을드러내기도하는것이다.
그러나이드러냄은폭로의형식을취하지않는다.김언시인의말대로조해주의시는“아주편안하게우리를딴생각으로몰아세”운다.그의시는불편하지도불가해하지도않다.조해주의시집은우리가당연하다고생각했던일상속에서,낯선단면을엉뚱하고도지혜롭게들리는목소리와미온의정서를통해발견하는경험을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