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고양이는 다정할게요 : 고양이와 함께한 시간에 대하여
Description
속 모를 고양이 마음,
시인의 눈길로 헤아려보다
세상 모든 고양이들에게 바치는 책 『그대 고양이는 다정할게요』가 아침달에서 출간됐다. 지난해 출간된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에 이은 책으로, 고양이와 함께 사는 열여덟 명의 시인들이 반려묘에 관해 쓴 36편의 시와 짧은 산문을 엮었다. 책의 서두에는 고양이 시점으로 ‘집사’에게 건네는 짧은 이야기를 김지희 작가의 그림으로 담아내 사랑스러움을 더했다.
국내 반려동물 동반 인구 추정치가 천만에 달하는 오늘날, 인간이 다른 동물과 공생하는 일을 생각해보는 일은 의미 있다. 고양이는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 존재다. 때문에 인간과 더불어 살면서도 독립적인 고양이의 태도는 인간의 마음으로는 알기 어렵다. 알 수 없는 반려묘를 관찰하고 헤아리려는 시인들의 눈길이 주목되는 까닭이다.
시인들의 눈에 비치는 고양이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황인숙 시인에게 고양이는 털을 아무리 빗어주어도 끝없이 털을 만들어내는 털의 마술사다. 신미나 시인이 보는 고양이는 인간이 시를 읽어주든 무얼하든 신경도 안 쓰고 제 할 일에만 바쁜 시큰둥한 존재다. 한정원 시인이 보는 고양이는 반려인과 숨바꼭질을 즐기는 장난꾸러기다. 각양각색의 모습 와중에 인간을 고생시킨다는 점은 일관적이다.
이토록 무심한 듯 자기중심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을 어쩌면 좋을까. 권민경 시인은 “고양이의 호기심은 우리의 이해 범주 안에 들기도 하고 넘어서기도 한다”면서 고양이에 대한 사랑은 짝사랑이라고 말한다. 그 말대로, 공생하기 위해 우리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종족 사이의 이해를 넘어서는 애정이 아닐까?
저자

권민경,김건영,김승일,김잔디,김하늘,박시하,배수연,백은선,싱고,유진목,이민하,이현호,조은,

2011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베개는얼마나많은꿈을견뎌냈나요』『꿈을꾸지않기로했고그렇게되었다』가있다.

목차

권민경간신배관심배철수(여,9살)|사단법인취업지침|정물
김건영나의단이|Takealook|기쁠때나슬플때나야옹
김승일네가보고싶어|한지는웃지않는다|나는모스크바에서바뀌었다
김잔디살아있는동안우리는|고양이심정|고양이잠
김하늘나의늙은고양이|NEARANDDEAR|Pitapat
박시하알듯모를듯사랑해|콘택트|너의집에산다
배수연누가누가함께|누|아메
백은선뾰족한투명|아이누|날개가길어지면찾아갈게
신미나묘곡장|묘책|궁남지
유진목동시에|옥사나|동묘
이민하그분이오신다|신비주의|시간속의산책
이현호오늘의방|고양이세수를배우는저녁|계시
조은개떼|아직도|젠틀맨을들이다
지현아고릉고릉|넌어디에있니|고라
최규승뭐,닮은데,있는,없는|그루밍선데이|너라는고양이
한연희너무나다른너희|호랑과신령|손톱달
한정원TheAppleofMyEye|10시10분|나어디있게?
황인숙눈오는날,삼냥이들|털빗는노래|란아,내고양이였던

출판사 서평

알듯모를듯사랑스러운
우리의작은신들

시쳇말로고양이의반려인은스스로를‘집사’라고칭한다.반려인의말을따르기보다는자신의관심사와필요에집중하는고양이의습성상,반려인으로하여금고양이를모시는기분이들기때문일것이다.김건영시인은「Takealook」이라는시에서집사에게실망했다며잔소리를늘어놓는고양이의목소리를빌린다.

나고양이는집사에게실망했다
나고양이는너보다어리게태어나서
영영너보다우아하게
영영늙어갈것이니
-「Takealook」부분

박시하시인은더나아가고양이들을“내가모시는신”이라고말한다.「콘택트」라는시에서고양이는인간이잘때,먹을때,그리고울고있을때가만히지켜보는신으로나타난다.그신의말린꼬리는근원모를우주와세상을향해던지는물음표가되기도한다.
고양이를신이라고말하는데에고개가끄덕여지는부분이있다면왜일까.반려동물이특별히우리에게무엇을해주지않더라도그저그존재만으로우리에게선한영향력을,살아갈힘을주기때문이아닐까?이민하시인은아픈고양이를자신이살린줄알았는데“그분들이나를하루씩살려주신다”라고고백하며고양이들을두고“내가만난지상의천사들”이라말한다.
지현아시인은고양이를만나고부터“세상에서가장좋은”이라는표현을쓸줄알게되었다.조은시인에게고양이들은빗물뚝뚝떨어지는집에서함께미끄러지며,그럼에도살아가는동병상련의가족이다.이현호시인은방어디든내키는대로누워고르릉거리는고양이들을보며자신이살아있음을깨닫는다.이토록다양한표현들로시인들은살게하는,함께사는고양이들에대한깊은애정의시어를써내려간다.그시어들은존재만으로도살아갈힘이되는신들에게바치는기도가되기도한다.

함께겨울을
봄과여름,가을을살아줘서고맙습니다
-「콘택트」부분

안부를아무리물어도
닿을수없는날도오겠지만

고양이의목숨은아홉개라는이야기가있다.처음그이야기가어떻게시작되었든간에대부분의집사들은고양이의목숨이아홉개이길바랄듯하다.배수연시인은말한다.“어쩐지고양이는죽음과그다지어울리지않는다”라고.이는심장이좋지않은고양이가부디오래살길바라는염원이담긴말이기도하다.
반려동물들대부분이인간보다짧은시간을살다간다.고양이도예외는아니다.반려동물이죽으면‘무지개다리’를건너주인을기다린다는이야기가있지만,사후세계를믿지않는백은선시인은그런기대조차할수없다.“함께할때는우리에게남은시간이한없이긴줄알았다”라는목소리가더슬프게느껴지는이유다.한연희시인또한먼저떠난고양이를그리워하며애도의시를적어보낸다.

아무리불러도대답이없어.너는어디로사라져버린걸까.침대에누운작은짐승이느릿느릿기어간다.이불을들추니풀썩꺼지고만다.둥그런형체가있던자리를만진다.
-「손톱달」부분

반려인들은반려동물과함께하는순간부터끝을생각하며지낸다.어쩌면함께보내는많은시간들은이별이후의시간을견디기위한연습의시간인지도모른다.김승일시인은고양이와함께잠자는행복한시간에대해말하며,“너와같이자는게죽음이라면좋겠어.그러면그행복은끝나지않겠지”라고덧붙인다.유진목시인또한언젠가는이세상에서사라질사랑하는존재들을생각하며,자신이먼저떠났으면좋겠는마음과자신이가장나중이었으면좋겠다는마음사이를오간다.
고양이와의행복이영원하길바라는마음은누구나그럴것이다.그러나그럴수없기에반려인은살아있는동안최선을다해행복한풍경을보고서로의기억에남기려애쓴다.김하늘시인은“해마다피던벚꽃을꼭네게보여주고싶”어서안락사를권유받은고양이를정성으로살려낸다.그리고함께했던시간을내내기억할수있도록“두근거리는인간을사랑해줘서고마워”라고깊은애정의편지를보낸다.
황인숙시인은눈오는날카메라로고양이들을찍어두며“어차피야옹이들은보지도못할사진”이라생각했지만,결국찍어두었던사진을통해먼저떠난고양이를다시본다.풍경은그토록오래남아생전의시간을되돌려낸다.그렇기에최규승시인이「그루밍선데이」에서그리는“까슬까슬한봄햇살”을받으며졸고있는고양이의풍경같은것들은이후의시간을살아갈반려인들에게더없이귀중할것이다.그러나,이런인간의마음을아는지모르는지고양이는태연하다.김잔디시인의그말대로“자기생의행운과액운을모두꿰고있는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