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고도쓸쓸한시,
진솔한농담의시
빈자리는거기에있던것이떠남으로써,혹은있어야할것이없음으로써생기는흔적이다.이흔적은부재를통해발생한다는점에서시간의간격을생각하게만든다.민구의시는일상풍경을소소하고담백한언어로담아내는와중에곳곳에있는사라짐의흔적에눈길을주고,시차의이미지를만들어낸다.
그것은일분뒤면사라질것같이굴다가
오랫동안귓가에맴돌았다
땅에서올라온새싹한줄기
네이름이뭐였더라?
나는순간이라고이름을붙이고
영영잊어버렸다
그런데어느날기다란나무가마당에서있는걸보곤
놀라서웃고말았다
-「일분이되기전영원한오십구초」부분
민구의시에서이러한사라짐의흔적들이발견되는까닭을“대상이사라진뒤에도그것이남기고간것을감각하며오래기억하고자하는마음”이라고,소유정문학평론가는발문을통해말한다.이러한마음의순간들은시집의도처에서발견된다.가령「카나리아」라는시에서는이제는“빈새장”임에도그안에서날아다니는,새처럼보이는무엇에관해말한다.「누군가」라는시에서화자는누군가의손바닥에살아있는물고기를주지만,그것은첨벙대다가손바닥에서사라져버린다.
머리를깎다가알았다
주인이이발비를깎아주고있었다는걸
거울에비쳤던것이다
돈을덜받았던것이다
나는아주머니에게가격이올랐냐고묻지만
원래그렇다하시고
그럼왜만원만받았냐고물으니
숱이없어서금방한다고
-「거울속의신」부분
사라짐에관해말한다는건보통은쓸쓸하고외로운일이지만,민구는이를쓸쓸하게만말하지않는다.삶에서발견되는미소와수줍은감정들에대해솔직하게이야기하는것은민구의시가가지고있는개성이며미덕이다.「거울속의신」과같은시에서처럼,일상속에서발견되는사라짐중에는머리카락의사라짐도있다.미용실에서겪은일을풀어내다가등장하는“당신이나를만들다가졸았을까”라는농담은해학중에잔잔한울림을준다.또‘민구’라는이름때문에놀림당하거나부끄러운일을겪은뒤,개명을고민했으나결국이름자에새겨진자기존재를그대로지켜나가려는그의이야기(「그는거기있겠다고했다」)에서는사라진,또는다가올무언가를기다리는심지굳은사람의얼굴이엿보인다.이시집은필연적으로무언가가하나씩사라져가는일상속에서,우리가어떠한방식으로기억하고추억하고기다리며살아갈수있는지,삶에관한하나의솔직하고담담한관점을제시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