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라스드 아이즈

글라스드 아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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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훼손되지 않는 아름다움을 위하여
이제재의 첫 시집 『글라스드 아이즈』가 21번째 아침달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이제재는 이번 시집을 펴내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는 신인이다. 본 시집은 아픔을 딛고 다시 살아가려는 이들이 만드는 아름다운 유대의 풍경을 보여준다. 육체의 아픔과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성장하는 이들에게 삶이란 난데없이 찾아온, 감당키 어려운 것이다. 편견 어린 외부의 시선을 피해 내면의 굴을 파던 이는 어느 날 바깥에서 쏟아지는 빛을 마주한다. 그에게 그것은 훼손되지 않는 아름다움이다. 또한 우리를 더럽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아름답게 여긴다고 하더라도 그 아름다움이 훼손되지는 않는다는 이상한 발견이다. 그 울렁이며 반사되는 빛 속에서 우리는 계속 살아가려는 듯이 움직이고 있는 우리들의 초상과 마주한다.
저자

이제재

1993년3월4일생.생년월일이같은아이를두번만난적있다.명지대학교문예창작과를졸업했다.

목차

1부
배영
글라스드아이즈
육체에대한꿈
월드
자주있는일
줄지어걷는흑염소무리와거꾸로매달린체리꼭지들
선생님
굴뱉기
4교시방과후
리플렉션-평행한세계

2부

안드로이드파라노이드
페트로누스
성장기

중성인간
해피니스
생활
고기공

3부
백개의튜브가떠있는바다
두려움이아닌흉내
아게르,까마귀마을
장거리연애와바닥에흥건한스파게티소스
욕조속의오수
택시,이리로와요
아게르의제사장
맑은계절에걸린거울


4부
산책
반사되는빛
화이트보드
바늘의시간
겨울행성
구름과인어와은빛나사들
두개의뿔과자기안의기후
쓰는사람

부록
반사되는빛

출판사 서평

다른몸,
다른차원의가능성을꿈꾸기

“분명히세상에없었던언어의자막처럼이상한발견이라고들할거야.꼭필요한만큼의언어로굴지도를그려내고시간과기억을발굴하는시인이제재.”(김이듬시인)

김이듬시인은추천사에서이제재의시가지나간시간과기억을발굴하고있음에주목한다.어떤이들은자라면서자신의과거를깊은곳에묻는다.이를덮어두려는까닭은그것을파헤쳤을때마주하게될유년의고통을다시금느끼고싶지않기때문일것이다.그러나유예만으로더는삶을살아갈수없는순간이찾아올때,우리는덮어두었던과거를찾아서기억의굴을파내려간다.이굴을파내려갈때마주치게되는것은,자신이만들고만났던굴의아이들이다.

드디어내가내안을개봉했을때
그곳엔굴,네가홀로있었고

의사는다치유되었습니다했지만글쎄요너는기어코아슬아슬하게
차에치이지않은순간처럼어린너와만나게되는겁니다
-「굴뱉기-굴의아이2」부분

『글라스드아이즈』에는‘굴의아이’의성장기가담겨있다.이제재에게삶은난데없는것이다.삶은“난데없이부모가된다는것과난데없이부모를가진다는것”이기때문이다.우리는누구를낳을지선택할수없고,누구로부터태어날지혹은태어나지않을지를선택할수없다.아플지그러지않을지선택할수없고,어떤정체성을가지고태어날지선택할수없다.우리가결정할수없는무수한과정들을통해우리는결정된다.우리에게는결정을물릴권한이없다.다만우리가할수있는것은결정을넘어서는다른꿈을꾸는일뿐이다.

오늘은중성인간이고싶습니다5대5가르마처럼정갈하게얼굴을나눠가진남녀이고싶어요그런한몸으로도생식할수있을거예요당신이필요하다고느끼는날엔다른음높이로수다를떨어보고딸이보고싶은날엔몸을갈라왼쪽으로분열해보고,오른쪽으로갈라아들도안아볼수있을텐데.아무래도오늘은구김없이여럿인것같은날입니다.
-「중성인간」부분

독자들은감각적이면서도솔직한목소리를시집곳곳에서듣게된다.대표적으로「월드」라는시에서이제재시인은스스로시의대상이된다.하나의몸에서샴쌍둥이처럼함께살고있는여자애와남자애의성장과흡수에관해,자기내부에서자아를분열시키며세계를만드는글쓰기에관해시는자기분석적인관점으로펼쳐진다.
육체와세계를포함한많은것들이이미결정된채로살아갈수밖에없는우리의삶에대하여한사람은무엇을할수있을까.그삶을거부하는방식중하나로는죽음이있다.그러나이는자신,혹은타인에게슬프고두렵고괴로운일이다.죽음이아니라면다른삶을꿈꿔볼수있다.이제재에게시는“다른차원의가능성”이다.주어진몸을다른몸으로교환해보는일,이러한시뮬레이션을통해다른차원의가능성을꿈꾸는일이다.이러한꿈의시뮬레이션을통해시인의자아는서로다른몸을생성하며분열하게된다.
그러나이러한내부로의골몰,계속되는굴파기가현실을바꾸는것은아니다.제자리인삶을우리는그러나계속해서살아가야한다.그러기위해서는살아가야할힘이필요하다.우리를살게하는그힘은어디에서오는가.시인은바깥으로나가산책하는와중에빛과유리의이미지들을발견한다.쏟아지는빛속에서유리들에비치는풍경들이서로에게간섭하는순간을목격한다.이목격을통해시인은사람들또한서로를반사하며서로의영향이될수있을지상상한다.이러한상상은곧사람들이아름다울수있을까,라는가능성의질문이된다.우리가꿈꾸는것들이,우리가아름답다고여기는많은것들이영향력이되어퍼져나갈수있다는믿음은누군가를살게한다.삶을둘러싼많은것들이지금,아니면미래에라도변화할수있음을아는것은허무를극복하는힘이기에.

오래전에너는살고싶지않다고했지그게죽고싶단말은아니라고도했어아게르,죽지말고살아가왜그래야하는진나도몰라그래도살아가,이세글자말의어감엔내진짜가섞여있어그래,그땐나도너였지우는데도울지않는얼굴로말이야
-「아게르,까마귀마을」부분.

[추천사]:시간과기억을발굴하는시인에게

삶이신이라면,기록되어야한다.손안이흠뻑젖은관찰자로서,함묵증을가진자기분석자로서,시인은음정이불안한록밴드보컬이되어가고있었다.글쓰는자는자기내부에서분열하고자기외부에서자기가된다.
삶은난데없는것.계절이지긋지긋한메모장처럼넘어가고있었다.환절기,변성기로은유되는겹침의에피파니,소년이되어가는여자와여자애의몸으로분해흡수되어가는남자애가있다.중성이란성을가지지않은것일까?
그의작품은너와나사이,여기와저너머사이,성과성사이,필담과필담사이,무수한사이에서뚝뚝떨어지며흘러간다.시작과끝보다는유턴지점에,앞자리와트렁크사이의뒷자리에잠과잠사이의산책에관심이많다.뒤로뻗은팔로도나아갈수있음을알게하는시.끊임없이이동하고되어가며변화하고번식중인과정으로서의시.그리하여있는그대로받아들일수도반사할수도있는유리의리플렉션이발생한다.자칫하면우리는거기에푹빠지게된다.
지금까지나는‘굴의아이’가한말을따라하고있었다.이만큼이제재의시는독성이있다.누구든“오,글라스드아이즈!이처럼낯설고신선하며매혹적인시집이라니”라고감탄하겠지.분명히세상에없었던언어의자막처럼이상한발견이라고들할거야.꼭필요한만큼의언어로굴지도를그려내고시간과기억을발굴하는시인이제재.그는집에서만든묵직한오믈렛같은걸던지지.사람은무엇인가,아름다울수있을까,쓰는건무엇인가하는질문들.그런데이상한건,우리가아름다운것이있었다고말하게된다는거지.울지도몰라.침묵이금이라고말한선생이또다시“이벙어리새끼야입좀벌리고제대로발음을해!”라고다그칠지몰라.그러니입술을둥글게하고천천히쓸수밖에.