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높은 나의 이마

맑고 높은 나의 이마

$10.00
Description
빛을 삼키는 빛의 시집
2012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등단한 김영미의 시집 『맑고 높은 나의 이마』가 아침달에서 출간됐다. 등단 8년 만에 펴내는 첫 시집이다. “지나치려는 순간 다시 붙잡는 힘”(김행숙 시인)이 있다는 평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영미는 이번 시집에서 총 45편의 시에 특유의 맑고도 서늘한 서정을 벼려놓는다. 그의 시가 빛나는 한편 서느런 기운을 품고 있는 까닭은 “있다가 없어지는 것들에 더 오래 주목”한다는 그의 시선에 있다. 추천사를 쓴 김언희 시인은 김영미 시집의 이러한 특징을 가리켜 “빛이 빠져나가는 한순간과 그 순간이 다른 빛으로 채워지는 기적 같은 찰나, 그 자체”라고 말하며 “빛을 삼키는 빛의 시집”이라 평한다.
저자

김영미

2012년《현대문학》으로등단했다.시집『맑고높은나의이마』가있다.

목차

1부
합정
스트로베리필드
세븐틴
밤의어린이공원
연하―쓰지않은것들에게
파수
약국
직전의강변
릴리
객의하우스
회현
장미의방식
위태로워자라날수록샤프심은

한여름의아이스링크

2부
수문
층층나무아래
연기의기술

지지않는밤
미리
빗방울이쪼개지던
불국
윈터스쿨
어떤접신
모래내9길
바람의입속에서흔들리는
호밀밭
비눗방울

3부
정향
나의여름
처음의비
물의숲
석양의식탁
그날의나이프
인디언텐트
검침원은목요일에왔다
물의결정
빛과소리
론드리카페
요요
지난밤
일시적인재배열
묘비들은이마를높이들고
너싱홈

인터뷰|결별들―김영미×서윤후

출판사 서평

여름에듣는추운나라의음악처럼
서늘함을품은여름의시들

운동화를적시며여름이오고있었다
우리들의여름은지킬게많았다
지킬게많다는건어길게많다는것
계절은지겹도록오래될텐데
―「파수」부분

김영미시집의전체를관통하는계절은여름이다.그러나그여름은일반적인연상대로뜨겁게불타오르기만하는여름은아니다.실제여름이무성한초록과장마와불볕더위와태풍을견디며다변하는양상을보이는것처럼시집속여름도다양한얼굴로나타난다.그여름은,

지기위해우리들의여름은뜨거울것인데내일아침해는또누가띄운풍등일까
―「지지않는밤」부분

의경우처럼,뜨거움뒤에지는것들을예감하는계절이기도하고,

여름은차고깨끗했습니다유리잔안에서얼음이무너집니다소리죽인티브이에서빙산이내려앉습니다
―「銀」부분

의경우처럼,얼음과빙산으로대변되는무언가가무너져내리는계절이기도하다.이밖에도막대아이스크림을빨며외인묘지길을걷는(「합정」)풍광,한여름이새해인나라를생각하며폭염속에서보내는연하장(「연하」),한여름에아이스링크장에서트랙을돌며상처를딛고성장하는이미지(「한여름의아이스링크」)등등시집에나타나는여름의모습은반짝반짝다채롭다.
김영미는이렇듯“오래고여있던여름”(「층층나무아래」)들을무성하게풀어놓는다.서윤후시인과나눈인터뷰에서,“시인에게여름은어떻게찾아와서,무엇을남기고가는것”이냐는서윤후의질문에김영미는“짧은시간동안의열기,견딜수없는열망이나절망같은것들로다타버리고마는계절”이라답한다.이처럼김영미는여름이지닌소진의의미에주목하며소진되는순간의빛과열기,소진의과정이주는상처,그리고상처의재생을짚어낸다.그의시집이무더운여름에읽히기를기대하는이유다.“여름엔추운나라의음악을들어야한다”(「나의여름」)라는구절처럼,김영미의시집이여름을노래하는추운나라의음악이되기를바란다.

몰라서아픈,모르는곳의아픔들

시집후반부에수록된김영미시인과의인터뷰에서,서윤후시인은“이세계가‘결별의사슬’이끊이질않는굴레속에있다”라고시집에관한인상을요약했다.김영미에게결별은인생에서매번놓치고있는것들이며,놓치면서도여전히무엇인지몰라아픈것들이다.가령그에게는이별과죽음,그리고믿음같은것들이그렇다.시집에서이러한결별들은있었다가사라지는것들의이미지로새겨진다.얼어있다가녹아내리는얼음들이그렇고,멀리로날아가결국에는사라지고마는풍등이그렇고,이마를높이들고석양을빛내는묘비들이그러하며,잘모르는곳으로사라지는아이들이그렇다.

발목을스치는작은꽃들은언제열매를배게될까요
아이들이어디서오는지알게되었어요

하지만어디로사라지는지는아직잘모르겠어요
―「스트로베리필드」부분

결별은아픔을남긴다.아픔이있다가사라지는곳에남는것은상처다.당시에는잘모르다가도지나고보면남은상처인,상처를남기며떠나오는시기인학창시절의이미지가시집에서자주나타나는것은자연스럽다.무덤대신에어린이대공원으로소풍을가는학생들(「빗방울이쪼개지던」),리코더로아무도모르는곡을연주하던여학생,지루한일상과사소한일탈을오가는합주부친구들(「위태로워자라날수록샤프심은」),바람만불어도벼락같이웃어대는아이들(「호밀밭」)등이들려주는이야기는위태로워서아름답고,아름다우면서도아프다.이러한아픔과아름다움은수학여행의이미지들이빠르게흘러가는「불국」에서지워지지않을인상을남기며만개한다.

캠프파이어가끝나도불씨는남아뜨겁게뒤척이겠지.등을모두꺼버려우리는잘수가없겠지.제발저호루라기좀빼앗아줘.수학여행까지따라온이모가창밖에서손을흔들겠지.불국인데,불국의밤인데.묻겠습니까.묻어두겠습니다.자비로운부처님코스프레.아주오래뒤에발견될화인이겠지.우리는잘모르는곳이아프겠지.
―「불국」부분

“자유로운오독을선물해준/척박한번역서를대하듯”(「처음의비」)이라는구절처럼,김영미의첫시집이눈밝은독자들에게다양한의미로읽히기를기다린다.녹아서“여러갈래로길을만”(「나의여름」)드는얼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