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오려면 여름이 필요해 - 아침달 시집 19

당신이 오려면 여름이 필요해 - 아침달 시집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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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라진 것들을
오래 기억하려는 마음
민구 시인의 『당신이 오려면 여름이 필요해』가 출간됐다.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2014년 『배가 산으로 간다』(문학동네)를 펴낸 민구의 두 번째 시집이다. 민구는 45편의 시를 통해 일상에서 발견되는 여백의 한적한 외로움을 그려낸다.
김언 시인은 민구의 시를 두고 “무미하되 건조하지 않고, 담담하되 답답하지 않고, 순순하되 심심하지 않”다고 평한다. 민구가 평범한 일상의 장면으로부터 길어오는 언어에는 미소 짓게 만드는 유머와 존재의 빈자리가 주는 쓸쓸함이 공존한다. 그렇기에 박연준 시인은 “킥킥 웃다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슬퍼질 수 있다”라며, 이 시집이 ‘한적한 외로움’을 입고 있다고 말한다. 이 외로움이란 존재가 머물러 있던 자리를 오래 기억하고자 하는 마음일 것이다. 그러한 마음이 가득 담겨 있는 이 시집을 통해, 독자는 사라짐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기억하고 남겨두고자 하는 한 사람을 마주하게 된다.
저자

민구

개와하는산책을좋아한다.가방속에는늘개똥을치울여분의봉지가있다.복자의오빠였고지금은뭉치,코코,까망이네형이다.2009년[조선일보]신춘문예로등단.시집『배가산으로간다』,『어느푸른저녁』(공저),『나개있음에감사하오』(공저),『당신이오려면여름이필요해』등이있다.

목차

1부
신작
여름
우나기
일분이되기전영원한오십구초
그는거기에있겠다고했다
루브시엔의사과도둑
메모리얼스톤
과수원에간다
백조의호수
영구없다
핸드프린팅
거울속의신
유일
나의시인


2부
이어달리기
증발하는세계
비밀이있어
정물
주변의모든것
머랭
카나리아
보이지않는정원
사이드웨이
거울
우리
손톱을먹어요
가을다음여름
모래의여자
기념일

3부
그것이울었다
평범
누군가
8월의크리스마스
이번역은사랑시,비둘기들의섬
도서관은나른해
계절
아무도우리를찾지않을거야
슬레이트지붕이보이는해변
당신의옥수수
악몽
스모크
버섯이들려주던우산의시
수도국산
나는환생을믿지않아

발문
하나의이름에게-소유정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웃기고도쓸쓸한시,
진솔한농담의시

빈자리는거기에있던것이떠남으로써,혹은있어야할것이없음으로써생기는흔적이다.이흔적은부재를통해발생한다는점에서시간의간격을생각하게만든다.민구의시는일상풍경을소소하고담백한언어로담아내는와중에곳곳에있는사라짐의흔적에눈길을주고,시차의이미지를만들어낸다.

그것은일분뒤면사라질것같이굴다가
오랫동안귓가에맴돌았다

땅에서올라온새싹한줄기

네이름이뭐였더라?
나는순간이라고이름을붙이고
영영잊어버렸다

그런데어느날기다란나무가마당에서있는걸보곤
놀라서웃고말았다

-「일분이되기전영원한오십구초」부분

민구의시에서이러한사라짐의흔적들이발견되는까닭을“대상이사라진뒤에도그것이남기고간것을감각하며오래기억하고자하는마음”이라고,소유정문학평론가는발문을통해말한다.이러한마음의순간들은시집의도처에서발견된다.가령「카나리아」라는시에서는이제는“빈새장”임에도그안에서날아다니는,새처럼보이는무엇에관해말한다.「누군가」라는시에서화자는누군가의손바닥에살아있는물고기를주지만,그것은첨벙대다가손바닥에서사라져버린다.

머리를깎다가알았다
주인이이발비를깎아주고있었다는걸

거울에비쳤던것이다
돈을덜받았던것이다
나는아주머니에게가격이올랐냐고묻지만
원래그렇다하시고

그럼왜만원만받았냐고물으니
숱이없어서금방한다고

-「거울속의신」부분

사라짐에관해말한다는건보통은쓸쓸하고외로운일이지만,민구는이를쓸쓸하게만말하지않는다.삶에서발견되는미소와수줍은감정들에대해솔직하게이야기하는것은민구의시가가지고있는개성이며미덕이다.「거울속의신」과같은시에서처럼,일상속에서발견되는사라짐중에는머리카락의사라짐도있다.미용실에서겪은일을풀어내다가등장하는“당신이나를만들다가졸았을까”라는농담은해학중에잔잔한울림을준다.또‘민구’라는이름때문에놀림당하거나부끄러운일을겪은뒤,개명을고민했으나결국이름자에새겨진자기존재를그대로지켜나가려는그의이야기(「그는거기있겠다고했다」)에서는사라진,또는다가올무언가를기다리는심지굳은사람의얼굴이엿보인다.이시집은필연적으로무언가가하나씩사라져가는일상속에서,우리가어떠한방식으로기억하고추억하고기다리며살아갈수있는지,삶에관한하나의솔직하고담담한관점을제시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