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이름은 영원히 모른 채

새의 이름은 영원히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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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창백하고 부드러운 언어의 공백,
그것의 치명적인 아름다움
원성은 시인의 『새의 이름은 영원히 모른 채』가 아침달에서 출간됐다. 2016년 《문예중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원성은의 첫 시집이다. 총 46편이 실린 본작은 의미에 구멍 난 언어가 그리는 이미지로 가득하다. 원성은의 시에서 언어의 의미와 이미지는 미끄러지고, 어긋나고, 재구성된다. 그 언어는 읽을 수 없는 외국어처럼 낯설게 보이기도 하지만, 이장욱 시인에 따르면 “의외로 격렬하고 뜨거운 성숙과 사랑의 서사”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이는 원성은의 시가 세계에 대한 압박과 공포를 느끼는 이의 생존과 성장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의 시에 나타나는 알 수 없는 것들에 관한 공포가 치명적인 아름다움으로 이어지는 순간들이 많은 이들에게 목격되기를 고대한다.

저자

원성은

1992년대구에서태어났다.
2015년〈문예중앙〉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시집으로『새의이름은영원히모른채』『비극의재료』가있다.

목차

1부
다른이야기
빨간풍선
이방인
장미,시계,피아노
트리플렛
더블
안부
실어증의두가지유형
왼손잡이가오른손으로쓴악필의편지

2부
다이닝룸
운반
맥거핀
나쁜취향
검은쌍둥이
러시안노블
오컬트
8
성냥의발명
하양위의하양
흑과백의아침
아스팔트
나는심해에빠진것같아,네가말했다

3부
면역
분재
라운드미드나잇
아나크로니스트
라이겐
눈물을빌려드립니다
동의어사전
벌집쑤시기
아포칼립스
장막뒤에서
술래
방심
잠복기
매직아이

4부
야간비행
목성
도돌이표
러시안룰렛
살아있는조각상
나이팅게일
마지막영화관
기우
사냥꾼의밤
에필로그

해설
세이렌의시쓰기-강동호

출판사 서평

폐허를견뎌내는방식의기록

원성은의첫시집을열면여러문학적,문화적텍스트들이숱하게인용되고,패러디되며교차되는풍경이펼쳐진다.그러나이러한상호텍스트적인면면들을알고있다고하여그것이곧장시해석의열쇠가되는것은아닌데,그텍스트의그물이상당히넓은범위에걸쳐있기도할뿐더러,그과정을통해손에쥐이는열쇠는이미구부러져있으며자물쇠는고장나있기때문이다.

언제나너무늦은눈이내린다봄에내린다
암점위로쏟아져서멎지않는다

바람빠진꽃잎,구멍난풍선,틀어막힌바늘구멍,고장난자물쇠,구부러진열쇠,뜯겨나간울타리
…를모아둔진열장속으로함박눈이
­「매직아이」부분

유사한이미지간의겹침을통해새롭게떠오르는이미지를뜻하는제목의시「매직아이」에는위처럼써먹을데없는,망가진사물들의집합만나타날뿐이다.캄캄해진꽃밭앞에우두커니서서풍경을겹쳐서보아도보이는것은없고,그자리에는“나비를보았다는거짓말”만이떠오른다.
그렇다면세계에대한불안을떠올리게도하는이“광물의화학식처럼난해한”문장들은무엇을가리키고있는것일까.해설을쓴강동호평론가는일반적인난해시들이파격과일탈을통해자유와쾌락을추구하는것과는달리,원성은의시는절망어린항변에가까운뉘앙스라는것을지적한다.원성은의시는세계가가진여러압력과하중에대한저항의몸부림이라는것이다.강평론가는이에따라“그녀가시인으로탄생하는과정에서겪었을것으로짐작되는상실과소외,그리고그것과결부되어있는시쓰기에대한첨예한자의식”에주목할것을청한다.

한여름의동그라미가네모를껴안으려다가
미끄러지네결정적인순간들에미끄러짐을반복하네
땅바닥에누워버둥거리는매미가눈앞에서죽어버리는그장면
한발자국,내딛기전에발앞으로지나가는애벌레한마리

이렇게아슬아슬한게기하학이면배우지말걸그랬어
사랑노래나더만들걸그랬어
­「실어증의두가지유형」부분

원성은에게시인이된다는건재난중의탄생과같은것이었는지도모른다.그는시인으로서처음발표한시의첫줄에“산불이나서내생일을축하해주는줄알았다”(「면역」)고쓴다.그렇게말하는시인의눈에비치는세계는날때부터무서운것이었으며,공포스러운동시에알수없는매혹을드러내기도하는분열적인대상이다.그의시쓰기가“폐허에서자란포도나무가가뭄을견디듯”시인으로서수난을견뎌내는방식이라면,그가먼저걷는길이길잃은누군가에게이정표가되어주기를바란다.또다른누군가가먼저걸었을길을그가따라걷고있듯이말이다.그것이“길을잃은단한명이라도조금덜무섭고덜아프기를바란다”는시인의말에담은그의마음일것이다.

여기서부터처음으로돌아가서다시울기시작하는
작고가볍고부드러운나의새야
­「왼손잡이가오른손으로쓴악필의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